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443화 (443/505)

00443  미스트 존의 문을 열다.  =========================================================================

443. 미스트 존의 문을 열다.

집안일이 마무리되자 베트남, 태국, 인도, 오만, 터키, 불가리아, 이탈리아, 독일, 영국, 모리타니, 캐나다,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들어갔다.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는 상반기 원정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 나진시로 들어와 우리와 13개국을 거쳐 브라질로 함께 들어갔다.

13개국 중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 요청한 나라는 태국과 미국 두 나라로 태국은 50m가 넘는 비단뱀이었고, 미국은 10m가 넘는 프롱혼(pronghorn)이었다.

비단 뱀에선 체력 수치를 20% 올려주는 레드주얼이 나와 아영이 차지했고, 프롱혼에선 소환수 주얼이 나와 서인을 기쁘게 했다.

프롱혼은 북아메리카에 사는 소목의 영양붙이과의 일종으로 암수 모두 뿔이 2개 있어 멀리서 보면 사슴처럼 보였다.

주로 개활지와 평야, 황량한 벌판에 서식하는 동물로 매우 재빨라 시속 70㎞ 달리고, 6m를 도약했다.

갈색에 30cm 크기의 프롱혼은 사슴과 비슷한 생김새로 매우 빠르고 유연하지만, 날지 못했다.

소환수 프롱혼은 특이하게 공격 스킬이 없었다. 그렇다고 방어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프롱혼 주인의 포스와 체력을 빠르게 보충해주는 아주 특이한 소환수로 하루에 2번 최대 5배 빠르게 소모된 포스와 체력을 채워줬다.

작년 10월 상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한 서인은 멘탈포스가 크게 향상했지만, 가장 넓은 광역스킬을 사용하며 체력적 부담이 매우 컸다. 포롱혼은 이를 해결해줄 소환수로 서인에겐 가장 이상적인 짝꿍이었다.

엘리트 레드몬 사냥은 이제 실력 향상이 아닌 레드주얼 획득과 계약을 이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25일 만에 13개국 사냥을 마치고 브라질로 들어갔다.

마나우스에 도착해 아내들과 백호, 풍산개만 끌고 정글로 들어갔다. 마나우스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미스트 존을 찾아가는 길이라 경호원과 대원들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헬기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를 모두 태울 헬기를 아마존 정글에서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은밀하게 행동해야 해 힘들어도 튼튼한 다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는데 며칠이나 걸려?”

“정글이라 평지처럼 이동할 순 없으니 최소 5일은 잡아야겠지? 레드몬이 많으면 더 걸릴 수도 있고.”

“파멸의 창을 시험하러 가는 거지?”

“응!”

“그럼 접근하기 좋은 시베리아와 홋카이도로 가지, 왜 가장 접근하기 힘든 아마소나스로 가는 거야?”

“아마소나스는 아직 못 가봤으니까.”

“결계가 뚫리는지 실험한다며?”

“실험도 하고, 다른 미스트 존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도 해야지.”

모기와 독충, 뱀이 우글거리고 질퍽한 늪이 곳곳에 도사린 아마존 정글이 싫은지 은비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건 아내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덮고 습하고 어두컴컴한 열대 우림을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힘들어?”

“응!”

“풍비가 힘들지 네가 왜 힘들어?”

“온종일 풍비 등에 앉아 있는 게 쉬운 일인지 알아?”

“풍비는 온종일 진창을 걷고, 무거운 짐에 너와 루나까지 태우고 걸어도 불평 한마디 없는데, 너는 발에 흙도 묻지 않으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풍비는 나보다 힘도 세고 덩치도 좋잖아.”

“그 힘 너 태우고 다니라고 생긴 거 아니다. 고마운 줄도 모르고... 계속 그러면 온종일 진창에 걷게 한다?”

“싫어~”

“화상아! 제발 철 좀 들어라. 나이가 벌써 스물일곱이다. 옛날 같으면 애 셋은 낳았어.”

“우쒸”

낮에는 걷고 밤에는 오두막을 만들어 잠을 자며 꽉 찬 열흘 만에 미스트 존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시간이 걸리건 이동하는 시간과 자는 시간보다 레드몬을 사냥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열흘간 B급 엘리트 레드몬 8마리, C급 18마리, 중급 90여 마리, 하급 300여 마리, 최하급 2,000여 마리를 잡았다.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레드몬은 등급도 다양했고, 혼자 덤비는 놈부터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놈까지 숫자도 다양했다.

그리고 동식물의 보고답게 흔하지 않은 곤충 레드몬도 20마리 넘게 잡는 등 시간은 많이 지체했지만, 레드스톤, 가죽 등을 왕창 챙기며 짭짤한 이익을 얻었다.

밀림을 통과하며 가능 큰 도움이 된 건 구미호와 비사였다. A급 엘리트 레드몬과 C급 상급 레드몬의 중간 수준인 구미호가 도움된 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칭찬받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하는 일 없이 언제나 은비 머리 위에 누워 꾸벅꾸벅 졸기만 하던 비사가 눈부신 활약을 한 건 정말이지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비사는 구미호와 같은 근접방어시스템 계열로 적대감을 지닌 레드몬이 다가서면 남김없이 처리했다.

특히 1.5km 이르는 긴 사거리와 빠른 연사력, 독을 레이저처럼 쏘는 매우 특이한 능력으로 레드몬을 도륙했다.

덕분에 은비의 어깨가 솟구치다 못해 하늘까지 치솟으며 기고만장함이 태양계를 벗어날 지경이었다.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기만 해 뱀탕을 끓여 먹으려 했는데, 이제야 간신히 밥값 했네.”

“왜 하는 일이 없어? 지난번 전기뱀장어 잡을 때도 비사가 벌레 다 잡았잖아.”

“겨우 벌레 잡자고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구하기 어려운 소환수를 사용해?”

“벌레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동물인데 그래. 몸을 기어 다닌다고 생각해봐. 아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하아~ 말을 말자. 그래야 오래 살지.”

한 마리만 공개해도 세상을 발칵 뒤엎을 소환수가 고작 벌레나 잡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다양한 말이 쏟아지겠지만, 좋은 말이 나올 확률은 없었다. 온갖 욕이 난무하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은비를 질타할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자 여자들은 은비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았다.

집에 들어온 모기, 파리, 하루살이, 개미, 무당벌레, 바퀴벌레 등을 알아서 잡아주는 비사의 모습은 여성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복제해서 팔면 부자 되겠네.’

“뚫린 상태에서 복원이 안 돼도 문제야. 그럼 구멍을 통해 레드몬들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럼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모두 잡으면 되지.”

“보스가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어쩌긴? 잡아야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내가 쉽게 대답하자 소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연은 만약을 대비해 방법을 찾은 다음 파멸의 창을 사용하자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매우 바람직한 생각이자 올바른 행동이었다. 준비가 철저해도 생각하지 못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줄이는 방법은 사고 종류를 최대한 세분화하고, 그것에 맞게 대책을 세워 변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흘 동안 정글을 지나오며 생각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신기전을 최대한 많이 동원하면 위험은 줄어들겠지만, 대부분 환경이 아주 험악한 곳에 있어 동원하는 게 쉽지 않았다.

능력자를 동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에 동참한 뛰어난 실력자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히어로 레드몬은 일반 레드몬보다 실력이 월등해 상급 능력자가 아니면 도움이 안 돼 숫자만 많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하람 오빠라도 데려왔어야지.”

“내가 막지 못하면 하람이 있어도 소용없어. 잘 알잖아?”

“그렇긴 하지만...”

“겁내지 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야.”

불안에 떠는 소연과 아내들을 일일이 달래주고 자리를 잡았다. 아내들은 만약을 대비해 500m 물러나 지킴이와 가시덩굴을 불러내 그 안에 있게 했다.

나와 시랑, 백호, 소환수들만 파멸의 창으로 뚫을 미스트 존 앞에 대기했다. 철갑을 모두 걸어준 후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소환 즉시 4단계 정화수를 들이키고 C급 엘리트 레드스톤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포스를 가득 채웠다.

준비를 마치자 소연과 아리, 상아에게 신호를 주고 파멸의 창을 던졌다. 파멸의 창이 안개에 부딪히자 구멍이 뻥 뚫리며 지름 20m의 커다란 터널이 뚫렸다.

파멸의 창이 안개를 완벽히 뚫고 지나가자 터널 너머로 미스트 존이 보였다. 열대우림과 똑같은 모습으로 안개만 없다만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었다.

구멍이 닫히면 어쩌나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터널엔 변화가 없었다.

10분이 지나자 안개가 꿈틀대더니 1분 후 터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3시간 간격으로 자리를 달리해 총 다섯 번의 실험을 진행했고, 다섯 번 모두 같은 결과를 얻었다.

실험을 통해 결계가 이상이 생긴 걸 알아채는데 10분이 걸린다는 것과 위치가 달라도 결과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루 푹 쉬고 모레는 미스트 존에 들어가 봐야겠어.”

“다음에 하람 오빠와 같이 와서 들어가는 게 어때?”

“보스를 잡겠다는 게 아니야. 안쪽도 바깥쪽과 같은지 확인하겠다는 거야.”

“그러다 보스를 만날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한 걸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그건 너도 알잖아.”

“알아. 그러나 만약이란 건 언제나 존재해.”

미스트 존이라는 거대한 벽에 서자 침착한 소연도 걱정이 심한지 전에 없이 말이 많아졌다.

소연뿐만 아니라 아내들 모두 근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막내 소희부터 최고 연장자 스텔라까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소연이 대표로 얘기하자 꾹 참고 대화를 경청했다.

“안에서도 구멍이 뚫리는지 그것만 확인하고 곧바로 나올 거야. 그러니 그런 표정으로 보지 않아도 돼.”

“정말이지?”

“그래.”

“약속할 수 있어?”

“약속할게.”

간신히 절충안을 찾자 그제야 집 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너무 피곤해 소연의 다리를 베고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

파멸의 창을 다섯 번이나 사용하자 몸에 심한 무리가 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자 피곤한 사람을 잡고 잔소리를 했다는 자책감에 소연이 눈물을 흘렸다. 아내들도 미안한 마음에 곁에 달라붙어 환자처럼 밤새 간호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 모습을 구미호를 통해 보자 마음이 아팠다. 나를 걱정해 잔소리를 늘어놓은 것인데, 그것 때문에 또다시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소연과 아내들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