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2 구출 =========================================================================
442.
잭 에번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만 사태와 혼슈에서 발생한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중국이 저지른 짓이라고 폭로하며, 증거와 함께 중국이 살포한 변종 모스키토를 공개했다.
미국의 발표가 있은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존 에번스 백악관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모두 거짓이라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급성장하는 자신들을 길들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중국이 생체무기를 이용해 지구를 파멸로 몰고 갔다며 각종 증거를 제시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미국과 러시아 동조하며 중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유엔 비상임이사국들도 입을 모아 중국을 규탄했다.
국제연합에 가입된 국가 중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10여 개국만이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 미국과 러시아가 내놓은 증거에 대다수가 동조하며 중국을 테러 국가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
“입을 잘못 놀리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니까 그렇죠.”
“대한민국이 새우였어?”
“그냥 새우도 아니고 보리새우 정도에요.”
“보리새우?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플랑크톤이라고 하지그래?”
“플랑크톤이면 보이지도 않아 등은 안 터지겠네요.”
은하의 보리새우란 말은 지나치게 대한민국을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군사력·경제력·문화·스포츠·과학기술 등을 종합 평가하면 못해도 10위권 언저리에서 노는 강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라가 있는 위치가 매우 안 좋았다. 세계 3강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 끼어 있어 상대적으로 약소국가로 비췄다.
이래서 나무든 사람이든 시대와 자리를 잘 타고 나야 하는 것이다.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느냐는 한탄처럼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월등하게 뛰어난 사람 옆에 있으면 묻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만있는 게 잘하는 짓이에요. 미국 쫓아서 떠들어대면 미국 대신 우리가 얻어맞을 수도 있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정부가 깝죽대지 않고 가만있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해요.”
“힘이 없어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잘한 거야?”
“태풍이 칠 때는 안전한 항구로 들어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게 현명한 행동이에요. 상대할 수 없는 상대에게 무작정 덤벼드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죠.”
“한심스럽다.”
은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미국처럼 깡패 국가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신 있게 발언할 수 있는 조국이었으면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중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죠. 혼슈에서 엄청난 군사력을 소모했고, 화이 공대도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중앙 정부의 힘이 크게 약화했어요. 군사력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자원도 심하게 소모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죠. 이 때문에 지방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요코와 쇼타가 움직인 거야?”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남부와 내륙을 중심으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어요. 소수민족과 지방 호족들이 자주 뭉치며 연대를 강화하고 있어요.”
“중국 정부도 알겠네?”
“당연하죠. 그 때문에 연일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광저우·청두·란저우 군구 소속 지상군이 몽땅 사라졌고, 예비군까지 다 끌고 가 혼슈에 처넣는 바람에 병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몰래 숨겨둔 선인을 쓰면 되겠네?”
“안 그래도 그럴 모양인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화이 공대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강승원 국장이 파악한 바론 중국 정부는 작게는 3,000명, 많게는 5,000명의 선인을 숨겨났다.
이들은 모두 선인 인공배양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한 능력자들로 화이 공대 전체가 여성들을 강간해 생산한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존재들이었다.
화이 공대 소속 선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키워진 살인 병기로 인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유방 주석은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비밀무기로 숨겨놓은 선인들을 동원해 줄어든 화이 공대의 전력을 다시 채운 후 하나의 중국을 방해하는 불순세력을 징치하려 했다.
“조만간 피바람이 불겠네?”
“불어도 엄청나게 크게 불 거예요. 어쩌면 중국이 여러 개로 쪼개지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어요.”
“소수민족과 호족의 힘이 중국을 찢어놓을 만큼 강해?”
“그 세력 안에 요코도 있을 것이고, 몰래 칼을 갈던 세력도 있겠죠. 유방 주석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불순세력은 아니에요.”
“누가 이기던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네?”
“떡이 아니라 잃어버린 고토를 회복해야죠.”
“땅이 넘쳐나는데 또 땅을 노리자고?”
“그 땅하고 고토하고 똑같아요? 고토는 조상이 잃어버린 땅이에요. 후손으로서 당연히 찾아야죠.”
“이러다가 투기꾼으로 몰리는 거 아니야?”
“지홍씨 졸부 된 지 오래예요. 몰랐어요?”
“내가 왜?”
“개인이 일본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그게 졸부 아니면 뭐겠어요?”
“이런...”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홋카이도와 규슈를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생체병기 사용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중국은 거짓을 일삼는 국가들이 위험한 도박을 가맹하면 불벼락으로 응징하겠다고 맞섰다.
불벼락은 핵무기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은 재래식 무기론 미국과 러시아의 상대가 안 됐다.
이들보다 중국이 앞서는 건 머릿수가 전부로 최신 전차·전투기·군함이라 떠들어대는 것들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 다운그레이드 제품이었다.
더구나 혼슈에서 수백만 명을 잃으며 머릿수도 앞서지 못해 핵이 아니면 두 나라 중 한 곳도 막아낼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핵무기도 협박용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이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할 조짐을 보이면 미국과 러시아가 선제타격으로 핵미사일 기지 대부분을 파괴할 게 확실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이 숨겨 놓은 핵미사일 기지를 모두 파악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로 핵 기지가 모두 파괴되면 잠수함과 이동식 차량에 탑재된 핵무기밖엔 사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중국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는 것을 유방 주석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자신들을 공격하지 말하는 의미에서 불벼락이란 용어를 쓴 것이지 진짜 핵무기를 사용할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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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15일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장착한 MI-26 헤일로 헬기 20대를 동원해 혼슈를 샅샅이 훑은 지 열흘 만에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완벽히 소탕했다.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소탕작전엔 나와 아내들은 참가하지 않고 하람과 헬기만 동원했다.
3월 5일 규슈와 시코쿠 전체, 혼슈 서남쪽을 우리에게 양도한다는 미국 발표와 함께 하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람은 헬기가 놈들을 찾으면 강력한 화염 공격으로 깨끗이 태우며 토양 오염까지 말끔히 지웠다.
화염 공격에 타지 않아도 될 숲까지 홀랑 태워버린 것이 문제긴 했지만, 최하급 레드몬을 잡든 아주 빠르게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소멸했다.
하람의 엄청난 능력에 전 세계가 경악했고, 일부 언론은 나보다 하람이 더욱 뛰어난 능력자라고 추켜세웠다.
화염 폭풍을 사용하지 않고 화염구만 사용했지만, 맞는 족족 재가 되어 사라지며 상급 피지컬리스트가 아니라 최상급 멘탈리스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또한, 지치지 않은 체력으로 열흘 동안 쉬지 않고 혼슈를 3번이나 왕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 번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하람의 능력을 확인한 세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레드몬을 물리친 강력한 능력자의 출현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나라와 강력한 적의 출현에 불안한 감정을 속이는 못하는 국가로 양분됐다.
러시아, 독일, 브라질, 인도, 터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아랍은 자기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하람의 등장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기득권을 가진 나라는 환영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한 나라에 힘이 집중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황당한 말로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방 주석이 규슈의 구마모토 현과 혼슈의 오사카 서남쪽은 모두 자기 땅이라고, 우리가 그 땅에 발을 디디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어요.”
“언제 그런 소리를 했어?”
“지금 중국 공산당 대변인이 피를 토하며 기자회견 하고 있어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모두 토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자기들 멋대로 오사카를 점령해놓고, 그 땅이 자기 땅이라고? 변종 모기 레드몬을 풀어 사태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을 한다니, 정말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끼네. 후안무치의 전형적인 표상이야.”
오랜만에 백호와 나진시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오자 상아가 쪼르르 달려와 일러바치듯 중국 공산당 대변인이 한 말을 알려줬다.
“유방 주석은 우리 때문에 혼슈가 엉망이 됐대요. 변종 모기 레드몬도 우리가 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헛소리를 해대고요.”
“양아치 짓은 다 골라 하네.”
“유방 주석의 분노가 우리를 향하고 있어요. 나진시와 후쿠오카, 기타큐슈의 방비를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
“세 곳 모두 신형 방어탑과 신기전이 충분히 설치됐고, 병력도 방어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야. 우리가 자리를 비워도 하람이 나진시를 지키고 있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한 별다른 위험은 없고. 그리고 자국 문제로 우리에게 눈을 돌릴 여력도 없잖아.”
상아의 말처럼 유방 주석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우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는 혼슈 문제로 불만이 고조된 중국 인민의 화를 우리에게 돌려 내부 문제를 풀겠다는 고도의 전략인 동시에 우리가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을 경고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남부와 내륙, 헤이룽장 성에서 터져 나오는 중앙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은 단순히 혼슈 문제로 야기된 게 아니었다.
이들은 무력 투쟁을 준비한 상태에서 유방 정부의 실책을 부각해 중앙 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며, 지방과 중앙을 분리해 고립하려는 계획으로 유방의 어설픈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조만간 불꽃이 일어나면 들불처럼 끓어올라 중국 전체를 활화산처럼 태울 만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 유방 주석이 눈이 뒤집혀 우리에게 무력을 투사할 수 있어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유방 주석과 중국의 움직임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첩보위성을 늘리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해.”
“미래 안전보장국 요원도 이 기회에 대폭 늘리는 건 어떨까요? 1,200명으로 국내와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까지 감시하긴 부족해요?”
“몇 명이나 필요한데 그래?”
“두 배요.”
“우리 상아 배포가 고래보다 더 커졌네.”
“히히히히~”
불안해하는 상아의 의견을 따라 첩보위성을 10기 추가로 발사하고, 미래 안전보장국 요원도 1,200명 보강했다.
현대전의 핵심은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획득해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는 위성과 정보 요원 양성에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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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