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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41화 (4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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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오빠! 보스가 긴카산 섬에 도착하기 직전이에요.”

40분을 전속력으로 날자 상아의 탐지 스킬에 놈이 걸렸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딱 들어맞는다고 오늘도 어김없이 가장 나쁜 예감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도쿄에도 먹을 거 천지일 텐데,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를 왜 쫓는 거야?”

“오빠가 우리에게 레드몬 심장을 먹이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

“그렇다면 노릴 만하지.”

보스가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를 끝까지 뒤쫓는 이유를 알게 되자 레드몬 심장을 꾸준히 먹은 보람을 느꼈다.

하워드와 엘리자베스가 들으면 열 받을 소리였지만,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6km까지 다가가자 기감을 최대한 좁혀 놈을 확인했다. 아름드리나무에 올라탄 놈은 날아오는 얼음을 꼬리로 빠르게 휘둘러 막아내며 양손으로 물을 헤쳐 빠르게 섬으로 다가갔다.

긴카산 섬에서 엘리자베스가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남은 포스를 쥐어짜내 아이스 폭풍을 날리고, 하워드도 놈을 향해 바위와 나무를 집어 던졌지만, 보스가 다가오는 것을 막진 못했다.

“내리지 말고 헬기에 대기하고 있어. 섬에 접근하면 파멸의 창으로 끝낼 테니까.”

“오빠! 조심해!”

“알았어.”

은비의 엉덩이를 두들겨 준 후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조종사가 뒷문을 열어주자 강력한 바람과 함께 진한 바닷냄새가 풍겼다.

‘으~ 물이다. 젠장!’

자신들을 구하러 오는 프로펠러 소리를 들은 하워드와 엘리자베스가 젖 먹던 힘까지 몽땅 짜냈지만, 보스가 바다를 건너는 걸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둘 다 사력을 다해 긴카산 섬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상태에서 다시 보스를 상대하며 체력과 포스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보스가 통나무를 차고 훌쩍 뛰어올라 긴카산 섬에 발을 올려놓자 하워드가 바닥에 쓰러진 엘리자베스를 가슴에 품고 긴카산 정상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하워드도 지칠 대로 지쳐 몇 발짝 뛰지도 못하고 보스에게 따라잡혔다. 둘 다 반항할 힘이 없다는 것을 안 보스는 맛있는 먹잇감을 어디서부터 먹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을 죽인 보스는 인간을 재미없게 죽이는 것보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야 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알았다.

극한의 공포를 주면 심장이 터질 듯 뛰며 고기가 아주 쫀득쫀득해졌다. 서쪽에서 다가오는 요란한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만찬을 즐길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보스가 두려움을 느낀 건 딱 한 번으로 기타큐슈에서 강대한 힘을 내뿜던 멧돼지 레드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기후 현으로 달아난 것과 지난번 다윗 공대를 피한 것은 수적으로 열세에 놓인 상태에서 억지로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놈들은 자신을 잡으러 왔고, 자신이 있는 한 떠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맛있는 먹이를 천천히 즐긴다는 생각으로 잠시 시간을 준 것뿐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만난 인간은 모두 자신보다 아래로 보스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요상한 물체가 가까이 와봐야 먹잇감만 늘어날 뿐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진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간신히 대검을 든 하워드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토하는 엘리자베스의 주위를 핑핑 돌며 보스가 꼬리를 바짝 치켜들었다.

흘린 내린 침을 감당할 수 없어 대검을 든 하워드부터 처리할 생각으로 꼬리를 뻗었다.

4.5m가 넘는 꼬리가 고무줄처럼 두 배나 늘어나 하워드를 가슴을 찔러왔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낸 하워드가 전광석화처럼 꼬리를 내려쳤다.

“타앙~”

일부러 가슴까지 끌어들여 꼬리를 자르려 했지만, 보스의 꼬리는 하워드가 온전한 힘을 갖고 내려쳐도 쉽게 끊을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멘탈리스트들과 민첩형 피지컬리스트들의 쏟아지는 스킬과 화살을 완벽하게 막을 순 없었을 것이다.

칼을 놓친 하워드가 뒤로 넘어지자 꼬리가 전갈의 독침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최후가 왔음을 안 하워드가 손을 뻗쳐 엘리자베스의 손을 꽉 잡았다.

또다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하워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엘리자베스도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눈물로 말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하워드의 눈에서 더욱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쒸우우우우웅~”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강대한 무언가가 날아온다는 느낌에 보스가 바닥을 차며 재빨리 옆으로 물러났다.

동시에 완벽한 보호막인 꼬리를 빠르게 휘둘러 날아오는 물체를 강하게 내려쳤다.

보스는 언제나 그렇듯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자신을 공격한 무기와 스킬이 튕겨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튕겨 나가는 대신 물체와 닿은 꼬리가 고운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보스는 사력을 다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리자 가슴 대신 오른쪽 허벅지를 치고 지나갔다.

보스는 허벅지에 난 상처쯤은 금세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허벅지에 난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구멍이 점점 넓어지며 뼈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다리마저 끊어지려 했다.

“캬아아아악~~~”

놀라 비명을 지른 보스가 허벅지에 포스를 쏟아 부어 상처를 치료하려 했다. 그러나 소멸의 힘이 담긴 파멸의 창은 새살이 돋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쿵!”

파멸의 창을 던져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를 구한 후 헬기가 긴카산 섬에 다가가자 바닥에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하는 즉시 하워드와 엘리자베스에 몸에 철갑 스킬을 걸어줬다. 철갑은 방어력과 상태 이상 저항력, 이동속도를 동시에 향상해주는 스킬로 A급 엘리트 레드몬의 공격을 1번 완벽히 방어해주는 특성이 있었다.

보스가 마지막 발악으로 둘을 죽이자고 발광할 수도 있고, 자폭 공격을 할 수도 있어 미리미리 손을 써놔야 했다.

그러나 바닥에 엎드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에 이것들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몸으로 편하게 드러누워 손 붙잡고 질질 짜는 모습은 내 기준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목 잘린 뱀과 개미도 끝까지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데, 상급 능력자가 죽기 살기로 덤벼도 모자랄 판에 편하게 누워 신파극을 찍는 모습은 황당함을 넘어 울화를 치밀게 했다.

‘끈기도, 패기도, 독기도 없는 쓰레기들을 구하자고 잠 한숨 못 자고 혼슈까지 날아온 거야? 이런 쌍~’

지독한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보스를 보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 새끼 때문에 이 먼 쪽발이 땅까지 온 걸 생각하자 눈에서 불이 났다.

피의 저주와 함께 재빨리 품에서 C급 엘리트 레드스톤을 꺼내 소모된 포스를 보충했다.

주변 나무들과 공기는 물론 상처 입은 보스의 생명력까지 갈취하자 10초 만에 포스가 가득 찼다.

피의 저주에 생명이 빨린 보스가 겁에 질려 움츠러든 사이 파멸의 창을 다시 소환했다.

“우우우우웅~”

힘차게 울어대는 파멸의 창에 상처 입은 보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놈을 향해 잔인하게 씨익 웃어준 다음 파멸의 창을 던졌다.

가볍게 손을 떠난 파멸의 창이 순간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자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닉붐이 발생했다.

“파앙~”

소리보다 빨리 날아간 파멸의 창이 세 발로 사력을 다해 뛰는 보스의 허리를 뚫고 지나갔다.

재빨리 피해 면역을 사용하고 하워드와 엘리자베스 앞으로 이동해 뇌전주얼의 힘을 끌어내 보호막을 쳤다.

“캬악~”

짧은 비명과 함께 보스의 눈과 뿔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자폭으로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생각했던 놈의 입에서 푸른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아리야! 생명의 나무!]

[상아야! 헬기 최대한 멀리 후퇴시켜!]

[알았어요.]

순간적으로 지독한 독이란 걸 알아채고 아리와 상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며 냉기탄을 쏘았다.

그리곤 신파극을 찍다 괴물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하워드와 엘리자베스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바람 스킬을 사용해 재빨리 물러났다.

움직였다고 생각한 순간 몸이 쭉 늘어나며 산 중턱까지 이동했다. 그사이 내가 있던 자리에 생명의 나무를 소환한 헬기가 방향을 우측으로 틀며 급선회했다.

최후의 순간 자폭이 아닌 푸른 안개를 내뿜은 보스의 공격은 냉기탄에 얼어붙어 크게 확산하지 못했고, 곧바로 소환한 생명의 나무에 정화되며 깨끗이 사라졌다.

또한, 죽음과 함께 지독한 독가스를 내뿜던 보스의 사체도 정화와 함께 흙으로 돌아갔다.

“오빠! 괜찮아?”

“괜찮지 않아.”

“어디 다쳤어?”

“다친 게 아니라 피의 저주를 사용했어.”

“그건 왜 사용했어?”

“짜증 나서.”

“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따라오기나 해. 급해 죽겠어.”

달려온 은비의 손을 낚아채고 그 뒤를 따르던 소희까지 옆구리에 끼고 헬기로 달렸다.

얼굴이 빨개져 달려오자 무슨 일인지 알아챈 소연이 상아와 마샤, 아영까지 방에 넣어주었다.

피의 저주를 사용하면 욕화가 활화산처럼 폭발해 한두 명으론 욕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소연이 팔팔한 동생들을 추가로 넣어준 후 서인과 한숙, 아리, 제니퍼를 데리고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를 만나러 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보스를 해치우고, 독 안개를 없애버리고, 큰일이 일어난 듯 아내들을 떠메고 사라진 내 모습에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는 바보처럼 입을 벌린 채 멍한 눈으로 소연을 바라봤다.

소연과 서인, 한숙, 아리, 제니퍼가 곤혹스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곁눈질로 힐끔힐끔 헬기를 훔쳐봤다.

집에 돌아오자 고어 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진시로 날아왔다. 지난번보다 더욱 깍듯해진 고어 부통령은 도쿄를 기준으로 서남쪽을 모두 넘겨주는 조건으로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와 독을 정화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규슈와 시코쿠 전체, 나고야 아래 미에·시가·후쿠이 현까지 혼슈 서남쪽을 모두 달라고 요구했다.

도쿄와 오사카 사이의 땅 대신 규슈와 시코쿠 전체를 원한 것은 턱밑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규슈와 시코쿠에 있으면 우리를 감시하려 눈에 불을 켤게 확실했고, 그러면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그리고 안전지대로 아이치·이시카와·기후 현은 유엔 비상임이사국의 공동 관리지역으로 묶어두길 요구했다.

일본과 얼굴을 맞댈 일은 없지만, 미국과 얼굴을 맞대는 것도 별로 좋을 것이 없어 완충지대를 만들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란 국가가 영원히 사라졌음을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 요구에 난색을 표하던 고어 부통령에게 중국에서 변종 모기 레드몬을 싣고 떠난 화물선과 대만 사태를 넌지시 거론하자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음날 우리가 원하던 대로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이 체결된 다음 날 백악관 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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