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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35화 (435/505)

00435  사라진 도쿄  =========================================================================

435.

1997년 2월 12일

다윗 공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일본 정부는 최후의 자구책으로 홋카이도로 사람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아베 마사히코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힘없는 국민을 끝까지 잡아놓고 싶었지만, 일본의 존속을 위해 용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자위대 공병대와 건설기술자들이 넘어가 미군에서 지원한 대형 천막을 설치했다.

난방도 안 되는 천막으로 매서운 홋카이도의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도쿄에 남아 죽는 것보단 추위에 떠는 것이 나았다.

천막이 설치되자 과학자와 기술자, 교수 등 일본 재건에 꼭 필요한 인원들부터 홋카이도로 넘어갔다.

그리고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정치인들과 부자들도 홋카이도로 넘어가 몇 개 남지 않은 멀쩡한 건물을 차지한 채 또다시 사람들을 턱짓으로 부렸다.

나라가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인지 생각조차 못하는 놈들은, 사람들이 군용모포 한 장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동안 따뜻한 방갈로가 있는 집에서 고급 포도주와 젊은 여자들을 탐하며 호사를 이어갔다.

항구 주위엔 자위대의 거친 발길질과 매질 속에서도 배에 태워달라며 매달리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이들은 주로 도쿄 외곽 도시에 살던 사람들로 도쿄 중심부를 뺀 외곽은 매일 방어벽이 뚫리며 포베로미스가 난입해 사람들을 무참하게 잡아먹었다.

전투가 이어질수록 영리해진 놈들은 동쪽을 칠 듯이 말하고 실제로는 서쪽을 친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을 사용하는 등 현란한 게릴라 전법으로 자위대를 괴롭혔다.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도시 깊숙이 침입해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건물을 파괴하는 등 파괴의 살육을 즐겼다.

이 때문에 겁에 질린 사람들이 자위대의 총칼을 몸으로 뚫고 항구로 모여들어 배를 태워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 모습은 마치 한국전 1·4후퇴 때 흥남부두를 보는 것만큼 처절했다. 그런 일이 도쿄와 요코하마 항구에서 매일 재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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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2월 13일

도쿄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에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한가하게 축치 자치구의 중심지 아나디리 시로 날아갔다.

축치 자치구는 러시아 시베리아 북동부의 최동단에 있는 지역으로 베링 해와 맞닿은 곳이었다.

면적이 737,700㎢로 한반도의 3.3배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이지만, 인구가 53,000명밖에 안 되는 지구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였다.

오지 중에 오지 아나다리 시까지 날아온 건 상급 레드몬 순록을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이 오늘내일한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 없어 기타큐슈에 하람을 남겨두고 순록을 잡기 위해 아나디리 시까지 오게 됐다.

순록이 있는 곳은 북쪽으로 252km 떨어진 툰드라 지대로 군데군데 늪지와 강이 있는 곳이었다.

순록은 다른 사슴과 달리 암수 모두 뿔이 있는 형태로 뿔은 길며 사슴보다 단순한 것이 특징이었다.

어깨높이 0.7~1.4m, 몸길이 1.2m~2.2m, 몸무게 최대 300㎏이 넘는 순록은 초식성으로 수영을 잘하고, 항상 무리 지어 살며, 계절에 따라 여름 서식지와 겨울 서식지를 오가며 생활했다.

고기와 젖, 텐트, 장화, 옷을 만들기 위한 가죽을 얻는 건 물론 시베리아에선 짐 운반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루돌프가 바로 순록으로 코가 빨간 건 혹한의 툰드라에서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여름에 흡혈 파리들이 코에 알을 낳아 폐, 비강, 기관지에 애벌레가 기생하는 일이 잦았다.

상급 엘리트 레드몬 순록

전투력 : 16117

지  능 : 169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151,666

스  킬 : 알 수 없음

B급 엘리트 레드몬 순록

전투력 : 7815

지  능 : 128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10% 하락

에너지 : 36,889

스  킬 : 알 수 없음

상급 레드몬 순록은 몸길이 10.45m, 뿔 5.48m, 무게 6.28ton으로 절반 크기의 B급 엘리트 레드몬 5마리와 1,000마리가 넘는 중급 순록에 둘러싸여 있었다.

“놈을 유인할 테니, 그동안 엘리트 레드몬과 중급 레드몬을 사냥해.”

“네에~”

구미호와 함께 조심스럽게 순록 무리에 다가갔다. 지의류의 일종인 순록이끼(reindeer moss)를 맛있게 뜯어먹는 놈들을 향해 뇌전탄을 연달아 쏘아댔다.

손바닥에서 골프공만 한 파란 구슬이 번개같이 날아가 B급 엘리트 레드몬을 머리를 때리자 벼락이 떨어지듯 방전현상이 일어나며 근처에 있던 놈들까지 감전돼 새까맣게 탔다.

선제공격으로 엘리트 3마리와 중급 12마리를 잡고 냉기탄을 5발을 발사해 반경 100m를 얼렸다.

한가롭게 풀을 뜯던 새끼들이 전기 퉁구와 얼음에 갇혀 얼어 죽자 거대한 순록이 바람처럼 달려왔다.

내가 사용하는 이동 스킬인 바람만큼 빠르게 달려드는 놈에게 등을 보인 채 눈깔사탕만 한 혈기탄을 날리며 전력으로 달아났다.

화가 난 순록이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부신 속도로 질주하자 거리가 조금씩 좁혀졌다.

급히 4단계 정화수를 들이키자 능력치가 10% 향상해 간신히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정화수를 먹는 사이 영리한 구미호가 레이저로 순록의 눈을 공격해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막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50km를 내달리자 철갑 스킬을 사용해 몸을 보호한 후 퉁기듯 몸을 반전하며 재빨리 여우 채찍을 뻗었다.

파란 예기가 5m나 자라난 채찍이 빛을 받아 파랗게 빛나는 순록의 눈을 찔러가자 놈이 고개를 숙이며 기다란 뿔로 예기를 쳐냈다.

“타앙~”

금속을 때린 것처럼 경쾌한 소리와 함께 채찍이 튕겨 나오자 왼손에 소환한 가시창을 던졌다.

빠르게 회전하며 가시창이 날아들자 놈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뿔이 가지를 치듯 무성하게 자라나 그물처럼 퍼지며 가시창을 막았다.

타이거 스네이크의 주얼로 관통력이 두 배로 향상한 가시창이 뿔로 만든 그물을 10m나 파고들었다.

그러나 놈이 머리를 흔들자 뿔이 더욱 무성하게 자라났고, 가시창은 힘을 잃고 멈춰 섰다.

놈이 가시창을 막는 사이 재빨리 뒤로 돌아가 여우 채찍으로 뒷다리를 노렸다. 날카로운 채찍이 아킬레스건을 찔러오자 놈이 꼬랑지에 불이 붙은 멧돼지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뿔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을 거로 예상했는데, 뿔이 만들어낸 그물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만들어낸 허상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미호가 앞으로 날아가 방해하는 사이 전력을 다해 쫓으며 참격을 날렸다. 파란 예기가 연속으로 날아들자 순록의 몸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말 사라진 게 아니라 몸을 숨겼다는 걸 알아채고 기감으로 훑자 좌측으로 방향을 튼 순록의 모습이 잡혔다.

놈은 은신과 동화가 아닌 몸을 투명하게 하는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 스킬을 사용해 몸을 숨긴 채 나를 공격하려 했다.

옆으로 다가온 놈이 발을 높게 쳐드는 순간 파멸의 창을 선물한 블랙 카이만이 생각났다.

땅을 있는 힘껏 박차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몸이 쏜살같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자 피해 면역과 파멸의 창을 동시에 사용했다.

“쿠웅~~~”

가슴을 내려치는 진동과 함께 땅이 쩍쩍 갈라졌다. 블랙 카이만이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진동에 파도가 치듯 땅이 솟구치며 땅이 갈라져 계곡을 만들었다.

반경 1km의 지형을 바꿔놓은 놈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며 ‘우우우우웅~’ 울어대는 파멸의 창을 던졌다.

투명화 스킬로 몸을 숨겼다고 안심하고 있던 순록이 거대한 포스에 놀라 있는 힘껏 뿔을 흔들어댔다.

가시창을 막았을 때보다 두 배로 가지가 자라며 빽빽한 뿔 숲을 만들었다. 그러나 관통 능력이 두 배로 향상한 파멸의 창은 스치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며 쏜살같이 뚫고 머리로 다가갔다.

“음머어~~~”

순록이 크게 울어대며 파랗게 빛나는 커다란 뿔로 파멸의 창을 쳐냈다. 하지만 포스가 가득 담긴 뿔도 파멸의 창에 닿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래도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에 창끝이 살짝 틀어지며 머리가 아닌 어깨를 뚫고 들어갔다. 어깨를 뚫고 들어간 창이 오른쪽 몸통을 관통해 엉덩이를 뚫고 나왔다.

“쿵~”

10m가 넘는 순록이 바닥에 쓰러져 네 발을 들고 버둥거리듯 떨어댔다. 가죽 안쪽을 뚫고 지난 것에 불과했지만, 파멸의 창은 강력한 진동으로 닿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순록이 입을 달싹여 내게 뭐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상아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을 능력이 없는 나는 몰인정하게 가시창을 소환해 놈의 미간을 향해 던졌다.

“쒸우웅~~~”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간 가시창이 미간을 뚫고 들어가자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살리지 않을 거라면 최대한 빨리 죽여주는 것이 놈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

“오빠! 다친데 없어?”

“응!”

“정말 괜찮아? 지난번 타이거 스네이크처럼 이놈도 죽으며 죽음의 저주를 걸거나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없어.”

“후유~ 다행이다.”

은비가 긴 한숨을 내쉬며 품에 안겨왔다. 이럴 때 보면 세상에서 나를 가장 걱정하는 게 분명한데, 평소엔 왜 그렇게 툴툴거리는지... 여자는 알다가도 모를 존재였다.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

“상성이 나랑 잘 맞아서 쉽게 잡았어.”

“상성?”

“응, 놈은 빠른 움직임과 투명화가 장기였어. 파동을 이용한 지진파도 나랑 비슷했고.”

“비슷하면 잡기가 더 힘들지 않나?”

“상대가 나를 잘 알면 그렇지. 상대가 나를 모르고, 나는 상대를 잘 알면 유리한 거고.”

사랑스러운 소연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 후 순록에게 다가갔다. 가슴을 갈라 지름 12cm의 레드스톤을 꺼내 피를 닦은 후 마샤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등뼈에 박힌 레드주얼을 빼냈다. 지름 4cm 레드주얼은 바람처럼 달리던 순록이 앞발을 높이 들어 땅을 내려치는 모습으로 지진파와 질주 스킬 두 가지가 들어 있었다.

양손에 순록의 레드주얼을 꼭 쥐고 포스를 흘려 넣자 자기 자리인양 가슴 아래 명치로 스며들었다.

무사히 레드주얼을 흡수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레드주얼이 파멸의 창과 바람 스킬을 흡수했다.

그리곤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심장에 기운이 몰리자 몸이 지진을 만난 듯 떨려오다가 바람이 관통한 듯 시원해지며 연속해서 두 가지 다른 기운이 몰아쳤다.

강대한 기운에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다 어느 순간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평화가 찾아오자 긴 한숨과 함께 눈이 떠졌다.

“삼일이나 앉아 있었다고?”

“네!”

“난 20~30분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사흘 동안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어요.”

상아의 말에 매머드를 잡고 레드주얼을 흡수했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몸을 흔들지도 않았어?”

“네, 석상처럼 그냥 앉아만 있었어요.”

순식간에 태풍이 몰아치고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흘간 황량한 벌판에 앉아 레드주얼을 흡수했다.

아내들은 천막을 치고 내가 깨어나기만 하염없이 기다렸다. 처음은 아니라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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