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434화 (434/505)

00434  사라진 도쿄  =========================================================================

434.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는 몇 마리나 죽었습니까?”

“40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잡았군요.”

“절반은 화이 공대가 잡았고, 절반은 열화우라늄탄에 당했습니다. 종기 때문인지 다른 엘리트 레드몬보다 방어력이 약해 50m 이내에서 발사한 열화우라늄탄에 가죽이 뚫렸습니다.”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방어력이 매우 약해도 한 마리 한 마리가 기계화 여단의 전투력을 뛰어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400마리를 잡은 건 대단한 성과였다.

아쉬운 건 경계에 실패하고, 지휘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달아나기에 급급하며, 죽지 않아도 될 아까운 목숨까지 죽게 했다는 것과 더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열화우라늄탄과 이를 발사할 기관포를 실은 수송기 100여 대가 오늘 아침 도쿄와 나고야로 출발했습니다.”

“철수할 생각이 없는 겁니까?”

“중국의 선전에 고무된 아베 마사히코 회장이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미국을 설득한 것 같습니다.”

“막는 건 그렇다고 쳐도 놈들을 박멸하지 못하면 피해만 잔뜩 입고 결국 홋카이도로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아베와 미국이 모르지 않을 텐데요?”

“최대한 시간을 벌며 그 안에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속셈 같습니다.”

“우리 말고 해결 방법을 찾는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끌어들이려는 것 같습니다.”

“음~ 그것도 나름 괜찮은 생각이군요.”

“전투가 끝난 어제 아침 중앙정보국 포터 고스 국장이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의 측근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을 리옹에서 만났습니다.”

“매파만 움직인 겁니까?”

“당장은 그렇지만, 합의점을 찾으면 클린턴 대통령도 승인할 겁니다.”

내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자 전부터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공화당이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이려 프랑스로 날아갔다.

공화당에선 나보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끌어들이는 게 이익이었다. 매파의 근간인 방위산업체 대부분이 로스차일드와 연관된 회사들로 로스차일드 가문이 혼슈를 차지하는 건 매파가 혼슈를 차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끌어들이는 건 이해가 되는데, 왜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이 아닌 벤저민 로스차일드를 만난 겁니까?”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은 매우 신중한 인물로 고스 국장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에 반해 가문의 수장 자리를 노리는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은 즉흥적이고, 성급한 성격으로 고스 국장이 손을 내밀자 미끼를 덥석 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필립 로스차일드도 조만간 접촉하겠군요?”

“그럴 가능성도 큽니다. 예수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인 필립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이면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의 쌍두 독수리 공대에 필적할 힘을 동원하는 것과 같아 혼슈 사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피해가 엄청날 텐데, 쉽게 응하겠습니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면 응할 겁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언제나 돈과 권력을 쫓았으니까요.”

강승원 국장의 말처럼 피해를 상쇄하고도 남을 충분한 대가가 따른다면 로스차일드 가문이 움직일 수도 있었다.

다비드 로스차일드, 벤저민 로스차일드, 필립 로스차일드가 모두 고스 국장의 제안에 넘어가지 않아도 셋 중 한 명만 나서면 일본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자랑 화이 공대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200마리 잡고 3,000명이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순 없을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30,000명이 넘는 능력자를 보유하고, 그 숫자만큼 많은 잠능자를 키우고 있다고 해도 한꺼번에 많은 수를 잃게 되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것을 가진 자는 가진 것이 많은 만큼 지켜야 할 곳도 많았다. 로스차일드 가문 역시 이와 같아 제삼자가 보기엔 엄청나게 많은 능력자를 보유했지만, 언제나 능력자가 모자랐다.

“생체병기 키메라를 보유한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의 쌍두 독수리 공대가 움직이면 능력자 피해를 줄이겠지만,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의 다윗 공대와 필립 로스차일드 회장의 사울 공대가 투입되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로스차일드 가문이 혼슈를 얻어도 우리에겐 이익이면 이익이지 결코 손해는 아닙니다.”

“최대한 피해가 크기만 바라야겠군요?”

“그렇습니다.”

강승원 국장의 예상대로 일본은 오사카에서 달아난 중국 인민해방군을 순순히 도와주지 않았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고 하자 자신들이 오사카에서 한 일을 똑똑히 기억한 중국군은 나고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비교적 온전한 이세 시로 숨어들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느라 무기가 얼마 없었지만, 손 놓고 죽음을 기다릴 수 없어 급히 방어선을 구축하고 본국에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오사카를 버리고 달아났다는 이유로 유방 주석은 이들의 구조를 거부했다. 오히려 돌아오면 반역자로 모두 처단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구조 거부 소식과 반역자라는 말에 겁을 집어먹은 패잔병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떨고 있는 사이 냄새를 맡고 추적한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300마리가 이들을 덮쳤다.

가진 거라곤 소총이 전부인 패잔병들은 저항조차 못 해보고 처절한 비명 속에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의 먹이가 됐다.

와카야마 현으로 달아난 패잔병들도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먹이가 됐고, 판자와 스티로폼을 타고 이와지 섬으로 달아난 6,000여 명만이 놈들의 추적을 벗어나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무기도 식량도 없어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며칠 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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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2월 10일

하워드 슐츠와 아이작 스턴,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다윗 공대원 6,181명을 이끌고 도쿄에 도착했다.

다윗 공대원 13,658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로 미국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모두 제거해주는 대가로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에게 혼슈의 절반을 떼어주기로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윗 공대가 도쿄에 도착한 도쿄는 축제 분위기였지만, 나고야는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1월 22일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를 만난 고스 국장은 다음 날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을 만나며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 낙관했다.

그러나 욕심 많은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이 혼슈 외에도 많은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2월 8일이 돼서야 합의점을 찾았다.

그사이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무리가 나고야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피해가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아베 마사히코 회장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돕는다는 소식에 가미카제 공대를 포함한 우익 소속 사무라이 2,745명을 뺀 나머지 인원 1,200명을 나고야에 투입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의 숫자에 나고야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힘이 세긴 센가 보다. 가문의 수장도 아닌 벤저민 로스차일드가 혼슈에 파견한 능력자가 6,000명이 넘는 거 보면.”

“능력자 수가 많은 것도 대단하지만, 상급 능력자를 세 명이나 파견한 게 더 대단한 것 같아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그런데 왜 도착한 지 삼일이 지났는데, 도쿄를 벗어나질 않죠?”

“그건 일본이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의 수를 최대한 줄인 다음 움직이겠다는 뜻이겠지.”

“일본을 도와주러 간 게 아니라 이용하러 간 거네요?”

“그렇지.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은비와 아영의 말처럼 수백만 인파의 열렬한 환영 속에 도착한 다윗 공대는 휴양이라도 온 것처럼 호텔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채 밖에 나오지도 않고 각자 여가활동을 즐겼다.

수영장에서 칵테일 파티를 열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맥주와 포도주를 즐기는 등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나고야가 언제 함락될지 몰라 속을 태우던 호소카와 총리가 다윗 공대 공대장인 하워드 슐츠를 만나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사냥에 나서달라 부탁하러 여러 차례 호텔을 방문했지만, 경비원에 막혀 호텔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미군도 다윗 공대의 황당한 짓거리에 빨리 사냥에 나서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그럴 때마다 참견은 사절이라는 말만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다윗 공대가 도착한 지 5일 후 나고야가 결국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에 함락당했다.

자위대원 포함 1,500만 명이 머물던 나고야에서 빠져나온 인원은 고작 25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죽은 이들은 모두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의 뱃속으로 사라지며 놈들의 성장과 번식에 일조했다.

나고야가 사라지고 정확히 일주일 후 3,000마리가 넘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도쿄를 공격했다.

수차례 인간을 상대한 놈들은 좀 더 지능적으로 변해 게릴라 전법을 쓰듯 사방에서 치고 빠지며 자위대의 피해를 늘렸다.

“나고야 때보다 숫자가 늘었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다윗 공대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에게만 뭐라 하지 말고 아베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가미카제 공대와 사무라이들을 동원하세요. 그럼 우리도 돕겠습니다.”

“혼슈의 절반을 드리는 조건으로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처리해주기로 계약하지 않았습니까?”

“계약서에 일본을 돕는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계약서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모두 잡는다는 내용만 있지, 일본인과 관련된 내용을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2주일이나 호텔에만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

“우리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세요. 그럼 되잖습니까?”

“뭐라고요?”

“우리가 마음에 안 들면 박지홍에게 매달리면 될 것 아닙니까.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말하세요. 원하는 대로 해드릴 테니.”

이틀 전 다윗 공대 책임자로 날아온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과 얼굴을 맞댄 호소카와 총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마음 같아선 필요 없으니 당장 돌아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윗 공대마저 사라지면 혼슈를 찾을 길이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나마 일본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 도쿄 도를 지키고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모두 때려잡을 수만 있다면 내일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맨땅이나 다름없는 좁은 홋카이도에서 새로 시작해 예전의 찬란했던 일본을 다시 일으킨다는 건 꿈같은 소리였다.

다윗 공대가 무슨 의도로 뭉그적거리며 호텔에만 머무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의 오른팔인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이 도쿄로 날아오자 변화가 있을 거란 생각에 호소카와 총리가 사정사정해 간신히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고, 다윗 공대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님의 다윗 공대만이 일본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호소카와 총리가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에게 앞에 무릎을 꿇고 하인처럼 엎드려 빌었다.

“제 무례를 용서해주시고 한 번만 일본을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내가 언제 무릎 꿇고 빌라고 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 위대한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님과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님께 도움을 간청하는 겁니다.”

“하하하하~ 그렇다면야... 그러나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일본과 아베 회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도울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일본 문제지 우리 문제입니까? 당사자가 죽을 각오로 덤벼야 도와주러 온 사람도 도울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할 책임자가 뒤에 숨어 힘없는 국민만 동원하는데, 도와주러 온 사람이 도울 마음이 생기겠냐는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확답을 받아오세요.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그럼 우리도 일본을 도울 겁니다. 알겠습니까?”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의 말은 모두 옳은 소리였다. 자기 집에 생긴 일을 집주인이 처리하고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나 혼슈의 절반을 받기로 계약하고 온 다윗 공대가 호텔에 머물며 관광 온 것처럼 휴식을 취한 것도 옳은 행동은 아니었다.

다윗 공대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만 사냥하러 온 게 아니다. 일본의 위기를 구하는 대가로 혼슈의 절반을 받기로 하고 온 것이었다.

일본인을 구하라는 내용이 계약서에 없다고 해도 일본이 위기를 벗어나고자 혼슈의 절반을 내놓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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