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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31화 (431/505)

00431  사라진 도쿄  =========================================================================

431.

하람이 기타큐슈에 머물며 주기적으로 힘을 개방하면 놈들도 어쩔 수 없이 방향을 시코쿠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고 강대한 적을 만만하게 본다는 뜻은 아니었다. 인간의 강함을 느끼진 못해도 같은 레드몬이 풍기는 강함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도 확실하게 인식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잠시 시간을 버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시코쿠까지 모두 먹어치우면 놈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간몬 해협을 건널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영리하면 개체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만, 방사능의 영향인지 지능이 매우 낮아 그럴 능력이 없었다.

제어할 능력이 없는 놈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새끼를 끊임없이 낳아 수를 불릴 것이고, 종국엔 일본 열도 전체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로 가득 차게 될 것이었다.

“사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고어 부통령이 물고 늘어질 것이네.”

“기타큐슈에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넘어오려 하면 야마구치 현을 정리하면 됩니다.”

“사위가 기타큐슈에 계속 붙어있을 순 없잖은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자리를 비워도 놈들을 막아줄 든든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었나?”

“서하람이라고 작년 12월부터 함께한 친구입니다.”

“사위가 칭찬할 정도면 실력이 대단하겠군?”

“저랑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란 말인가?”

“네.”

“그런 뛰어난 친구를 어디서 구했나?”

“북한 출신으로 회령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사위의 인복이 넘쳐나는군. 아주 잘됐네. 잘됐어. 하하하하~”

“대한민국은 정말 복 받은 나라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를 두 명이나 보유하다니. 살짝 질투가 나지만 동생이 잘 되면 이 형도 콩고물이 떨어지니 마음이 한없이 기쁘군. 하하하하~”

“축하해요!”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 축하하자 엘리자베스 여왕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혈압이 상승하며, 호흡이 가쁜 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다.

‘이러면서 진정한 파트너가 되자고? 어처구니가 없네. 그리고 내가 영국 사람이야? 백작 작위는 왜 주는데? 자기 신하로 삼아 부려 먹겠다는 거야?’

“최상급 피지컬리스트가 두 명이나 있는 만큼 기타큐슈가 변종 방사능 레드몬에 떨어질 염려는 없겠군.”

“C급 엘리트 레드몬은 혼자서 수백 마리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책임감도 투철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로 맡겨놓으면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아주 좋은 친구를 사귀었군.”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네. 놈들도 써커처럼 날개를 달 수도 있어. 그럼 기타큐슈를 우회해 규슈 전체를 노릴 수도 있고, 지난번 요코와 쇼타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가려 할 수도 있네.”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C급 엘리트 레드몬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린 것으로 예상했던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는 단 1개월 만에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했다.

절반도 아니고 6분의 1로 기간을 단축한 건 상식적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건 위기가 찾아오자 또다시 진화했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만약 놈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진화를 거듭한다면 써커처럼 날개가 생길 수도 있고, 어류처럼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생겨 섬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놈들이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 사위처럼 미국도 그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있네. 그러니 어설픈 제안을 하진 않을 것이네.”

“일본과 중국이 끼지 않으면 저도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고어 부통령에게 미리 언질을 주는 게 어떻겠나?”

“그래 주시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알았네. 바로 연락하겠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은 일본 문제로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고어 부통령에게 내 뜻을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나 역시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고, 나보다 더 껄끄러운 장인어른이 나서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선뜻 응했다.

회의가 끝나자 최대한 빨리 백작 작위를 받으러 오라는 말을 남기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국으로 돌아갔다.

여왕이 떠나자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을 모시고 우리 전용기로 들어가 못다 한 대화를 마저 나누었다.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는 여왕도 아는 내용으로 얘기해도 상관없었고, 하람은 수면 위로 끌어올릴 시기가 돼 소문을 내달라는 의미로 알려줬다.

또한, 우리 전력이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님을 보여줘 로스차일드와 저울질하지 말 것을 무언으로 압박했다.

보안이 확실한 전용기로 들어가 미국이 대만으로 가는 중국 화물선을 막지 않아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을 알려줬다.

또한, 중국 모기 레드몬 연구소와 배양 시설을 파괴한 일, 중국이 부산에 변종 모기 레드몬을 화물선으로 보낸 걸 막은 일, 요코와 쇼타가 써커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들어간 일까지 자세하게 말했다.

매우 심각한 일을 연속으로 전해주자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의 표정이 딱딱하다 못해 창백하게 변했다.

“모기 레드몬을 무기화한 중국 연구소와 배양 시설을 파괴한 건 정말 잘한 일이네. 그대로 놔뒀다면 전 세계가 위험했을 것이네.”

“제가 공격받기 싫어 그리한 것이지, 인류를 구하자고 한 일은 아닙니다.”

“어찌 됐든 큰일을 한 것은 사실이네.”

“맞습니다. 동생이 정말 대단한 일을 했습니다. 연구소와 배양 시설을 뒀다면 전 세계가 모기 레드몬에 점령당해 멸망했을 겁니다.”

“중국 유방 주석이 호전적인 인물인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독한 국수주의자라는 건 알았지만, 앞뒤 분간도 못하고 미처 날뛰는 망종인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중국은 사위가 처리해 한시름 났지만, 미국 국방성과 로스차일드 가문이 가진 모기 레드몬까지 모두 없애야 안심할 수 있는데, 어디에 숨겨놓고 연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큰일이군요.”

미국과 로스차일드 가문이 중국처럼 막무가내로 변종 모기 레드몬을 살포하진 않겠지만, 순수한 연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만큼 안심할 순 없었다.

특히 로스차일드 가문이 키메라와 변종 모기 레드몬을 함께 사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마음이 더욱 불안했다.

당장 키메라Ⅱ와 키메라Ⅲ에 변종 모기 레드몬을 주입하면 전투력이 2배로 급증했고, 개발 중인 키메라Ⅳ와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생체병기가 나올 수 있었다.

“이건 지난해 3월 영국 방문 당시 여왕이 준 로스차일드 관련 극비문서입니다. 그동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두 분께 보여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사위 얘기만 들어도 정신없이 뛰어다닌 게 눈에 선한데, 뉴욕과 모스크바까지 와서 이걸 보여주러 올 시간이 있을 수가 없지.”

“맞습니다. 정화에, 원정에, 상급 레드몬 사냥에, 모기 레드몬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겁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은 옐친 대통령과 내가 각각 확인한 후 사실인지 알려주겠네.”

“알겠습니다.”

“동생!”

“예?”

“미안한데, 신기전은 언제쯤 공급해줄 수 있나? 모기 레드몬만 생각하면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네.”

“생산 시설이 부족해 당장은 공급이 어렵습니다. 아직 국내도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시설을 확충하고 있어 늦어도 올 6월엔 주문하신 수량 중 일부를 공급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힘들겠지만, 서둘러 주게. 신기전만 있어도 마음이 놓일 것 같네.”

“신기전은 블러디 나이트를 보조하는 무기일 뿐 생각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물건이 아닙니다.”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는데, 갑자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가?”

“과신하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자네나 멀쩡한 무기 폄하하지 말게. 그건 신기전을 개발한 조진호 박사와 연구원들을 깎아내리는 것이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저도 노력할 테니 신기전용 BMP-3 장갑차나 차질 없이 공급해 주십시오.”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에 시설 확충 중이네. 올 3월이면 공사가 끝나네. 동생이 원하는 만큼 뽑아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보강된 자체는 러시아에서 생산했고, 레드몬 탐지·추적 레이더와 6배럴 개틀링 기관포, 산성 용액이 든 엘리트 레드몬용 특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미래 엔지니어링에서 생산했다.

중급 레드몬까지 상대할 일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중소기업 중 금속 정밀가공업체 다섯 곳을 선정해 기술을 이전하고, 사업자금을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모두 나진시로 공장을 이전했다.

“중국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키메라도 큰 위협이고요. 두 분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내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사위는 걱정하지 말게.”

“동생! 러시아가 예전만은 못해도, 아직 쓸만한 게 많이 남아 있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하게. 내 마누라와 핵무기 빼고 다 내주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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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고어 부통령이 한숙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고, 이튿날 아침 일찍 나진시로 찾아왔다.

회담은 한숙이 주재하고 나와 소연, 상아는 평소처럼 상대의 말 속에 담긴 진위와 진실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토벌 대가로 나고야까지 회장님께 양도하고, 나머지는 일본이 사용하도록 배려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그런 얘기하실 거면 그만 돌아가세요.”

“흥분하지 마십시오. 회의 전 사담으로 여쭤본 겁니다.”

“사담이든 진담이든 그런 얘기하실 거면 그만 일어나죠. 록펠러 회장님이 일본과 관련된 제안은 하지 말라고 전하신 것으로 아는데, 저희 남편과 록펠러 회장님 두 분을 동시에 모욕하는 건가요?”

“아.아.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여쭤본 게 아닙니다.”

“심히 불쾌하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숙이 꼬투리를 잡고 강하게 밀어붙이자 놀란 고어 부통령이 쩔쩔맸다. 고어 부통령은 회의 시작 전 우리 의향을 떠보기 위해 슬쩍 물어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테이블에 앉는 순간 회의는 이미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다.

“한 번만 더 일본과 중국 이름을 거론하면 그것으로 회의를 종료하고 다시는 회의에 응하지 않겠어요.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무슨 제안을 하러 나진시까지 오신 건가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처리에 대해 찾아뵙고 상의드릴 일이 있다고 전화로 말씀드렸습니다.”

“그건 다 아는 내용이니 서론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시겠지만, 저희 남편은 지루한 건 딱 질색이세요.”

“하암~”

한숙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했다. 회의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예의에 매우 어긋나는 짓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우리를 기망한 이상 우리도 예의를 차릴 이유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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