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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30화 (4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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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사라진 도쿄

결혼식 다음 날 저녁 록펠러 회장, 옐친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사돈이 됐으니 나만 따돌리면 안 됩니다.”

“따돌리다니요? 그런 적 없었습니다.”

“세 분이 자주 만난 걸 모를 줄 아세요?”

“크험~”

“그동안 서운한 게 있었다면 이제 잊고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함께 세상을 열어가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진정한 동반자가 되자고 말만 하면 되는 건가? 신뢰를 구축할 행동이 뒤따라야 진정한 동반자가 되는 거지.’

여왕의 뜬금없는 말에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띠며 억지로 알았다는 말을 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여왕이 푸념을 늘어놨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 MI6을 보유한 여왕이 나와 록펠러 회장, 옐친 대통령이 삼각 동맹을 맺고 자주 어울리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이런 사실은 로스차일드 가문도 알고, 미국도 알고, 중국도 아는 일로, 많은 정보기관에서 우리가 삼각 동맹을 맺고 긴밀하게 협조하는 걸 알았다.

일각에선 삼각 동맹을 아주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했고, 일각에선 대수롭지 않은 관계로 받아들였다.

위협으로 생각하는 부류는 기득권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류는 권력과 돈을 쫓아 이합집산하는 건 아주 흔한 일로 삼각 동맹이 특별한 모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생! 다시 한 번 결혼을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동생처럼 꽃 같은 미녀들과 멋지게 살아보는 건데. 생각할수록 안타깝군.”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런 소리 말게. 밖에 있는 마누라가 들으면 경을 칠 소리네. 나는 돼지 같은 마누라 달랑 한 명인데도, 이렇게 절절매며 사는데, 동생은 천사보다 아름다운 아내가 12명이나 되는데, 잡음 하나 없으니 정말 대단하네.”

“누구나 말 못할 속사정이 있습니다.”

“그 말 못할 속사정을 나도 겪어보면 원이 없겠네.”

“하하하하~”

옐친 대통령의 사심이 듬뿍 담긴 농담에 큰 소리로 웃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싶어 했다.

이는 세상 모든 남성의 꿈으로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바라는 일이었다. 그러나 가져본 사람은 생각이 달랐다.

꿈을 이뤄본 사람은 그 꿈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복에 겨워 미쳤다며 돌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오신 것만 해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선물이 변변치 않네. 이해해주게.”

“아닙니다. 아내들이 정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음에 쏙 들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옐친 대통령이 준비한 결혼 선물은 20캐럿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아내들에게 모두 하나씩 선물했고, 내게도 핑크 다이아몬드 24개가 박힌 시계를 선물했다.

핑크 다이아몬드는 호주의 아가일 광산에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으로, 소더비경매장에서 59.6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915억 3,108만 원에 팔렸다.

10년 안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할 만큼 매장량이 얼마 안 되는 희귀한 보석으로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려운 보석이었다.

아름다운 보석에 아내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고, 덕분에 결혼반지는 초라한 선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도안하고, 만든 백금 하트 반지를 한 명도 손에서 빼지 않고 소중하게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버릴 만큼 허접하지는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내들에게 결혼선물로 무엇을 해주면 좋아할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물질적인 건 결혼식 선물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가질 수 있어 평생 잊히지 않을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직접 도안하고, 만든 결혼반지였다. 반지를 도안해본 적도, 만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책을 뒤지고 자문하고,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백금 하트 반지 12개를 만들었다.

아내들 모르게 숨어서 만드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었는지 손에 끼워주자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함께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그래도 수시로 반지를 쓰다듬고 바라보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길거리에 파는 14k 금반지거나, 은반지라도 아내들은 좋아했을 것이다. 아내들에게 결혼반지는 의미가 중요한 것이었지, 값어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혼 선물은 옐친 대통령만 준 건 아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각국 정상들도 선물을 보내왔고, 여왕도 세습 백작 작위와 함께 커다란 성을 주었다.

수천억 원은 족히 나갈 고풍스러운 성은 호수와 작지만 주변 땅까지 포함하고 있어, 여왕이 많은 고심 끝에 준비한 선물임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선물 중에 단연 으뜸은 록펠러 회장이 건네준 작은 봉투였다. 봉투 안에는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지분 3%가 들어 있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이자 달러를 발행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의 지주회사나 마찬가지로 3%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값어치는 실로 막대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지분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국에 엄청난 발언권을 가졌다는 것과 같았다.

존 록펠러 회장이 지분을 준 건 제니퍼의 몫을 미리 떼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제니퍼가 아닌 내 명의로 준건 나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였다.

“너무 과분한 선물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맡겼으니 그 정도는 줘야지.”

“감사합니다.”

“이제 내 마음을 보여줬으니 나를 의심하면 안 되네.”

“알겠습니다.”

FRB는 미국 정부에 예속된 은행이 아닌 개인 사설 은행으로, 미국은 FRB로부터 돈을 빌려 쓰는 세계 최대 채무국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앤드루 잭슨,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등 많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는 거대 금융 자본조직에 맞서 싸웠다.

이들은 항상 암살의 위협에 시달렸고, 대부분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 이들이 미국의 통화발행권을 사설 은행이 갖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몇몇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국제금융조직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마침내 1913년에 연방준비지급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며 미국의 화폐발행권을 갖게 됐다.

1981년에 1조 달러였던 빚은 17년만인 1997년 6조 달러에 육박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미국 정부와 대통령은 FRB의 눈치를 살피는 존재로 전락했다.

“수일 내로 미국이 혼슈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네.”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까?”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무서운 속도로 번식 중이네. 조만간 엘리트 레드몬이 무리 지어 다니게 됐으니 도망가야지 어쩔 수 있겠나.”

“기후 현으로 달아난 지 아직 두 달도 안 됐습니다. 그사이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했단 말입니까?”

“한 달 만에 C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했네.”

“어미가 나타난 게 9월 25일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에 밀려 기후 현으로 숨어든 게 11월 20일이고요. 그동안 새끼들은 중급 레드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엘리트 레드몬까지 성장했다는 말입니까?”

“미국 정부도 사위처럼 5~6개월은 걸린다고 생각했네. 그 안에 중국과 일본을 설득해 놈들을 처리하면 된다고 판단해 서두르지 않았네.”

미국 정부가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걸 알게 된 건 일주일 전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숫자가 500마리 넘게 불어난 상태였다. 문제는 파악한 게 500마리라는 것이었지,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게 확실했다.

또한, 빠르게 자라나는 새끼들까지 생각하면 순식간에 수천 마리로 불어날 게 확실했다.

“중국과 일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직 모르고 있네.”

“둘 다 혼슈에 묻을 생각이군요?”

“중국은 한 짓이 있어 그리하겠지. 그러나 일본은 아직 포기할 수 없어 미국이 차지한 홋카이도 남쪽에 자리를 마련해줄 계획이네.”

“어지간히 일본을 좋아하는군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방패막이로 쓰려는 심산이지.”

“같은 뜻 아닙니까?”

“그렇지 않네. 살아도 산 게 아니지. 죽을 때까지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네. 차라리 일찍 죽는 게 치욕을 면하는 길이네.”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이용할지 알 순 없지만, 장인어른이 일찍 죽는 게 낫다고 할 정도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까지 몽땅 빼먹을 생각인 것 같았다.

“5,000만 명이 넘는 주민을 홋카이도로 나르려면 시간이 촉박하겠군요?”

“아베 마사히코, 호소카와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과 기업인, 사무라이, 도시 재건에 필요한 기술자부터 실어 나르고, 나머지는 시코쿠의 도쿠시마 현으로 일단 피신시킨 후 차례로 옮길 계획이네.”

“혼슈는 완전히 포기하는 겁니까?”

“아직은 아니지.”

“어쩔 생각입니까?”

“모레 고어 부통령이 나진시로 올 걸세.”

“포베로미스 처리해 달라는 부탁입니까?”

“그렇지.”

“일본과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사이입니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일본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돕지 않을 겁니다.”

“그건 클린턴 대통령도 알고 있네.”

“그걸 알면서도 또다시 일본을 도우라고 하면 미국과 맺은 계약도 모두 파기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제안을 할 테니 일단 들어나 보게. 그리고 미국 제안을 도쿄와 나고야가 무사할 때 받아들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흐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말씀은 일본이 망한 후 미국 제안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이었다. 도쿄와 나고야가 사라지고, 일본 정부와 주민이 홋카이도로 옮겨가면 혼슈는 무주공산이 된다.

그렇다면 차후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잡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제안을 할지 정확히 알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실 순 없었다.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를 모두 제거하고 일본과 반으로 나누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제안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본에 이익이 되는 일은 티끌만 한 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혼슈는 일본 땅이 아니었다. 놈들이 죽은 자리는 풀조차 나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차지해봐야 쓸모없는 황무지에 불과했다.

그런 땅을 탐낼 나라도, 기업도, 단체도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그때 주워담아도 그만이었다.

일본이 자기들 땅이라며 길길이 날뛰겠지만, 남의 땅에 얹혀사는 나라 없는 족속들의 말을 들어줄 나라는 세상에 없었다.

문제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가 혼슈를 모두 집어삼키면 규슈와 시코쿠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놈들의 엄청난 번식 속도를 고려하면 혼슈를 차지하는데, 길게 잡아도 1년이면 충분했다.

1년 후엔 늘어나는 수를 감당 못 해 먹이가 모자랄 게 분명했고, 결국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었다.

그럼 바로 눈앞에 보이는 규슈와 시코쿠가 놈들의 1차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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