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7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427.
막후에서 광시좡족 자치구와 광둥 성을 완벽히 지배한 요코는 청두 군구와 란저우 군구가 빠져나가자 돈과 무기를 최대한 지원해 소수민족들이 언제든 독립을 선포할 수 있게 준비시켰다.
또한, 낙향해 빈둥거리며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던 전임 성장과 공산당 서기들을 대거 숙주로 삼아 지방 호족들을 들쑤셨다.
안 그래도 유방 주석의 독단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고 있던 젊은 호족들은 노회한 정치원로들의 적극적인 부추김에 마음이 휩쓸렸다.
요코는 성마다 최소 10명 이상의 원로정치인들을 숙주로 삼아 거미줄처럼 연계해 겉에서 보기엔 엄청난 세력이 결집한 것처럼 꾸몄다.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원로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지지하며 군자금과 무기를 내놓자 혈기 왕성한 젊은 호족들이 집안 어른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성마다 불만이 많고 혈기왕성한 젊은 호족 3~4명을 미리 선정해 집중공략하며, 이들에게 자치권이 아닌 독립 국가를 약속했다.
중국은 분열과 통일을 반복한 국가로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심하고, 문화가 차이가 심해 타지 사람을 배척하는 경향이 유독 강했다.
이를 파고든 요코의 전략은 큰 성과를 이루며, 중앙 정부가 혼슈와 대만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그는 순간 일제히 독립을 외치며 중국을 산산이 토막 낼 준비를 마쳤다.
“왜 동쪽 해안도시는 그냥 두는 거야? 거기도 독립을 부추겨야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이 어디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는 게 자랑이야?”
“모를 수도 있잖아.”
“하아~ 광둥 성, 장쑤 성, 저장 성이야. 우리가 차지한 광둥 성은 말 안 해도 알 것이고, 장쑤 성과 저장 성 중간엔 상하이가 있어. 상하이 주변에 항저우, 쑤저우, 창저우, 낭보 시가 있고, 그 아래 타이저우와 원저우 시가 있어. 북경과 톈진을 빼면 가장 부유한 도시들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런 바보~ 아쉬울 게 없는데 왜 반란을 일으켜?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잖아.”
“사람이 밥만 먹고 사나? 왕이 될 꿈도 꿔야지.”
“꿈같은 소리 하고 있네. 대부분은 부자가 꿈이지, 왕이 되려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어.”
“돈이 많으면 권력을 탐하잖아. 그런 사람을 왕이 되라고 부추기면 되잖아.”
“오랜만에 좋은 소리하네. 그러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야. 가진 게 많은 놈들은 생각도 많고, 배신도 잘해.”
“호족들도 가진 게 많잖아.”
“지방 호족들이 가진 재산은 주로 논과 밭이야. 그것도 공산주의로 변하며 예전만큼 많지도 않고, 시골 깡촌이라 돈도 얼마 안 돼. 다 팔아봐야 상하이에 아파트 몇 채 사면 끝나. 그 때문에 불만이 팽배한 거야. 내륙과 해안의 경제력 차이 때문에. 그리고 호족은 가문으로 움직이고, 폐쇄적이라 쉽게 배신하지 않아. 무엇보다 우리가 감시하기 편해 배신할 조짐이 보이면 싹 쓸어버리면 돼. 하지만 도시에 처박힌 놈들은 찾기도 어렵고, 중앙 정부와 연결할 고리도 많아 감시도 힘들어.”
“그럼 동북 삼성과 허베이 성, 산둥 성, 저장 성, 장쑤 성, 푸젠 성은 버리는 거야?”
“여기저기서 독립을 외치면 그쪽은 알아서 움직이게 돼 있어. 그러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정말?”
“우리도 모든 걸 다 관여할 필요는 없어. 사람은 욕심 덩어리야. 부자도, 가난한 자도, 배움이 많은 자도, 배움이 적은 자도 모두 욕심쟁이야. 크기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가슴속엔 욕심이 가득 차 있어. 우리는 그들이 욕심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면 되는 거야. 그럼 알아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게 돼 있어.”
“외국에서 달려들면 일을 망칠 수도 있잖아.”
“야이 바보야~ 망치는 게 아니라 혼란이 더욱 가중되지. 생각 좀 해봐. 놈들이 뜯어 먹겠다고 달려들면 첫 번째 뭘 하겠어?”
“글쎄?”
“독립을 선언한 소수민족을 끌어안거나 한 지역을 차지한 호족과 연계하겠지. 그래야 자기들 멋대로 조종할 수 있잖아.”
“아아~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외국 놈들이 중국 정부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독립을 선언한 세력의 편을 든다는 거지?”
“그래 이 바보야.”
“내가 왜 바보야?”
“그런 간단한 것도 모르는데, 그게 정상이야? 내가 너랑 얘기할 때마다 수명이 10년씩 줄어들어. 아오~ 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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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 15일
변종 2호 모기 레드몬의 공격에 타이베이를 뺀 전 도시가 불바다가 변했던 대만은 미국의 지원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미군은 AH-64 아파치 헬기(Apache Helicopter)와 A10 공격기 선더볼트(Thunderbolt)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모기 레드몬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 동물, 레드몬은 빼놓지 않고 공격했다.
또한, 도시와 숲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 오폭 사고가 자주 일어나며 민간인 피해가 엄청났지만, 대만 정부는 한숨 돌린 것으로도 감지덕지했다.
“대만은 미국이 중국 화물선을 방치해 이 같은 피해를 당하게 된 것을 상상이나 할까?”
“당연히 모르죠. 그걸 아는 건 우리와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니까요.”
“내가 알려줄까?”
“안 그래도 그 일로 클린턴 대통령이 한숙 언니에게 온갖 핑계를 다 대며 함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맨입으로?”
“녹음해놨으니 차후에 요긴하게 써먹으면 되죠.”
“그건 그거고 한숙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거지 나에게 한 건 아니니까, 나는 말해도 되잖아. 그렇지?”
“그러면 앞으로 오빠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해야겠네요?”
“상아야! 오빠 우는 거 보고 싶어?”
“히히히히~ 저도 농담이었어요.”
“큭!”
대만은 미국의 방치로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봤다는 것도 모른 채 헬기와 공격기를 동원해 변종 모기 레드몬을 잡아준 미국을 예전처럼 다시 은인으로 생각하며 고마워했다.
그 모습을 보자 한국전쟁이 생각났다. 자기들 멋대로 대한민국에 38선을 긋고 남북으로 갈라놓은 나라가 미국이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수십 년간 미국이 북한군과 중공군을 몰아내 남한을 지켜줬다고 배웠고, 미국은 은인이라 생각했다.
6·25 전쟁에서 미군이 우리를 도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순수하게 우리를 도운 것이 아니라 냉전이데올로기와 한반도를 모두 잃게 되면 일본만으론 동아시아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계산에서 도운 것이었다.
일본은 섬나라로 태평양을 완벽히 방어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남한을 지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백범(白凡) 김구 선생이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안일을 위하여 구차하게 단독정부 수립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분단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대만의 모습이 예전 우리 모습하고 똑같네.”
“그러게요. 정말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
“원수를 은인으로 알고 살다니... 씁쓸하다.”
“그래서 사람은 깨어있어야 해요. 무지하면 무지한 만큼 이용당하니까요.”
“모르고서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알면서도 콩고물에 눈이 멀어 동조하는 놈들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지.”
“그런 놈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과거에도 있고, 현재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예요. 그걸 막는 길은 국민이 깨어있는 길밖에 없어요.”
“그게 어디 쉬워?”
“쉽지 않죠. 그래서 매국노가 계속 나오는 거잖아요.”
상아의 말이 옳았다. 국민이 깨어있으면 위정자들이 함부로 국정을 농단할 수 없지만, 국민이 정치에서 멀어지면 혈세를 자기 돈처럼 사용하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관변단체에 퍼주는 등 국정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깨어있는 시민의식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자료를 찾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로 먹고살기도 바쁜 현대인에겐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옳고 그름 만이도 알고자 노력한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무지는 알려 노력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었다.
“오빠! 찾았어요.”
“어디야?”
“산시 성 옌안 시요.”
상아와 마샤의 몽실몽실한 가슴과 부드러운 엉덩이를 더듬으며 폐허가 된 사오슝 시와 타이난 시를 TV를 통해 바라봤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던 활기찬 도시가 폐허가 된 모습을 침통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자 아영이 침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황준지우 박사의 가족 소식을 전했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낼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황준지우 박사님이 죽었다고 생각해 일단 내륙인 옌안 시로 끌고 간 것 같아요.”
“죽었으면 내버려둬야지 왜 산시 성까지 데려가?”
“모기 레드몬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을까 봐 그렇겠죠. 그리고 박사님이 살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안가로 끌고 가 감시하겠죠.”
장자커우와 청더 시의 모기 레드몬 연구소와 배양시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부산으로 보낸 화물선까지 사라졌지만, 중국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럴 뿐 장칭리 국가 부주석과 장윈촨 국가안전부 부장이 수시로 중난하이의 주석 집무실을 들락거리며 불난 호떡집처럼 분주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중국이 가장 의심하는 건 나였다. 장자커우와 청더 시만 사라졌어도 의심이 반으로 줄어들었겠지만, 부산으로 보낸 화물선도 사라지며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유방 주석과 장칭리 부주석, 장윈촨 부장 등 극소수만 입에 올리는 내용으로 모기 레드몬은 중국에서도 몇몇만 아는 극비 사항으로 외부에 절대 알려져선 안 될 비밀이었다.
모기 레드몬은 중국의 비밀병기였지만, 감출 수밖에 없는 치부로 이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비난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의 공적이 돼 작게는 경제제재, 크게는 전쟁으로 쑥대밭이 될 수도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다량 보유해 미국과 러시아도 함부로 할 수 없지만, 미국이 마음먹고 달려들면 중국은 핵무기를 발사하지도 못한 채 쑥대밭이 될 수 있었다.
중국이 밖에선 큰 목소리를 내지만, 막상 미국과 만나면 고분고분해지는 건 치고받고 싸울 수준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유방 주석은 동아시아를 중국의 품으로 가져다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생체병기가 모두 사라지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을 대비해 허난 성 저우커우 시에 제3 연구소를 건설했지만, 모기 레드몬 샘플을 가져오기 직전 장자커우와 청더 연구소가 사라지며 있으나 마나 한 시설이 되고 말았다.
유방 주석은 모기 레드몬이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자 대안 찾기에 골몰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죄 없는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내몽고로 돌아가면 거리가 2,100km에요. 150km 속도면 14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좁은 좌석에 앉아 14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총 28시간 걸리겠네요. 날씨가 안 좋으면 30시간이 넘을 수도 있고요.”
“아영아!”
“네?”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궁금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물어보세요. 저는 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 알려드릴 수 있어요. 호호호호~”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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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