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4 불씨 제거 =========================================================================
424.
집에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후쿠오카 시로 날아갔다. 대마도로 날아가 헬기로 이동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활주로 길이가 2km밖에 안 돼 대형 항공기인 A300-300은 내릴 수 없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다시 헬기를 타고 중국 화물선을 향해가자 빙 돌아간다는 생각에 시간이 한없이 빠르게 느껴졌다.
“소연아! 콩코드 여객기는 언제 오는 거야?”
“빨라야 내년 이맘때. 늦으면 내후년 중순 정도 도착할 거야.”
“비행기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네.”
“있어도 대마도는 못 가.”
“왜?”
“A300보다 훨씬 빠른 만큼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하잖아. 대마도 공항에 내리려다간 바다에 풍덩 빠질 거야.”
“젠장!”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어. 그리고 시간도 충분해. 조급해할 거 없어.”
소연의 말처럼 시간은 충분했다. 돌아간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서 그렇지, 화물선이 부산에 도착하려면 빨라도 12시간은 더 걸렸다.
목표로 하는 중국 화물선을 찾은 건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135km 떨어진 대한민국 영해였다.
서인의 침묵 스킬로 소리를 없앤 MI-26 헤일로 수송헬기가 화물선에 바짝 접근하며 지나가자 하람과 함께 재빨리 뛰어내렸다.
화물선은 광물을 나르는 핸디사이즈 벌크선(Handy size Bulk Carrier)으로 크기는 대략 30,000ton 정도였다.
“뿌우우우웅~~~ 뿌우우우웅~~~ 뿌우우우웅~~~”
소리 없이 다가온 대형 헬기가 스치듯 낮게 지나가자 항해사가 많이 놀랐는지, 아니면 화가 아주 많이 났는지 경적을 연달아 울려댔다.
그러나 우리가 배에 뛰어내린 건 발견하지 못했는지, 밖에 나와 보는 선원이 아무도 없었다.
헬기가 벌크선을 지나가는 순간 조타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선수에 뛰어내렸다. 배 중간에 잔뜩 쌓인 화물로 인해 사람이 조타실에선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재빨리 바닥을 굴러 충격을 분산하고 화물을 덮은 덮게 안으로 들어가 기감으로 배를 샅샅이 훑었다.
조타실에 3명, 바로 아래 식당에 7명, 기관실에 5명, 침실에 10명 그리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2명까지 27명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같은데.”
“왜?”
“인원이 너무 적어. 모기 레드몬을 살포하고, 안전하게 부산까지 옮기려면 평소보다 인원이 많아야 하는데 거의 정원이야. 인원이 적으면 총기를 소지한 군인이라도 타고 있어야 하는데, 총기를 소지한 인원도 없어.”
“사람이 없어도 냉동 상자를 위성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했잖아. 사람 말고 화물을 집중적으로 살펴봐.”
“알았어.”
하람의 말처럼 사람이 없어도 알을 부화할 수 있었다. 황준지우 박사의 말에 따르면 냉동 상자엔 인공위성에서 조종할 수 있는 고성능 무선 장치가 있어 사람이 없어도 모기 레드몬을 부화할 수 있었다.
혼슈에 떨어뜨린 변종 모기 레드몬 300만 마리도 비행기로 떨어뜨린 후 원격조종으로 뚜껑을 열고 부화했다고 했다.
광물 더미를 기감으로 일일이 살핀 후 배 안으로 들어가 화물을 적재할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냉동 상자에 보관된 모기 레드몬 알 100만 마리를 적재하려면 컨테이너 2~3개 크기는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 배에만 모기 레드몬을 실었다는 보장은 없었다. 다른 배에서 나눠 실을 수 있어 커다란 상자가 들어갈 공간은 모두 찾아야했다.
다행히 철문만 열어주면 기감으로 상자를 찾을 수 있어 수색은 빠르게 진행됐다. 만약 발품을 팔며 미로처럼 좁은 배 안을 다 뒤져야 했다면 몇 시간은 걸릴 일이었다.
군함과 비교하면 화물선은 구조가 단순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뱃사람들 얘기였고, 배에 관해 일자무식인 우리에겐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미궁이나 다름없었다.
“찾았다.”
“어디 있어?”
“선장실과 조타실에 있어.”
선장실과 조타실에 모기 레드몬 알이 든 냉동 상자가 있다는 건 선장과 항해사는 이번 일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은밀히 상자를 찾은 건 모기 레드몬의 알이 없으면 죄 없는 사람을 잡게 될 수도 있어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물증을 잡은 만큼 조용히 처리할 이유가 없었다. 먼저 선장실로 들어가 알을 확인한 다음 조타실로 올라가 선장과 항해사를 살기를 투사해 잡았다.
선실과 식당, 기관실에 있던 선원들도 모두 살기를 투사를 기절시킨 후 선장과 항해사만 정화수를 먹여 깨웠다.
“몇 개나 실었는지 확인해봐.”
“알았어.”
하람이 살기의 여파로 덜덜 떠는 선장과 항해사를 한 명씩 따로따로 끌고 가 모기 레드몬 알을 몇 개나 실었는지, 무슨 용도로 실었는지, 어디에 풀어놓으려 했는지 알아냈다.
둘 다 팔다리가 심하게 뒤틀리고 꺾인 것으로 보아 입을 열지 않고 반항한 것 같았다.
이것만 봐도 놈들이 평범한 선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들도 살기 몇 방이면 소속과 마누라 팬티 색깔까지 모두 토설했다.
거친 파도를 수도 없이 이겨냈다고 해도, 스파이들도 이겨낼 수 없는 공포를 뱃사람이 이겨낼 순 없었다.
더구나 팔다리가 비틀어지고 꺾이면서도 한동안 토설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이 고도로 훈련된 군인이거나, 정보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총 50만 개의 알을 이 배에 실었어. 기관실과 유류 저장고, 식품 창고 등에 나눠서 숨겨놨고.”
“부산이 목표야?”
“응.”
“이놈의 새끼가 혼슈에서 재미 좀 보더니 마구잡이로 푸네.”
유방 주석은 혼슈에서 보여준 변종 모기 레드몬의 탁월한 효과에 매료돼 한반도에도 모기 레드몬을 사용하려 했다.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은 치안이 안정돼 혼슈처럼 인민해방군을 파병해 땅을 집어삼킬 수는 없지만, 혼란을 일으켜 국력을 소모할 순 있었다.
그렇게 모기 레드몬을 몇 번 뿌려주면 국력이 약한 대한민국은 얼마 못 가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자국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압록강을 너머로 군대를 밀어 넣어 한반도를 몽땅 집어삼킬 계획이었다.
우리가 손 놓고 있지는 않아 3~4번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걸려도 중국은 손해 볼 게 없었다.
모기 레드몬을 만드는 건 총알보다 조금 돈이 더 드는 수준으로 보관비와 운반비가 좀 많이 들었지만, 전쟁과 비교하면 아이들 푼돈 수준이었다.
놈들은 우리가 지칠 때까지 모기 레드몬을 풀어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 한반도를 먹어치워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자커우를 갈 때만 해도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망설였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왜?”
“죽여야 할 사람은 죽여야 하니까. 그래야 살 사람이 살지.”
“철학자 다 됐네.”
“그래 봐야 개똥철학이야.”
“이 세상 사람은 다 개똥철학자야. 너만 그런 거 아니니까 자책할 거 없어.”
“그럼 다행이고.”
“감상은 다음에 하고 나 먼저 올라갈 테니까, 화염 폭풍으로 모조리 태우고 최대한 높이 뛰어올라. 채찍으로 잡아줄 테니까.”
“알았어.”
벌크선을 재로 만들어 바다에 뿌린 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 같아선 증거를 들이밀며 중국을 압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일개 개인이 그런다고 유방이 눈 하나 깜짝할 놈도 아니었고, 나 대신 나설 우리 정부도 아니었다.
나선다고 해도 힘없는 대한민국이 중국 눈치만 볼 게 뻔했고, 내가 가짜 증거를 만들어 중국을 음해했다고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미국도 엄포만 놓지 무력을 투사하지 않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럴 땐 뒤에서 살살 괴롭히며 나와는 무관한 일인 척 행동하는 게 이익이었다. 나서서 표적이 될 바에는 그렇게라도 중국과 유방을 괴롭히는 게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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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알 50만 개의 행방은 이틀 후 알게 됐다. 강승원 국장도, 나도, 미국 CIA도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로 옮겨져 도쿄 북부에 살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틀 후 대만 지룽 시와 가오슝 시에 나타나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지룽 시에 도착한 화물선은 일부 화물을 항구에 내려놓고,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 가오슝으로 내려갔다.
그날 밤 선원으로 신분을 위장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냉동 상자를 바닥에 가지런히 펼쳐놓고 달아나자 10분 후 뚜껑이 열리고, 1시간 후 알에서 깨어난 변종 모기 레드몬이 항구를 돌아다니며 잠에 취한 사람들을 숙주로 삼았다.
헬기에서 촬영한 지룽 시와 가오슝 시는 검은 연기와 치솟는 불길, 달아나는 사람들, 비명,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지옥이 재현된 아비규환의 모습으로 12시간 만에 도시의 50%가 파괴됐고, 인구의 80%가 사망했다.
이번에 중국이 부산과 대만에 보낸 모기 레드몬은 1세대로 끝나 사라지는 종류가 아닌, 일본에 최초로 제공한(?) 변종 모기 레드몬으로 죽을 때 알을 하나씩 낳고 죽는 바로 그놈, 요코와 써커를 만든 바로 그놈이었다.
변종 1호라 명명한 모기 레드몬은 원형에 30종이 넘는 벌레의 DNA를 주입해 만든 변종으로, 원형보다 능력치 상승폭이 큰 대신 생명력 갈취가 심해 일반인은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미라처럼 바짝 말라죽었다.
놈은 숙주가 죽는 순간 근처에 알 한 개를 낳았고, 알은 12시간 후 부화해 다시 살아있는 생명체를 숙주로 삼는 일을 반복했다.
변종 1호의 특징은 매우 난폭해 동족을 뺀 다른 생명체는 모두 적으로 간주해 공격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마인트컨트롤인 마에다 요코를 이용해 오니 부대를 제어했다.
중국이 작심하고 푼 변종 1호로 인해 대만은 3일 만에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수도 타이베이를 빼고 전 국토가 불바다로 변했다.
“돌아도 제대로 돌았어. 어떻게 요코와 쇼타를 만든 변종 모기 레드몬 1호를 풀 수 있지?”
“유방은 모기 레드몬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황준지우 박사님의 말에 따르면 유방 주석의 왼팔인 장윈촨 국가안전부 부장이 얼마 전 찾아와 변종 1호를 5,000만, 1세대로 끝나는 변종 2호는 1억 마리를 준비하라고 했대요.”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키려나 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건 알겠는데, 양날의 검이 되어 중국도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건 생각하지 않나 봐?”
“박사님도 모기 레드몬의 무서움을 알고 놈들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살충제와 전파 발신기를 개발하려 노력했는데, 끝내 실패했대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자 새롭게 정권을 잡은 유방 주석에게 모기 레드몬을 폐기하자고 건의했대요. 그랬더니 더 많은 양을 준비하라고 했대요.”
“미친놈들!”
은비의 미친놈이란 표현만큼 적당한 표현이 없었다. 상아가 황준지우 박사에게 알아낸 내용은 실로 막대했다.
중국은 원형의 모기 레드몬을 토대로 수많은 실험 끝에 변종 1호를 만들어내 일본에 선물(?)로 보냈고, 2호를 만들어내 혈랑 토벌과 혼슈 공격에 사용했다.
이외에도 3호, 4호, 5호 등 수십 개가 넘는 변종 모기 레드몬이 만들어졌지만, 끝없이 돌연변이가 일어나 모두 폐기했다.
문제는 안전하다고 장담한 변종 1호와 2호도 전임 차오스 주석과 현임 유박 주석의 주관적인 생각이었지, 황준지우 박사와 연구원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돌연변이가 요코와 쇼타 그리고 써커들로 레드몬의 진화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차오스 주석과 유방 주석은 실험실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맹신한 채 변종 모기 레드몬을 동북아시아에 마구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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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