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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23화 (423/505)

00423  불씨 제거  =========================================================================

423.

기감을 집중하자 연구소가 숨어있는 농가 지하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열기보다 충격파가 먼저 퍼져나가며 땅이 들썩였다. 하지만 서인의 침묵 스킬에 반경 1km가 고요 속에 빠져들며 무성영화처럼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흑~”

“서인아?”

“괜찮아요. 가슴이 조금 답답한 것뿐이에요.”

급히 몽실몽실한 서인의 가슴에 손을 밀착하고 포스를 흘려 넣어 충격으로 흔들린 심신을 안정시켰다.

서인의 침묵 스킬에 폭발음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건 막았지만, 충격이 컸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리와 아영도 서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치유와 정화 스킬로 돕자 금세 혈색이 돌아오며 화염 폭풍으로 흔들린 충격이 해소됐다.

서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모기 연구소와 배양시설 주변을 기감해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지 확인했다.

입구 10곳을 지키던 선인 50명과 군인 500명은 화염 폭풍의 뜨거운 화기보다 먼저 퍼져 나온 충격파에 몸이 산산이 부서져 죽었다.

몇몇은 TV를 보다가, 몇몇은 마작을 하다가, 몇몇은 찐한 화장의 계집들을 탐하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충격과 함께 숨이 끊어졌다.

강력한 충격에 연구소를 가려주던 농가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땅도 5m나 아래로 푹 꺼졌다.

충격이 지나가고 밀려온 지독한 열기에 땅이 지글지글 타올랐고, 부서진 시체와 나무와 풀까지 새까맣게 타며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여기야!”

연구소에서 100m 떨어진 땅속에서 기어 나온 하람에게 손을 흔들자 축 늘어진 남자 한 명을 들고 뛰어왔다.

물어볼 것도 없이 중국 모기 레드몬 연구소 책임자 황준지우 박사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장을 떠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비행기를 숨겨둔 황무지로 달려가며 상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자 이륙 준비를 마친 세스나 208 캐러밴이 힘차게 프로펠러를 돌리며 우리를 맞이했다.

아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준 후 좁은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자 울퉁불퉁한 황무지를 박차고 경비행기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오빠!”

“안 좋은 소식이야?”

“네!”

“뭔데?”

“청더 시 외곽에 장자커우보다 크기는 작지만, 제2 모기 연구소와 배양시설이 있대요.”

“그게 나쁜 소식이야?”

“아니요.”

“또 있어?”

“네. 이틀 전에 모기 레드몬 알 100만 개를 친황다오 시로 실어갔어요.”

“어디에 쓰는지 물어봤어?”

“그건 박사도 모른대요. 반출하는 것까지만 알지 어디에 쓰였는지는 자신도 신문기사를 보고 대략 유추한다고 했어요.”

상아가 교감을 통해 알아낸 정보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제2, 제3 연구소와 배양시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책임자인 황준지우 박사를 죽이지 않고 데려왔다.

미래 레드몬 연구소에 특채(?)로 고용할 생각으로 황준지우 박사를 납치한 게 아니었다.

황준지우 박사가 최정준 박사보다 모기 레드몬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안다고 해도, 나는 모기 레드몬을 이용할 생각이 없어 박사가 가진 지식은 우리에겐 하등 필요 없는 지식이었다.

그런 이유로 납치한 박사가 상아에게 순순히 털어놓은 정보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정보였다.

“소연아!”

“응?”

“강승원 국장에게 연락해 이틀 전 장자커우에서 친황다오로 간 화물과 화물을 옮겨 실은 배를 찾으라고 해. 빨리!”

“알았어.”

“은비야! 한숙에게 연락해 미국에 모기 레드몬 알이 유출된 사실을 알려주라고 해. 대신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라고 적당히 둘러대라는 말도 잊지 마.”

“알았어.”

“상아야! 기장에게 말해 청더 시로 가자고 해.”

“제2 연구소도 없애시게요?”

“거길 남겨두면 장자커우에 온 의미가 없잖아.”

“알았어요.”

황준지우 박사를 비행기 밖으로 던져버릴까 하다가 가족이 인질로 잡혀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하소연에 소희의 암시로 기억을 조작한 후 손발을 묶고 재갈을 물려 맨 뒷자리에 처박았다.

가족을 인질로 잡아 협박했다면 나 역시 거절하지 못해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을 거란 생각에 일단 목숨을 살려줬다.

그리고 처음부터 모기 레드몬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곤충에 레드몬의 DNA를 주입하는 과정 중 모기가 끼어들어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체병기가 만들어진 걸 알게 되자 책임을 박사에게 모두 돌릴 순 없었다.

황준지우 박사는 조작이 비교적 쉬운 곤충의 뇌를 조작해 곤충형 레드몬을 무기화하는 연구를 한 것이지, 생체병기를 만드는 연구를 한 건 아니었다.

“전임 차오스 주석이 협조하지 않으면 부인을 찢어 죽이고, 두 딸은 선인 인공배양 연구소에 보내 죽을 때까지 애를 낳게 한다고 했대요.”

“비열한 새끼! 가족을 인질로 잡은 것도 모자라 그런 협박을 하다니, 인간이 아니네.”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할 수가 있죠?”

“그러게 말이다. 겉모습만 사람이지 속은 사갈 보다 더 하네.”

“그 때문에 황준지우 박사도 어쩔 수 없이 차오스 정부에 협조한 거래요. 박사도 자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자 괴로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머리카락도 다 빠졌고요. 여기 사진 보면 알 수 있어요. 숱이 많은 미남이었는데, 지금은 대머리 아저씨가 됐잖아요.”

“박사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박사 때문에 수천만 명이 죽은 건 사실이야. 사람이라면 괴로워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지만, 나약한 개인이 거대 정부를 상대로 무얼 할 수 있겠어요. 민주주의 국가도 정부가 행패를 부리면 국민이 죽어나는데, 공산주의 국가에선 말할 필요도 없잖아요.”

상아의 말이 맞았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힘을 가진 능력자들도 대부분 정부의 권력에 눌려 지냈다.

개인의 힘이 뛰어나도 국가의 힘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국가의 힘을 뛰어넘는 개인도 있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능력자도 정부의 힘에 눌려 사는데, 힘없는 일반인이 정부와 맞서 싸운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정부라면 시민단체와 언론에 호소라도 할 수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꼴통 정부, 수구 정부, 독재 정권이라면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대들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온갖 고문에 반병신이 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은 먼 곳에서 찾을 것도 없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시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일어난 일이었다.

“가족은 어디 있는데?”

“베이징에 있대요.”

“감시가 살벌하겠네?”

“화이 공대 선인 세 명이 교대로 감시하고, 공안 열 명이 집을 지키고, 학교와 시장 등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대요.”

“감옥이 따로 없네.”

“오빠! 우리가 도와주면 안 돼요?”

“어떻게?”

“몰래 빼내 나진시로 데려와야죠.”

“무슨 재주로?”

“으음... 모르겠어요.”

황준지우 박사와 가족이 불쌍했는지 상아가 도와줄 수 없는지 물었다. 그러나 도와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지키는 놈들을 몽땅 죽이고, 추격하는 선인과 공안, 군인들을 남김없이 죽이고 나진시로 박사의 가족을 데려오는 건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나 할 짓이었다.

내가 무슨 권리로 박사의 가족을 데려온다고 지키는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나는 박사를 협박하기 위해 가족을 납치하는 납치범에 불과했다.

처지를 바꾸면 그들이 내 마누라를 납치하며 가혹한 폭력과 착취로부터 해방해준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수면 주얼로 재우고 데려오는 방법이 있긴 한데, 시간이 없어. 늦어도 아침이면 연구소가 사라진 걸 알게 될 테고, 우리는 그 안에 청더 연구소를 없애고 중국을 빠져나가야 해. 그리고 태울 자리도 없고.”

“하아~ 그럼 황준지우 박사님의 아내분과 두 따님은 죽거나, 선인 인공배양 연구소로 끌려가겠네요?”

“황준지우 박사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당분간 안전할 거야.”

“사고가 아닌데, 살려 둘까요?”

“글쎄?”

“살려둔다고 해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두고 괴롭히겠죠?”

“박사 가족 문제는 지금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돌아가서 찬찬히 대책을 세우자.”

“네.”

시무룩한 상아를 달래며 주위를 둘러보자 아내들도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박사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었다.

사방에 적을 두고 있어 언제든 테러와 납치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도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가족과 관계된 일이라 모른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청더 모기 레드몬 연구소와 배양 시설을 파괴하고, 사라진 알 100만 개의 해방을 추적해 없애는 일에 주력해야 할 때였다.

우리 때문에 박사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지만, 더 많은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청더 시 외곽에 있는 비밀 연구소를 제거하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정신병원으로 위장한 연구소를 박사가 알려줘 장자커우처럼 지하 연구소를 찾는다고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규모도 작고 지상 건물이라 숨어들 필요도 없어 하람 혼자 뛰어가 재빨리 화염 폭풍으로 불태운 후 나진시로 돌아왔다.

“찾았어?”

집에 돌아와 옷을 벗지도 않은 채 서재 의자 잠시 엉덩이를 붙이자 소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표정만으로 무언가 알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척이 의심스러워.”

“어디 어디?”

“홋카이도 하코다테로 가는 화물선과 대만 지룽 시로 가는 화물선, 부산으로 이동 중인 화물선. 이렇게 세 척이 가장 의심스러워.”

“미국은 뭐래?”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어.”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네?”

“세 곳 모두 미국이 아니라서 그런지 뒤로 빠진 느낌이야.”

“부산으로 이동 중인 화물선은 지금 어디 있어?”

“서해안 공해 상을 통과 중이야. 대략 전북 부안쯤 왔다고 보면 돼.”

“신기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알 상태에선 탐지가 안 돼.”

“직접 가보기 전엔 모른다는 말이네?”

“그렇지.”

“후쿠오카 시에 헬기 준비시켜. 헬기로 화물선에 접근할 거야.”

“직접 가려고?”

“내가 아니면 알을 찾을 사람이 없잖아.”

“알았어.”

*** 황당한 상식 ****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일본어 표현이라고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나옵니다.

정확한 표현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한테서 나온다.’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단~합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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