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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21화 (421/505)

00421  불씨 제거  =========================================================================

421. 불씨 제거

상아의 얘기를 듣자 유방 주석이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종 모기 레드몬을 풀어 일본을 혼란에 빠뜨린 후 혼슈에 교두보를 건설하고 집어삼키려 한 게 확실했다.

오사카와 남서부를 노렸는지 알 수 없고, 변종이 변종을 낳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과는 유방 주석이 원하던 것보다 몇 배나 큰 선물로 돌아왔다.

오사카에 궁둥이를 붙인 이상 미군이 참전해도 중국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야마구치와 히로시마를 확보했지만, 중국이 원하는 건 2개 현이 아니었다.

중국은 최소 혼슈의 절반을 차지해 다시는 일본이 과거와 같은 짓을 할 수 없게 하는 동시에 영원히 일본을 괴롭힐 생각이었다.

중국의 행동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해는 했다. 우리가 일본에 당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만, 중국도 일본에 원한이 많아 기회가 왔을 때 끝장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혼슈를 집어삼키면 힘이 더욱 커져 약소국인 우리에게 이로울 게 없었다.

중국과 일본 모두 대한민국엔 도움이 안 되는 나라로 가장 좋은 결과는 둘이 피 터지게 싸워 박살이 나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이었다.

“시모노세키 근처에서 가장 많은 변종 레드몬이 나온 것으로 보아 중국이 기타큐슈도 노렸다고 봐야겠지?”

“강승원 국장님도 오빠와 같은 생각이세요.”

변종 모기 레드몬에 감염된 숙주 레드몬이 같은 날 혼슈 전역에 나타났다. 혼슈 전역에 빠지지 않고 나타났지만, 유독 많이 출몰한 곳이 있었다.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인근과 시모노세키로 다른 곳보다 최소 열 배, 최대 백 배 이상 많이 나타났다.

이건 중국이 일본을 노리며 덤으로 규슈의 기타큐슈도 노렸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타큐슈에 가장 많은 변종 레드몬이 나타날 수 없었다.

“규슈와 홋카이도를 차치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일본을 몽땅 먹어치우려 하네. 욕심이 하늘에 닿았어.”

“하는 짓이 정말 얄미워요.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유방이 기타큐슈까지 노린 건 기분 나쁜 일이지만,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투사한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방사능 레드몬의 무서움을 생각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지.”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큰 피해를 주기를 바랐겠죠.”

“놈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그에 합당한 대가를 돌려줘야지.”

“어떻게 하시려고요?”

“모기 레드몬 연구소와 배양소를 없애야겠어. 우리를 건들지 않았다면 모를까 건드린 이상 맞고만 있을 순 없잖아.”

“장자커우를 공격하려고요?”

“연구소와 배양소를 내버려두면 우리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위험해. 놈이 더러운 이빨을 드러낸 이상 없애버려야 해.”

“그렇긴 한데 지키는 병력이 많아 조용히 처리하긴 어려울 거예요.”

“꼭 조용히 처리할 필요는 없잖아. 없애버리기만 하면 되지.”

“오빠가 했다는 게 알려지면 유방 주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내가 간다고 안 했는데.”

“하람 오빠를 보내려고요?”

“응.”

“길도 모르는데, 찾아갈 수나 있겠어요?”

“근처까지 데려다주면 되지.”

하람을 보내 모기 연구소와 배양시설을 화염 폭풍으로 싹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내가 하면 뇌전탄으로 파괴하거나, 일일이 뛰어다니면서 부수거나, 화약으로 폭파해야 해 알이 남을 수도 있었다.

하람의 화염 폭풍 한 방이면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워버릴 수 있어 알이 남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하람 오빠가 그 일을 하려고 할까요?”

“군소리 안 하고 할 거야.”

“정말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야 한다면 두말하지 않고 할 거야.”

“하람 오빠! 사람 죽이는 거 싫어하잖아요?”

“연구소와 배양소를 놔두면 이번과 피해가 앞으로 계속 일어난다는 것을 녀석도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와 중국이 사이가 안 좋아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그걸 아는 만큼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야.”

“그렇긴 하겠네요. 하람 오빠가 저희를 무척 예뻐하니까요.”

“예뻐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동생으로 예뻐한다고요.”

“멧돼지 새끼가 왜 남의 마누라를 예뻐해? 그리고 예뻐한다는 표현이 듣기에 따라 아주~ 기분 나쁘다는 거 알고 있어?”

“그런 이상한 뜻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이성이 아닌 동생으로서 예뻐한다는 말이에요.”

“정말이지? 다른 뜻 없지?”

“오빠! 이런 농담은 재미없어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빠를 의처증으로 생각할 거예요.”

“그래? 나는 웃자고 한 농담인데... 너무 심했나?”

“심했죠. 농담도 지나치면 안 돼요. 상대가 기분 나빠하면 그건 농담이 아니라 괴롭힘이에요.”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런데 상아야!”

“네?”

“혹시 놈이 치근대고 그러진 않아?”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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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이 오사카에 둥지를 틀고 들어앉자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비상임이사국들이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침략이라고 핏대를 세웠지만, 중국 정부는 사라진 B급 변종 방사능 엘리트 레드몬 포베로미스와 놈의 새끼들이 오사카를 공격할 수 있어 지켜주려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며 철군을 거부했다.

첫날 포위공격에 레드마우스 12,000여 마리가 사살됐고, 달아난 놈들도 미군이 제공한 정보로 3일 만에 대부분 사살했다.

그러나 포위를 뚫고 달아난 보스와 놈의 새끼 30마리, 호위병 500여 마리는 찾지 못했다.

전투가 불리해지자 포베로미스는 새끼들과 호위병을 데리고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 호를 끼고 달아나 기후 현으로 숨어들었다.

미군이 레드몬 킬러 200대를 동원해 기후 현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마음먹고 숨자 놈과 일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레드몬 킬러는 최대 탐지거리가 500m에 불과했고, 땅굴이나 동굴에 숨으면 탐지거리가 제로에 가까워 숨은 레드몬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망원경보다 못한 기체를 대당 50억 원에 팔아먹는다고 엠코사에 불만을 제기하는 레드몬 공대가 점점 늘고 있었다.

중국은 보스를 따라 도망간 호위병의 절반이 암컷으로 놈들을 그대로 두면 금세 숫자를 불려 오사카로 다시 쳐들어올 수 있다며,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모두 잡을 때까진 오사카를 떠날 수 없다고 우겼다.

또한,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모두 소탕해야 야마구치 현과 히로시마 현을 할양받기로 미국과 계약했다며 철군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자위대가 거세가 항의하자 치안유지라는 명목을 내세워 오사카에 있는  자위대와 일본 경찰의 무장을 모두 해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중국은 도망친 보스를 잡으러 단 한 명의 인민해방군도 파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본 사무라이의 급습에 대비해 화이 공대원 3,000명을 오사카로 파견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런 행동은 누가 봐도 오사카와 남서부 지역을 몽땅 먹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도쿄와 나고야를 지키는 것도 힘에 부쳐 입으로만 항의했고, 미국은 한 발짝 물러서 외교적으로 일을 처리하려 해 중국의 오사카 진주는 절반쯤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이 오사카를 차지하며 한껏 들떠 있을 때 우리는 세스나 208 캐러밴을 타고 장자커우로 날아갔다.

세스나 208 캐러밴은 마샤와 막심이 타고 미국을 탈출한 경비행기로 장거리 침투용으로 쓸만해 보여 지난해 중고 한 대를 샀다.

조종사를 포함해 총 10명이 탈 수 있는 세스나 208 캐러밴은 최대 항속 거리가 2,000km로 경비행기치곤 매우 먼 거리를 날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비행기를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엔진까지 모두 뜯어고쳐 최대 탑승 인원을 15명으로 늘리고, 항속 거리도 4,000km까지 늘였다.

하지만 비행기가 너무 작아 15명이 타면 콩나물시루처럼 꽉 들어차 숨쉬기 힘들었다.

그런 작은 경비행기에 소연과 은비, 서인, 아리, 제니퍼, 상아, 아영, 마샤, 소희, 시랑, 하람, 조종사, 부조종사에 나까지 총 14명이 탔다.

자리가 너무 비좁아 항상 데리고 다니던 백호와 풍산개도 데려올 수 없었고, 이제는 껌딱지가 되어 떨어지지 않는 은하와 한숙도 집에 남겨둬야 했다.

하람의 길 안내와 모기 연구소를 찾기 위해 가는 길이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게 맞는지 살짝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타이거 스네이크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어디를 가든 아내들을 데리고 간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아내들이 옆에 있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뼈저리게 느껴 조금 번거로워도 함께 움직이는 게 맞았다.

먼저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허룽 시를 지나 장춘과 선양 시 중간을 관통해 내몽골 자치구로 들어간 후 츠펑 시를 지나 장자커우로 들어갔다.

장자커우는 중국 허베이 성 북서부에 있는 인구 40만의 도시로 원래 이름은 몽골어로 '장벽의 입구'를 뜻하는 칼간(kalgan)이었다.

매년 4~5월 서북쪽 내몽골 자치구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시 전체를 덮을 만큼 황사가 심한 도시지만, 장자커우는 베이징에서 내몽골로 가는 주요 대상로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요충지였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10km 떨어진 황무지에 비행기를 세운 후 나무가 많은 곳으로 끌고 가 비행기를 숨겼다.

“텔레파시 주얼 챙겼어?”

“챙겼어.”

“변신 주얼은?”

“그것도 챙겼어.”

“저기 농가가 입구야. 지하로 내려가면 철문이 있어. 이놈 신분증을 단말기에 넣으면 문이 열릴 거야. 잘할 수 있지?”

“응.”

“황준지우 박사만 챙기고 나머지는 싹 태워버려. 하나도 남기지 말고. 알았어?”

“알았어.”

하람과 서인, 아리, 아영만 데리고 장자커우로 숨어들었다. 소연과 은비, 상아, 마샤, 소희, 시랑은 남아 비행기를 지키게 했다.

연구소와 배양소로 의심되는 곳 네 곳을 미래 안전정보국이 알려줬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의심 가는 곳을 짚어준 것으로 직접 돌아다니며 찾아야 해 아내들을 모두 끌고 다닐 순 없었다.

대륙성 기후인 장자커우는 여름은 시원하고 서늘해 살기에 적당했지만 짧았고, 긴 겨울은 건조하고 매우 추웠다.

가장 추울 땐 영하 25~26도까지 떨어졌고, 바람까지 매서워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를 훌쩍 넘겼다.

11월 30일이면 남쪽은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지만, 장자커우는 삭풍과 함께 추위기 기승을 부려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야 했다.

여름이었다면 32~34도의 무더위에 얇은 옷을 입어 체형이 고스란히 드러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겠지만, 다행히 추운 겨울로 얼굴과 몸이 드러나지 않아 우리가 누군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미래 안전정보국에서 알려준 4곳을 모두 돌아봤지만, 우리가 찾는 모기 레드몬 연구소와 배양시설이 아니었다.

네 곳 중 두 곳은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마약 제조공장이었고, 한 곳은 밀주 제조공장, 나머지 한 곳은 장기를 적출하는 곳이었다.

허탈했지만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안전정보국이 이미 찾아냈을 것이고, 하다못해 러시아를 통해 알아냈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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