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8 중국의 흑심 =========================================================================
418. 중국의 흑심
“미군이 B52 전략폭격기와 B-1 랜서로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가 소리에 매우 민감해 폭격기가 접근하면 재빨리 숨어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방어력도 중급 레드몬 수준으로 직격탄을 맞지 않으면 피해가 거의 없습니다. 전선이 매우 길고 넓은 것도 효율적으로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입니다.”
“병력과 무기는 충분합니까?”
“3일 전 강제징집연령을 17세 이상 40세 이하로 넓혔습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선에 투입해 병력은 모자라지 않지만, 훈련이 전혀 안 된 민간인을 숫자만 채운 것으로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차와 장갑차, 다연장로켓포 등 중화기도 부족해 사상자가 막심합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도 넘겨줄 폐품이 부족한가 보군요?”
“2세대 전차와 장갑차가 모두 소진됐습니다. 이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1세대 전차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1세대 전차면 1940년대 출현한 T54, T55, M48 패튼, 센츄리온 전차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 고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까?”
“제삼 세계에 공여할 목적으로 창고에 일부 남겨뒀습니다.”
“1세대 전차라... 관을 제대로 짜주는군요.”
“일본으로선 그거라도 감지덕지할 처지입니다.”
“그거야 아베 마사히코 생각이고, 그걸 타는 일본 국민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 심리가 아주 오묘해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 안정을 찾습니다. 강제징집 당한 자위대원들도 맨몸으로 돌격하는 것보단 1세대 전차와 장갑차라도 그 안에 숨기를 원할 겁니다.”
강승원 국장의 말이 옳았다. 겁에 질린 꿩이 머리를 처박고 위험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상대가 나를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안전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건 안전한 게 아니라 죽을 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었다. 3세대, 3.5세대 전차도 레드몬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능동 장갑과 반응 장갑을 덕지덕지 바른 최신형 전차도 레드몬의 강력한 파워를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그런데 총알에도 뻥뻥 뚫리는 1세대 전차에 숨어 목숨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진정 살고자 한다면 한곳에 숨어 벌벌 떨고 있을 게 아니라 자주자주 자리를 바꾸며 놈들의 사각을 파고들어야 했다.
그러나 속도와 힘, 체력에서 상대가 안 되는 일반인에게 이런 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결국, 5일 만에 방어선이 뚫리며 오사카까지 밀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오사카 주민과 난민 2,000만 명을 모두 방어선에 투입했다.
오사카가 뚫리면 다음은 나고야였고, 나고야마저 뚫리면, 최후의 보루 도쿄만이 남게 된다.
도쿄가 사라지는 건 일본의 완벽한 패망을 의미했다. 도쿄 도는 메이지 시대 이후 사실상 일본의 수도로 광역인구까지 합치면 3,000만 명이 넘었다.
뉴욕, 런던과 더불어 세계 3대 금융 중심지 중 하나로 문화, 교육, 산업, 스포츠 등 일본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도쿄에 집중돼 있었다.
일본으로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도쿄를 보호해야 했다. 그것만이 재기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도움을 청해왔어요.”
“무슨 도움?”
“일본을 도와달라고 하네요.”
“미국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자기들이 도우면 되잖아. 세계의 경찰이자 초일류 강대국의 위상은 대체 어디로 가고 우리에게 손을 벌려?”
“남의 나라 일로 자기들이 피해를 보긴 싫다는 거죠.”
“챙길 건 자기들이 다 챙겨 놓고 지금 내게 자기들 뒤치다꺼리나 하라는 거야? 이것들이 나로 뭐로 보고 이따위 짓거리야?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고 전해.”
“지홍씨가 심하게 다쳐서 움직일 수 없다고 했어요.”
“잘했어.”
“하지만 믿지를 않아요. 태즈메이니아 섬에서도 멀쩡히 걸어 다녔고, 며칠 전 공항에 하람씨 마중도 다녀왔잖아요. 나진시 주민들도 건강한 모습을 여러 번 봤고요. 그러니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죠.”
“믿든 말든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나는 중환자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야.”
“중환자라 하기엔 고추가 너무 실하네요.”
보고하러 온 건지 고추를 만지러 온 건지 한숙의 손과 눈은 온통 고추에 집중돼 있었다.
한숙만 그런 게 아니라 아내들 모두 옆에 오기만 하면 손이 바지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와 고추를 만지작거렸다.
침대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저택에선 장소를 막론하고 그랬고, 차와 비행기 등 타인이 없는 곳에서도 고추에 손이 떠나질 않았다.
아직 합방을 치르지 않은 소희도 언니들의 행동에 전염돼 아침에 만나면 첫 인사가 바지에 손을 불쑥 집어넣어 고추를 만지는 것이었다.
이건 내 아내들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여성의 공통적인 행동으로 밤새 남편 고추를 주물럭거리면서 자는 아내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폐품만 모아다가 주면 그만이야?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능력자 1,000명씩만 파견했어도 수백만 명이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 하다못해 해군·공군이라도 지원했다면 이렇게 피해가 크진 않았을 테고. 양심도 없는 놈들! 처먹을 줄만 알지 그에 합당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
“클린턴 대통령이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잡아주면 야마구치 현을 주겠다고 하네요. 어쩌실래요?”
“됐다 그래. 규슈만 해도 감당할 여력이 없는데, 야마구치 현은 받아서 뭐하게.”
“그래도 받아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놔둬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숙아!”
“네?”
“일본이 사라지면 모를까 다시 살아나면 우리가 차지한 땅을 보고만 있을 것 같아?”
“그렇진 않겠죠. 온갖 이유를 붙여 다시 뺏어가려 하겠죠.”
“그런 놈들과 땅을 맞대고 있다고 생각해봐. 칭얼거리는 애들도 아니고 온갖 개지랄을 다 떨 텐데, 그 꼴을 참을 수 있겠어?”
“못 참죠.”
“나는 일본과 구질구질하게 다투고 싶지 않아. 그러니 죽을 정도로 아파서 못 움직인다고 해. 내년 상반기 원정도 취소될 수 있다고 엄포도 놓고.”
“알았어요.”
대한민국 국민 중에도 인류애를 발휘해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인류애라는 큰 틀을 생각하면 지당한 말이었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는 건 인종과 조건을 보지 말아야 했다. 아무것도 보지 말고 도와주는 게 옳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사람도 사람 나름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 일본이었다.
자기 보따리뿐만 아니라 남의 보따리도 내놓으라고 할 놈들이었다. 일본은 문명을 전해준 은혜를 임나일본부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으로 되갚아준 고마운(?) 나라였다.
더군다나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점령하고 수탈한 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라를 송두리째 삼키려 역사를 없애려 했고, 조작하고, 문화재를 파괴하고, 도굴하고, 식민지 사관을 심어놨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식민지 사상을 주입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수탈이 아니라 발전을 시켰다고 헛소리 지껄이며 아직도 대한민국을 일본 식민지로 생각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 해. 혼슈 전체를 줘도 안 해. 그러니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동요하지 마.”
“알았어요. 무조건 No라고 말할게요.”
“매번 골치 아프고 힘든 일만 시켜서 미안해!”
“아니에요. 이게 제가 할 일인걸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워!”
나 때문에 한숙이 시달릴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인류애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욕먹고 짓이었고, 죽어서도 염라대왕한테 욕먹고 지옥에 갈 짓이었다.
그러나 나 하나 욕먹고 손가락질 받는 것으로 한민족의 불구대천지원수를 처단할 수 있다면 모든 욕을 감수할 수 있었다.
중생 구제를 위해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가랴?’ 라고 말씀하신 지장보살(地藏菩薩)과 같은 고매한 뜻은 없지만, 지옥에 가는 일이 있어도 일본을 도울 순 없었다.
내가 끝까지 나서지 않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이 태평양 7함대와 주일 미군의 해군과 공군을 총동원해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공격했다.
단 물 쓴 물 다 빨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미국이지만, 일본이 망하기를 바라진 않았다.
방패막이가 되어줄 일본이 사라지면 미국은 지금보다 몇십 배나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며, 금쪽같은 자기 새끼들을 희생해야 했다.
그건 미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로 오사카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7함대가 오사카만 고베 시 앞바다로 이동해 함포를 퍼부었고, 주일 미군 공군은 사이타마 현의 존슨 공군 기지에서 항공자위대와 함께 쉬지 않고 전투기를 출격했다.
그러나 전쟁은 해군과 공군만으로 결말지을 수 없다. 지상군 없이는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 수 없었다.
레드몬도 마찬가지로 숨통을 끊을 지상군이 필요했다. 미국은 아베 마사히코와 호소카와 총리를 압박해 사무라이를 동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변종 모스키토에 감염된 레드몬들이 북쪽에서 내려와 도쿄를 압박하고 있어 사무라이를 뺄 여력이 없었다.
사무라이를 동원할 수 없자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동유럽에서 높은 보수로 능력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홋카이도에서 크게 당한 능력자들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높은 보수에도 응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청했어.”
“조건이 뭔데?”
“변종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모두 처리하면 야마구치 현과 히로시마 현을 넘겨주기로 했어.”
“우리보다 두 배나 많네?”
“어제 우리에게도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어.”
“그래?”
“응, 네가 어떤 조건도 받아들이지 말라고 해서 말하지 않은 거야.”
“어떻게 한데?”
“러시아는 거절했고, 중국은 군대를 파견할 분위기야.”
“군대를 파견한다고?”
“응.”
“선인을 파견해야지 군대를 파견해? 피해가 얼마나 날지 생각은 하는 거야?”
“남아도는 게 사람이잖아. 그러니 귀중한 선인보다 군인을 보내는 거지.”
“중국인은 목숨이 두 개야?”
“당연히 하나지. 그러나 12억 개나 있잖아.”
“그거야 중국이지 중국인은 아니잖아.”
“유방 주석은 12억 개로 계산하지 개개인의 목숨은 생각하지 않아.”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너무들 하네.”
1996년 11월 10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오사카에 도착했다. 광저우 군구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7대 군구 중 하나로 광둥 성, 광시좡족 자치구, 하이난 성, 후난 성, 후베이 성 지역을 담당했다.
11월 2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은 광저우 군구 소속 41집단군과 42집단군을 주축으로 예비군 30만 명과 징집병 50만 명을 일본에 파견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혼슈 북부였지만, 전공에 따라 영토를 더 요구할 수도 있어 아주 짧은 고심 끝에 병력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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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