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5 진화타겁(?火打劫) =========================================================================
415. 진화타겁(?火打劫)
: 적이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기회를 이용해 적을 친다.
“우리는 혈풍, 흑풍, 청풍, 백풍, 황풍도 못 잡아 절절매는데, 박지홍은 상급 레드몬을 또 잡았군. 이놈은 대체 뭘 처먹기에 이렇게 펄펄 나는지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군.”
“적이긴 하지만 대단한 인물입니다. 인맥도 넓고, 지지층도 탄탄하고, 사업수완도 탁월합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도 뛰어나 주위에 인재들이 구름처럼 많고, 아내들의 능력도 출중해 미래 레드몬과 나진시가 무섭게 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잡음이 없다는 게 탄복할 일입니다. 출중한 아내들을 수십 명이나 데리고 살면서 분란이 없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쁜 것이네. 못난 놈이면 마음껏 비웃기라도 할 텐데, 너무 잘나서 비웃을 수도 없잖은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만 괴롭고 비참해집니다. 또한, 상대를 인정해야 약점을 찾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너그럽게 갖고 천년대계를 생각하십시오.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자네도 참 대단하네. 온갖 풍파에 시달렸으면서도 느긋한 성격은 사라지지를 않는군.”
미래 레드몬 정한숙 총괄지원단장이 상급 레드몬 타이거 스네이크를 언론에 공개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자 유방 주석이 박지홍을 씹었다.
그러자 장칭리 국가 부주석이 박지홍의 장점을 열거하며 상대를 인정하고 미래를 길게 보라고 유방 주석을 달랬다.
“부주석님의 성격이 어디 어제오늘 일입니까? 주석님이 참으십시오.”
“옆에 있는 사람 속 터지는 줄도 모르고 너그러운 척, 느긋한 척하니까 그렇지.”
“평생을 그렇게 사셨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고, 느긋하게 일을 주관하셨습니다. 그 성격이 쉽게 변하겠습니까?”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러네. 남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자기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저리 느긋하게 웃고 있으니 좋은 말이 나오겠나?”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부주석님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감정에 치우치는 사람이다 보니 욕과 주먹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네. 사람이 느긋해도 정도가 있는 것이네. 가끔 화도 내고 그래야 그게 사람이지 부처님 반 토막도 아니고 언제나 참고 기다리라고만 하니 울화가 안 쌓이겠나?”
“맞습니다. 하하하하~”
유방 국가 주석이 장칭리 국가 부주석을 험담하자 장윈촨 국가안전부 부장도 맞장구를 쳤다.
유방의 오른팔인 장칭리 국가 부주석은 성격이 원만하고 침착하며 포용력이 있어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유방 주석과 20년 넘게 함께한 동지로 유방의 급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중화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지장(智將)이자 덕장(德將)이었다.
유방의 왼팔인 장윈촨 국가안전부 부장은 칼날같이 날카롭고 매서운 성격으로 비정하면서도 추진력이 있었다.
유방의 고향 후배로 유방이 시키면 어떤 일이든 마다치 않고 수행해 비정한 사냥개라 불렸다.
부모를 죽이라면 죽이고, 자식을 죽이라면 죽일 만큼 유방의 열렬한 추종자로 15년간 유방의 수족이 되어 더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일본에서 넘어온 놈들은 어찌했나?”
“큰일을 한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준 후 편안한 안식을 안겨줬습니다.”
“차오스쪽 사람만 아니면 요직에 앉혀 중용할 수 있었는데, 아쉽군.”
“차오스쪽 사람이 아니라도 얼굴이 드러난 이상 땅에 묻는 게 맞습니다. 작은 정에 연연하다간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내가 잠시 마음이 흔들렸군. 일만 년 역사의 찬란한 중국과 12억 인민을 생각하면 하찮은 정에 이끌려선 안 되는데. 쯔쯔쯔쯔~”
“주석은 만백성의 어버이십니다. 정에 이끌리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 역시 맞는 말이군. 정치가 어찌 원칙만 고수할 수 있겠나. 때로는 정에 이끌려 손해도 감수해야지. 아니 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역시 자네는 사리 판별력이 뛰어나. 그래서 나는 자네가 좋아. 하하하하~ ”
“감사합니다!”
장윈촨 부장의 아부에 유방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장윈촨 부장은 아부에도 능하고 주색잡기에도 일가견이 있어 유방 주석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술친구이기도 했다.
무카이 실장과 고바야시 국내부 부장, 기타노 국제부 부장 등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에 맹활약한 스파이 20명이 3개월 전 은밀히 귀국했다.
제3국을 돌고 돌아 흔적을 지우고 귀국한 이들은 유방 주석의 환대 속에 영웅 칭호를 하사받고 주지육림에서 최고의 쾌락을 누렸다.
그러나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다. 죄목은 내란죄로 유방 주석을 비방하는 소문을 퍼뜨리며, 세력을 모아 군사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것이었다.
모두 거짓으로 이들을 따를 세력도, 도와줄 사람도, 소문을 퍼뜨릴만한 시간도 없었다.
20년 넘게 조국을 위해 헌신한 무카이 실장과 요원들은 창창한 미래가 자신들을 기다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쓰디쓴 배신과 모진 고문으로 20명 전원 1급 스파이답게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가 숨이 끊어졌다.
이들을 모함해 죽인 건 무카이 실장과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이 중국에서 심은 스파이란 게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홋카이도와 규슈를 뱉어내는 것은 물론 일본이 당한 피해도 몽땅 물어주고, 최악엔 세계의 공적으로 찍혀 일본과 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이라고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어야 했다. 그래야 비밀이 영원히 묻혔다.
무카이 실장 일행을 입막음하려는 계획은 작전이 성공한 순간 계획된 것으로 영웅 칭호 하사도 안가에서 유방 주석과 장윈찬 부장 등 국가안전부 소속 요원 몇 명만 참석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쾌락을 제공한 여성들도 무카이 실장처럼 인공배양 프로젝트에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태어난 여성들로 무카이 실장과 일행의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함께 죽임을 당해 땅에 묻혔다.
이로써 일본을 파멸로 이끈 중국의 영웅 무카이 실장과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은 조국의 배반에 내란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유령처럼 사라졌다.
“이춘 시와 광시좡족 자치구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있던데,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대단한 건 아닙니다. 이춘 시는 황풍단의 소행으로 보이고, 광시좡족은 석달개가 조직했던 좡족 무장독립 전선이 부활해 잠시 소란을 떠는 것으로, 조만간 소탕될 겁니다.”
“조용하더니 놈들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북쪽의 황풍단과 동쪽의 청풍단이 몇 번 모습을 드러낸 것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혈풍단과 흑풍단, 백풍단은 아주 조용합니다.”
“작년처럼 올해도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군.”
“서식지 파괴를 멈춘 주석님의 신묘한 작전이 들어맞아 올해도 조용할 겁니다. 영묘하신 주석님의 작전 덕분에 동북삼성 인민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구원이라? 하하하하~ 기분은 좋지만, 너무 과한 말이네.”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20년 동안 고통받던 동북 삼성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는 요순시대의 태평성대에도 이루지 못한 과업입니다.”
“이 친구 말하는 솜씨하고는 하하하하~”
장윈촨이 요순에 비유하자 유방 주석의 입이 찢어지다 못해 귀에 걸리며,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 젖혔다.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하나인 요(堯)는 다음 대 군주인 순(舜)과 함께 '요순'(堯舜)이라 하여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꼽혔다.
하나라의 우왕과 은나라의 탕왕을 합쳐 요순우탕(堯舜禹湯)이라 부르며, 중국에선 훌륭한 군주를 찬양하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했다.
그러나 요는 존재조차 명확하지 않은 나라로 삼황오제 자체가 중국의 신화라 허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혈랑의 서식지를 파괴해 숫자가 불어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차오스 주석과 반대로 유방 주석은 소 닭 쳐다보듯 혈랑들을 방치했다.
대단한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차오스 주석이 죽도록 미워 반대로 행동한 것뿐이었다.
참모들도 극구 말릴 만큼 어처구니없는 정책이었지만, 황당무계할 만큼 큰 효과를 봤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혈랑들이 조용히 겨울을 보내며 동북 삼성에 평화가 찾아왔다. 순전히 얻어걸린 것으로 숲을 파괴하지 않은 것도 일부 도움이 됐지만, 진짜 이유는 지지난해 대규모 토벌로 회색늑대의 수가 크게 줄어 먹이가 부족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작전이 성공하자 유방 주석은 차오스 주석이 한 일을 더욱 비난하며 티끌 같은 일까지 모조리 찾아내 폐기하고 반대로 뒤집었다.
이로 인해 중국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매달리며 국력을 소비하게 됐다. 유방 주석의 눈치를 본 지방 행정관들이 부하들을 닦달하자 말단 공무원들의 일은 수십 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매달리며 정작 급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허술하게 처리됐다.
또한, 유방 주석의 정책을 부각하기 위해 실패한 것은 축소하고, 성공한 것은 더욱 부풀리며 거짓 보고가 잇따랐다.
이춘 시만 해도 3개월 동안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실종됐고, 동쪽으로 120km 떨어진 허강 시와 주변 마을도 3만 명이 넘는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중앙엔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보고됐고, 재산 피해도 100분의 1로 축소 보고됐다.
이는 광시좡족 자치구도 예의가 아니었다. 요코와 석달개의 손에 넘어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장칭리 부주석과 장윈찬 부장에 보고된 건 좡족 무장독립 전선이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게 전부였다.
그것도 보고된 인원이 십여 명에 불과했고, 티베트와 만주족, 후이족, 먀오족, 위구르족, 투자족, 이족 등 소수민족의 수상한 움직임은 겁을 집어먹은 공산당 당위원회 서기와 주석이 몸을 사리며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구마모토엔 언제쯤 병력을 보낼 수 있는 건가?”
“정화 작업이 끝나야 해 빨라도 내후년 초가 될 것 같습니다.”
“손바닥만 한 섬 하나 정화하는데 2년이나 걸린단 말인가?”
“총괄 단장인 정한숙의 말론 방사능 레드몬을 사냥하며 정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습니다.”
“상급 레드몬을 사냥한 놈이 고작 방사능 레드몬을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거군?”
“그렇습니다. 후쿠오카 시와 기타큐슈 시를 정화하고 병력을 배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두 도시를 재건해 일본 무역을 독점하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2년이면 방사능에 오염된 다른 도시는 모두 쓸모없게 변할 테니 놈의 뜻대로 되겠군?”
“우리 땅인 구마모토 현과 내륙 도시는 그럴 겁니다. 그러나 오이타 현과 가고시마 현, 미야자키 현의 바닷가 도시는 방사능 오염의 거의 없어 다음 달 선발대가 진입할 예정입니다.”
“가고시마 현을 차지했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깝군. 그래야 남태평양을 노릴 수 있는데.”
“미국이 난세이 제도를 포기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난세이 제도는 규슈 남쪽에서 타이완 동쪽까지 뻗어 있는 군도로 가고시마 현에 속한 오스미 제도, 도카라 제도, 아마미 제도와 류큐 제도에 속한 오키나와 제도, 사키시마 제도가 이에 속했다.
미국이 난세이 제도를 놓지 않은 건 오키나와 제도와 괌에 미군 기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만과 필리핀을 연결해 중국의 대양진출을 막으려는 속셈도 있었다.
“대신 홋카이도의 서남쪽 전 지역과 하코다테를 얻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의 동해, 러시아의 연해주와 접해 있는 곳으로 두 나라를 견제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몇 명이나 보냈나?”
“현재 인민해방군 만 명과 공병단 오천 명, 선인 천 명 파견돼 영토를 구분 짓는 철조망을 작업 중입니다. 지난달 건설 회사 세 곳도 하코다테와 다테, 무로간에 들어가 도시 재건 중입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최대한 이른 시간에 도시를 재건하고, 군항과 기지를 건설하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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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