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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14화 (414/505)

00414  세상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

414.

두근거림이 잦아들자 타는 듯한 고통도 서서히 사라졌다. 1시간 넘게 이어지던 고통이 사라지자 그제야 몸이 움직였다.

“후유~”

“괜찮아?”

“응!”

“하아~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손을 들어 소연의 볼을 쓰다듬자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아내들의 몸을 온종일 주무르며 부드럽다, 행복하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살아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소연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자 손끝을 타고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이 이토록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칠 줄은 몰았었다.

‘이게 살아 있다는 느낌인가?’

“오빠! 진짜 괜찮은 거지?”

“응, 개운해.”

“정말 아픈 데 없어?”

“못 믿겠으면 지금 한 번 할까?”

“오빠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정말?”

“응!”

“하람과 시랑이 보는데 창피하지 않아?”

“오빠만 좋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창녀라고 욕해도 오빠가 좋으면 나는 상관없어.”

눈물범벅인 은비를 웃기려 한 농담이었는데... 진지하지 못한 행동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은비는 내가 무사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였으니...

“안 돼! 넌 내 보물이야. 다른 남자에겐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이야. 절대 그럴 수 없어.”

“오빠도 내 보물이야. 잃어버리는 순간 숨이 끊어지는 심장 같은 보물이야.”

아리, 아영, 마샤의 도움으로 타이거 스네이크의 저주를 빠르게 해소했다. 아내들의 도움이 없어도 높은 스킬 저항력과 강대한 포스로 놈의 저주를 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이겨내려면 몇날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혼자 왔다면 정신을 잃은 사이 산 채로 동물과 레드몬의 먹이게 됐을 것이다.

“아리야! 고마워! 네가 경고하지 않았다면 놈의 저주에 제대로 걸렸을 거야.”

“더 빨리 알려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야. 정말 큰 도움이 됐어.”

“내가 제대로 도왔다면 네가 다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제대로 돕지 못해 네가 다친 거야.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 흑~”

내가 다친 게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리는 자책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얼른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아리의 간파 스킬이 없었다면 타이거 스네이크의 원한에 찬 눈을 계속 바라봤을 것이고, 그랬다면 놈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저주에 걸렸을 것이다.

놈은 죽기 직전 남은 생명을 모두 쏟아 부어 내게 죽음의 저주 일명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을 시전했다.

아리의 경고와 높은 저항력 덕분에 죽음의 저주가 완벽히 파고들지 못해 목숨을 구했다.

8월 1일부로 C급 상급 레드몬의 상태 이상 스킬을 최대 75%까지 방어할 수 있게 됐지만, 생명을 다 바친 놈의 저주는 B급 상급 레드몬의 스킬보다 더욱 강력해 제대로 걸렸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꽁지가 빠지라 물가로 달아나는 놈의 모습에 방심한 대가이자, 상대를 우습게 본 교훈이었다.

“울지 마. 너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네가 말해줘서 생명을 구했어. 그러니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마. 알았지?”

“응!”

눈물이 흘러내리는 아리의 입술을 삼키듯 빨아주고 아영과 마샤의 눈물도 닦아줬다.

다른 아내들도 울고 있기는 마찬가지로 일일이 눈물 닦아주고, 안아주고, 입을 맞춰줬다.

“오빠!”

“응?”

“또 혼자 다닌다고 하실 거예요?”

“아니,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약속하신 거예요?”

“응!”

“서재에 가도, 산책하러 가도, 식사할 때도, 목욕해도,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혼자 있고 싶어도 무조건 한 명을 꼭 데려가셔야 해요. 아셨죠?”

“알았어.”

“언니들과 저희는 오빠만 좋다면 어디든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곳이라도, 가장 더럽고 지저분한 곳이라고 따라갈 거예요.”

“고마워!”

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토해내는 상아를 품에 안으며 그동안 아내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들의 무력이 낮다는 이유로 혼자 사냥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걸 까맣게 잊고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사냥도 혼자 재빨리 사냥하고 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축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골 넣는 공격수다. 이는 당연한 일로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고, 관중을 모을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수가 골을 넣어도 수비가 상대에게 더 많은 골을 허용하면 경기에 지게 되고, 관심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공격수가 자기편 골대부터 공을 끌고 올라가 상대편 골대에 골을 넣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로 수비와 미드필더가 받쳐줘야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지 공격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간단한 상식조차 잊고 살았다.

지금껏 쌓은 명성은 아내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아내들이 없었다면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웠을 것이고, 서 있을 자리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쥐꼬리만도 못한 실력을 믿고 까불다 목숨을 잃고 레드몬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뭐가 나왔는지 가보자.”

“네.”

아내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하며 상아와 아리의 손을 잡고 죽은 타이거 스네이크에게 다가갔다.

레드주얼과 레드스톤을 꺼내기 전 잠시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나를 저승 문턱까지 끌고 갔지만, 녀석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다.

녀석은 피해자였고, 나는 가해자였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살던 녀석의 레드주얼, 레드스톤, 가죽, 본스틸을 탐낸 약탈자였다.

녀석이 레드몬이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영웅 소리를 들으며 살았을 것이다. 녀석과 나의 차이점은 그게 전부였다.

인간과 레드몬!!!

커다란 심장에서 붉게 빛나는 레드스톤을 꺼내 수건으로 닦아 마샤에게 넘겼다. 마샤는 지하 금고와 레드몬 사냥일지를 관리했다.

집 지하 3층에 있는 금고엔 이제껏 사냥한 레드스톤과 비자금, 엘리트 레드몬에서 나온 무기와 방어구 재료가 가득했다.

가히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으로 금고에 있는 것만 모두 팔아도 작은 왕국은 만들 수 있었다.

레드몬 사냥일지는 이제껏 사냥한 레드몬에 관한 자료를 모은 것으로 날짜, 등급, 크기, 무게, 형태, 스킬, 특이점, 공략방법 등 각종 자료가 모두 망라됐고, 이것을 다시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으로 레드몬 사냥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보물이었다.

뇌에서 빼낸 레드주얼은 지름 4cm의 검은색 구슬로 타이거 스네이크가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적을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스킬은 두 가지로 녀석이 내게 사용했던 죽음의 저주와 관통력 향상이었다. 죽음의 저주는 B급 엘리트 레드몬 이하는 사용 즉시 숨이 끊어졌고, A급 엘리트 레드몬은 즉사 확률 50% 이하였다.

C급 상급 레드몬을 상대로 사용하면 확률이 25% 이하에 스킬 저항력까지 영향을 받아 거의 쓸모가 없었다.

또한, 멘탈포스가 1,000이나 들어 이름과 효과만 거창했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능력이 향상해 죽음의 저주를 마구 날릴 수준이 되거나, 다른 레드주얼과 합쳐져 효과가 향상하거나, 몸에 흡수돼 진화하면 파멸의 창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관통력 향상은 무기 또는 예기의 관통력을 높여주는 효과로 상대의 방어력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레드몬의 질긴 가죽, 합금보다 훨씬 단단한 본스틸, 전차의 두꺼운 장갑도 두부처럼 부드럽고 연하게 뚫고 들어가게 해줬다.

관통력이 높은 파멸의 창을 사용하면 단단한 바위도 최대 500m까지 뚫고 들어갔다.

관통력을 향상해주는 스네이크의 레드주얼의 효과가 더해지자 관통효과가 2배로 커져 단단한 암석층을 1,000m나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얻은 레드주얼 중에 효과는 이게 최고인 것 같다.”

“오빠! 관통력이 그렇게 중요해요?”

“당연하지. 신기전에 사용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과 같다고 할 수 있어. 상대의 단단한 껍질을 깨지 못하면 타격을 줄 수 없잖아.”

“멘탈 스킬로 따지면 상대의 스킬 저항력을 뚫는 것과 같은 것이네요?”

“그렇지. 방호벽을 뚫는 개념이니까 같다고 할 수 있지.”

“상대의 스킬 저항력을 약화하는 레드주얼도 있으면 좋겠네요.”

“등급이 올라갈수록 스킬 저항력이 높아지니 그런 걸 얻으면 큰 도움이 되겠지.”

소희의 말처럼 스킬 저항력을 무력화하는 레드주얼을 얻는다면 사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하급·하급·중급 레드몬은 능력자처럼 스킬 저항력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미약해 멘탈리스트의 스킬이 아주 잘 먹혔다.

그러나 엘리트 레드몬으로 올라가면 저항력이 급격히 높아져 스킬이 튕기거나, 효과가 반감했다.

이를 타파하는 건 실력을 향상하거나, 레드주얼을 얻는 길밖에 없었다. 하지만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절망에 빠지는 능력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조립식 썰매를 만들어 타이거 스네이크의 사체를 호바트로 옮긴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죽음 직전까지 몰렸었지만,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픈 곳도 없었고, 후유증도 없었다.

피곤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하루 푹 쉬면 나을 증상으로 호바트 시에서 2~3일 쉬고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으로 이동해 B급 상급 레드몬 코모도왕도마뱀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내들은 내가 쓰러질 것처럼 보였는지 사냥의 사자도 꺼내지 못하고 하고 호바트 시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비행기에 태워 침실에 가둔 후 기수를 나진시로 향하게 했다.

집에 돌아와선 일주일간 침실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일본과 중국 소식도 못 듣게 하는 등 중환자처럼 다뤘다.

“아영아! 오빠 이제 괜찮아. 다 나았어.”

“아리와 마샤 언니가 적어도 한 달은 꼼짝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 빨리 누우세요.”

“벌써 일주일째 침대에만 누워 있었어. 잠시 산책이라도 하면 안 될까?”

“찬바람 쐬면 안 돼요. 몸에 해로워요.”

“9월 초에 찬바람이 왜 불어?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데.”

“아침저녁으론 쌀쌀해요.”

“영하 20도가 넘는 겨울에도 속옷 없이 달랑 가운 하나만 걸치고 돌아다녔어. 너도 알잖아.”

“그때는 아프지 않을 때잖아요. 지금과 비교하면 안 되죠.”

“지금도 안 아파. 멀쩡해!”

“그건 오빠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예요. 지금은 최대한 안정을 취하며 건강에 유의할 때에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알아. 그렇다고 방안에만 가둬두는 건 치료가 아니라 감금이야. 내일모레 죽을 환자도 살살 움직이는 건 허락하잖아.”

“소연 언니가 감금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러니 가만히 누워 계세요. 움직이면 안 돼요.”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없는 병도 생기겠다.”

“많이 답답하세요?”

“응. 죽을 것 같아.”

“심심하면 고추라도 빨아드릴까요?”

“섹스는 괜찮아?”

“욕구 불만이 정신 건강에 더 나쁘다고 아리 언니가 그랬어요. 그래서 적당한 섹스는 허용하고 있잖아요.“

“9월에 찬바람 쐬면 안 된다고 방안에 가둬두고, TV와 신문도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못 보게 하면서 섹스는 괜찮다는 게 말이 돼?”

“그러면 아리 언니에게 말해 당분간 섹스도 금지하라고 할까요?”

“아영아! 오빠 죽이고 싶니?”

“제가 올라갈까요?”

“응!”

“히히히히~~~”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걸리면 정말 오래갑니다.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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