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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13화 (413/505)

00413  세상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

413.

휴식이 끝나자 타이거 스네이크를 향해 최대한 은밀하게 다가갔다. 크로싱 강 옆 우거진 풀숲에 드러누워 늘어지게 자는 타이거 스네이크는 세계포스협회에서 빼낸 자료대로 크기와 무게가 거의 일치했다.

[소연아! 여기서 생명의 나무와 가시덩굴로 보호막 치고 있어. 내가 나오라고 하기 전엔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알았어.]

[하람이도 돕기로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금방 끝낼게.]

[응, 조심해!]

소연을 품에 안아 안심시킨 후 아내들의 뺨을 한 번씩 어루만져주고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세계포스협회가 타이거 스네이크에 관해 알아낸 것은 크기와 무게, 레드스톤 에너지양이 전부였다.

엠코사의 드래곤 킬러 수십 대를 이용해 알아낸 것으로 가장 중요한 스킬과 전투 스타일은 전혀 몰랐다.

이럴 땐 하람을 상대하듯 무작정 돌격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었다. 대련과 전투는 전혀 다른 것으로 상대가 만만해 보인다고 방심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일단 잽을 날려 놈의 반응을 본 후 스트레이트로 차근차근 피해를 주며 결정적인 순간 카운터펀치를 날려야했다.

소연에게 공포 면역 효과를 받은 후 아내들과 2km 떨어진 왼쪽 언덕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하람을 우측 숲에 숨어있게 한 후 가시창을 다섯 자루를 소환해 일렬로 땅에 꽂았다. 준비가 끝나자 지체하지 않고 놈을 향해 가시창을 던졌다.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가시창 다섯 자루가 연속으로 날아들자 야콥슨 기관과 피트 기관이 극도로 발달한 타이거 스네이크가 번개같이 상체를 일으키며 꼬리를 휘둘렀다.

“쾅쾅쾅쾅쾅~~~”

꼬리를 감싼 비늘이 그물처럼 촘촘히 날아가 가시창과 부딪치자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주위가 불바다로 변했다.

시야가 막히자 재빨리 눈을 감고 기로 놈을 느꼈다. 상체를 꼿꼿이 세운 타이거 스네이크가 화염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응속도는 느리지 않네.’

“캬학~”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가 난 놈이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지르자 온몸의 비늘이 뚜껑이 열리듯 젖혀지며 팔뚝 굵기의 까만 뱀들이 쏟아져 나왔다.

타이거 스네이크를 쏙 빼다 박은 뱀이 바늘 하나당 한 마리씩 튀어나오자 숲이 온통 뱀으로 뒤덮였다.

어미의 몸을 빠져나온 새끼 뱀이 날듯이 달려왔다. 옆으로 기는 것이 아니라 경주를 하듯 앞으로 쏜살같이 내달리자 1km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새끼 뱀들이 달려들자 머리 위에 떠 있던 구미호가 50m 상공으로 올라가 새끼 뱀들을 요격했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치켜든 구미호의 꼬리에서 황금빛 레이저가 기관포처럼 불을 뿜자 뱀들이 제가 되어 사라졌다.

꼬리가 다섯 개로 늘어난 구미호는 혼자서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으로 꼬리를 하나로 모아 공격하면 C급 상급 레드몬도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강력한 구미호의 레이저 기관포에 새끼 타이거 스네이크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자 어미를 향해 냉기탄과 혈기탄을 발사했다.

하얀 구슬이 정면으로 날아가고, 붉은 구슬이 은밀하게 좌우로 날아들자 놈이 또다시 꼬리를 흔들었다.

“쾅쾅쾅쾅~~~”

냉기탄 3발이 비늘에 맞아 폭발하며 얼음꽃을 피우자, 혈기탄 5발이 비늘을 우회해 꼬리로 다가갔다.

“펑펑펑펑펑~”

화염과 얼음에 시야가 가려진 사이 뒤로 파고든 혈기탄이 꼬리에 스며들어 폭발했다. 그러나 비늘에 막혀 절반도 파고들지 못하고 터졌다.

혈기탄은 혈맥을 공격하는 스킬로 살과 가죽에서 터지면 화상을 입는 정도에 불과했다.

C급 상급 레드몬 타이거 스네이크

전투력 : 12119

지  능 : 105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12,228

스  킬 : 알 수 없음

세계포스협회가 타이거 스네이크를 확인한 것은 작년으로 서류가 맞는다면 놈은 C급 상급 레드몬이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그건 아직 새로운 스킬에 적응할 시간도 모자랐다는 뜻으로, 온전히 힘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강력한 힘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완벽히 제어하고 사용할 수 있게 수련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놈을 가운데 두고 빠르게 빙빙 돌며 가시창을 연속으로 소환해 던졌다. 파란 예기가 3m나 자라난 가시창이 두려운지 놈도 꼬리 비늘을 이용해 가시창을 막을 뿐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놈의 특기는 폭발 비늘과 새끼 타이거 스네이크 소환이 아니라 맹독이 확실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맹독을 지닌 독사가 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찐빵에 팥이 없다는 소리와 같았다.

타이거 스네이크는 독을 주입해 죽이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며 다른 형태로 독을 살포할 순 있어도 독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독성이 더욱 강해져 물리면 치명상을 입을 게 확실했다.

이런 놈은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비늘과 독사를 계속 소환하도록 유도해 체력을 소모한 후 숨통을 끊어놓는 게 안전했다.

내가 계속 주위를 빙빙 돌며 체력을 소모하는 전법을 쓰자 방어에 치중하던 놈이 초조해졌는지 새끼를 잔뜩 생산해 한꺼번에 밀어 넣으며 번개같이 다가왔다.

그러나 구미호가 새끼 뱀을 한 마리도 다가오지 못하게 요격하고, 나도 바람 스킬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리자 체력만 소모한 꼴이 됐다.

놈이 초조해할수록 가시창과 냉기탄, 혈기탄을 더욱 많이 날렸다. 소모된 포스는 4단계 정화수와 피의 저주를 사용해 충분히 보충할 수 있어 놈보다 내가 먼저 지칠 염려는 없었다.

[신호주면 꼬리에 화염탄 발사해.]

[알았어.]

아리의 텔레파시 주얼을 빌린 하람이 명령에 따라 화염탄을 발사할 준비를 마치자 타이거 스네이크의 얼굴에 맹공을 퍼부었다.

철갑과 뇌전보호막으로 몸을 감싸고 500m까지 접근해 뇌전탄과 냉기탄을 연달아 쏘아내자 놈도 비늘을 쏘며 빠르게 접근했다.

뒤로 살살 빠지며 거리를 벌리자 약이 빠짝 올랐는지 맹렬하게 다가서며 비명을 토했다.

“캬학~~~”

비명과 함께 두 가닥으로 갈라진 혀가 삼지창처럼 튀어나왔다. 여우 채찍보다 더 길게 늘어난 혀가 500m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가슴을 노리고 들어왔다.

독이 날아올 것으로 예상하다가 혀가 튀어나오자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이따위 공격에 당할 만큼 녹록하진 않았다.

땅을 툭 차 오른쪽으로 빠져나가 혀를 피한 후 놈의 얼굴로 다가가 여우 채찍을 빠르게 튕겼다.

그러자 채찍에서 뻗어 나간 길이 5m의 파란 예기 10발이 놈의 눈과 코를 노리고 날아갔다.

참격을 날린 후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로 쭉 빼며 거리를 벌리자 새끼 뱀을 모두 처리한 구미호가 날아와 황금색 레이저로 타이거 스네이크의 혀와 피트 기관을 공격했다.

“쾅쾅쾅쾅~”

“캬아악~~~”

코앞에서 날린 참격이 얼굴에 박히자 피가 확 튀었고, 눈과 귀를 대신하는 혀와 피트 기관도 구미호의 레이저에 다치자 놈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며 요동쳤다.

[지금이야!]

신호를 보내자 기회를 노리던 하람이 재빨리 접근해 머리통만 한 화염탄을 연속으로 쏘아냈다.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틈을 파고든 하람의 화염탄 10발이 꼬리에 박히자 비늘이 날아가며 불이 붙었다.

“캬아아아악~~~”

하람의 공격에 꼬리가 반쯤 날아가며 거세게 타오르자 놈이 목청껏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고통의 몸부림이자 불을 끄려는 행동이었지만, 현무의 백린 탄환처럼 하람의 화염 공격도 물체가 다 타기 전에는 쉽게 꺼지지 않는 불로 바닥에 비비는 것으론 어림도 없었다.

불이 커지지 않자 놈이 물을 찾아 크로싱 강으로 내달렸다. 비명을 질러대며 허둥대는 모습에서 더 꺼내놓을 밑천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파멸의 창을 소환하고 놈에게 다가갔다. 앞만 보고 달리는 놈의 꼬리에 따라붙으며 만약을 대비해 피해 면역을 사용했다.

“우우우우웅~~~”

세상을 파괴하고 싶어 울어대는 파멸의 창을 던졌다. 빛이 되어 날아간 파멸의 창이 타오르는 꼬리를 뚫고 들어가 갈비뼈까지 파고들었다.

크로싱 강으로 허둥지둥 달리던 타이거 스네이크가 정지화면처럼 멈춰 섰다. 사람으로 치면 다리를 뚫고 가슴까지 올라간 것으로 극심한 아픔에 몸부림을 치거나, 숨이 끊어져야 하는데 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히 멈췄다.

멈춰선 놈이 천천히 머리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까만 눈동자에 담긴 짙은 원한과 살기에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홍아! 피해!]

아리의 외침에 있는 힘껏 뒤로 뛰어올랐다. 하늘을 나는 듯 높이 점프해 뒤로 물러나며 양팔에 포스를 가득 모아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규슈에서 상대한 방사능 레드몬 일본원숭이처럼 자폭 스킬을 쓰는 줄 알고 방어태세를 갖추고 단단히 대비했다.

그러나 땅에 내려설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숨을 다한 타이거 스네이크의 커다란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는 게 전부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오버했다는 생각에 아내들이 숨은 보호막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홍아~”

소연의 텔레파시를 빌려 경고를 날린 아리가 달려왔다. 그러나 똑바로 서서 달려오지 않고 옆으로 점점 기울어지며 달려왔다.

‘젠장! 이래서 방심하면 안 되는 건데.’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전속력으로 달려온 하람이 나를 안았다. 정신은 또렷한데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며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아영아! 마샤야! 빨리 와~”

아리의 다급한 외침에 허둥지둥 달려온 아영, 마샤가 손을 맞잡고 생명의 나무를 소환했다.

아영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력을 다해 정화 스킬을 나무에 사용하자, 아리와 마샤도 내 왼손과 오른손을 꽉 붙잡고 있는 힘껏 힐링 스킬을 퍼부었다.

“침착해! 저주로 잠깐 몸이 굳어진 것뿐이야. 금방 회복할 거니까 울지 말고 모두 지홍이를 보호해!”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소연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아내들을 다독였다. 소연이 중심을 잡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내들이 나를 중심으로 방진을 짜고 둘러섰다.

만약을 대비해 나를 보호하는 것으로 생명의 나무가 반경 30m를 보호하고 있어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초조함에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1시간이 하루처럼 느껴질 만큼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터질 듯 뛰자 가슴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가 혈관을 타고 돌자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입안 바짝바짝 말랐다.

하람 대신 나를 품에 안은 소연과 은비가 정화수를 입에 흘려 넣으며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오빠! 괜찮아?”

눈물을 뚝뚝 떨구며 겁에 질려 물어보는 은비에게 말 대신 눈을 깜빡여 괜찮다고 말해줬다.

내가 조금만 아파도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리면서 평소엔 악동처럼 구는 은비가 가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은비의 눈에 가득 찬 사랑을 보자 그게 은비의 사랑법이란 걸 알게 됐다.

서인처럼, 상아처럼, 아영처럼 순종적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면, 은비처럼 짓궂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살아가는 방법이 똑같을 수 없듯이, 사랑하는 방법이 같을 수 없었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만 있으면 표현은 어떤 식이든 상관없었다.

‘나 없으면 밥도 못 먹으면서, 강한 척은 혼자 다하고... 웬수! 오늘따라 더 예쁘네.’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걸리면 정말 오래갑니다.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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