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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12화 (412/505)

00412  세상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

412.

1790년대 중반부터 태즈메이니아 섬에 몰려온 영국인들은 바다표범 사냥꾼, 탈옥수, 군인들로 원주민 아이들은 잡아다가 노예로 부리고, 여자들은 보이는 대로 강간하고, 사내들은 병신으로 만들거나 죽였다.

영국인들의 행동은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것으로 여자를 통나무에 묶어 태워 죽이고, 남편의 머리를 잘라 아내의 목에 걸어 주고, 남자의 생식기와 고환을 자르는 등 악마와 같은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영국인도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을 죽였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처벌받기는 고사하고 1828년 유럽인 정착지에 얼씬거리는 원주민은 즉시 사살해도 좋다는 호주 정부의 살인 면죄부가 공식적으로 발급되며 원주민을 짐승 사냥하듯 살해했다.

그것도 모자라 1830년에는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30마일 떨어진 무인도로 원주민 전원을 추방했다.

이송 도중 대부분이 죽었고, 200명이 간신히 살아남아 무인도에 도착했다. 이들을 기다리는 건 감옥 같은 환경과 기독교로 개종하라는 강요였다.

심지어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해 영양실조로 죽게 하는 등 호주 정부는 태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이 모두 죽기를 바랐다.

1847년 47명의 생존자가 태즈메이니아 섬으로 간신히 돌아왔지만, 병들고 지쳐 하나씩 죽어가며 1869년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만이 살아 있었다.

정말 황당한 건 단 세 명이 살아남자 과학자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유는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을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중간 과정의 동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1869년 남자가 죽자 과학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시신을 파내 몸을 난자했고, 나중에는 시신을 절단해 모두 훔쳐갔다.

1876년 마지막 여성이 죽자 사후에 시신이 찢기는 것이 두려워 바다에 수장해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1947년까지 박물관에 전시되다가 사후 100년이 지난 1976년에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

“제노사이드보다 더하네요.”

“완전히 멸종시킨 거니까 더하다고 할 수 있지.”

“인간의 잔혹함에 치가 떨리네요. 이런 나쁜 사람들을 우리가 계속 도와야 하는 건가요?”

“돕는다고 생각하지 마. 필요한 만큼 우리가 이용하는 거야.”

“우리는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론 이들을 돕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미국도, 영국도, 세상 누구도 도와주면 안 돼. 인간의 잔혹함은 백인에게만 있는 건 아니야. 황인도 있고, 흑인도 있어. 그리고 우리 안에도 있고.”

“우리는 그런 적 없잖아요.”

“소희야!”

“네?”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죄가 없는 건 아니야. 상대가 우리에게 한 짓을 되갚았다고 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원주민을 학살한 적은 없지만, 우리로 인해 일본인 수백만 명이 죽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그것이 인과응보라고 해도 용서받을 짓은 아니야.”

“그럼 우리도 호주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네요?”

“그렇다고 같은 존재로 볼 순 없지. 그들은 재미로 사람을 죽였고,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걸 막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거니까. 물론 피해를 줄일 방안이 여럿 있었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면죄부를 받을 순 없겠지.”

“너무 복잡해요. 얘기할수록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겠고요.”

“세상이 그래.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어. 양심에 비춰 바르게 살려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야.”

“사람마다 양심이 틀려 그것도 쉽진 않겠네요.”

“그렇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재미로 사람을 죽인 사람들도 떳떳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소희와 나란히 앉아 한숙의 얘기를 경청했다.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되며 마음이 무거웠고, 나도 호주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또다시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한 건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는 한숙의 말이었다.

한국인에게 나는 자긍심이자 절대 선이었지만, 일본인에겐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 절대 악이었다.

미국의 설레발로 내가 써커들을 홋카이도로 다시 돌려보낸 것을 알게 된 일본은 나와 아내들을 찢어 죽이고 싶어 했다.

나 때문에 써커들이 혼슈로 상륙해 나라가 쑥대밭이 되며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를 잃고, 수백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주장은 조금만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말로 일본 정부가 요코 일행을 캄차카 반도로 밀어내 러시아와 미국에 피해를 주려 음모를 꾸미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아베 마사히코가 수족들의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써커들을 공격했다면 혼슈가 쑥대밭이 되는 일도 없었다.

사무라이의 피해를 두려워해 얕은수를 쓰다 미국과 러시아의 분노를 사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규슈가 날아간 건 하람과 무카이 실장, 수소 폭탄을 사용한 일본 정부 때문이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일본이 지금 겪는 고난은 모두 자업자득으로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호소카와 총리와 아베 마사히코가 불안과 불만을 내게 돌리려 심리전을 펼친 결과였지만, 일본인의 마음속에 나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없었다면 모든 일본인이 그렇게 생각할 순 없었다.

이 역시 집단의식의 발로로 원망과 분노를 뒤집어써 줄 대상이 필요했고, 그게 가장 만만하고 적당한 내가 된 것뿐이었다.

‘일본 사람 처지에선 내가 미울 수밖에 없겠지. 나라도 처지가 바뀌었다면 당연히 그랬을 테니까. 그리고 내게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 따위는 없어. 어차피 우리는 적이고, 둘 중의 하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싸움은 멈추지 않을 테니까.’

호바트 시에서 서남쪽으로 90km 떨어진 사우스웨스트 국립공원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구할 수 있는 헬기가 3대밖에 없었고, 모두 소형이라 아내들도 다 태울 수 없었다. 그럴 바엔 백호와 풍산개를 타고 뛰어가는 것이 빨랐다.

풍산개가 없는 제니퍼와 아만다, 캐서린은 백호에 태우고 나와 하람, 시랑은 튼튼한 두 다리로 달렸다.

“내가 정면을 맡을 테니까, 너는 뒤를 맡아.”

“자네 실력이면 순식간에 끝날 텐데, 내가 도움이 되겠나?”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고 시키는 대로 해.”

“내가 개똥인가?”

“개똥이라고 불러줘?”

“아닐세. 말이 헛나왔네. 미안허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하람은 호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정신 사납게 달리면서까지 꼭 사진을 찍어야 해?”

“미안하네! 워낙 예쁜 그림이 많아서 참을 수가 없네.”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게 취미가 되어 작업실까지 차려놓고 현상도 자기 손으로 직접 했다.

녀석이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없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없는 취미를 가졌다는 게 내심 부러웠다.

“참 가지가지 한다. 멧돼지가 경치에 푹 빠져 사진을 찍어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좀 특이한 멧돼지라서 그러네. 이해해주게. 친구! 하하하하~”

“친구 같은 소리하고 있네.”

“자네와 내가 친구가 아니면 세상 어느 누가 친구란 말인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데. 안 그런가? 하하하하~”

보이기만 하면 구박을 하자 한동안 의기소침한 것 같더니, 이제는 단련됐는지 아무리 뭐라 해도 능글능글 웃으며 대답했다.

“뛰면서 사진이 찍혀? 흔들리지 않아?”

“내가 이래 봬도 균형 감각은 좀 있는 편이네.”

“다리 네 개 달린 짐승이 두 발로 뛰는데, 잘도 균형 감각 있겠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는데, 1년 정도 지나자 네 발로 뛰는 게 어색하더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네가 인간 체질이라는 거야?”

“하하하하~ 역시 나를 알아주는 건 자네밖에 없군.”

“지랄 쌈 싸먹기하고 있네.”

넉살까지 좋아져 멧돼지라고 해도, 짐승이라고 해도 인상을 찡그리기는커녕 웃으며 잘도 받아넘겼다.

태즈메이니아 섬은 습도가 높고, 작은 호수와 강이 많았다. 나무도 울창해 타이거 스네이크가 있는 크로싱 강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레드몬도 많아 최대한 피해서 가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러나 험난한 지형에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백호와 풍산개들의 빠른 주력 덕분에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훈련과는 차이가 크네요.”

“속이 많이 울렁거려?”

“아영과 마샤가 도와줘서 이제 괜찮아요.”

“캐서린도 속이 안 좋아?”

“저도 많이 좋아졌어요.”

백호와 풍산개를 탈 기회가 적은 아만다와 캐서린은 심한 멀미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영과 마샤가 정화와 힐링 스킬로 컨디션을 회복시켜 줬지만, 속이 뒤집힌 건 정화와 힐링 스킬로는 치료가 안 됐다.

“둘 다 여기 앉아.”

“네!”

아만다와 캐서린을 평평한 바위에 앉힌 다음 등에 손을 붙이고 부드러운 포스를 가슴에 불어넣었다.

포스를 타인의 몸에 불어넣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충돌이 일어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포스는 자연의 생명력으로 근본은 하나였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 동물, 식물에 따라 다양한 기운을 띄는 것뿐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마다 전혀 다른 기운으로 느껴져 억지로 섞으면 충돌이 일어나 생명이 위험했다.

그러나 근본은 같은 것으로 상대의 기운에 맞출 수만 있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기감력으로 상대가 어떤 기운을 쓰는지 감지해 그에 맞게 기운을 변환해 불어넣어 혈액 순환을 돕고, 들뜬 포스를 가라앉히고, 포스가 움직이는 통로를 일시적으로 확장해 포스가 원활하게 소통하게 해줬다.

등과 허리를 쓰다듬으며 포스 마사지를 해준 후 뒤에서 끌어안으며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를 살살 문질렀다.

배를 만져 속을 편안하게 한 후 가슴으로 손을 넣어 커다란 유방을 주무르며 심장을 마사지했다.

멀미를 핑계 삼아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자 아만다와 캐서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뽀뽀!”

입술을 내밀자 둘 다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을 빨자 고추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옷을 뚫고 나오려 했다.

상급 레드몬 사냥만 아니면 숲으로 끌고 가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용을 쓰고 싶었다.

[오빠! 시랑이 눈 커졌어요. 그만하세요.]

[아이고 아쉽다.]

[지금은 사냥에 집중해야 할 때잖아요. 아쉬워도 조금만 참으세요.]

[알았어.]

상아의 텔레파시에 젖가슴이 터지도록 꽉 움켜쥐고, 콩알만 한 젖꼭지를 비비는 것으로 찐한 아쉬움을 달래며 손을 뺐다.

“시랑이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멀미나서 치료해준 건데 뭐가 부끄러워?”

“치료 같은 소리하고 있네.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럭거리는 게 치료야?”

“어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심장 마사지!”

“심장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고 있네.”

은비의 질책에 뻔뻔함으로 맞섰다. 나쁜 짓도 처음에만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지 자주 하다 보면 이력이 붙어 뻔뻔해졌다.

“왼쪽 가슴은 심장이라 마사지했다고 치자. 오른쪽 가슴은 왜 주물렀어?”

“균형 잡힌 고른 발육을 위해서. 아만다와 캐서린이 가슴을 짝짝이로 만들면 안 되잖아.”

“뭐라고?”

“사랑하는 은비씨! 계속 기어오르면 오른쪽 가슴은 75F, 왼쪽 75A로 만들어준다. 도저히 복구할 수 없는 짝짝이 가슴이 되고 싶어?”

“미쳤어?”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보여줄까?”

“헉!”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걸리면 정말 오래갑니다.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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