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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09화 (409/505)

00409  만주에 부는 바람  =========================================================================

409.

2월 14일 광저우 시에 도착해 광시좡족 자치구로 스며든 요코 일행은 4개월 만에 난링 산맥 안에 그럴싸한 요새를 건설했다.

굴을 파고, 터를 다지고, 나무를 베고, 돌을 나르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숙주 레드몬을 굴착기와 덤프트럭 대용으로 사용해 순식간에 해치웠다.

집을 짓고, 공장 건설하고, 농장을 조성하는 일은 난닝 시와 주변 도시에서 잡아온 한족 기술자와 노동자들을 이용했다.

4개월간의 노력 끝에 도시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근사한 아지트를 만든 요코는 왕국 건설을 위해 눈을 밖으로 돌렸다.

아지트 건설과 함께 끌어 모은 숙주 레드몬의 수가 2,000여 마리로, C급과 B급 엘리트 레드몬이 9마리, 중급 레드몬 890마리, 하급 레드몬 1,085마리로 성 하나쯤은 우습게 찜 쪄 먹을 힘을 갖췄다.

노예도 18,811명을 확보해 소왕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전력을 확보한 요코는  광시좡족 중 중앙 정부에 불만을 품은 좡족 독립무장 전선의 지도자 석달개(石達開)를 끌어들였다.

석달개는 20년 간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광시좡족의 독립을 위해 싸운 무장독립 투쟁의 살아있는 영웅으로 중국 정부가 반란군 괴수 10인으로 선정한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중국 정부의 이간책과 정부에 붙은 좡족 원로들의 배신에 하염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20년간 민족을 위해 투쟁했지만, 돌아온 건 가족의 죽음과 좡족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싸늘한 시선이었다.

중국의 동화 정책과 당근에 좡족도 옛날의 호방한 기상을 잃고 점점 한족의 문화에 물들어가며 독립의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민족의 모습에 좡족의 손으로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굳게 믿던 석달개의 생각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주독립을 이뤄 좡족만의 국가를 세우겠다던 원대한 포부가 꺾이며 요코의 손을 잡게 됐다.

“광시좡족 귀성춘 공산당 서기장과 마바오 주석은 우리가 맡은 테니 석 동지는 변절한 원로들과 중국 공산당에 빌붙은 기생충들을 맡으세요.”

“저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스무 명도 안 됩니다. 무슨 힘으로 제가 그들을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부하 오십 명을 내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놈들을 지키는 인원만 오백 명이 넘습니다. 오십 명으론 접근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석 동지를 도울 50명은 모두 선인이에요. ”

“오.오,오십 명 모두 선인이란 말이니까?”

“아버지께서 우리 좡족의 해방을 위해 키운 병력 중 일부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이용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남인가요? 같은 좡족이잖아요. 그러니 은혜라는 말은 쓰지 마세요. 남처럼 들려 마음이 안 좋네요.”

“알겠습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말을 입에 담지 않겠습니다.”

요코는 석달개가 공안에게 붙잡히기 직전 구해준 후 오랜 도망생활로 피폐해진 건강까지 치료해주며 신뢰를 쌓았다.

몇 달간 공안에게 쫓기도록 정보를 제공한 건 요코로, 위기 때마다 간신히 탈출할 수 있게 은밀히 도왔다.

석달개가 지쳐 쓰러지기 직전 혜성같이 등장해 석달개의 눈도장을 찍고, 건강까지 챙겨주며 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출신 좡족으로 자신을 소개한 요코는 선친의 숙원에 따라 광시좡족과 만주족, 후이족, 먀오족,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 해방에 투신했다고 소개했다.

요코는 돌아가신 선친이 세상 모든 민족은 국가를 만들고 평등하게 살아갈 책임과 의무, 권리가 있다고 믿고 50년 넘게 민족해방투쟁을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허점투성이로 요코의 선친이 정말 존재했다면 20년간 베트남을 오간 석달개가 모를 수가 없었다.

요코의 말처럼 그런 원대한 꿈을 꾸는 좡족 민족지사가 있었다면 만나도 수십 번은 만났을 것이다.

힘을 키우기 위해 정글에서 숨어 지냈다고 했지만, 그런 뛰어난 사상과 의지를 갖춘 사람이 50년간 소문조차 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저절로 드러났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석달개는 요코의 말을 믿는 척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요코가 보여준 재력과 무력은 석달개가 생각하는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으로 요코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어도 그 힘을 이용해 잃어버린 좡족 해방의 꿈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요코도 석달개가 자신을 이용할 생각이란 걸 알았다. 이는 처음부터 요코가 의도한 일로 석달개의 몫은 중국 정부에 빌붙은 장족 원로들을 처단하고, 좡족 전체에 독립의 열기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활화산처럼 독립열기가 광시좡족 전체에 퍼져나가면 중국 내 모든 소수민족도 숨겨왔던 독립의 열망에 취하게 된다.

그렇게 중국이 혼란으로 치닫게 되면 중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군대와 선인들을 출동시킬 수밖에 없다.

그때 숨겨둔 숙주 레드몬을 풀어 중국 군대와 선인에 심대한 타격을 주어 더욱 혼란을 부추길 계획이었다.

독립을 저지할 군대와 선인이 사라지면 힘의 공백이 생기고, 그 틈을 이용해 소수민족이 독립 국가를 건설하면 중국은 사분오열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앙 정부의 힘이 약화하면 그동안 납작 엎드려 있던 지방 호족들이 야욕을 드러내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일 게 확실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본궤도에 오르면 석달개를 죽이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든, 숙주로 삼아 몇 달 더 이용하다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석달개가 생각하는 요코의 흑심은 자신과 좡족을 이용해 일부 땅을 차지하거나,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었지, 중국을 조각내 제국을 건설하려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요코의 깊고 음흉한 속을 짐작조차 못 한 석달개가 천족 50명을 이끌고 좡족 원로들과 변절자들을 처리하러 가자 요코는 쇼타에게 귀성춘 공산당 서기장과 마바오 주석 그리고 주변 고위 공산당 위원들을 모두 숙주로 삼을 것을 명령했다.

왕이란 타이틀만 머리에 쓴 쇼타는 요코의 명령에 따라 그날 밤 관사로 잠입해 귀성춘 서기장과 마바오 주석을 요코의 부하로 만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요코의 능력이 일취월장하며 일반인의 수명도 최대 90일까지 늘릴 수 있어 단기간이지만 부하로 이용할 수 있었다.

밤새 중국 공산당에 빌붙은 좡족 원로와 친정부 인사 70명과 가족 800여 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공안과 광시좡족 자치구에 주둔한 중국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을 대신해 좡족 무장독립 전선에 몸담았던 석달개의 부하들과 좡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원로들이 사라진 친정부 인사들을 대신해 요직을 차지했다.

석달개도 이름을 바꾸고 공산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흩어진 동지들을 모으고 요직에 앉힌 좡족 원로들과 힘을 모아 광시좡족 자치구의 독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귀성춘 공산당 서기장과 마바오 주석, 고위 공직자들이 모두 요코의 수족으로 변하며 중앙 정부는 까맣게 몰랐다.

“다른 소수민족 지원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거야?”

“조만간 석달개가 소수민족 무장독립 지도자들과 접촉할 거야. 그러면 이번처럼 천족을 지원해 친 중국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서기장과 주석을 우리 부하로 만들면 게임 끝이야.”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뭐야?”

“반란에 성공한 소수민족과 중국의 혼란.”

“그게 왕국 건설에 도움이 되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중국이 혼란에 빠져야 왕국을 건설할 거 아니야.”

“혼란이 없어도 광시좡족 자치구쯤은 지금도 손에 넣을 수 있잖아.”

“광시좡족만 독립을 선포하면 모든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와. 하나의 중국인 상태에선 숫자를 감당할 수 없어.”

“그게 힘들면 지금처럼 산속에서 조용히 왕국을 건설하며 살면 되잖아.”

“그건 왕국이 아니라 도적, 화적, 산적이라고 부르는 거야. 왕국은 세상 사람들이 국가로 인정해줘야 왕국이 되는 거야.”

“남이 인정해주는 게 그렇게 중요해?”

“이런 병신...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아야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면 반란군에 지나지 않아. 그럼 어디서도 우리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끝없이 싸워야 해.”

“어차피 우리에 대해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이렇게까지 머리를 쓸 필요가 있을까?”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종하는데 누가 알아? 그리고 국가를 만들면 노예를 모두 무장시켜 외침에 대비할 수 있어. 지금처럼 레드몬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이용해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러면 아무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아. 그냥 평범한 국가로 보게 되는 거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뭣 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 편하게 난링 산맥 안에서 살면 되잖아.”

“입 아프게 떠들어봐야 한 마디도 이해도 못 하는 너 같은 돌머리와 이런 고차원적인 얘기를 주고받는 내가 한심하다. 말이 통하는 남자를 한 명 구해야지 답답해 미치겠다.”

“씨내리를 구하겠다고?”

“작전을 짜고 토의할 전략관을 구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남자를 구한다고 했어 이 멍청아! 너처럼 머리가 텅텅 빈 천족 말고,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사람을 구한다고 이 쪼다야~”

“하찮은 노예를 데려다가 말동무를 하겠다니, 너도 참 이상하다.”

“네가 보는 인간의 관점은 딱 셋이지. 여자! 노예! 먹이! 그렇지?”

“당연한 거 아니야?”

“아오~ 이런 바보·멍청이와 왕국 건설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내가 바보다. 말을 말아야지.”

시간이 지날수록 쇼타의 사고수준은 점점 낮아졌고, 요코의 지능은 나날이 높아져 이제는 대화조차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그래도 씨를 내릴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낭군이자, 그나마 말이 통하는 유일한 천족이라 참는 것이지 씨를 내릴 수 있는 똘똘한 천족이 있었다면, 당장 바꾸고 싶을 만큼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요코가 울화병으로 쓰러질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소수민족 독립과 중국 분열의 원대한 톱니바퀴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착착 진행되며, 수소폭탄보다 거대한 파국을 알리는 신호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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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10일

일주일 만에 대마도 정벌을 끝내고 집에서 보름간의 휴식을 취한 후 하반기 원정에 나섰다.

원정 후 상급 레드몬을 사냥할 계획이라 하람도 함께 데려갔다. 방어탑 200기와 신기전 200대가 새로이 추가되며 미래 레드포스 5, 6, 7여단과 홍염의 기사단, 흑사자 공대의 빈자리를 메우며 나진시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8, 9여단도 8월 1일부로 경비에 투입됐고, KA-50 호컴헬기에도 소형이긴 하지만 반경 3km를 탐지하는 레드몬 레이더를 장비하며 방어력이 한층 향상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근에 나타난 A급 엘리트 레드몬 코디악 베어를 시작으로 유럽의 노르웨이, 폴란드, 독일, 영국, 스페인을 거쳐 터키, 아프가니스탄, 나미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미국, 캐나다까지 20일 만에 13개국 원정 사냥을 마무리했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나미비아 3개국만 A급 엘리트 레드몬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B급과 C급이 섞인 형태로 총 38마리의 엘리트 레드몬과 1,000여 마리가 넘는 중급 레드몬을 사냥했다.

러시아의 코디악 베어에선 고대하던 곰 소환수가 나왔고, 나미비아에서 잡은 기린에선 천리안(千里眼)과 비슷한 기능의 레드주얼을 얻었다.

노르웨이에서 잡은 울버린에선 공포 면역 주얼이 나왔다. 사냥팀 전체에 사용할 수 있는 주얼로 사용자가 공포 면역을 사용할 때 30m 안에 있으면 거리에 관계없이 30분간 효과가 지속됐다.

울버린(wolverine)은 족제비의 일종으로 몸길이가 65~107cm, 몸무게 10~25kg으로 힘이 세고, 겁이 없어 커다란 사슴, 산양, 작은 곰까지 마구잡이로 공격했다.

흉포함이 대단해 아무르호랑이, 곰, 퓨마, 북극곰, 이리 등도 울버린과 싸움을 회피할 지경이었다.

몸에서 지독한 악취까지 풍겨 천적이 없는 포식자로 툰드라 지대를 비롯해 스칸디나비아반도, 러시아, 알래스카의 침엽수림에 살았다.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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