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7 만주에 부는 바람 =========================================================================
407.
후쿠오카 시를 정화한 지 한 달 만에 방어벽을 모두 보수하고, 방어탑 50개와 신기전을 추가로 배치했다.
그 사이 방어벽을 따라 주변 10km를 정화하고, 20km 안의 레드몬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사냥했다.
안전이 확보되자 홍염의 기사단과 미래 레드포스 지상경비대 7여단에 후쿠오카 시의 경비를 넘기고 기타큐슈로 이동했다.
기타큐슈는 좁은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혼슈와 마주 보고 있는 인구 80만의 도시로, 4대 공업 지대의 하나인 기타큐슈 공업 지대로 일본의 굴뚝같은 곳이었다.
그러자 이제는 사람 대신 레드마우스이 도시의 주인이 되어 고급 주택과 고층 빌딩 자기 집처럼 이용했다.
“간몬 터널과 간몬 교를 폭파하지 않았네?”
“공화당이 규슈가 정상화하면 사용한다고 끊지 말라고 했대.”
“누구 맘대로?”
“그때는 후쿠오카 현이 우리에게 넘어오기 전이였어.”
“아~ 그렇지.”
방사능 정화를 맡아 나가사키, 사가, 후쿠오카 현을 인도받기 전 방사능 레드몬이 혼슈로 유입될 수 있어 미군에 간몬 교와 간몬 터널 폭파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타큐슈를 차지해 일본 무역을 독점할 계획이었던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다리와 터널을 폭파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우리만 간몬 교와 간몬 터널을 통해 방사능 레드몬이 혼슈로 유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미국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의 피해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미국은 자신들이 가져갈 주판알만 튕기며 일본의 고통은 외면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혼슈에 방사능 레드몬이 들어가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 공화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방사능에 오염된 쥐새끼들과 레드몬들이 혼슈로 넘어가며 우리 일손을 크게 줄여줬다.
“우리도 차후에 이용하게 놔둘까?”
“아니, 끊어야 해. 혼슈에서 레드몬이 넘어올 수도 있어.”
“미국처럼 넘어올 수 없게 막아놨다가 차후 이용하는 게 이익이잖아?”
“미국이라면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그러나 우리가 그러면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지 않아. 대한민국을 나라로 보지 않는 일본이 자기 땅을 차지한 우리를 그대로 내버려둘 것 같아?”
“놈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시비를 걸어?”
“당장은 어렵겠지. 그러나 혼슈가 안정되면 시비를 걸게 분명해. 그리고 일본 정부의 만행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넘어올 수도 있고, 대규모 토벌에 밀려 혼슈로 넘어갔던 레드몬이 되돌아올 수도 있어. 일본인이 넘어오는 것도 향후 분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고 레드몬이 돌아오는 것도 반길 일은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기타큐슈를 정화하고 방어탑과 방어부대를 배치해도 완전한 우리 땅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완벽한 우리 도시가 된 다음 다리를 놓아도 손해 볼 건 없어.”
인접국과 사사건건 영토분쟁을 일삼아온 일본의 만행을 생각하면 다리와 터널을 끊어야 한다는 소연의 의견이 백번 지당했다.
일본 정부는 레드몬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강압에 땅을 넘겨줬지만, 시간이 지나 국력을 회복하면 그런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거나, 강압에 의한 탈취로 무효라고 우길 게 확실했다.
상임이사국을 무력에 꼬리를 내린다고 해도 만만한 상대인 우리는 물고 늘어질 게 뻔했다.
강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강한 게 일본의 특징임을 생각하면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한 결과처럼 일어날 일이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땅을 넘긴 대가로 받은 식량과 무기로 굶주린 배를 채운 일본 정부는 또다시 강제징집을 통해 자위대원 500만 명을 모집했다.
일주일간의 약식 훈련 후 부대를 셋으로 나눠 도쿄에 300만 명, 나고야와 오사카에는 각각 100만 명을 투입해 레드몬을 사냥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홋카이도와 시코쿠, 규슈를 넘겨주고 받은 무기는 모두 구형 전차와 장갑차, 기관총, 소총 등 창고에 쌓인 폐기 직전의 무기였다.
1960~1970년대 생산한 미국의 M-60 패튼 전차, 영국의 치프틴 전차, 소련의 T-62 전차 등 이름만 들어도 위명이 쟁쟁한 무기들로 한때 세상을 풍미했지만, 지금은 고철 그 이상의 값어치도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상임이사국들은 거대한 땅을 얻는 대가로 해체비용 문제로 창고에 쌓아둔 무기를 버리듯 일본에 실어 날랐다.
무기는 만드는 것도 돈이 들지만, 해체하는 것도 돈이 들었다. 러시아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000기가 넘는 핵폭탄을 안고 있는 건 미국을 경계하는 마음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해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버려진 무기들도 수만 대가 모이자 고철 그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하급 레드몬 한 마리가 전차 몇 대는 가볍게 상대할 전투력을 갖췄지만, 놈들도 피가 흐르는 생물로 쏟아지는 탄환과 포탄을 이겨내지 못하고 숨통이 끊어졌다.
20일간 레드몬과 사투를 벌이며 50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200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의 막가파식 밀어붙이기가 통했는지 도쿄와 나고야, 오사가 사이에 있는 도시를 모두 수복하고, 철도와 도로도 확보했다.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장비가 파괴됐지만, 병사는 강제징집을 통해 보충하면 됐고, 장비는 아직도 끝없이 밀려왔다.
“강제징집 되지 않은 사람들도 공장과 농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할당량만큼 일을 하지 않으면 식량배급을 주지 않는대요.”
“예전처럼 흥청망청 먹고 노는 놈들이 있겠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전과 다름없이 편하게 지낸대요. 소문에 의하면 아베 마사히코는 최고급 소고기인 와규와 바닷가재, 참치, 프랑스 포도주를 즐기고 토요일엔 측근들과 함께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미녀들을 희롱한다고 하네요.”
“이름에 걸맞게 아주 멋지게 사는데.”
“그게 멋진 거예요? 양심이 없는 거지. 자기 때문에 국민은 반찬도 없이 미소시루에 잡곡밥을 말아먹는데, 어떻게 산해진미를 즐기며 여자들과 섹스 파티를 벌일 수가 있어요.”
“프랑스를 파국으로 몰아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신인가 보지.”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아베 마사히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딸로 1770년 프랑스의 루이 왕세자와 결혼한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는 사치스러운 생활과 세 치 혀로 프랑스를 파국으로 몰아간 왕비로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하자 ‘그럼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해 공분을 산 희대의 악녀였다.
서인의 말처럼 나라를 말아먹은 것으로 따지면 아베 마사히코가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러나 주둥아리 신공으로 따지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베 마사히코보다 열 배는 앞섰다.
아베 마사히코는 국민 앞에서 나서지도 않았고,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케이크를 먹으라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래 봐야 50보 100보로 나라를 망친 것은 둘 다 마찬가지였다.
“근데 서인이는 그런 소문을 어디서 들었어?”
”단군 일보 조진우 사장님한테 들었어요.“
“둘이 친해?”
“지난해 초 미래 재단 일로 몇 번 만나 알게 된 후 가끔 얼굴도 보고, 차도 마시고, 전화도 주고받아요.”
“다른 남자랑 차를 마셔?”
“질투하는 거예요?”
“그걸 말이라고 해?”
“배시시~ 그런 사이 아니에요. 순수한 오빠·동생 사이에요.”
“남녀 사이에 오빠·동생이 어디 있어? 오빠 오빠 하다가 애인 되고, 자기야 자기야 하다가 여보 되는 거 몰라?”
“남들은 그럴지 몰라도 저는 안 그래요. 제 인생에 남자는 지홍씨 한 명밖에 없어요. 제 마음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 그래요?”
“정말이지?”
“그럼요. 원한다면 심장을 꺼내 보여줄 수도 있어요.”
“심장을 왜 꺼내?”
“제 마음을 증명하려고요.”
“그런 끔찍한 소리하지 마. 앞으로 최소 500년은 괴롭혀야 하는데, 심장을 꺼내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배시시~”
서인의 웃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수많은 아픔을 간직한 서인의 웃는 모습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깊이 생각하면 아픔을 이겨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참 웃음이었다.
서인과 조진우 사장이 친한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나이 차이가 20살로 둘은 친오빠·여동생으로 가끔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조진우 사장은 서인의 아픔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 사건 이후 친오빠처럼 서인을 살폈다.
내가 아내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건 욕심으로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도 말하기 곤란한 일이 있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못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친구였다. 소연과 아리, 은비가 자주 모여 수다를 떨고, 상아와 아영, 마샤가 벤치에 앉아 키득거리는 것이 바로 이런 것으로 서인에겐 조진우 사장이 오빠이자 친구였다.
기타큐슈는 오무라 시에서 동북쪽으로 140km 떨어져 있는 해안도시로 피폭량이 많지 않았다.
이는 동북쪽 방향에 있는 도시에 공통으로 일어난 현상으로 수소폭탄이 터진 오무라 시의 동북쪽에 거대한 산이 첩첩이 쌓여 있어 일어난 현상이었다.
오무라 만과 아리아케 해 사이에 있는 넓이 25km의 육지는 완벽한 산지로 해안을 따라 도시가 형성될 만큼 산이 높고 깊었다.
이 때문에 방사능이 산에 막혀 동북쪽으론 피해가 작았고, 동쪽과 남쪽은 상대적으로 피폭량이 많았다.
간몬 교 앞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기타큐슈 정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간몬 교를 끊었다.
뇌전탄 한 방에 다리가 산산이 부서지며 간몬 해협으로 사라지자 소리에 반응한 레드마우스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백호와 풍산개들, 소환수들이 레드마우스를 처리하는 동안 가시창을 소환해 아주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오염된 레드마우스를 제거했다.
거리가 멀고 피폭량이 적어 방사능 레드몬이 후쿠오카보다 10분의 1수준이었다. 하지만 도시가 크고, 유입되는 레드몬도 많아 정화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기타큐슈는 고쿠라 시, 모지 시, 도바타 시, 야하타 시, 와카마쓰 시 다섯 시가 통합해 크기가 컸고, 나카마·노가타·아이즈카 등 주변 도시와 그물처럼 연결되어 후쿠시마보다 레드몬이 배나 많았다.
기타큐슈의 경비를 위해 흑사자 공대 김태현 공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분간 도시가 안정될 때까지 레드몬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또한, 미래 레드포스 지상경비대 5여단 병력 700명과 707특임대 출신 김학수 대령(1961)을 함께 불러들였다.
5여단에도 신기전 장갑차 54대를 배치했고, 부서진 방어벽을 수리하고 방어탑을 설치하도록 KM 건설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달 말일까지 8여단과 9여단이 준비될 거예요.”
“신병들로만 구성한 거야?”
“아니요. 절반은 1·2·3여단에서 선발했어요.”
“부대장은 누군데?”
“1여단 부여단장이었던 김범용 중령과 2여단 부여단장인 박기오 중령을 대령으로 진급시켜 8여단장, 9여단장에 임명했어요.”
1963년생으로 올해 34살인 김범용 대령은 해병대 특수수색대 장교 출신으로 비리고발, 군 혁신안 제출 등으로 상관에게 찍혀 4년 전 강제 퇴역당했다.
실의에 빠져 바닷가를 전전하는 걸 강승원 국장이 스카우트했고, 지금은 나진시에서 만난 참한 여성과 결혼에 아이 둘을 둔 아빠가 됐다.
같은 34살인 박기오 대령(1963)은 육군 첩보부대(HID) 출신으로 부하들의 죽음을 이용해 승승장구하는 대대장, 연대장의 행태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불명예 제대했다.
대한민국과 군대의 더러운 모습에 치를 떨며 3개월 넘게 술로 한탄하는 걸 김도형 대장이 세 번이나 찾아가 간곡히 설득한 끝에 미래 레드포스에 몸담고 헌신 중이었다.
김범용 대령, 박기오 대령 둘만 그런 꼴을 본 게 아니었다. 미래 레드포스에 몸담은 대다수 대원이 대한민국 군대의 고질적인 병폐에 멍이 들어 군대를 떠났다.
조국애와 능력이 우선해야 할 군대가 사조직과 연줄, 구태로 엉망이 되며 악조건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려는 참 군인들을 쫓아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군대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한 사회풍토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걸림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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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