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6 만주에 부는 바람 =========================================================================
406. 만주에 부는 바람
1996년 5월 15일 헤이룽장 성 이춘 시
차가운 만주에도 봄이 찾아왔지만, 2년 전 화마가 휩쓸고 간 이춘 시는 아직도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초라하다 못해 거지라고 놀려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누더기 차림으로, 끼니도 때우지 못했는지 뼈만 앙상한 채 누렇게 떠 있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장 주변도 왕래가 뜸했고, 가게 문을 연 곳이 몇 곳 없어 이곳이 과거 인구 100만의 도시였는지 의심마저 들게 했다.
청풍단이 도시를 점령하며 쑥대밭이 됐던 이춘 시는 2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도시 곳곳에 불타고 부서진 집과 건물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 상처는 청풍단이 망가뜨린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도시를 청풍단에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에 융단 폭격을 가하며 만든 상처였다.
지난 차오스 주석 정권 때 이춘 시를 지도에 지워서라도 청풍단을 없애겠다는 생각에 맹폭을 가해 도시의 80%가 파괴됐다.
주민들은 중국 정부의 황당한 행동에 항의조차 못 해보고 눈물을 머금고 쑤이화 시, 허강 시, 자무쓰 시 등으로 옮겨가 온갖 설움 속에 더부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뀌며 이춘 시를 복원하라는 유방 주석의 명령에 따라 다시 정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대다수 주민이 기쁜 마음으로 짐을 싸 이춘 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폭격과 화재에 부서진 잔해와 불타 시커멓게 변한 논밭뿐이었다.
재작년 폭격에 이어 작년 대대적인 혈랑 토벌이 실패로 돌아가며 농경지마저 극심한 피해를 입어 황무지로 변하며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었다.
인민을 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유방 정부는 차오스 주석의 실정과 악습을 도려낸다는 이유로 좋은 정책까지 몽땅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것이 중국과 중국 인민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도 해도 차오스 주석과 급진 개혁파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주도한 정책은 모두 폐단으로 몰아 없애버리고,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바꿨다.
속을 들여다보면 지지층인 상하이방과 공청단을 배신하고 자신의 손을 들어준 태자당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인민을 배신한 행위였지만, 권력을 잡고 시퍼런 칼을 휘두르는 유방에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때문에 매년 혈랑에 큰 피해를 보는 동북 삼성에 지원하던 많은 정책이 사라지며 동북 삼성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선인과 군대도 모두 유방의 권력 아래 있어 한숨만 쉴 뿐 숨죽인 채 하늘만 원망했다.
이천 시 주민들도 다시 돌아가라는 명령만 내렸을 뿐 보리 서 말 빼고는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
유방 정부가 선심 쓰듯 나눠준 보리 서 말은 10명이 넘는 식구가 한 달은 고사하고 죽을 끓여 먹어도 일주일도 버틸 수 없는 양이었다.
그래도 자기 집, 자기 땅, 자기 고향이란 생각에 주민들은 주린 배를 움켜잡고 나무를 잘라 기울어진 축대를 떠받치고, 진흙을 발라 바람을 막고, 잡철을 녹여 농기구로 만드는 등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도시를 재건하고, 전처럼 토지를 옥토로 만드는 일은 요원하기만 했다.
“뭐 먹을 게 있다고 유랑민이 여기까지 기어오지? 풀뿌리라도 캐 먹으러 오는 건가?”
“그러게 말일세. 살다 살다 별일이 다 보겠군.”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거지새끼들까지 오면 어쩌라는 거야.”
“몇 명인가?”
“어어~ 열여덟 명이네.”
“많이도 왔군. 자네는 여기서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게. 얼른 뛰어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경대를 불어오겠네.”
“그러게 어서 다녀오게. 그동안 내가 놈들이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겠네.”
왕씨가 맨발로 마을로 달려간 사이 양씨는 곡괭이를 들고 낡고 해어진 옷을 걸친 유민들을 감시했다.
그러나 유민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호기는 사라지고 두려움이 점점 커지며 자신도 달아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이 유민들이 다가와 양씨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외.외.왜들 이러시오.”
겁에 질린 양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자 3m 앞까지 다가온 유민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유민들은 얼굴을 가릴 의도인지 모두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워.워.원하는 게 뭐요?”
“고기.”
“보.보.보면 아시겠지만, 우.우.우리도 바.바.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소. 고.고.고기는 구경해본 적도 없소.”
“고기가 왜 없어? 바로 앞에 있잖아.”
“어.어.어디 말이오.”
“너!”
“그.그.그게 무.무.무슨 말이오?”
“네가 고기라고.”
“으악~”
유민 4명이 달라붙어 양씨를 붙잡고 잡아당기자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며 몸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었다.
양씨가 고통에 쇼크로 까무러치자 팔다리를 뜯어내 유민들이 얼굴을 가린 모자를 뒤로 젖히고 과자를 먹듯 팔다리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얼굴이 드러난 4명은 모두 여자로 피부가 하얗고, 눈이 초롱초롱하고, 코가 오뚝하며, 입술이 앵두처럼 빛나는 미인이었다.
궁벽한 시골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미인들로 TV에서나 볼법한 20대 초반의 처녀들이었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럴 뿐 입을 벌리자 어른 머리통만 하게 입이 벌어지며 삼각형의 날카로운 이빨이 튀어나왔다.
숫돌로 갈아놓은 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은 양씨의 단단한 팔다리뼈가 두부라도 되는 것처럼 숭덩숭덩 잘라냈다.
팔다리를 차지한 미녀들이 옆으로 물러나자 4명이 달라붙어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몸통과 머리를 날카로운 손톱으로 4등분 했다.
모자를 벗고 양씨의 몸통과 머리를 씹어 먹는 괴물들도 모두 여자들로 가끔 보이는 빨간 눈동자와 괴기스러운 입만 아니면 남자들이 목을 맬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였다.
1분 만에 양씨를 먹어치운 유민들(?)은 왕씨가 뛰어간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소싱안링 산맥(小興鞍嶺)의 울창한 삼림지대 안에 있는 이춘 시는 1950년대 목재산업으로 성장한 도시로 폭격 전까지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35만 명만이 이춘 시를 중심으로 동서 20km에 걸쳐 농사와 벌채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왕씨가 달려간 마을은 이춘 시에서 서쪽으로 18km 떨어진 인구 1,200명의 산촌으로 괴물들은 17살과 19살 소녀 2명만 살려놓고 나머지는 모두 죽였다.
총을 쏘고 저항하는 자경대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주민들을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모조리 학살했다.
“준비해!”
“예, 주인님!”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유일한 남자의 명령에 미녀들이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주인님이라고 칭했다.
주인이란 노예가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사람에게 칭하는 용어로 영화에서나 가끔 등장하는 말이지 21세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대사회에선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주인의 명령에 일부는 가장 큰 집으로 들어가 침실을 정리했고, 일부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어대는 소녀들을 깨끗이 목욕시켰다.
30분 후 남자가 침실에 들어가자 전라의 소녀가 사지를 붙잡힌 채 공포에 질려있었다.
남자가 침대로 다가가자 미녀 두 명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옷을 모두 벗겼다. 찰흙으로 빚은 것 같은 미끈한 구릿빛 육체가 두려움에 떠는 소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다리를 잡은 미녀들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어대는 소녀의 음부를 손으로 벌리자 남자의 성기가 고개를 들었다.
뱀처럼 고개를 든 성기가 음부를 향해 꿈틀대자 촉수처럼 길게 늘어났다.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대는 모습에 놀란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캬악~”
비명과 함께 자기 집을 찾아가듯 뱀 같은 성기가 소녀의 음부를 거칠게 파고들어 갔다.
길가다 얼굴을 마주쳐도 기억을 못 할 만큼 아주 평범한 외모의 남자 진회(秦檜)는 재작년 12월 혈랑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강제로 동원한 30만 유민 중 한 명이었다.
소수민족 60만 명이 모두 죽자 노무부대로 동원한 유민들도 모기 레드몬을 주입해 전투에 동원했고, 살아남은 사람이 3,000명도 안 될 만큼 처절한 패배 속에 전투가 끝났다.
그때 천행으로 살아난 사람들도 화이 공대의 추적에 모두 목숨을 잃었고,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도 숲 속으로 달아났다가 동물과 레드몬의 먹이가 됐다.
진회는 바이청 시에서 흑풍단과 싸우다가 혈랑의 앞발에 걸려 가슴이 부서지며 목숨을 잃었다.
중국 정부는 전투가 끝나고 죽은 시신들을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땅에 묻었다. 소수민족을 동원한 초창기엔 시신을 한곳에 모아놓고 불을 질렀지만, 살타는 냄새가 지독하고 일이 번거롭자 편하게 묻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진회도 수천 명의 시신과 함께 땅에 묻혔다. 그렇게 숨을 거둔 진회가 다시 살아난 건 1년이 지난 올 1월이었다.
숙주와 함께 숨을 끊어졌어야 할 모기 레드몬이 죽지 않고 진회의 육체를 양분으로 성장한 후 땅속에 묻힌 시체를 모두 흡수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인간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모기 레드몬은 자신에게 최초의 DNA를 전해준 진회의 DNA를 기반으로 인간으로 진화하며 자신을 진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습만 그럴 뿐 전혀 별개의 생물이었다. 괴물이 된 진회는 정체를 숨기고 마을과 도시를 떠돌며 인간에 대해 공부했다.
4개월간 하얼빈과 장춘, 선양을 돌아본 진회는 엄청나게 많은 인간과 고도로 발달한 기계 문명 그리고 선인들을 보고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자신은 인간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해도 인간은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게 됐다.
나아갈 방향을 정한 진화는 중국 정부의 힘이 가장 적게 미치는 북쪽으로 올라가며 부하를 만들기 시작했다.
진회가 부하를 늘리는 방법은 제약이 아주 많아 여자가 아니면 안 됐고, 처녀가 아니면 안 됐고, 유전자 탓인지 DNA가 맞는 여자가 아니면 안 됐다.
대신 성기를 통해 정자를 삽입하면 종속 관계가 성립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노예가 됐다.
또한, 진회의 정자가 세포 변이를 일으켜 하급 피지컬리스트에 해당하는 육체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액을 투입하면 중급 피지컬리스트로 강화할 수 있고, 한 단계 진화한 노예의 체액을 통해 남자들을 부하로 거느릴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노예를 최소 1년 이상 품어야 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죽음이 언제인지 모르는 진회에게 1년은 찰나와 같이 짧은 시간이었다.
진회의 성기가 소녀의 자궁에 정액을 통해내자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듯 하얀 거품이 품어져 나와 몸을 감쌌고, 정확히 12시간 후 다른 노예들처럼 아름다운 미녀로 변신했다.
이틀 동안 머물며 배를 채운 진회와 미녀들은 혈랑 무리가 마을을 습격한 것처럼 꾸며 놓고 샤오싱안링 산맥으로 들어가 아지트를 만들었다.
이춘 시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아지트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로 계곡 입구만 지키면 빠져나갈 수도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었다.
터줏대감인 B급 엘리트 레드몬 아무르표범을 가볍게 잡고 아지트를 차지한 진회는 수시로 이춘 시와 주변 마을을 들락거리며 노예로 삼을 수 있는 처녀들을 납치했다.
또한, 일 시킬 건장한 남자들도 같이 납치하며 늑대들이 잡아간 것처럼 발톱 자국을 남겼다.
한 달 만에 혈랑의 공격에 3,000여 명이 죽고, 200명 이상이 사라지자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 이춘 시는 더욱 움츠러들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유방 정부는 일본을 최대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피 튀기는 신경전을 치르며 이춘 시의 고통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