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5 삼두육비(三頭六臂) =========================================================================
405.
다자이후 시를 차지한 레드마우스 무리를 깡그리 처리하고 부서진 사체까지 빠짐없이 한곳에 모았다.
구미호를 불러내 주변을 정찰하게 한 후 구덩이를 깊이 파고 레드스톤만 빼낸 후 사체를 모두 묻었다.
방사능에 오염돼 돌연변이를 일으킨 레드몬의 사체만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수소폭탄이 터진 반경 150km 안에 있는 동물, 식물, 레드몬은 무엇하나 쓸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정화 후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장시간 닿으면 아주 치명적이라 소각하거나 정화 후 땅에 묻는 게 바람직했다.
1,000마리가 넘는 레드마우스를 땅에 묻는데 4시간이 걸렸다. 백호가 초대형 굴착기처럼 땅을 파줘서 4시간 만에 일을 끝냈지 혼자였다면 족히 반나절은 걸릴 일이었다.
사체를 그대로 두면 피 냄새를 맡고 레드몬과 동물들이 몰려와 2차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다.
한국전쟁 때 쥐를 잡겠다고 쥐약을 온 산에 뿌려 얼마 남지 않은 여우와 야생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인간의 무지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결과로 힘이 들어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했다.
땀과 피, 먼지로 범벅이 된 더러운 몸을 개울물에 씻자 백호도 물에 뛰어들어 빨갛게 변한 털을 씻어냈다.
개울물도 방사능에 오염됐지만, 둘 다 저항력이 높아 먹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었고, 2단계 정화수 한 병이면 걱정을 덜어낼 수 있어 마음 놓고 몸을 씻었다.
“너도 짝이 있었으면 좋겠지?”
아직 덜 성숙한 백호는 교미할 시기가 아닌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랑이는 보통 4살을 전후해 성적으로 성숙한 시기에 접어들어 백호는 아직 나이가 어려 암컷에 관심이 없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암컷 새끼를 구해야 길들일 확률이 1%라도 있는데, 그런 새끼를 구할 방법이 없으니 고민이네. 중급 호랑이 암컷을 잡아다가 새끼를 얻어 볼까? 아니야! 중급 암컷은 새끼를 낳으면 바로 죽여야 하잖아. 그건 백호에게 너무 가혹한 짓이야. 그런 짓을 하면 백호와 사이만 나빠져.’
중급 암호랑이를 포획해 백호에게 짝을 지어준다고 성사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일이 잘돼 새끼를 낳아도 문제였다.
백호가 새끼를 낳아준 암컷을 사랑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자기 새끼를 낳은 암컷을 죽이면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백호가 지능이 낮은 호랑이라면 감쪽같이 속일 수 있지만, 사람 말을 모두 알아듣고, 친구처럼 내 기분까지 파악하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그런 짓을 하는 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자 평생 함께해야 할 녀석에게 큰 상처를 주는 짓이었다.
‘일반 호랑이 암컷으로 새끼를 얻으면 되잖아. 그럼 어미를 죽일 필요도 없고,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간 원하는 새끼를 낳겠지. 그것도 아니야! 백호가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고 그런 짓은 놈을 동물로 취급하는 것밖에 안 돼. 백호 마음에 드는 암컷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녀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야. 녀석도 생각이 있으면 암컷을 잘 다루겠지. 나처럼! 흐흐흐흐~’
자화자찬을 하며 백호의 몸을 깨끗이 씻겨줬다. 흠뻑 땀을 낸 후 시원한 물로 목욕하자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커다란 혀로 얼굴을 핥았다.
내 얼굴보다 더 큰 혀로 마구 문대자 머리와 얼굴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백호는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지만, 당하는 내 처지는 거지가 따로 없었다.
얼굴과 머리를 다시 감고 풀밭으로 올라와 방어구를 챙겨 입고 백호 등에 올라탔다.
‘삐이이~’
집으로 돌아가려 천천히 발을 내딛는 순간 뇌리에 경보음이 울리며 구미호의 눈을 통해 레드몬이 보였다.
생김새는 일본원숭이가 확실했는데, 얼굴이 3개에 팔이 6개였다. 말이 씨가 되어 삼두육비의 괴물이 나타났다.
구미호의 눈을 통해 본 괴물은 머리가 3개는 아니지만, 얼굴이 삼각형처럼 앞에 하나 좌우로 비스듬히 하나씩 있었다.
인도신화에 나오는 다면(多面)·다비(多臂)의 아수라(阿修羅)의 모습과 아주 흡사한 형태로 팔도 한 곳에서 세 개씩 뻗어 나왔다.
B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방사능에 오염된 레드몬)
전투력 : 7725
지 능 : 73
상 태 : 상태 이상 면역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37,321
스 킬 : 알 수 없음
백호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며 살기를 투사했다. 포베로미스처럼 일본원숭이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살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캬아악~~~”
신장 6.2m, 꼬리 길이 2.5m, 몸무게 1.09ton의 거대한 일본원숭이가 이빨을 드러내고 흉성을 토하자 진득한 살기가 밀려왔다.
백호 등을 가볍게 차고 날아오르며 여우 채찍을 쭉 뻗자 날카로운 파란 예기가 5m나 돋아나 놈의 이마를 찔러갔다.
“따다다다다당~”
그러자 여섯 개의 칼이 번개같이 튀어나와 파란 예기를 쳐냈다. 스틸 합금강도 종이처럼 잘라내는 예기가 빠르고 간결하게 내려치는 일본원숭이의 칼에 막혀 튕겨 나왔다.
놈이 든 칼에 검은 예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으로 보아 포베로미스처럼 아주 특이한 포스를 가진 게 확실했다.
길게 늘어난 여우 채찍이 영활한 뱀처럼 상하좌우를 빠르게 움직이며 놈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360도 전체를 바라보는 3개의 얼굴이 채찍이 공격할 곳을 정확히 찾아내 알려줬고, 여섯 개의 칼도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채찍을 난타했다.
50m를 떨어진 상태에서 채찍으로 공격하며 기감으로 몸을 훑었다. 놈은 말랐지만, 강철처럼 강인하고 단단했다.
또한, 유연하고 재빠르며 겁이 없었다. 여우 채찍이 검처럼 찌르고, 칼처럼 베고, 언월도처럼 내려쳐도 힘에서도 빠르기에서도 밀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맞받아쳤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이 낼 수 없는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놈에게 흥미가 끌려 구미호와 백호를 뒤로 물리고 혼자서 공격했다.
‘대련 상대로는 이만 한 놈을 찾기가 쉽지 않겠는데. 죽이기가 아까울 지경이야.’
제자리에서 서서 휘두르던 채찍을 놈을 중심으로 빠르게 돌려 더욱 현란하게 휘둘렀다.
그러면서 발에 걸리는 돌멩이를 걷어차 얼굴을 노렸다. 그때마다 6개의 눈과 6개의 귀가 귀신같이 돌멩이를 찾아내 팔에 명령을 내렸다.
20분간 같은 패턴의 전투가 벌어지자 강도를 높이기 위해 가시창을 소환했다. 가슴을 향해 퉁기듯 끊어서 던졌다.
“쒸우웅~”
강력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간 가시창이 일본원숭이의 칼과 부딪쳤다.
“쾅~”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에 왼팔 3개가 동시에 가시창을 내려치자 폭발음이 들리며 방향이 바뀐 가시창이 날아갔다.
창을 쳐낸 일본원숭이도 충격을 받았는지 자세가 흐트러지며 가슴이 열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가슴에 구멍을 뚫을까 하다가 한 번 더 시험하고 싶은 생각에 공격 속도를 살짝 늦췄다.
여우 채찍을 휘둘러 내려치는 용도로 사용하면 가시창만큼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예기를 이용해 빠르게 찌르는 용도로 주로 사용해 가시창을 던지는 만큼의 힘이 실리지 않았다.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놈이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도망가면 일이 꼬여 바람 스킬로 다가서며 여우 채찍을 찔러 넣었다.
번개 같은 찌르기에 놈이 쳐내는 순간 이번엔 가시창에 예기를 실어 좀 더 강하게 던졌다.
“쒸이이이잉~~~”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간 가시창을 놈이 몸을 비틀며 사력을 다해 쳐냈다. 그러나 아까보다 힘과 속도가 배로 붙은 가시창은 놈의 바람을 무시하고 칼을 밀쳐내며 오른쪽 골반을 치고 나갔다.
“카아악~”
골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허벅지도 살이 왕창 뜯겼다. 몸을 비틀지 않았으면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한 방에 전투가 끝났을 수도 있었다.
놈이 고통에 비틀거리자 여우 채찍이 왼팔 밑으로 재빨리 파고들어 가 팔 3개를 칭칭 감았다.
칭칭 감긴 팔을 확 잡아당기자 6.5m나 되는 거구가 쭉 딸려왔다. 놈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찰나 채찍 끝의 파란 예기가 팔 3개가 달린 어깨 부위를 깔끔하게 잘라냈다.
“키이이이익~~~”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놈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일본원숭이는 포베로미스처럼 상처를 치유할 능력은 없는지 피가 흘러도 손으로만 틀어막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이놈은 전사 스타일인가 보네.’
여우 채찍이 머리를 노리고 쏘아져 들어가자 남은 오른팔 3개가 사력을 다해 채찍을 막았다.
“후우우우우~~~”
채찍을 막으며 놈이 입을 크게 벌리고 세 방향에서 입김을 불어냈다. 하얀 입김이 아닌 타이어를 태울 때 나는 시커먼 연기로 놈은 기계로 스모그를 뿜어내듯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시커먼 연기가 뭉글뭉글 뿜어져 나오자 편두통이 생긴 것처럼 왼쪽 관자놀이가 찌르듯 아파왔다.
“백호! 물러서~”
경험을 통해 위험신호라는 것을 알아채고 백호를 물러나게 한 후 바람 스킬을 전력으로 사용해 뒤로 몸을 날렸다.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지자 신형이 쭉 뒤로 빠지며 순식간에 1km를 물러났다. 위험신호를 알아챈 백호와 구미호도 있는 힘껏 달려 곁으로 다가왔다.
시커먼 연기가 주위를 가득 채우자 전구가 켜진 것처럼 빛이 번쩍거렸다. 그리곤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쿠웅~”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땅이 울리고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재빨리 철갑을 구미호와 백호에게 걸어준 후 피해면역을 발동했다.
잠시 후 강한 바람과 함께 파편이 날아왔다. 일본원숭이가 있던 자리엔 지름 200m짜리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반경 500m는 나무, 돌, 건물 할 것 없이 모두 깨끗이 부서졌고, 1km까지 돌과 나뭇조각 등 파편이 날아왔다.
지금껏 아주 다양한 스킬을 상대했지만, 자폭 스킬을 사용하는 레드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해 면역을 사용하면 나는 아무런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지만, 아내들과 함께 넋 놓고 있다가 당한다면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방사선까지 내뿜는 거야? 정말 머리 아픈 놈들이네.”
숙소로 돌아와 백호와 2단계 정화수를 한 병씩 들이킨 후 커다란 욕조에 물을 받아 정화수를 넣고 몸을 씻고 방어구까지 세탁했다.
옷과 몸을 깨끗이 정화한 후 도우미를 불러 방어구를 말리도록 한 후 김가은 경호팀장, 전광일 7여단장, 리버 피닉스, 시랑을 불렀다.
방사능에 오염돼 돌연변이를 일으킨 일본원숭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다음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을 명령했다.
“학교 다닐 때가 아닌 것 같아.”
“겨우 그런 놈에게 내가 당할까 봐?”
“그런 건 아니야. 혼자 위험한 일을 하게 할 순 없어서 그래.”
“나는 이번 일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모두 같이 있는 상태에서 자폭 공격을 당했다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었어.”
“아리의 지킴이가 있는데 왜 다쳐?”
“지킴이 안에 있었다면 다치지 않았겠지. 그러나 방심한 상태에서 지킴이를 불러내지 않았거나, 밖에 있었다면 다칠 수도 있었어.”
“지금 네 말은 같이 움직이면 위험하니 앞으로 혼자 움직이겠다는 뜻이야?”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다행이라고 한 건 방사능 레드몬의 특이한 스킬을 알게 돼 다음부터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말한 거야.
“지홍아!”
“응?”
“우리는 너를 믿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어. 그래도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런 우리 마음을 네가 이해해야 해.”
“알았어. 다음부터 더 조심할게.”
“그 약속 잊으면 안 돼.”
“응!”
품에 안긴 소연은 가녀린 새처럼 떨었다. 함께 일을 겪었다면 소연은 그에 대해 한마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같이 있었다면 죽음도 웃으며 받아들일 만큼 소연은 담대한 성격이었다.
“오빠! 누가 혼자 방사능 레드몬 잡으라고 했어?”
“지홍씨! 다친 곳은 없어요? 정말 없는 거죠?”
“오빠~ 안 간다는 사람 억지로 보내고 뭐하는 거예요?”
“히잉~ 히잉~ 히잉~”
“남들이 보면 초상난 줄 알겠다. 에휴~”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