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404화 (404/505)

00404  삼두육비(三頭六臂)  =========================================================================

404.

“소연아! 후쿠오카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뭘 어떻게 해?”

“나진시보다 몇 배나 큰 도시를 우리 힘으로 되살릴 수 있어?”

“으음....”

“나가사키 현처럼 아무것도 없으면 정화 후 녹지로 조성하거나, 농작물을 심으면 되는데, 여긴 그럴 수도 없잖아.”

“후쿠오카는 천연 양항으로 중계 무역항으로 오랫동안 번영한 곳이야. 파손된 곳도 많지 않고, 항구와 공항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고층 빌딩도 아주 많아 무역 도시로 사용하긴 그만이야. 레드마우스를 몰아내고 이곳을 제2의 나진시로 삼아 개발하면 좋을 것 같아.”

“제2의 나진시라.... 시설이 잘돼 있으니 활용하면 예전 모습을 찾는 건 어렵지 않겠지. 그런데 사람은 어쩌려고? 사람이 있어야 도시가 돌아가지.”

“여긴 엄연히 우리 땅으로 대한민국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야. 도시 국가 형태로 만들어 누구나 비자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거야. 관세도 최대한 낮게 하고, 건물도 아주 싸게 임대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장기 저리로 집도 싸게 공급하고. 그렇게 국제 무역도시로 키우는 거야.”

“기타큐슈는?”

“그곳도 살려야지.”

“후쿠오카와 기타큐슈만 살리고 나머지는 정리해도 돼?”

“응, 나머지는 피해도 크고 내륙지방이라 관리하기도 힘드니까 레드마우스를 정리하면 필요한 자재만 빼내고 밀어버리는 게 나아. 그래야 레드마우스들이 모여들지 않지.”

“알았어. 그렇게 알고 진행할 테니 한숙, 은하와 면밀하게 검토해 계획을 짜.”

“응!”

후쿠오카와 기타큐슈를 빼고도 나가사키, 사세보, 구루메 등 쓸만한 대도시가 몇 개 더 있었다.

그러나 나가사키는 하람의 분노에 수소폭탄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라졌고, 사세보는 폭심에서 38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남은 것이 없었다.

구루메 시는 높은 산에 막혀 방사선 피폭 피해가 별로 없었지만, 내륙이라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

중소 도시도 쓸만한 게 많았지만, 채워 넣을 사람도 지킬 군인도 없었다. 더구나 방사능 정화만 2년을 잡고 있어 그 시간이면 부식으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건물과 물건이 없었다.

이는 규슈 전체의 일로 정화 작업이 끝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도시는 후쿠오카와 기타큐슈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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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에 걸쳐 후쿠오카 시를 모두 정화하고, 레드마우스도 완벽히 박멸했다. 그러나 주변 숲과 도시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레드마우스들이 몰려들어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었다.

백호와 풍산개가 없었다면 2주일 내내 뜬 눈으로 뛰어다녀야 할 만큼 놈들은 집요하게 빈집을 노렸다.

우리 나이로 5살이 된 풍연·풍비·풍인·풍영·풍아는 크기가 3.7~4.0m로 자랐고, 전투력은 1650~1800까지 성장해 부모를 능가한 지 이미 오래였다.

4살이 된 풍리·풍희·풍산도 크기가 3.6~3.8m로 자라났고, 전투력은 1550~1600으로 향상해 언니·누나들을 열심히 쫓아갔다.

백호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만 2살이 된 4월 11일부로 전투력이 3500대에 진입했다.

지능도 135로 꾸준히 향상했고, 몸도 부쩍 커져 몸길이만 6.5m에 꼬리 길이 3.5m, 몸무게 900kg으로 B급 엘리트 레드몬을 향해 거침없이 순항 중이었다.

녀석들과 시랑, 소환수만 있어도 후쿠오카 시에 침입하는 레드몬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런 일이 밤낮 없이 2주일 이상 지속되자 피곤이 점점 쌓였다.

이대론 안 되겠단 생각엔 홍염의 기사단을 불러들여 시랑·풍산개들과 함께 순찰을 책임지며 주변 레드몬을 사냥하게 했다.

신기전 36대도 추가로 가져왔고, 나진시에 설치하려 제작한 방어탑 20개도 후쿠오카 시에 먼저 투입했다.

또한,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CCT) 출신 7여단장 전광일 대령(1961)과 부대원 700명도 후쿠오카 시로 불러 수비를 전담케 했다.

방어병력 외에도 KM 건설이 들어와 부서진 방어벽을 보수하고 방어탑을 설치했고, 미래 연구소 레드스톤 연구팀이 내려와 당분간 사용할 레드스톤 발전소도 설치했다.

“전력과 수도, 공항, 항만 모두 살렸고, 식량은 항공기로 가져오면 되고, 도시 방어는 홍염의 기사단과 신기전, 7여단이 맡으면 되고. 다 정리된 건가?”

“그 인원으로 턱없이 부족해. 300m 단위로 방어탑을 설치해도 방어벽 길이가 55km가 넘어 170개는 더 있어야 해. 그리고 신기전을 7여단에 넘겨줘도 인원이 너무 모자라 운용하기도 어려워.”

“당분간 후쿠오카를 거점으로 활용할 거니까 모자란 부분은 우리가 채우면 돼. 그 안에 방어벽을 수리하고 방어탑을 설치하면 도시를 지키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방어탑이 있어도 7여단만으론 병력이 너무 모자라.”

“어제 김도형 대장에게 병력 보충하라고 했어. 늦어도 3개월이면 해결 될 거야. 신기전도 양산 시작하라고 했고. 경비대부터 지급하면 방어엔 큰 어려움이 없을 거야.”

“항구는 어쩌지?”

“생명의 나무로 항구 안과 주변만 먼저 정화하자. 흐르는 물이라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렇게라도 해놔야지 이대로 두면 물이 썩어 감당이 안 되겠다.”

소연이 걱정하는 건 방사능에 오염된 해양 레드몬만이 아니었다. 방사능에 해양 생물이 집단 폐사하며 생태환경이 엉망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자연이 알아서 치유하겠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와 해초를 먹고 방사능 레드몬이 나타날 수도 있었고, 변해버린 환경에 오랜 기간 바다가 황폐해질 수도 있었다.

생명의 나무를 깊은 바다에 소환할 순 없지만, 얕은 바다나 섬에 소환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육지의 경우 생명의 나무보다 정화 스킬를 사용하는 게 효율이 높았다. 생명의 나무는 거점을 만들 때 사용하거나, 식물의 생장을 촉진할 때 사용하면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지만, 포스 소모가 엄청나 연속으로 소환하면 3개가 한계였다.

정화수와 가시덩굴을 이용해도 5개 소환이 최대치로 힘만 들었지 정화 범위는 넓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에 사용하면 흐르는 물을 빠르게 정화해 육지보다 효과가 몇 배 뛰어났다.

생명의 나무 효과가 미치는 구역 안을 통과한 물은 1급수보다 더 깨끗하게 변했고, 정화 효과와 치유 효과도 일부 함유돼 동식물 생장에 큰 도움이 줬다.

“이제 다 해결된 거지?”

“회사와 나진시 일은 쌓여만 가고,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계속 빠져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데 뭐가 해결돼?”

“우리 은비가 학구열에 불타네.”

“나도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싶단 말이야.”

3월 10일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으로 상반기 원정, 오키 섬 이동, 후쿠오카 토벌 등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자 학교에 열흘도 나가지 못했다.

새내기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캠퍼스의 정취를 물씬 맡아보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속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당연히 그래야지. 인생 두 번 사는 거 아닌데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해야지.”

“여기저기서 일이 빵빵 터지는데 무슨 재주로 하고 싶은 일을 해?”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지. 내일부터 학교 출퇴근해. 너희 학교 있는 동안 나는 주변 정리나 해놓을 테니까.”

“정말?”

“응!”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내가 애야? 별걱정을 다해.”

“혼자 있어 심심했다고 짜증 내며 엉덩이 때리기 없기야. 화난다고 대련을 핑계로 괴롭히기도 없기고.”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캠퍼스 낭만도 실컷 즐겨. 고작 낮에 몇 시간 혼자 있다고 화내지 않을 테니까.”

“오빠! 고마워~ 쪽~”

품에 안겨 뽀뽀를 날리는 은비의 모습에 기분은 좋았지만, 생각할수록 걱정이 앞섰다.

몇 년간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아내들과 떨어있었던 적이 없었다. 손으로 꼽을 만큼 아주 드문 일로 바빠도 한두 명은 언제나 곁에 남아 있었다.

호기롭게 말을 해놓고 나서 아차 했지만, 남자가 되어 몇 시간 혼자 있는 걸 참지 못하겠다고 말을 주워담을 순 없었다.

아침에 나진시로 날아가 수업 후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오후 5~6시경이었다.

고작 한나절 떨어져 있는 것으로 이걸 허전하다고 말하면 마마보이라고 다들 놀릴 것이다.

‘습관이라는 게 정말 무섭네. 강릉에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게 편했는데, 이젠 아내들이 없으면 허전한 정도가 아니라 불안해하니.... 정말 마마보이가 돼버렸네. 허허허허~’

다음 날 아침 가지 않겠다는 아내들을 억지로 비행기에 태워 손까지 흔들어주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오자 가슴이 뻥 뚫린 듯 허전함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TV도 보고 싶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도 싫어 처음 자세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석상처럼 누워있었다.

‘내 인생에 아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몇 %나 될까? 70%? 80%? 90%? 아무래도 100%인 것 같네.“

아내들이 없다면 나는 사람이 없는 산속에서 계속 살았을 것이다. 잠시 사회에 몸담았을 수도 있지만, 얼마 못 가 사람들의 행동에 염증을 느껴 산속으로 기어들어 갔을 게 확실했다.

그렇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조용히 산에서 살았을 것이다. 레드몬도 필요한 만큼만 잡고 마을도 꼭 필요할 때만 갔을 것이다.

세상에 내가 존재했었다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살다 죽었을 것이다. 그런 삶이 나쁘지는 않지만 즐겁다고 할 순 없었다.

외로움만큼 견디기 힘든 건 없었다. 강릉에서 혼자 지낼 때 사람이 그리워지면 쌓아둔 가죽을 들고 마을로 내려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한 후 거리를 쏘다니며 미친놈처럼 지나가는 여자의 냄새를 맡았다.

그때는 여자가 무언지도 몰라 몸에서 나는 체취만 맡아도 좋았다. 그렇게 실컷 냄새를 맡고 올라가면 상상만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었다.

‘지금은 여자 없이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아마 미쳐버리겠지?’

점심도 거르고 잡생각에 빠져 누워만 있자 백호가 다가와 빤히 쳐다봤다. 눈에 근심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내가 아픈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상해?”

말을 건네자 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갈까?”

백호의 끄덕임에 호텔을 나와 방어벽을 넘어 남쪽 다자이후 시까지 내려갔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포스와 육체의 힘만 이용해 레드몬을 사냥했다.

2시간 넘게 여우 채찍 하나에만 의지해 쉬지 않고 몸을 날리자 온몸이 땀과 피로 범벅이 됐다.

오랜만에 승무도를 마음껏 펼치자 그동안 스킬에 의지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킬도 내 일부분으로 스킬에 의지한 것이 잘못은 아니었지만, 전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해 스킬에만 의존하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내들에게 훈련할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고 반복했던 말로 정작 나 자신은 자만심에 빠져 잊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은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래야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생기지.’

아내들과 백호 덕분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다. 깨달음을 얻은 것도, 능력치가 향상한 것도 아니었지만, 소홀했던 것, 잊고 있었던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되자 꿀꿀하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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