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3 삼두육비(三頭六臂) =========================================================================
403.
“오빠! 레드마우스들이 사방에서 몰려와요.”
“얼마나 되는데?”
“3,000마리 정도요.”
“방사능 레드몬은?”
“300마리가 군데군데 섞여 있어요.”
“일단 신기전의 성능을 확인한 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때 나설 거야. 모두 나와서 준비하라고 해.”
“네!”
상아가 헬기로 들어가 아내들을 부르는 사이 신기전 장갑차 해치에 붙은 빨간 경광등이 돌아가며 경보가 울렸다.
“애애애애앵~~~”
경보가 울리자 6배럴 개틀링 기관포가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곤 ‘위잉’ 소리와 함께 빠르게 돌아가며 레드몬용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발사할 준비를 맞췄다.
아내들이 백호와 풍산개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자 6배럴 개틀링 기관포가 일제히 불은 뿜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가벼운 발사음과 달리 날카로운 탄환이 번개처럼 날아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레드마우스의 가슴에 주먹만 한 구멍을 뚫어 놨다.
구멍이 뚫린 레드마우스는 커다란 망치에 맞은 것처럼 뒤로 날아갔고, 강한 열에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6열 개틀링 기관포의 발사 속도는 분당 3,000발로 발사 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속도가 1,600~1,700m/s로 800~900m/s인 일반 탄환보다 2배나 빨라 피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탄두에 강한 열이 발생해 하급 레드몬의 가죽과 단단한 본스틸을 단번에 뚫었다.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흥분해 달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은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끊어져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신기전 장갑차를 내려놓은 장소는 하카다 항구 국제선 터미널 주차장으로 방사능 경보가 발령되자 주민들이 간몬 교를 통해 혼슈로 모두 탈출하며 차량이 한 대 남아있지 않아 아주 쾌적했다.
시야가 탁 트인 장소를 차지한 신기전 장갑차들이 불을 뿜자 괴성을 토하며 달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이 마른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장갑차에 사람을 태울 수 없는 이유가 탄약 때문이었네?]
[그렇죠. 레드몬용 날탄은 일반 탄환보다 훨씬 크고, 분당 발사 속도도 3,000발이나 돼 탄환 소비가 매우 심해요.]
[탄환만 팔아도 돈 되겠다.]
[탄환도 우리 것만 쓰게 할 거예요?]
[그래야지.]
[비용부담이 커 불만이 많을 텐데요.]
[원가에 인건비, 운반비만 받을 거야. 미국처럼 바가지를 씌워 팔아먹을 생각 없어.]
[자체 생산하라고 하는 게 편하지 않아요?]
[그게 편하지. 그러나 모든 국가가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생산할 기술력을 갖춘 건 아니야. 우리가 탄환을 공급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나라도 많아. 그리고 일본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데, 국내 경기 활성화도 생각해야지. 탄환만 생산해도 백만 명 이상은 너끈히 먹고살 수 있어.]
날개안정분리철갑탄 하나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공정이 필요했다. 탄환의 핵심인 본스틸 합금 탄두부터 탄피, 장약 등 들어갈 것이 아주 많았다.
이런 재료를 일일이 수급해, 모양에 맞게 가공하고, 조립하고, 품질이 맞는지 확인하고, 보관하고, 운반하고, 선적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신기전 장갑차를 전 세계에 팔 계획이라 100만 대만 팔아도 하루에 수십억 발의 탄환이 필요했다.
전쟁에 쓰일 무기라면 일정량 쌓아두면 끝이지만, 레드몬을 상대하는 무기라서 매일 같이 탄환을 소모해야 해, 레드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장 문을 닫을 걱정이 없었다.
[가격을 최대한 낮출 생각이라 고부가가치 상품까진 아니지만, 일감이 떨어질 걱정은 없어 일자리 창출로는 꽤 괜찮은 사업일 거야.]
[미래 레드몬에서 모두 생산할 거예요?]
[아니, 산성용액을 삽입한 고급 탄환만 우리가 생산하고 나머지는 10여 개 중소기업에 골고루 하청 줄 거야.]
[그러다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빼돌리면 어쩌려고요?]
[그런 일 없게 철저하게 관리해야지.]
[확실하게 관리하려면 공장을 나진시로 모으는 게 낫겠네요. 관리하기도 편하고 인구도 크게 불어나잖아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너무 멀고 외져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을 거야. 그리고 탄환도 무기라서 만들 공장이 별로 없고, 방산 업체는 정부가 꽉 쥐고 있어 딴죽을 걸면 하청업체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오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정부가 딴죽을 걸어도 전처럼 함부로 하진 못할 거예요. 여당이 바뀌었잖아요.]
4월 16일 제15대 국회의원 선거는 클린턴 대통령의 예상처럼 대한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253명을 뽑는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대한당은 203석을 차지했고, 비례대표 46명 중 39석을 차지해 전체 의석 299개 중 242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자유당은 텃밭에서도 밀리며 45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제1야당이었던 민통당은 12석을 차지하며 제2야당이란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대한당이 여당이 된다는 건 이미 지난해부터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압승을 거둘 준 아무도 몰랐다.
미래 레드몬에 대한 열성적 응원에 일본의 몰락이 더해지며 만들어진 결과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변이 없는 한 대한당 변병석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점쳐졌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로 행정부의 힘이 국회보다 월등히 앞서. 대통령이 국회를 거수기로 생각할 정도니까 말 다했지. 여당이 바뀌고 압도적으로 승리했어도 대통령이 바뀌기 전까진 큰 변화가 없을 거야.]
[자유당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모를까 임기 끝나고 편안한 노후를 생각한다면 적당히 타협하겠죠. 안 그래요?]
[상아가 나보다 정치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
[강승원 국장님과 은하 언니에게 들은 얘기예요. 제가 그럴 만한 식견이 있겠어요. 헤헤헤헤~]
상아와 잡담이 오가는 사이 레드마우스의 구멍 난 사체가 산처럼 수북이 쌓였다.
등 뒤는 바다, 앞은 탁 트인 공간으로 정면만 상대하면 되는 상황이라 마음 놓고 탄환을 날리자 레드마우스들이 맥을 못 췄다.
탁월한 위치 선정이 신기전의 능력을 200% 끌어낸 것으로, 방어선을 최대한 좁혀 레드마우스가 공격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것도 도움이 됐다.
“오빠! 동남쪽 건물 옥상에 포베로미스가 나타났어요.”
레드마우스들의 눈이 붉게 달아오르며 움직임이 빨라지는 순간 포베로미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기감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 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상아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 기감력을 집중하자 옥상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놈의 모습이 보였다.
“갔다 올게.”
“방사능에 오염된 포베로미스예요. 조심하세요.”
“알았어.”
기감에 포베로미스가 잡히자 바람 스킬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날아가며 살기를 투사했다.
보스 레드몬 포베로미스(방사능에 오염된 레드몬)
전투력 : 2811
지 능 : 61
상 태 : 상태 이상 면역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2811
스 킬 : 알 수 없음
살기에 광포화가 멈출 것으로 예상했는데, 몸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오자 살기가 침투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펑펑펑~”
혈기탄도 검은빛에 막혀 체내에 스며들지 못하고 터져버리자 여우 채찍으로 가슴을 찔러갔다.
하얀 채찍이 가슴을 찔러오자 쌍코불소처럼 뻗어 나온 포베로미스의 하얀 뿔 두 개가 검게 변했다.
“쾅!”
검게 변한 뿔에서 송곳 모양의 예기가 날아와 채찍을 때리자 폭발음과 함께 채찍이 살짝 옆으로 휘었다.
영활한 뱀처럼 여우 채찍이 휘어져 놈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사이 왼손으로 가시창을 소환해 가슴을 향해 던졌다.
휘어져 들어온 채찍을 막기 위해 놈이 고개를 돌려 검은 예기를 날리는 순간 가시창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크아악~”
가슴에 구멍이 뚫리며 멈칫하자 영민한 여우 채찍이 옆구리에도 주먹만 한 구멍을 뚫었다.
구미호와 함께 건물 옥상에 내려서 포베로비스에게 다가갔다. 가슴과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포베로미스는 신장 2.54m, 꼬리 길이 1.55m, 몸무게 313kg으로, 신장 1.3~1.6m의 일반적인 포베로미스보다 월등히 컸다.
놈만 그런 게 아니라 방사능에 오염돼 모양이 바뀐 레드마우스는 중간 보스인 제리보다 큰 1.2m에 무게가 120kg이나 나갔고, 전투력도 600대로 하급 레드몬 수준이었다.
가시창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며 심장도 일부 날아갔고, 여우 채찍도 옆구리를 관통해 금방 죽을 것으로 생각했던 포베로미스는 쓰러지지도 않은 채 버티고 서서 죽일 듯 나를 노려봤다.
“그런다고 살 수 있겠어?”
말이 씨가 된다고 뿔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구멍 난 가슴과 옆구리에 스며들자 거품이 뽀글뽀글 일어나듯 살이 차올랐다.
“불노불사야? 영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알면 엄청나게 좋아하겠다. 마리당 못 해도 백억 원은 받겠는데.”
“피용피용~ 피용피용~”
구미호가 레이저를 발사해 다시 가슴과 허벅지에 구멍을 뚫자 놈이 괴성을 질러대며 검은 연기를 뿜어내 상처를 메웠다.
기감을 사용해 놈의 몸을 들여다보자 안개 같은 검은 예기가 세포로 변하며 사라진 부위를 재생하는 게 보였다.
‘저 뿔만 있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건가? 아니지 저거 성분이 방사능이면 몸에 쏘이는 순간 피폭으로 죽을 수도 있지.’
구미호가 몸에 구멍을 계속 만들자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 양이 차츰 줄어들다.
그렇게 10분쯤 버티다가 상처를 다 메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숨이 다해 바닥에 쓰러진 포베로미스는 가죽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으로 기대했던 레드주얼도 없었고, 영생을 안겨줄지도 모를 뿔도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남은 가죽과 뼈도 방사성 물질을 심하게 내뿜어 가까이 다가가기도 섬뜩했다. 강대한 포스와 높은 저항력, 상아의 4단계 정화수가 있는 한 피폭당할 걱정은 없었지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다가가고 싶은 생각조차 사라지게 하였다.
포베로미스가 죽자 광포화가 사라지며 후유증으로 레드마우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광포화 이전보다 속도가 반으로 떨어진 레드마우스들을 신기전과 풍산개들이 모두 죽이고, 백호와 시랑이 방사능 레드마우스를 처리하며 항구 주변 반경 1km 내의 레드마우스를 모두 처리했다.
인구 100만의 후쿠오카 시는 일본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이자, 규슈 지방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도시로 면적이 341.11㎢에 달했다.
오늘 처리한 레드마우스 2,000마리는 후쿠오카에 자리 잡은 전체 레드마우스의 10%에 정도에 불과했다.
후쿠오카 시를 탈환하려면 이런 전투를 적어도 10번, 많게는 30번 이상 치러야 도시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우리 땅으로 만들려면 부서진 방어막을 보수하고, 오염된 도시를 정화한 후 사람들을 이주해야 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은 금방 녹이 슬었고, 곰팡이가 피어나 몇 년 만 시간이 흘러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부식성이 강한 철이 많이 들어간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건물은 튼튼해도 엘리베이터와 수도, 전기시설 등이 부식돼 이를 모두 교체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었다.
더구나 규슈는 방사선 피폭과 낙진으로 부식도 더욱 바르게 진행돼, 1년 후엔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