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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00화 (400/505)

00400  열도 해체  =========================================================================

400.

“서운한 일이 있으면 주저 말고 말하세요.”

“그런 거 없습니다.”

“일본 문제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내가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미안하게 됐어요.”

“아닙니다.”

“대신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얼마 전 아주 운 좋게 입수한 정보에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여왕이 건넨 서류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숨겨진 능력자에 대한 인원과 상급 능력자 명단, 스킬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또한, 솔로몬 공대 이외에 다윗 공대, 쌍두 독수리 공대, 사울 공대의 규모, 키메라 숫자까지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솔로몬 공대를 빼고도 숨겨진 능력자가 39,079명, 중급 능력자가 1,109명, 잠능자가 32,638명, 정말 어처구니없는 숫자다. 이게 사실이면 로스차일드 가문이 보유한 사병 수가 유럽 전체 능력자보다 많다는 뜻이네?”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유럽의 반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차지했다고 할 수 있죠.”

“역사와 전통이 완전 깡패네.”

“여왕이 이걸 왜 줬을까요? 아니지. 이런 고급 정보를 어떻게 빼냈을까요? 같은 일원이라도 알려주지 않을 비밀 정보잖아요.”

“여왕도 로스차일드 가문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서로 우호적인 협력관계일 순 있지만, 맹목적으로 로스차일드 편에 서진 않아요.”

“그럼 뭐야?”

“로스차일드 상층부에 영국 정보부가 심어 놓은 첩자가 있거나, 다비드 회장이 여왕을 전적으로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일 수도 있죠.”

내 황당한 상상력보단 은하의 추리가 맞을 확률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핵심 간부에 첩자를 심어 놓고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일본을 패망의 길로 이끈 무카이 내각정보조사실 실장 사건만 봐도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첩자를 심는 일은 정보계통에선 아주 흔한 일이었다.

무카이 실장처럼 아이 때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유학생을 세뇌하거나, 고위층을 포섭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대의 정보 빼냈다.

“정보를 어떻게 빼냈는지는 내가 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런 중요한 문서를 준 의도를 뭐라고 생각해야 해?”

“당연히 관계 회복이죠. 아니면 줄 이유가 없잖아요.”

“우리하고 로스차일드 가문하고 원수야?”

“여왕은 그렇게 생각하나 보죠.”

“내가 그들과 싸우자고 한 적이 있었어?”

“없죠.”

“그런데 왜들 난리야?”

“싸우기를 바라는 거겠죠.”

“싸우기를 바란다?”

“우리는 신진세력이고 로스차일드 가문은 기득권 세력이에요. 가는 길이 정반대면 모를까 21세기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레드몬이라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세상에 우리와 로스차일드만 있지 않다는 거예요. 무수히 많은 강자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죠. 그들은 로스차일드를 물리칠 힘이 없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 머리를 숙이고 있었어요. 그러나 마음속까지 굴복한 건 아니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어요.”

“그놈들이 나와 로스차일드가 싸워 상잔하기를 바란다는 말이야?”

“그렇죠. 우리와 로스차일드가 피 터지게 싸워 힘이 약해지면 자신들이 가져갈 이익도 커질 테니까요. 이게 바로 진정한 어부지리이자, 가장 흔한 이간계죠.”

로스차일드 가문 사병에 관한 극비 보고서

1996년 기준 : 나이트 39,079명(중급 능력자 1,109명) / 잠능자 32,638명

1.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 사병 : 19,940명(중급 795명)

2.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 사병 : 13,658명(중급 235명)

3. 필립 로스차일드 회장 사병 : 5,481명(중급 79명)

4. 키메라 보유현황 : 키메라Ⅱ 800기, 키메라Ⅲ 3,500기, 현재 키메라Ⅳ 개발 중

: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만이 보유

5. 쌍두독수리 공대 :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의 히든카드

구성 : 상급 능력자 4명 + 중급 능력자 300명 + 키메라Ⅲ 3,500기

6. 다윗 공대 :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의 히든카드

구성 : 상급 능력자 3명 + 중급 능력자 100명 + 하급 능력자 1,000명

7. 사울 공대 : 필립 로스차일드 회장의 히든카드

구성 : 상급 능력자 1명 + 중급 능력자 50명 + 하급 1,200명

8. 솔로몬 공대 : 6,378명(중급 105명) *세계포스협회에 가입한 능력자

로스차일드 가문 상급 능력자 8명에 관한 극비 보고서

1. 존 쿠삭(1963) : 쌍두독수리 공대 소속 상급 멘탈리스트

스킬 : 라이트닝 스피어, 보호막

2. 마이클 쿠삭(1963) : 쌍두독수리 공대 소속 상급 피지컬리스트

스킬 : 스톰 트위스트, 일루젼

3. 프랑수아 아르디(1968) : 쌍두독수리 공대 소속 상급 멘탈리스트

스킬 : 힐러

4. 루이즈 보르고앙(1969) : 쌍두독수리 공대 소속 상급 멘탈리스트

스킬 : 벼락

5. 하워드 슐츠(1965) : 다윗 공대 소속 상급 피지컬리스트

스킬 : 분쇄, 광휘

6. 엘리자베스 뱅크스(1965) : 다윗 공대 소속 상급 멘탈리스트

스킬 : 블리자드

7. 아이작 스턴(1965) : 다윗 공대 소속 상급 피지컬리스트

스킬 : 라이트닝 에로우, 스턴 에로우

8. 마리 라포레(1965) : 사울 공대 소속 상급 멘탈리스트

스킬 : 죽음의 손길(흡혈)

화려하다 못해 눈이 돌아갈 만큼 로스차일드 가문의 엄청난 전력을 파악했지만, 이 정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우리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숨겨진 힘을 알았다는 걸 알게 되면 더욱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컸다.

이게 바로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타초경사(打草驚蛇)와 같은 매우 우둔한 짓이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비등한 힘을 가진 상대가 상대의 힘을 미리 알아내 방비하거나, 상대 모르게 전력을 파악했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우리가 로스차일드의 힘을 알게 된 건 상대도 안 되는데 깝죽대는 꼴과 다름없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우리가 이 정보를 습득한 걸 언제쯤 알게 될까?”

“그거야 여왕 하기 나름이죠. 벌써 알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모레가 될 수도 있죠.”

“완벽한 함정이네?”

“그럴 가능성도 크죠.”

“골치 아프네.”

“여왕은 이걸 미끼로 지홍씨를 잡겠다는 생각이었겠죠. 그게 안 되면 서로 싸우게 해 상잔하게 할 수도 있고요. 입맛대로 요리하는 거죠.”

“돌려줘 봐야 소용없겠지?”

“본 적 없다고 말하며 돌려주는 건 여자를 홀딱 벗겨서 속속들이 다 들여다 본 다음 옷 입혀서 본 적 없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비유가 아주 멋진데.”

“지홍씨 취향에 맞췄어요. 호호호호~”

“눈물 나게 고마워.”

은하의 유머로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금단의 서를 본 것처럼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여왕을 확실한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뭔데?”

“능력자로 각성시키며 암시를 거는 거예요. 능력자로 각성시켜 준다면 여왕도 호위를 물릴 수밖에 없을 테고, 며칠 시간을 끌며 암시를 걸면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

“너에게도 아직 못 해준 걸 여왕에게 해주라고?”

“당장 해주라는 게 아니에요. 한숙을 증거로 배신할 수 없게 미리 단속한 다음 미스트 존을 공략할 실력이 되면 그때 해주면 되죠.”

“그게 언제인 줄 알고?”

“그게 언제가 됐든 증거인 한숙이 있는 한 무조건 기다릴 거예요. 영국을 수십 년간 이끈 여왕도 젊음과 긴 수명 앞에선 꼼짝 못해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희망 고문이니까요.”

은하의 말을 듣자 내가 은하에게도 희망 고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홍씨 덕분에 지금도 20대 초반으로 보이고, 30년 후에도 30대 정도로 밖엔 안 보일 거예요. 저는 한 번도 고문이라 생각해본 적 없으니 마음 쓰지 마세요. 지홍씨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해 미칠 것 같아요.”

“미안해! 최대한 빨리해줄게.”

“100년이 지나도 괜찮아요.”

“넌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괜찮지 않아.”

“이럴 때 보면 동생이 확실하네요. 조바심내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뭐라고?”

“앞으로 누나라고 부르세요. 호호호호~”

“싫어~”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점심을 먹고 로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극비 서류를 건네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도, 은하가 제안한 인공 각성에 대한 것도, 심지어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고개만 까딱해 인사를 대신했다.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둔 여왕에게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건 매우 심한 결례지만, 상대가 호의적이 아닌 이상 전처럼 할머니를 대하듯 행동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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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은 마음에 들어?”

“네, 이번 건 정말 좋아요.”

“소환수 주얼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어때서요? 화염구를 열 개나 만들 수 있고, 모양도 단순한 원형에서 코요테를 닮아 더욱 강력해 보이고, 지그재그로 날아가 피하기도 어렵고, 위력도 두 배나 강해졌어요. 저는 소환수 주얼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상반기 사냥을 통해 획득한 레드주얼은 2개가 전부였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코요테를 잡고 얻은 화염 주얼과 B급 엘리트 레드몬 비버을 잡고 얻은 잠영 주얼이었다.

코요테를 잡고 환각 스킬이 내장된 레드주얼을 기대했지만, 놈의 주특기가 화염 공격이었는지 생각지도 못한 화염계 스킬을 2배 향상해주는 화염 주얼을 나왔다.

화염구와 불의 장막 스킬을 사용하는 제니퍼밖에 사용할 수 없어 화염 주얼을 주고 수면 주얼은 당분간 내가 쓰기로 했다.

비버를 잡고 얻은 잠영 주얼은 물속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해주는 주얼로 포스가 있는 능력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지 잠영 주얼을 갖고도 제자리에서 꿈틀댈 뿐 도통 앞으로 나가질 않았다.

상아와 아영이 사용하면 물속에서 시속 30km의 경이적인 속도를 내는데, 나는 수영 선수에도 못 미치는 시속 3km도 나오지 않았다.

“오빠는 상극 정도가 아니라 물 근처에도 가면 안 돼.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을 수도 있으니 앞으로 조심해.”

“목욕도 하면 안 되겠네?”

“혼자하면 안 돼. 세수하고 손 씻을 때도 최하 두 명은 따라 붙어야 해. 그래야 빠져도 바로 구할 수 있지.”

“역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은비 너밖에 없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감동하기는,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어?”

“철썩~ 철썩~ 철썩~ 놀려도 적당히 놀려!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끝까지 뿌리를 뽑아야겠어?”

“아얏~~~”

은비의 볼기짝을 불이 나게 때리며 치솟는 분노를 달랬다. 전생에 물에 빠져 죽었는지 물과 친해지려 노력해도 성과가 전혀 없었다.

몸에 물이 닿는 것조차 싫다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씻는 걸 싫어하지도 않았다.

‘이런 걸 신의 장난이라고 하는 건가? 후유~ 장난도 가지가지 한다.’

“오빠! 방금 아빠에게서 연락 왔어요.”

“뭐라고?”

“대마도와 오키 제도를 오빠에게 넘기기로 했어요.”

“다른 건 없어?”

“규슈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해주면 나가사키 현과 사가 현, 고토 열도, 이키 제도도 넘겨주기로 했어요.”

“장인어른에게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내일 중으로 답을 드린다고 해.”

“네!”

칭찬에 입이 걸린 제니퍼가 전화기를 들자 소연과 은하, 한숙, 아영을 서재로 불렀다.

============================ 작품 후기 ============================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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