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6 국빈초대 =========================================================================
396.
만찬장에 들어가자 남자만 득실댈 거란 예상을 깨고, 화려한 드레스와 가슴이 훤히 드러난 옷을 입은 매력적인 아가씨들이 만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이든 여성도 제법 있었지만, 상당수는 20대 초반의 아가씨들로 이곳이 백악관이 아니었다면 유명한 클럽에 온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파릇파릇 피어나는 젊은 여성이 많았지만, 남편과 애인을 따라왔을 수도 있어 눈길이 가는 걸 애써 외면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러 음식 테이블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수박만 한 가슴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개중에는 도발적인 눈빛과 관능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미녀들도 있었고, 수줍어하며 몸을 배배꼬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가씨들도 있었다.
모두 몸매에 자신이 있는지 딱 달라붙는 얇은 옷을 입고 있어 잘록한 허리, 빵빵한 가슴, 도톰한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아내들이 입은 파티복은 어깨와 허벅지, 몸매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아주 얌전한 드레스였다.
평소 아내들이 어깨와 배꼽, 엉덩이를 다 드러내고 초미니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아주 흐뭇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끼리 있을 때 이야기였지 밖에선 절대 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좋은 것은 나만 보고, 나만 느끼고, 나만 먹으면 되는 것이지 남에게 보여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은 훤히 드러내어 눈을 즐겁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 수컷의 본능으로 그런 면에서 만찬장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여자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주위를 호위하듯 선 상아와 아영, 마샤, 제니퍼, 아만다, 캐서린이 눈을 부라렸다.
소연과 한숙, 은하는 나 대신 클린턴 대통령과 상원 위원 등 고위 공무원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은비와 서인, 아리, 소희는 귀부인들 틈에 끼여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상아와 아영, 마샤, 제니퍼, 아만다, 캐서린도 파티를 즐기고 싶었지만, 자신들마저 사라지면 호시탐탐 기회를 놀리는 여자들이 나를 납치할까 봐 불안한 마음에 놀지도 못하고 딱 달라붙어 있었다.
[오~ 좋은데. 끝내준다.]
[오기 싫다고 하셨잖아요.]
[그땐 이런 곳인지 몰랐지.]
[젊은 여자들이 많으니까 좋으세요?]
[다 합쳐도 상아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
[제가 보기엔 다들 한 인물 하는데요?]
[그래? 얼굴을 안 봐서 몰랐네.]
[기감으로 구석구석 훑는 거 다 알거든요.]
[흐흐흐흐~]
옷을 아무리 많이 껴입어도 기감을 사용하면 옷을 몽땅 벗겨놓고 손과 눈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더듬듯 훑을 수 있었다.
꽃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은 탄력이 있는지, 몸에 점이 몇 개나 있는지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서양 여자들은 몸이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지저분하다니 뭐가요?]
[점하고 주근깨가 너무 많아.]
[유전과 자외선 노출이 심해서 그런 거라 어쩔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있든 없든 몸에 점 많은 여자 딱 질색이야.]
피부색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양 여성이 서양 여성보다 대체로 몸에 점과 주근깨가 적었다.
커다란 쌍꺼풀과 오뚝한 코, 빵빵한 가슴과 긴 다리까지 신체적으론 서양 여성이 동양 여성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피부는 동양 여성이 훨씬 부드럽고 깨끗했다.
그래서 옷을 입은 상태에선 서양 여성에게 눈길이 많이 갔지만 벗겨 놓으면 예쁘다는 생각보단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그러나 이건 모든 서양 여성, 동양 여성에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몸은 가꾸기 나름으로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능력자는 이런 범주에 들지 않는 존재로 점과 주근깨는 물론 흉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적화된 신체와 높은 재생력, 회복력의 결과로 최고의 미인을 능력자로 뽑는 건 인물보다는 이런 완벽한 몸 때문이었다.
“제니퍼! 오랜만이야.”
“아! 테일러. 여긴 웬일이야?”
“네 신랑 만나보고 싶어서 왔지. 제시카와 티파니도 같이 왔어.”
“그렇구나.”
“아만다와 캐서린도 있었네. 안녕!”
“응.”
“소개 안 해줄 거야?”
“지홍씨! 여긴 모건 가문의 막내딸 테일러 모건이에요. 여기는 카길 가문의 제시카 카길, 듀폰 가문의 티파니 듀폰이고요.”
“드디어 만나게 됐네요. 반가워요.”
“저희 셋 다 지홍씨의 열렬한 팬이에요.”
“반갑습니다.”
밴더빌트, 골드만삭스와 함께 세계 3대 레드몬 사냥팀인 링컨 공대를 소유한 모건 가문은 존 피어폰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시조였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게 카빈총 1정을 3.5달러에 사들여 북군에게 다시 22달러에 되파는 사기 행각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또한, 남북전쟁으로 금 시세가 널뛰기로 뛰는 것을 이용해 북군의 지휘관 듀폰한테 빼낸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며 부자가 됐다.
로스차일드, 록펠러와 함께 연방준비은행의 실질적 소유주로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이자로 벌어들이는 가문으로 테일러 모건은 모건 가문의 금지옥엽이자 제니퍼와 같은 포스전문학교를 나온 동기였다.
검정과 하얀 드레스로 몸매를 과시한 제시카 카길과 티파니 듀폰 역시 포스전문학교 동기로 제니퍼와 아만다, 캐서린처럼 셋이 단짝이었다.
듀폰과 카길은 미국 10대 재벌 중 하나로 듀폰 가문은 제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최대의 군수품 생산 업체였다.
화약과 폭탄 이외에도 맨해튼 계획에 참가해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조하는 등 전쟁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가문이었다.
카길 가문은 윌리엄 윌래스 카길이 1865년 창업한 세계 최대의 곡물 회사로 사위인 존 h 맥밀런이 경영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7대 메이저 곡물 회사 중 최대기업으로 세계 곡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의 대기업이자 곡물 마피아로 악명을 떨치는 가문이었다.
철저한 족벌 경영으로 카길-맥밀런 가문이 지분의 90%를 가지고 있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으로 오늘도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결혼식은 언제 올리는 거야?”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쯤 할 거야.”
“우리도 초대해 줄 거지?”
“으음... 나진시에서 할 건데 그곳까지 올 시간이 있어?”
“남도 아니고 자매나 다름없는 네 결혼에 우리가 빠지면 안 되지. 미리 날짜만 알려줘.”
“알았어.”
“지홍씨! 신부 친구들인데 얼굴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보여줄 만한 얼굴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테일러 모건이 친한 척 팔짱을 끼며 수박만 한 커다란 가슴을 팔에 비볐다. 느낌이 나쁘진 않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다른 남자의 체취에 호감이 가진 않았다.
마샤보단 못해도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테일러 모건은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눈매가 매서워 아름답다는 느낌보단 사납다는 느낌이 강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판단하려는 게 아니에요. 얼굴을 본 사람이 없어 궁금해서 그래요. 한 번만 보여주세요.”
“죄송합니다. 보여드릴 만한 얼굴이 아니라서.”
“얼굴 보여주는 게 큰일도 아닌데 너무하세요. 닳는 것도 아닌데 한 번만 보여주세요. 오빠~”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럽니다. 죄송합니다.”
테일러, 제시카, 티파니는 각각 미의 여신 비너스(Venus), 새벽의 여신 오로라(Aurora), 달의 여신 다이애나(Diana)로 불렸다.
제니퍼, 아만다, 캐서린이 사람들과 왕래가 없고 차갑게 굴어 홍염의 마녀, 절망의 마녀, 폭풍의 마녀라 불리는 것과는 반대로 테일러, 제시카, 티파니는 수많은 남성과 사귀며 여신이란 칭호를 선사 받았다.
두 그룹은 성향도 반대였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반대로 사사건건 부딪치며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견원지간이었다.
잘난 집안에서 태어나 특권의식에 몸에 밴 테일러와 제시카, 티파니는 같은 부류가 아니면 사람으로 보지도 않았고, 같은 능력자라도 유력가문 출신이 아니면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다.
학교생활 내내 아만다와 캐서린을 씹었고, 아무 남자에게나 다리를 벌린다는 소문까지 퍼뜨리는 등 악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테일러와 제시카, 티파니가 뻔뻔하게 다가와 친한 척 말을 거는 것도 모자라 내 팔에 매달려 가슴을 비벼대며, 결혼식에 초대해 달라는 말까지 하자 제니퍼의 얼굴이 불게 달아오르다 못해 볼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제니퍼! 이리와!”
“네, 오빠!”
”아만다와 캐서린도 옆에 오고.“
“네!”
팔에 가슴을 문대는 테일러를 떼어내고 제시카와 티파니를 살짝 밀쳐낸 후 제니퍼와 아만다의 팔짱을 끼고, 캐서린의 손을 잡았다.
테일러와 제시카, 티파니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미안하다는 뜻을 대신하고 아내들을 끌고 우리 자리로 돌아왔다.
분노에 찬 여섯 개의 시선에 뒤통수가 뜨겁다 못해 뚫릴 것처럼 아팠지만, 역겨운 냄새를 맡지 않아도 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셋 다 몸에서 남자의 땀 냄새가 진동해 서 있을 수가 없었어.”
“정말요?”
“응, 파티에서 눈 맞은 남자와 재미라도 봤는지 체취가 보통 심한 게 아니야. 정액 냄새도 났고.”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애들이에요. 하루에 열 명이 넘는 남자와 그 짓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보통이 아니네.”
“학교 때 남자 섭렵이 엄청났어요.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능력자와는 모두 잤고, 선생님들과도 관계를 맺었죠. 졸업 후에도 수많은 능력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여기 와서도 바로 한판 뜨고 시작했네. 대단하다.”
“오빠에게 다가온 것도 성관계를 맺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
“내가 미쳤어? 딴 놈과 놀고 온 여자를 안게?”
“오빠나 알지 그걸 누가 알겠어요.”
테일러, 제시카, 티파니의 몸에서 남성의 땀 냄새를 맡은 건 기감력 때문이었다. 후각이 예민한 능력자도 코를 킁킁거리면 정액 냄새는 맡을 수 있어도 옷 속에 감춰진 다른 남성의 땀 냄새까지 구별하진 못했다.
기감력을 터득한 후 오감이 발달하며 얻게 된 능력으로 아주 미세한 냄새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섹스 중독이야?”
“그런 것도 있고, 세상 모든 남성 능력자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도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학교 때 테일러와 제시카, 티파니는 포스전문학교 남자애들의 우상이자 여신이었어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완벽하고, 테크닉까지 뛰어나 목을 매는 남자애들이 수백 명이 넘었죠. 남자애들이 열렬히 따르자 자신들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고, 모든 남성 능력자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말이나 돼?”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수백 명이 넘는 남성 능력자가 지금도 그녀들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간도 떼어줄 만큼 열성적으로 따르고 있죠. 한마디로 말해 팜므 파탈 같은 존재에요.”
'숙명의 여인'을 뜻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입력을 지닌 여성을 말했다.
나는 팜므 파탈로 보이지 않았지만, 제니퍼의 말에 따르면 테일러와 제시카, 티파니는 관능적인 육체를 이용해 능력자는 물론 수많은 정·재계 인사를 수족처럼 부렸다.
능력자만 치마폭에 감쌌다면 섹스에 환장한 여자들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정·재계 인사들까지 포섭했다면 보통 여자들은 아니었다.
그녀들이 포섭한 정·재계 인사들의 면면도 무시할 수 수준이 아니었고, 가문의 후광까지 더한다면 야망이 엄청나게 큰 여걸들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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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감기로 인해 글 올리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양해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