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95화 (395/505)

00395  국빈초대  =========================================================================

395.

“미국이 러시아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투자환경, 인적·물적 인프라, 무기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앞섭니다.”

“맞는 말이에요. 미국이 최소 열 배는 앞서죠.”

“그런데 왜 미국보다 러시아에 투자를 더 많이 하고, 무기도 러시아 무기만 구매하는 겁니까?”

“그 이유는 클린턴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실 텐데요?”

“먼저 협조를 구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걸 몰랐다는 뜻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뉴욕에 미래 레드몬을 설립하는 것도 딴죽을 걸고, 투자하는 것도 방해했잖아요. 사전에 투자한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그런 식으로 나왔으면서 저희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적반하장 아닌가요?”

“미국엔 수많은 이익단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죠. 그들이 느끼기에 미래 래드몬의 투자와 뉴욕 진출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사전에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협의했다면 무조건 배척하진 않았을 겁니다.”

“미국의 요청으로 투자한 건데, 선점한 기업의 눈치를 보고 투자하라 이런 말이군요?”

“그런 뜻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길을 찾자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같은 얘기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으니 그 문제는 내일 실무자 선에서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무기 문제도 나왔으니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러시아처럼 우리가 원하는 무기를 바로 공급해줄 수 있나요?”

“제약이 걸린 무기가 아니면 가능합니다.”

“우리가 미군이 쓰다 버린 구형 재고 무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러시아에서 구매한 무기가 모두 최신형이란 건 알고 계시죠?”

“외국에 판매하지 않는 최신형 무기는 규정상 의회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 보세요.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비싼 돈을 주고 산 무기가 카탈로그와 성능이 차이가 심하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세요? 그건 생각해보셨나요?”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으세요?”

“으음...”

한숙의 공격적인 말에 클린턴 대통령과 크리스 레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포터 고스 중앙정보국 국장, 카터 헤이글 국방부 장관 등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특히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분류된 포터 고스 국장은 불쾌한 빛이 얼굴에 강하게 드러나며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나 한마디 할 기세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중앙정보국 국장이지만, 공화당과 군산복합체 소속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강대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 정치인 패권주의(?權主義) 신봉자였다.

골려줄 생각으로 살기를 미약하게 투사하자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이 부르르 떨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깜짝 놀란 고스 국장이 급히 나를 바라봤다. 의심이 들긴 했지만,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만히 있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는 능력자가 많았지만, 그건 모두 멘탈리스트로 내가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라는 건 눈치챘어도 듀얼리스트인지는 아직 몰라 의심까진 하지 않았다.

[고스 국장을 주목해야겠어요. 우리에게 불만이 아주 많아요.]

[매파는 다 그래.]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대화형으로 말이 통하지만, 고스 국장은 힘으로 찍어 누르는 매우 호전적인 인물이에요. 다 같지 않아요.]

[걱정되면 강승원 국장에게 은밀히 감시하라고 해.]

[네.]

상아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사이 한숙과 클린턴 대통령의 대화가 날 선 공방에서 부드러운 화해 분위로 바뀌었다.

“그럼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살게요.”

“4대나요?“

“더 구매해야 하나요?“

“더 사주시면 고맙죠. 하하하하~”

“사용해보고 성능이 괜찮으면 추가 주문할게요.”

E-3 센트리(Sentry)는 보잉 707을 모체로 개발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로 1991년까지 68대가 생산돼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사용 중이었다.

원반형 레이더가 달린 E-3 센트리는 최고속도 855km/h, 항속 거리 7,400km로 AN/APY-2 레이더를 사용해 400km 이내의 목표물 600개를 탐지하고, 이 중 200개 목표물을 식별·추적했다.

E-3를 들여오면 일반 레이더와 함께 레드몬 탐지레이더를 사용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역의 레드몬 분포와 생태를 관찰할 계획이었다.

더불어 김종서함과 함께 연계하면 나진시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연해주, 만주지방까지 손바닥 보듯 볼 수 있었다.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탑재할 생각이십니까?“

“알고 계셨네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입니다.”

“비밀로 한다고 신경이 많이 썼는데, 정보가 줄줄 새고 큰일이네요.”

“인류를 위해 대단한 무기를 만들었는데 숨기실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나쁜 목적으로 만든 무기도 아니고, 열화우라늄탄을 쓰지도 않고, 사람이 아닌 레드몬을 잡는데 사용하는 무기니 소문을 내는 게 맞겠네요. 많이 팔수록 지구가 안전해질 테니까요.”

“신기전 개발을 축하합니다. 미국에도 많이 팔아 주십시오.”

“그래야죠.”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 홋카이도가 심각한 방사능 오염에 시달린다는 말을 한숙이 우회적으로 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듯 신기전 개발을 축하하며 능수능란하게 약점을 피해갔다.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나온 건 환영할 일이지만, 나이트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레드몬 사냥팀에 한해서만 판매할 계획이니까요.”

“기업이나 일반인에겐 팔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네, 신기전은 레드몬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한 무기로 돈벌이용으로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신기전 한 대로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고, 최소 1개 분대 3대는 있어야 약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또한, 넓은 개활지가 아니면 신기전의 성능이 대폭 감소해 이를 뒷받침할 능력자들이 함께해야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잘 지켜질지 모르겠군요.”

“지키지 않는다면 다음 버전인 신기전Ⅱ를 판매하지 않으면 그만이죠. 전용탄도 판매하지 않으면 되고요. 그것도 개인에게 국한된 일이 아니라 나라 전체에 판매를 금지하면 돼요.”

“미국은 미래 레드몬이 정한 규칙을 100% 이행할 겁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공급해주십시오.”

개인이 아닌 국가에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개인에 국한된 일이면 얼마든지 어길 수 있지만, 나라 전체에 책임을 물으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리고 신기전Ⅱ가 나오면 신기전Ⅲ도 계속 출시된다는 뜻으로 미래 레드몬이 정한 규정이 가혹하다면 모를까 지극히 정상적인 규정이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이익이었다.

“섭섭하지 않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공급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3 센트리는 언제 넘겨주실 수 있나요?”

“쓰던 것보단 새로 만들어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으니 빨라도 내년 초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아무리 작은 첩보장치도 귀신이 같이 찾아내는 분이 계세요. 그리고 프로그램도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싹 날려버릴 겁니다. E-3 센트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E-3 센트리가 아니라 공중에 오랫동안 떠다니는 비행기에요. 서로 웃는 얼굴로 평생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건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그래 주시면 안심이네요.”

“앞으로 질 좋은 미국 무기를 많이 도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 투자회담도 오늘처럼 큰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죠.”

국빈 초대란 이름으로 삥을 뜯으려는 속셈이었는지, 3시간에 걸친 회담은 돈 얘기만 오가다 끝이 났다.

“이게 국빈 초대야?”

“남의 집에 왔으면 당연히 밥값을 해야지. 안 그래?”

“밥 더럽게 비싸네.”

“일방적으로 뜯기는 거 아니니까 기분 나빠하지 마. 주는 게 있어야 돌아오는 것도 있어.”

“만찬 파티가 돌아오는 거야?”

“정·재계의 거물들을 소개해주는 것이니 큰 선심이라고 봐야지.”

“선심 두 번만 쓰면 집안 거덜 나겠다.”

소연에게 짜증을 왕창 내고 숙소에 짐을 풀고 쉬지도 못하고 다시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쉬는 시간도 없이 무슨 국빈만찬이야? 그냥 사발면이나 하나씩 먹고 말지.”

“사발면 하나로 되겠어요? 한 50개 삶을까요?”

“그게 좋겠다. 아영이는 오빠랑 숙소에 남아 사발면이나 먹자. 참석인원이 500명이 넘는다는데,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어?”

“소화불량에 걸려도 만찬 파티가 어떤 곳인지 구경하고 싶어요. 물은 제가 올려놓고 갈 테니까 나머진 오빠가 하세요.”

“아영이 너마저...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더니 너무 한다.”

“빨리 안 나가? 애처럼 굴래? 오빠 때문에 지금 밖에 천 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어. 창피하지도 않아?”

“가면 될 거 아니야.”

은비의 질책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터벅터벅 밖으로 나왔다. 청바지를 입고 가려 하자 아내들이 달려들어 옷을 몽땅 벗기고 억지로 턱시도를 입혀 불편한 양복까지 입자 짜증이 밀려와 참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상아와 서인이 재빨리 옆에 붙어 팔짱을 끼고, 아내들도 호위하듯 옆과 뒤로 에워쌌다.

도망칠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끌려간 백악관 만찬장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이날 국빈만찬은 역대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임 부시 대통령 시절 총 24번이나 국빈만찬이 열렸지만, 이만큼 성대한 적은 없었다고 언론이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이 타국의 국왕, 대통령, 총리를 초대해도 국빈만찬을 항상 열지는 않았고, 비용도 보통 50만 불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일개 개인인 우리를 위해 백악관이 지급한 돈은 무려 200만 달러가 넘었다.

바가지를 옴팡 쓰고 계약한 E-3 센트리를 생각하면 아주 약소한 금액이지만, 개인 돈이 아닌 나랏돈을 사용하는 처지를 고려하면 큰 무리였다

하지만 이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으로 미국은 대통령, 총리, 여왕이 와도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만찬은 고사하고 밥한 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다.

실리에 따라 만찬을 준비한 것으로 이는 다음 날 냉정한 미국 언론이 이번 국빈만찬이 과례가 아니라고 평가한 것으로 증명됐다.

============================ 작품 후기 ============================

몸살감기로 인해 오타가 많습니다.

미리 양해드립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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