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3 불타는 혼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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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욕심이 나라를 망쳤네요.”
“그렇지. 이런 사람을 간신이라고 하지.”
“왕이 아니니 간신이 맞겠지.”
송나라의 역사서 송사의 유일지전에 ‘천하를 다스리는 건 군자가 여럿 있어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건 소인 한 명이면 족하다.’고 했다.
간신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으로 이는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었다.
진나라의 뇌물을 받고 조나라의 명장 이목을 모함해 나라를 멸망시킨 곽개(郭開),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진나라의 조고(趙高),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의 숙부로 국가 기밀을 팔아먹고, 유방을 살려주고, 땅까지 떼어주는 등 배신행위로 결국 항우를 죽게 한 항백(項伯)이 있었다.
또한,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에 조정을 농락한 10여 명의 환관 십상시(十常侍)와 20년간 명나라를 가지고 논 엄숭(嚴嵩), 명나라를 완벽하게 말아먹은 간신이자 환관인 위충현(魏忠賢), 당나라를 망국의 길로 접어들 게 한 이임보(李林甫) 등 간신이 넘쳐났다.
이외에도 부정부패의 지존으로 청나라 건륭제의 신임을 받은 화신(和?)은 목을 매달아 죽인 후 국고로 환수한 금액이 무려 9억 냥으로 이는 당시 청나라 12년 치에 해당하는 국가 예산이었다.
공자는 마음을 반대로 먹는 음험한 사람,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사람, 뜻이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사람,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을 누리는 사람을 간신이라고 정의했다.
아베 마사히코가 이중 어디에 속하는지, 몇 개나 해당하는지 알 순 없지만, 개인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일본을 망치는 건 확실했다.
아베 마사히코는 일본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매국노가 가진 공통적 특성으로 죽어서도 자기가 한 짓을 이해하지 못했다.
매국노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 합리화가 철저한 것으로 자기가 한 일은 언제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로 나라를 팔아먹어도 나라를 구했다고 생각하지 팔아먹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이어진 레드몬 공격에 아베 마사히코가 지켜낸(?)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를 뺀 대도시는 불타고 부서져 도시의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중소도시는 30% 기능도 남지 않았고, 마을은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생활에 꼭 필요한 전력과 수도, 난방, 통신, 도로 등이 대부분 부서져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도 정전과 단수가 잇따랐고, 방송국도 공격받아 TV도 볼 수 없었고, 전화도 먹통이었다.
산업시설의 피해도 막대해 자동차, 선박, 항공기, 철강, 화학 등 중추적 산업이 모두 부서지고 불타 재가동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한, 주택도 절반 이상 부서졌고, 쌀과 밀가루 등을 보관한 식량 창고도 불이 나 당장 이번 겨울을 날 수 있을지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공식적인 사망자만 100만 명이 넘었고, 실종자는 이보다 두 배나 많은 600만 명이 넘었다. 크고 작은 부상자도 3,000만 명에 달해 복구에 동원할 사람도 턱없이 모자랐다.
물적 피해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커 집계를 포기했고, 정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로 중장비도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 복구는 꿈도 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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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2월 14일
일본을 암흑시대로 돌려놓은 요코와 쇼타는 레드몬들이 도시에 난입하기 직전 나고야를 떠나 중국 광저우로 향했다.
쇼타가 미리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의 선장과 항해사, 갑판장 등 주요 선원의 머리에 모기 레드몬을 침투시키고 배를 준비해놔 아주 안락하고 편안하게 중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국에 도착하는 동안 TV를 통해 혼슈가 불바다로 변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그 모습을 누군가 흐뭇하게 바라봐 주길 바랐다.
만약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구 끝까지 쫓아올 수도 있어 좀 더 큰 피해가 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요코와 쇼타의 조국은 일본이 확실했지만, 변종 모기 레드몬이 뇌를 빨아먹는 순간 요코와 쇼타에겐 조국 따위는 없었다.
바람이 거세 배가 좀 흔들린 게 흠이었지만, 새로운 땅과 새로운 꿈에 한껏 들떠 뱃멀미조차 즐겁기만 했다.
광저우 시는 중화인민공화국 남부 광동 성의 성도이자 화남지방의 행정 중심지로 인구가 1,10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도시였다.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중국 제3의 도시로 베이징의 관문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톈진보다 인구와 규모 모두 크게 앞섰다.
광저우 항구에 도착한 요코와 쇼타는 도시를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웠다. 쇼타는 수많은 여자에, 요코는 수많은 먹이를 두고 가는 게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더 멋진 내일을 위해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로 들어갔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광시좡족자치구는 강과 산이 많아 중국에서도 레드몬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했지만, 아열대성 기후로 2모작, 3모작이 가능해 먹고살기는 어렵지 않은 지역이었다.
“광시좡족자치구보다 광저우에 자리를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인구도 많고 산업도 발달했잖아.”
“이쪽이 더 쓸만한 레드몬이 많아.”
“레드몬은 광둥 성에도 많잖아.”
“소수민족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좡족을 끌어들이는 게 한족 중심도시인 광저우보다 포섭이 쉬워.”
“소수민족 우대 정책을 펴는데, 다를 게 있겠어?”
“그건 겉으로만 그런 거야.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거라고. 소수민족이 가진 불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우리는 그걸 파고들어야 해. 불만을 부각하며 놈들에게 힘을 주면 아주 쉽게 넘어올 거야. 그럼 우리는 이놈들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
“우리가 좡족을 해방하는 구세주가 되는 거야?”
“바로 그거지. 소수민족의 구세주.”
광시좡족자치구의 인구는 4,800만 명으로 한족이 62%, 좡족 32%, 야오족 3%, 먀오족 1%, 동족 0.7%, 거라오족이 0.4%를 차지했다.
32%면 무려 1,530만 명으로 중국에 거주 중인 1,600만 명의 좡족 대부분이 광시좡족자치구에 몰려있었다.
좡족은 한족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민족으로 나라를 세워도 될 만큼 인구가 많았지만, 중국에선 소수민족으로 분류돼 많은 차별을 받았다.
중국은 이이제이(以夷制夷)와 토사제도(土司制度), 유관제도(流官制度) 등을 통해 주변국을 제어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견제하는 것을 말했고, 원나라 때 토사제도는 토착 지배계급에 하위서열의 신분을 주어 그들에게 담당 지역을 관리하게 하는 일종의 간접통치였고, 청나라의 유관제도는 지방 관리를 중앙에서 파견해 통치하는 중앙집권 정치였다.
공산화와 함께 타민족의 땅을 마구잡이로 차지한 중국은 문화적 관습, 혈연, 종교를 기반으로 한 사회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과 강압적인 민족정책이 독립운동을 부추겨 중국의 결속을 위협한다는 점에 주목해 소수민족에 대한 유화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목표를 내세워 헌법에 중국 내 민족은 모두 평등하며 정치·경제·문화생활에서 한족과 동등한 대우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첫째, 소수민족에 대한 평등정책을 시행한다.
둘째, 소수민족 지역의 자치를 시행한다.
셋째, 소수민족 간부를 양성한다.
넷째,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섯째, 소수민족의 풍속습관과 종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보장에도 불구하고 소수민족 자치지역은 명목상 자치일 뿐 중앙정부의 다양한 통제전략과 한족의 경제권 독식에 멍들어갔다.
소수민족에게 큰 특혜처럼 베푼 계획출산의 완화, 명문대학 진학의 배분, 취직 상의 혜택 등의 우대조치는 말만 그럴싸할 뿐 소수민족이 중앙정계에 진출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은 강제로 병합한 타민족의 땅과 자원을 뺏기지 않기 위한 기만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중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놈들을 분열시킨 후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는 거야. 춘추전국시대처럼.”
“말처럼 가능할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족을 빼고 100만 명이 넘는 소수민족이 열여덟 개나 되고, 왕이 되고 싶은 놈도 족히 수백 명은 되니까.”
“수백 명? 그렇게 많아?”
“중국은 지방마다 방언이 심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해. 그리고 국가보다는 혈연·지연을 중시하고. 이들에게 중화인민공화국은 생긴 지 불과 50년도 안 된 신생국가에 지나지 않아. 얼마든지 분열시킬 수 있어.”
“그렇게만 되면 일본보다 더 큰 땅을 차지할 수도 있겠다.”
“물론이지. 섬나라 일본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 진짜 제국을 건설할 수도 있어.”
요코는 레드몬을 수하로 거둬 강력한 무력을 갖춘 후 좡족과 연합해 광시좡족자치구를 집어삼킬 계획이었다.
이후 소수민족을 차례로 끌어들여 그들의 땅을 흡수하거나, 힘을 보태줘 독립시킬 생각이었다.
이와 함께 지방권력과도 손을 잡아 중국 정부를 고립시켜 최소 5개, 최대 10개의 국가로 분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박지홍이 가만있을까?”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어쩌겠어.”
“혼슈에 남긴 천족을 우리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멍청한 호소카와 총리는 우리가 사라져 믿고 싶어 하겠지만, 박지홍은 그런 얄팍한 속임수에 절대 넘어가지 않아. 꿈도 꾸지 마! 어쩌면 우리가 중국에 들어온 것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몰라.”
“쫓아오는 거 아니야?”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모른 체한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이해할 수 있어?”
“미안!”
“중국으로 넘어간 건 조만간 알겠지만,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순 없어. 최대한 은밀히 활동할 거니까. 홋카이도와 혼슈에서처럼 무식하게 드러내 놓고 행동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
“그때는 처음이라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거잖아.”
“지금은 아는 게 있어?”
“그럼. 나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처신도 잘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네?”
“무슨 처신?”
“온종일 계집만 품고 있는 게 멀쩡한 행동이야? 왕이 될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여서 되겠어?”
“왕?”
“그럼 네가 왕이지 내가 왕이겠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왕이 돼?”
“왕은 많이 알아야 하는 거야? 많이 아는 사람이 왕이 된다면 박사들이 왕이 되면 되겠네? 안 그래?”
“그런 뜻이 아니라 네가 있는데 왜 내가 왕을 해?”
“내 남편이니까 당연히 네가 왕이 돼야지. 그러니 계집 엉덩이만 파지 말고 왕답게 왕국 건설에 앞장서.”
“정말 내가 왕이 돼도 되는 거야?”
“응! 너 빼곤 할 사람 없잖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해. 그럼 세상에 길이 남을 멋진 왕으로 만들어줄게.”
“알았어.”
입이 헤벌쭉해진 쇼타를 요코가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실권이 전혀 없는 허수아비 왕, 말이 좋아 왕이지 잡부나 다름없는 이름뿐인 왕이 뭐가 좋다고 저러는지 불쌍하기만 했다.
‘이런 게 서로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선택 아니겠어? 쇼타는 왕이 돼서 좋고, 나는 쇼타와 모두를 거느려서 좋고. 호호호호~’
난링 산맥으로 들어간 요코와 쇼타는 천족과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 3마리를 이용해 덩치가 작은 중급 레드몬과 엘리트 레드몬을 차례로 숙주로 만들었다.
정글처럼 수풀이 우거진 지역으로 쓸만한 레드몬이 많았지만, 위험한 레드몬도 많아 초반엔 피해가 잦았다.
한 달 정도 지나며 레드몬의 수가 충분해지자 안정을 찾았고, 이때부터 마을과 도시를 돌아다니며 목수와 벽돌공 등 기지 건설에 필요한 기술자들과 젊고 건장한 일꾼들을 납치했다.
천족과 레드몬, 기술자들을 이용해 난링 산맥 깊은 오지에 기지를 건설하며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하나씩 갖춰갔다.
============================ 작품 후기 ============================
몸살감기로 인해 오타가 많습니다.
미리 양해드립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