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2 불타는 혼슈 =========================================================================
392.
차차(chacha), 삼바(samba), 트로트(trot), 탱고(tango), 지터벅(jitterbug), 폴카(polka), 맘보(mambo), 블루스(blues) 등 댄스 스포츠와는 전혀 맞지 않는 스텝으로 서로의 엉덩이를 밀착한 채 동시에 앞을 보고 왈츠에 맞춰 함께 앞으로 걸어나갔다.
“하응~”
스텝을 밟을 때마다 엉덩이와 엉덩이가 떨어졌다가 다시 붙으며 때로는 깊게, 때로는 좌우를 공략하자 은비의 입에서 쾌락에 찌든 신음이 흘러나왔다.
앉아서, 누워서, 서서, 엎드리는 등 수많은 자세로 사랑을 나눴지만, 춤추며 섹스를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기이한 산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다이내믹한 율동과 다채로운 동작들로 강하게 꽃잎을 공략했다.
“오빠!”
“응?”
“죄송한데, 급히 보셔야 할 게 있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
“일본이 쑥대밭이 됐어요.”
“알았어. 하던 일마저 끝내고 바로 갈게.”
“은비 언니! 방해해서 죄송해요.”
“하악~ 괘.괘.괜찮아. 하윽~”
“상아 얘기 들었지? 빠르게 간다.”
“하악~ 하윽~ 하윽~”
퀵스텝을 추듯 빠르게 전진하며 엉덩이를 퉁기자 은비의 눈이 하얗게 변하며 검은자가 사라졌다.
가슴을 꽉 움켜쥐고 엉덩이를 사정없이 부딪치자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쾌감이 후두부를 강타했다.
“윽~”
“하앙~~~”
1996년 2월 12일, 수도인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를 뺀 혼슈의 11개 대도시가 레드몬들의 공격에 화염에 휩싸였다.
4,000마리가 넘는 레드몬이 히로시마, 오카야마, 교토, 고베, 시즈오카, 사이타마, 니가타, 후쿠시마, 센다이, 모리오카, 하치노헤가 동시에 공격했다.
사람과 건물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죽이고 부순 레드몬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단 하루 만에 1,00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곳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다.
도시를 습격한 레드몬들은 잘 훈련된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여 높고 두꺼운 방어벽을 단숨에 뚫고 도시로 난입했고, 일부는 하늘을 날아 도시로 진입해 방어벽을 무력화시켰다.
난입한 레드몬들은 수비대를 상대하지 않고 도망치듯 도시로 스며들어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며, 주유소와 가스 충전소, 전신주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보통 레드몬이 도시에 들어오면 극도로 흥분해 자신을 공격한 수비대와 레드몬 사냥팀을 먼저 공격했지 도망 다니며 사람과 건물을 공격하지 않았다.
은밀하고 빠르게 주요 산업시설과 군사시설을 타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게릴라처럼 레드몬들은 수비대와 레드몬 사냥팀의 공격을 따돌리며 사람들을 학살하고, 도시를 파괴했다.
그러면서도 무장인 빈약한 경찰과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를 공격해 혼란을 가중하며, 화재 진압을 방해해 피해를 더욱 늘렸다.
“조금 전 2시를 기해 공격이 시작됐어요.”
“일부러 낮 시간대를 골랐네.”
“네, 공포심을 키우려 그런 것 같아요.”
“하여간 머리는 정말 좋아.”
은비를 만족시키고 재빨리 침실로 들어가자 상아가 강승원 국장이 전해준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능적인 게릴라 전법도 무섭지만, 힘을 한곳에 집중해 방어벽을 뚫은 것도 대단해요. 우리도 이에 대한 방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사오백 마리가 쐐기진형으로 한 점을 노리면 방어벽으론 막을 수 없어. 10m 간격으로 기화폭탄을 묻어놓으면 모를까.”
“일본은 없지만, 우리에겐 레드몬 탐지 레이더가 있잖아요. 레이더에 탐지되는 순간 바로 선제 타격을 가하면 일본처럼 당하진 않을 거예요.”
“집중된 적을 처리할 무기는 지대지 미사일밖에 없는데, 김종서함과 구축함, 미사일 고속정에서 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이번에 홋카이도에서 사용해 큰 재미를 본 에이태킴스를 집 근처에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군함에서 쏘는 것보단 빠를 것 같은데. 950개의 자탄에 쌍봉낙타의 산성용액을 주입하면 효과도 훨씬 좋을 것 같고요.”
“미국 무기는 들여오기도 쉽지 않고, 우리가 그런 무기를 가졌다는 걸 국방부와 찌라시 언론이 알면 시끄러워.”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미국은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엄청난 무기를 사들이는 것을 알았다.
숫자까지 파악한 건 아니었지만, MI-26 헤일로 수송헬기, KA-50 호컴 공격헬기, 우달로이급 구축함, 타란툴급 미사일 고속정, 카쉬탄 근접방어무기체계, 각종 화기 등 대략적으로 무엇을 샀는지는 알았다.
미국이 모르는 건 알섬 비밀기지에 숨겨놓은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과 S-300P 지대공 방공미사일·방공레이더가 전부였다.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천문학적인 무기를 사들이자 돈 냄새를 맡은 미국이 믿을 수 없는 러시아 무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미국 무기를 사라며 한숙에게 로비를 벌였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건 러시아보다 미국이 더 했다. 하향 업그레이드에 사냥 뻥튀기가 세계 최고였고, 사전 합의한 기술 이전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부품가격도 바가지를 씌웠다.
또한, 원하는 무기를 사기 위해선 의회 승인과 로비까지 시간과 돈이 러시아보다 몇 배나 많이 들었고, 비밀 사항을 언론에 노출하는 등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그와 비교해 러시아는 내가 원하는 무기를 고르기만 하면 99% 승인에 빠르면 다음 날 받아볼 수도 있었다.
옐친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겠지만, 기술이전 약속도 철저하게 지켰고, 성능을 하향하는 짓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무기는 소총 한 자루도 사지 않았고, 공화당 매파들이 우리를 더욱 싫어하는 이유가 됐다.
“에이태킴스 계열의 러시아 무기를 들여오면 되잖아요.”
“SS-21 스캐럽을 사자고?”
“네.”
“구형이라 오차가 심해. 레드몬을 맞추려다 방어벽을 때릴 수도 있어. 그리고 레드몬 탐지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5km밖에 안 돼 레드몬이 전력으로 달리면 맞출 수도 없어. 홋카이도에서 효과를 본 건 서 있는 놈들을 공격해서 그런 것이지, 움직이는 놈을 공격한 게 아니야.”
“그럼 쓸모가 없겠네요.”
“신기전을 좀 더 크게 키워 방어탑으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아. 키쉬탄과 함께 사용하면 미사일 방어, 대인 방어, 레드몬 방어까지 동시에 할 수 있고, 자동으로 작동하게 시스템을 만들면 방벽 수비대의 업무도 많이 줄어들 거야.”
“그게 좋겠네요.”
“조진호 박사에겐 상아가 말해. 내가 말하면 부담스러워할 거야.”
“네!”
CNN, NBC 등 해외 언론에서 헬기로 촬영한 도시의 모습은 비명과 화염이 충천하는 끔찍하고 비참한 아비규환이었다.
시커먼 연기와 부서진 건물, 불타오르는 자동차,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쫓아가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레드몬, 날개를 활짝 펴고 고층건물 유리창에 달라붙어 건물을 부수는 레드몬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빠! 날개가 있는데 왜 날아서 도시로 들어가지 않고 방어벽을 부수고 들어간 거죠?”
옆에 앉아 있던 소희가 품에 안기며 질문을 던졌다. 자연스럽게 옷 속에 손을 넣어 75C의 커다란 가슴과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며 이유를 설명했다.
“숙주가 된지 며칠 안 된 레드몬이 태반이잖아. 알에서 깨어난 새가 바로 하늘을 날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해야지. 그래서 일부만 날아서 들어가고 나머지는 강화된 신체를 이용해 방어벽을 뚫었을 거야.”
“날개가 튼튼해지면 방어벽도 소용이 없겠네요.”
“조류형 레드몬이 나타나는 걸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야. 육로로 다가오는 레드몬은 막을 방법이 많지만, 날아다니는 놈은 맞춰 떨어뜨리는 것 이외엔 뾰족한 수가 없잖아. 맞추기도 어렵고.”
“요코와 쇼타를 이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요?”
“흐음...”
혼슈가 쑥대밭이 된 걸 보자 후회가 막심했다. 피해가 클 것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혼슈에 상륙한 지 고작 20일 만에 일본에 이같이 막대한 피해를 줄지는 생각도 못 했었다.
날개가 없었을 때가 시제품인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면, 날개가 생긴 레드몬과 써커는 양산형이 아닌 스페셜타입(Specialtype)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성능 차이가 심했다.
둘은 날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전부였지만, 전투력은 두 배 이상 차이 났고, 사용할 수 있는 전술도 수백 가지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전술은 방어벽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으로 인간의 오랜 전통적인 방어수단을 쓸모없게 만들며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전투기가 전차보다 비싼 건 엔진을 비롯한 값비싼 전자부품이 많이 들어간 이유도 있지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하늘을 빠르게 날며 지상을 공격하는 전투기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무기로 땅을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전차가 방어력이 월등히 뛰어나도 이길 수가 없었다.
“오빠가 자책할 일은 아니에요. 이투루프 섬에서 요코와 쇼타를 잡을 방법은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자책하는 건 아닌데, 일이 이렇게 되도록 꾸민 건 나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래.”
“캄차카 반도로 들어갔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어요. 요코가 캄차카 반도만 차지하고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녀의 목표는 제국 건설이니까요.”
“그렇긴 하지.”
월요일 오후라 소연과 은하, 한숙, 서인은 아직 퇴근 전이었고, 춤 연습으로 일찍 퇴근한 은비, 아리, 상아, 아영, 마샤, 제니퍼, 캐서린, 아만다, 소희와 함께 불타는 혼슈를 바라봤다.
일본을 망하게 하려는 계획으로 내가 한 짓이지만, 불타오르는 건물과 처참하게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심란했다.
그건 아내들도 마찬가지로 TV를 바라보는 모습이 모두 침울했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죽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수는 없었다.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레드몬들은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유유히 도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깊은 숲으로 들어가 먹이를 잡아먹고 체력을 보충한 레드몬들은 밤이 되자 작은 마을을 공격했다.
도시에 막대한 피해로 허둥대던 일본 정부는 급히 자위대와 레드몬 사냥팀을 급파해 레드몬을 뒤쫓았지만, 숲에 따라 들어갔다가 잔뜩 손해만 입고 쫓겨나왔다.
호소카와 총리가 동원한 사무라이는 1,830명으로 전체 인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2,745명은 모두 아베 마사히코 회장의 수족인 흑룡회, 겐요사, 일본회의 소속으로 호소카와 총리가 동원할 수 있는 사무라이가 아니었다.
이들은 아베 마시히코 회장의 신변을 보호하며 자신들의 본거지인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지켰다.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3대 도시는 이들이 없어도 A급 엘리트 레드몬이 아니면 침범할 수 없는 안전한 도시였지만, 아베 마사히코의 명령에 따라 2,745명의 사무라이는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세계 포스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1,000명이 넘는 아베 회장의 개인 사무라이 부대도 저택을 철통같이 지켰고, 육상자위대 기계화 사단들도 모두 3대 도시를 지키며 빈껍데기만 레드몬 토벌에 동원했다.
이 때문에 피해는 날로 늘어만 갔고, 토벌대의 피해도 쌓이며 일본의 국력을 깎아 먹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가미카제 공대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니 부대만 출동했어도 레드몬이 일주일이나 난동을 부리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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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