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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89화 (389/505)

00389  모기몰이  =========================================================================

389.

“소연아, 강승원 국장에게 놈들의 위치를 3분마다 한 번씩 보고받아.”

“알았어.”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할 거니까 마샤와 아영이는 상아 도와주고, 나머지는 집 짓는 일에 동참해.”

“우리가 목수도 아니고 왜 밖에만 나오면 집을 지어야 하는 거야?”

“칼바람 맞으면 밖에서 떨며 자고 싶어? 이 기회에 꽁꽁 얼어붙은 냉동인간으로 만들어줄까?”

“아니!”

“찰싹!”

“아얏~”

“그럼 잔소리 그만하고 바닥이나 골라. 말 안 들으면 바닷가에 세워둔다.”

“에잇~ 맨날 나만 미워해!”

토라진 은비의 엉덩이를 3대 더 두드려 주고 입맞춤까지 해준 다음 죽은 써커와 레드몬을 수습하고 나무를 베어 2시간 만에 근사한 오두막을 지었다.

오두막도 자주 짓자 은비의 말처럼 목수로 전향해도 될 만큼 실력이 나날이 향상됐다.

장비라곤 달랑 비파형 글라디우스 한 자루였지만, 예기를 뿜어낼 수 있으면 장비 없이도 나무를 베고 반듯하게 다듬을 수 있어 통나무집을 짓는 건 요령만 터득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날 밤 섬 서쪽 끝 화산을 넘어온 써커 30마리가 살금살금 접근하자 구미호가 레이저로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새벽 2시경 이번에는 북쪽으로 멀리 우회한 써커 20마리와 레드몬 10마리가 낮에 전투가 벌어진 해안가로 접근했다.

현무, 비사, 설표, 딩고, 퓨마 모두 나서 놈들을 공격하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부서진 사체가 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다음 날 새벽 써커 20마리가 섬 남쪽으로 멀리 우회해 해안선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해안에서 5km 떨어져 날아가는 놈들을 10분쯤 은밀히 따라가자 많이 지쳤는지 나무가 무성한 숲에 내려 날개를 접고 휴식을 취했다.

써커는 최대 시속 250km로 날 수 있지만, 한 번에 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으로 60~70km가 한계였다.

전력을 다해 날면 30분은 쉬어야 다시 날 수 있어 1시간에 100km를 간다고 해도 1,300km에 달하는 쿠릴 열도를 빠져나가려면 13시간은 걸렸다.

그러나 이것도 최적의 조건일 때 해당하는 속도로 바람이 강한 쿠릴 열도의 특성과 써커가 기계가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최소 3일은 잡아야 캄차카 반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헉헉헉헉헉~”

놈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이 재빨리 접근해 살기투사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후 가시창을 소환해 한 번씩 가볍게 엉덩이를 찔러줬다.

A급 엘리트 레드몬 호저를 잡고 획득한 가시창은 C급 엘리트 레드몬도 1분 안에 마비시킬 만큼 강력한 독을 품고 있어 중급 능력자에 불과한 써커들은 찔리자마자 화석처럼 굳어졌다.

“20마리를 모두 데려가게?”

“최정준 박사가 살아있는 써커를 최대한 많이 잡아달라고 했어.”

“불쌍하다.”

“왜?”

“그래도 한때 인간이었는데, 실험실에 끌려가면 온몸을 해부해 연구재료로 사용하다가 결국엔 죽을 거 아니야. 그럴 바엔 레드몬과 싸우다 죽는 게 훨씬 낫겠어. 표본으로 유리병에 남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하아~”

아리의 끔찍하단 말에 답해줄 말이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실험재료로 쓴다고 말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았다.

요코와 쇼타를 혼슈로 밀어 넣으면 수많은 사람과 능력자, 레드몬이 쓰러진 놈들처럼 숙주가 된다.

그건 내가 직접 사람을 죽이고, 레드몬으로 만드는 건 아니지만, 결국 나로 인해 일어난 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놓고 실험재료로 사용하는 걸 인류를 위한다고 말한 순 없었다. 가해자인 내가 그렇게 말하는 건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었다.

그리고 아리 말처럼 알코올이 가득 담긴 유리병에 담기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최정준 박사가 이들을 유리병에 담아놓진 않겠지만, 일부 장기와 머릿속에 든 변종 모기 레드몬은 유리병에 담길 게 확실했다.

또한, 일부는 냉장고에 들어가 몇 년 또는 몇십 년 동안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동태처럼 얼린 채 보관될 수도 있었다.

‘지리산에서 자살한 놈들처럼 어금니에 독약을 물고 다녀야 하는 건가? 이놈들처럼 죽는 것보단 시체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지는 게 백번 낫잖아. 후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써커와 레드몬 200여 마리를 잃은 요코가 방향을 돌려 홋카이도 네무로 시로 들어갔다.

머리 좋은 요코는 첫날 써커와 레드몬 100여 마리를 잃는 순간 우리가 나타났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런데도 요코는 대담하게 부하들을 세 번이나 더 보냈다.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를 한 명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나를 꼽을 만큼 요코는 나를 무서워한다고 했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영악하기가 이를 떼가 없는 요코는 우리 능력을 파악하려 부하들을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첫날 반응을 보고 소탕이 목적이 아닌 혼슈로 몰아넣는 것이 목적이란 것을 알아챈 요코는 탐지거리와 반응속도, 공격력을 알아보기 위해 부하들을 미끼로 동원했다.

부하들과 달리 아주 튼튼한 날개를 가진 쇼타를 보내 최대 고도인 3,000m 상공에서 우리를 관찰했다.

상아의 탐지 스킬에 쇼타가 관찰하는 것이 걸렸지만, 요코를 역으로 기만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해 실력의 일부분만 보여주며 모른 채 행동했다.

[요코와 쇼타는 자정을 기해 구나시르 해협을 건너 숲길을 따라 호로이즈미 군의 에리모 초 해안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오늘 밤 바다를 건너 아오모리 현 하치노헤 시 근처로 이동할 것 같습니다.]

[거리가 200km가 넘는데 건널 수 있겠습니까?]

[오후부터 풍랑이 잦아들어 자정이 지나면 바람이 거의 없어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힘들게 만든 써커를 모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게 뼈아프겠지만, 요코와 쇼타만 있으면 숙주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요코 일행이 홋카이도로 다시 넘어간 걸 일본 정부도 알고 있습니까?]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네?]

[러시아가 일본 정찰위성을 해킹해 먹통으로 만들었고, 미국이 거짓 정보를 흘려 써커들이 캄차카 반도로 무사히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군요.]

[일본이 써커들을 토벌하지 않고 일부러 밀어낸 것에 대해 크게 격분했습니다. 오늘 밤 써커들이 혼슈에 상륙하면 내일 아침 미국과 러시아가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을 규탄하고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할 것입니다.]

[잔머리 굴리다가 제대로 걸렸군요.]

내일 아침 클린턴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이 시간을 맞춰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만행을 까발리면 지구촌이 난리가 날 것이었다.

아직 미국과 러시아 국민이 몰라서 그렇지 일본인 써커들을 고의로 이들 나라에 밀어 넣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일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질 게 확실했다.

타타리가미로 생긴 동정여론이 핵무기 사용으로 혐오여론으로 바뀐 상태에서 자신의 고통을 미국과 러시아에 전가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핵무기로 없애버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요코와 쇼타가 써커를 사출기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만들어내면 전 세계가 위협받게 된다.

인류를 위협하는 레드몬을 보다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범지구적 레드몬 사냥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엔 모두가 공감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써커 무리를 고의로 미국과 러시아로 쫓아냈다는 것이 알려지면 일본은 세상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었다.

“옐친 대통령이 고맙다는 인사를 백번도 넘게 했어.”

“형·동생으로 도와준 일을 감사는 무슨?”

“괜찮다고 해도 멈추질 않아 내가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었어.”

“클린턴 대통령은?”

“써커들을 몽땅 처리하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야. 그리고 크게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

“그렇게 아쉬우면 직접 와서 잡으라고 해. 도와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헛소리야.”

“노골적으로 표시한 건 아니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써커들을 막은 곳이 쿠릴 열도라 미국은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았고, 놈들이 넘어온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와는 반대로 써커의 무서움을 몸소 경험한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과 태평양 함대 병사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세계 최강이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미국은 자기들이 못해서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력을 보존하며, 필요한 곳에 자신들의 전력을 사용하는 게 이익이라 생각해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순 없었다. 상급 레드몬 에오히푸스를 잡은 미국의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러나 우리처럼 피해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준은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을 한번 막았다고 끝이 아니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피해 없이 막았을 때 그것이 진정한 실력이었다. 미국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최강이란 자존심과 상상할 수 없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남이 한 일은 참 쉬워 보이지. 태산을 숟가락으로 퍼내도 에이~ 그걸 누가 못하냐고 말할 거야. 안 그래?”

“대신 우리를 국빈으로 초대했어.”

“왜?”

“그동안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와 우호증진이 이유야.”

“꼭 가야 하는 거야? 안 가면 안 돼?”

“지금까지는 한번 방문해 달라고 한 것이지만, 이번엔 초청장까지 발송한 정식초대야. 거절하면 큰 실례로 무조건 가야 해.”

“전화로 때울 순 없어?”

“거절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거절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이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일이야. 사냥 일정에 맞춰 3월 초에 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아이고~ 미치겠네. 가면 악수만 수백 번 해야 하잖아?”

“그게 다가 아니야. 춤을 출 수도 있어.”

“헉!”

“호호호호~ 우리 신랑! 기운 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연의 기운 내라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국빈 방문이면 클린턴 대통령만 만나는 게 아니었다.

행정부, 입법부, 군인, 기업인, 미국을 쥐고 흔드는 실세까지 만나야 할 사람이 수백 명은 족히 됐다.

평소 같으면 한숙과 소연이 상대하면 되지만, 미국을 상대로 아내들만 내보낼 순 없었다.

그건 상대를 우롱하는 짓으로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도 궁둥이를 붙이고 옆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만찬과 파티까지 열릴 게 확실해 소연의 말처럼 끌려나가 춤을 출 수도 있었다.

춤이라곤 태어나 단 한 번도 춰본 적이 없었다. 클래식과 교향곡은 정서에 맞지 않아 듣지도 않았고, 댄스 음악도 여자 아이돌이 나오면 넋 놓고 보는 것이 전부였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여자와 붙어 춤을 춘다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춤출 줄도 몰랐고 여자와 붙어서 할 줄 아는 건 섹스밖에 없었다.

“내 얼굴 아는 사람 없잖아. 덩치 비슷한 사람으로 대신 보내면 안 될까?”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달라 금방 들통 나. 설마 그것도 못 알아볼 것 같아?”

“내 주제에 기운은 무슨.”

“사람들이 네 앞에 서면 주눅이 들어 두려워하는 거 못 느꼈어? 말 더듬는 사람도 있고, 벌벌 떠는 사람도 있잖아.”

“그거야 인상을 험악하게 쓰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살기까지 솔솔 풍기니까 그렇지.”

“그것 봐. 남다른 기운을 뿜어내잖아.”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놀리는 것 같다.”

“알았으면 그만 투정부려. 집에 돌아가면 춤 연습해야 하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초대 금지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든지 해야지. 젠장!”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하하하하~”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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