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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87화 (38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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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쿠릴 열도(Kurilskiye Ostrova)는 러시아 극동 지방 사할린 주에 있는 길이 1,300km의 도서 군으로 캄차카 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 오호츠크 해와 북태평양을 가르는 크고 작은 섬 56개로 이루어졌다.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 분쟁지역으로 현재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었지만, 일본이 쿠릴 열도 북단 4개 섬에 영유권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 중이었다.

석유와 금, 황 등 해저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영토분쟁은 넓은 바다와 지하자원을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홋카이도도 아이누인의 땅이지 일본 땅이 아니었다. 아이누인은 일본의 야마토 민족과는 전혀 다른 북방 몽골리안(Mongolian) 민족 중 하나로 쿠릴 열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는 건 세계가 모두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

러시아 역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소련의 영토로 편입된 땅으로 원래 주인은 아이누인(Ainu)와 윌타족(Uilta)이었다.

월타족은 사할린 섬 북동부와 남부, 일본의 북해도에 걸쳐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알타이어족 퉁구스·만주어군의 남방퉁구스어계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했다.

“눈에 보이는 땅은 모두 자기 땅이라고 우기네.”

“일본하고 맞닿은 나라 중 영토 분쟁이 없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해요. 상대가 안 되는 미국에만 딴죽을 걸지 못하고 주변 나라들과는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죠. 마치 학교 다닐 때 힘 좀 있다고 반 아이들 괴롭히는 못된 학생처럼 말이에요.”

“일본만 그런 건 아니잖아. 중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러시아도 마찬가지고. 깡패 국가란 국가는 모두 우리 주위에 있는 것 같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강자가 되거나, 비굴한 약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어요, 억울하면 강자가 돼야죠.”

“씁쓸하다.”

은하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이투루프 섬에 도착했다. 면적이 3,185.65㎢인 이투루프 섬은 쿠릴 열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인구가 5,000명이나 됐다.

섬 중간에 있는 비행장에 내리자 살을 에는 칼바람과 함께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쿠릴 열도엔 화산이 100개나 있었고, 그중 35개 화산은 활화산으로 지진활동이 활발한 곳이었다.

“만년설과 화산, 바다, 바람, 풍경 한번 끝내주네.”

“으으으~ 너무 추워!”

“너 이런 모습 좋아하잖아.”

“좋긴 개뿔이 좋아? 추워죽겠는데.”

“만년설 좋아했잖아.”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칼바람에 얼굴이 터질 것 같은데 만년설이 눈에 보여? 낭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내가 힘들어하면 꼭 낭만적인 척하더라?”

“흐흐흐흐~ 눈치 챘어?”

“그래 이 웬수야~”

“찰썩! 어디서 하늘 같은 남편을 원수라고 불러. 더 맞고 싶어?”

“우쒸!”

지독한 냄새와 추위에 벌벌 떠는 은비를 골려준 뒤 한숙과 은하를 비행기에 남겨두고, 헬기를 타고 섬 서남쪽 끝으로 이동했다.

“놈들 어디 있어?”

“3시간 전 구나시르 섬으로 건너와 북단으로 이동 중이야.”

“늦은 거 아니야?”

“바람이 워낙 심해 구나시르 섬도 겨우 건넜어. 그 때문에 B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도 데려오지 못했고.”

“아까워서 피눈물을 흘렸겠네?”

“캄차카 반도로 들어가면 B급 엘리트 레드몬까진 어렵지 않게 부하로 만들 수 있어 크게 아깝진 않을 거야.”

“엘리트 레드몬이 날개를 달면 어떻게 될까?”

“날개를 달지 않아도 전투력이 A급까지 향상되는데, 날개까지 달면 C급 상급 레드몬처럼 보이겠지.”

“모기 날개라 무거워 뜰 수나 있겠어?”

“보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써커들을 보면 몸에 맞게 크기가 커지니까 잠깐은 날 수 있을 거야.”

“독수리 날개가 달리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는 건가?”

“상대가 약점이 있다는 건 언제나 감사할 일이지.”

소연의 말처럼 상대가 얇디얇은 모기 날개인 걸 감사해야 했다. 모기가 아니라 가장 멀리 나는 새 앨버트로스(Albatross)의 날개를 달았다면 세상 어디든 한 번에 날아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속도와 높이도 지금보다 몇 배나 빠르고, 새처럼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어 잡을 방법이 없었다.

제트기처럼 빠르고 벌처럼 재빠른 놈들을 무슨 재주로 잡는단 말인가? 레드몬은 총알과 미사일도 퉁겨내 더더욱 막기가 어려웠다.

“튼튼한 새의 날개였다면 세계정복도 꿈은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이 정도인 걸 감사해야 해.”

“혹시... 날개도 업그레이드되는 거 아니야?”

“감시병보다 뒤에 잡은 세 마리가 조금 더 튼튼한 것으로 보아 시간이 지나면 날개도 튼튼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중급에서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하면 날개도 함께 진화해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럼 만약을 위해 쇼타와 요코만이라도 잡는 게 어떨까?”

“둘 다 영악해 앞에 나서지도 않을 거고, 아직 처리할 만큼 급할 것도 없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그러다가 요코와 쇼타가 진화해 날개가 업그레이든 된 모기 레드몬을 생산하면 어쩌려고 그래?”

“으음... 그 문제가 있었네.”

소연도 요코와 쇼타가 진화하는 건 생각하지 못했는지 고운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일본을 영원히 후진국으로 만들려는 욕심에 소연이 그만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은하와 강승원 국장은 수차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언급했다. 쇼타와 요코가 진화하면 모기 레드몬의 능력도 함께 향상할 게 확실했다.

그러나 레드몬의 뇌와 인간의 몸을 함께 가진 쇼타와 요코가 우리처럼 능력치만 오를지, 레드몬처럼 한 단계 진화할지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정준 박사도 인간과 레드몬이 결합한 형태를 본 적이 없어 확실한 답을 주진 못했지만, 위험성은 매우 크다고 봤다.

정신을 차린 점, 알을 낳은 점, 날개와 침이 생긴 점을 생각하면 놈들은 계속 진화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진화했다. 하지만 이것을 진화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모기 레드몬의 특성이 인간의 특성을 누르고 표출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정신을 차렸지만, 가족을 돌보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마구 다루는 것을 봤을 때 모기 레드몬이 뇌를 흡수하며 기억까지 흡수한 것이지 다시 인간으로 환원한 것은 아니었다.

알을 낳고, 날개와 침이 생긴 건 모기의 전형적인 특성이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진화라고 할 순 없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것보다 내가 한쪽에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어. 미안해!”

“누구나 다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너무 완벽하면 정나미 떨어져. 허점도 보이고 살아야 좋은 거야.”

“고마워.”

기죽은 소연을 품에 안고 잠시 달래자 헬기가 요동치며 해안가에 내려앉았다. 구나시르 섬 북동단 끄트머리에서 정확히 30km 떨어진 지점으로 놈들이 건너오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였다.

“상아야! 놈들이 움직이면 바로 알려줘.”

“네, 오빠!”

“아리는 지킴이와 가시덩굴에 집중하고, 마샤는 수호의 토템으로 기운을 북돋워주고, 아영이는 언니들 지치지 않게 도와줘.”

“네!”

“소연이와 은비, 서인이는 놈들을 바다에 떨어뜨리는 것에 집중해. 죽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바다에 빠지면 쉽게 벗어나지 못할 거야.”

“알았어.”

“모두 잘 들어.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놈들을 다시 홋카이도로 돌려보내 혼슈로 내려 보내는 거야.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야. 죽자고 싸우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네에~”

[상아야! 요코에게 말을 걸어봐.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 알아보자.]

[네!]

강풍을 뚫고 간신히 구니시르 섬에 도착한 요코는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길로 가면 쿠릴 열도를 따라 캄차카 반도로 넘어간다는 걸 러시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구나시르 해협에 함선이 한 척도 없었다. 전투기와 헬기, 지상 공격부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동 경로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의 정보력을 무시하는 짓이었다.

은밀히 야간에 이동했거나, 숫자가 몇 명 없었다면 모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위대가 보여주기 위해 요란하게 뒤를 따르며 미사일과 탄환을 쏘아대 일부러 귀를 막고 눈을 가리지 않는 한 모를 수가 없었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은 없었다. 상대를 인정하고 작전을 세워야지 상대를 과소평가하고 작전을 세우면 백전백패였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이상한 거? 모르겠는데.”

“머리는 멋있으라고 달고 다니는 거야? 예쁜 장식품이야? 생각 같은 거 안 해?”

“생각은 네가 하고, 나는 몸으로 때우는 사람이잖아.”

“하아~ 어째 시간이 갈수록 단무지로 변해가는 것 같다.”

“긁적긁적!”

쇼타가 머리를 긁는 동안 요코는 섬 전체에 정찰병을 보내 숨어 있는 병력과 군함이 있는지 찾게 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민간인도 없어?”

“네, 모두 달아났는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올 것을 알고 피했다는 뜻이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한 말 아니니까, 그만 가봐.”

“네.”

“하아~ 하나같이 머리가 빈 깡통만 있으니...”

모기 레드몬의 숙주가 된 사무라이들과 레드몬들은 스스로 사고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의견을 나눌 수 없었다.

그나마 사무라이들은 시킨 일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은 그때그때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해 평소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머리를 맞대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할 때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쇼타라도 머리를 굴리면 좀 낫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무식한 행동대장으로  변하며 여자, 섹스, 여자, 섹스 두 가지 이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북쪽으로 이동한다. 선두는 날개 달린 엘리트 레드몬과 중급 레드몬이 선다, 출발!”

“네에~”

요코의 명령에 날개 천족 509마리와 날개 달린 레드몬 32마리가 이투루프 섬을 건너기 위해 섬 북동쪽 끄트머리를 향해 날아올랐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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