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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86화 (38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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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모기몰이

“미군이 일본에 팔아먹은 M2A2-R 브래들리 장갑차의 50mm 대구경 속사기관포 탄환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아?”

“일반 합금? 본스틸 합금? 둘 중에 하나 아니야?”

“둘 다 아니야.”

“그러면 뭔데?”

“열화우라늄탄.”

”열화우라늄탄? 그게 뭔데?“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기 위해 우라늄235의 농도를 높인 농축 우라늄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로 만든 탄환이야.”

“그걸 왜 탄환으로 쓰는데?”

“철보다 2.4배, 납보다 1.7배나 무거워 일반 철갑탄과 비교해 관통력이 약 2.5배 정도 높아. 또한, 기관총에서 발사한 열화 우라늄탄은 철갑을 뚫으며 1,100도 이상의 마찰열로 열화우라늄이 미세한 분말로 변해 발화해 주변을 태워 공격대상을 완전히 파괴하는 위력을 갖고 있어.”

“우라늄 찌꺼기면 방사선이 나올 거 아니야?”

“열화우라늄탄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옷에도 차단되는 알파 방사선으로 크게 위험하진 않아.”

“그럼 문젯거리가 될 게 없잖아?”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면 탄심이 붕괴되면서 방사선이 먼지가 되어 퍼져 나와. 이 먼지는 사람이 먹거나 호흡해서 몸 안에 들어가면 쉽게 제거 되지 않아. 방사선 먼지가 몸속에서 계속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해봐. 세포가 어떻게 변할지.”

“본스틸 합금을 사용하면 비중을 높일 수 있는데, 왜 열화우라늄탄을 쓰는 거야?”

“본스틸 합금은 최소 중급 레드몬의 본스틸을 사용해야 열화우라늄탄만큼 관통력이 나와. 하지만 열화우라늄탄과 같은 고열을 발생하진 못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은 방사능 폐기물을 싼 가격에 처리하고 싶어 열화우라늄탄을 만든 거야.”

“미친놈들!”

소연의 말에 대뜸 욕이 튀어나왔다. 본스틸 합금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방사능 폐기물로 무기를 만들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쳤지. 그것도 완전히.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최초로 사용했어. 그 이후 각종 기형아와 원인 모를 병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눈이 없는 아이, 머리가 풍선처럼 큰 아이, 무슨 병인지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아이, 얼굴이 기형으로 변하는 사람, 온몸에 암세포로 가득한 사람, 불발된 탄을 가지고 놀다 배가 남산만 해진 아이 등등 수많은 사람이 지금도 고통받고 있어.”

“돈 몇 푼 아끼자고 그 짓을 해? 정말 배금주의의 끝판왕이자, 악의 축이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창고에 쌓아둔 열화우라늄탄이 수백만 발이 넘어. 그걸 다 사용하면 지구는 방사능 먼지에 오염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거야.”

미군이 일본에 팔아먹은 M2A2-R 브래들리 장갑차의 50mm 대구경 속사기관포 4문의 탄환 외에도 AH-64 아파치 헬기에서 사용한 탄환도 열화 우라늄탄이었다.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를 탈환해야 한다는 대의적 명분만 앞세워 레드몬을 상대로 큰 위력을 발휘한 열화 우라늄탄 300만 발을 홋카이도에 퍼부었다.

덕분에 레드몬과 써커를 싹 밀었지만, 삿포로와 도마코마이 시를 경계로 서쪽은 심각한 방사능 먼지에 오염됐다.

열화우라늄이 충격으로 연소하여 발생한 방사능 먼지 U238은 방사능 먼지는 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반감기가 무려 42억 년이었다.

이는 규슈에 터진 3F 수소폭탄보다 훨씬 오랫동안 땅에 남아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을 오염시킨다는 뜻이었다.

홋카이도 토벌대는 삿포로 시 외곽 진지에서 70만 병력 중 50만 명과 수천 대의 장비를 잃었지만, 고바야시 국장의 계획이 멋들어지게 맞아떨어지며 쇼타와 요코의 주력을 완벽히 섬멸했다.

고바야시 국장은 홋카이도 주민 200만 명을 학살하며 심한 내란에 빠진 토벌대를  삿포로 시 외곽에 집결시켰다.

쇼타와 요코의 계략에 빠진 홋카이도 토벌대는 병력은 절반으로 줄었고, 사기는 바닥을 쳤다.

이 상태로 진격해봐야 토벌이 아니라 전멸당할 게 뻔했다. 고바야시 국장은 배수의 진으로 전세를 단번에 역전한다는 계획으로 힘없이 주저앉은 모습으로 쇼타를 유인했다.

권모술수와 병법에는 문외한인 쇼타는 여지없이 고바야시 국장의 술수에 말려 병력을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쇼타와 요코, 날개 달린 써커들을 처리하진 못했지만, 주력을 섬멸한 토벌대와 사무라이들은 근거지인 오비히로 시로 진격했다.

지상 병력의 피해가 극심했지만, 헬기와 새로 도입한 A10 선더볼트(Thunderbolt)를 앞세워 오비히로 시 인근에 있는 쇼타와 요코의 왕국을 공격했다.

미군은 폐기 직전인 구형 무기들을 값은 비싸게 대신 갚는 조건은 아주 좋게 일본에 떠안겼다.

일본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사용할 무기가 모자라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군의 고물 무기를 사들였다.

A10 선더볼트는 미국 공군의 근접공중지원 항공기로 탱크, 기계화 부대, 지상 목표물을 낮은 고도에서 공격하는 공격기로 1972년 개발됐다.

최대 속도 706km/h, 항속 거리 3,950km, 무장은 열화 우라늄탄을 사용하는 30mm 벌컨 1문과 각종 공대지 미사일 또는 폭탄 7.6ton을 투하할 수 있어 탱크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느린 속도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빠르게 보급되며 효용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미국 외에는 단 한 대도 수출하지 못했다.

미국은 제대로 봉을 잡았다는 생각에 노후화된 중고 무기와 헬기, 전투기를 일본에 모두 떠넘기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이놈들 지금 어디 있어?”

“시레토코 반도로 이동 중이야.”

홋카이도 동부에 있는 시레토코 반도(Shiretoko Peninsula)는 오호츠크 해로 길게 뻗어 나온 반도로 좁은 해협을 건너면 러시아의 구나시리 섬이었다.

“사할린이 아니라 러시아의 구나시리 섬으로 빠져나가려는 거야?”

“쿠릴 열도의 섬들을 징검다리로 이용해 캄차카 반도로 넘어가려는 것 같아.”

“러시아도 알고 있어?”

“그 때문에 옐친 대통령이 급히 도움을 청했어. 어떻게 할 거야?”

“놈들이 캄차카 반도로 들어가면 세력이 순식간에 불어나겠지?”

“사로잡은 써커들이 실토한 내용이 사실이면 한 달 안에 세력을 복원할 거야. 그리고 1년이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겠지.”

소연이 말한 1년은 시간을 아주 길게 잡은 것으로 6개월만 지나도 날개 달린 레드몬 수천 마리가 벌 떼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코와 쇼타가 본거지를 버리고 과감히 달아날 수 있는 건 이 때문으로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로 들어가 6개월만 힘을 키워도 원수를 갚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날개 달린 써커 500마리만 해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날개 달린 레드몬까지 생산하며 더는 요코와 쇼타를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아내들과 조용히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데, 세상이 나를 시기하는지 내버려두질 않았다.

“토벌대와 사무라이들은 어쩌고 있어?”

“살아남은 기계화 보병과 헬기, 선더볼트 공격기를 이용해 근거지를 공격하고, 일부는 사무라이과 함께 써커들의 뒤를 쫓는데, 섬멸할 의지가 없는지 거리를 두고 천천히 쫓는 시늉만 하고 있어.”

“홋카이도 밖으로 몰아내면 그만이다 그 생각이네?”

“남은 써커가 모두 날개 달린 써커들이라 정면으로 붙으면 사무라이가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싸울 생각도 없고,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러시아와 미국도 당하길 원하는 것 같아.”

“미국이 그걸 보고 가만히 있어?”

“공격하라고 난리를 치자 헬기와 선더볼트 공격기로 원거리에서 미사일만 날릴 뿐 시간을 끌며 정면 대결을 피하고 있어. 써커들도 시레토코 반도로 이동하는데 집중할 뿐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고 거의 소강상태야.”

“혼자 죽지 않겠다는 물귀신 작전이네?”

“그렇지. 그 때문에 조금 전 클린턴 대통령이 한숙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왔어.”

“뭐라고 하는데?”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어.”

“자기들은 무기를 잔뜩 팔아먹고 우리에겐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똑같은 말만 계속 되풀이해 일단 토의해 보고 연락 준다고 끊었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의견을 묻자 소연이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인도적 차원이란 허무맹랑한 말에 속아 그냥 도와주면 호구로 전락한다.

이 말을 미끼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게 뻔해 절대 빈손으로 도와줄 순 없었다. 우리가 비영리단체도 아니고 인류애, 지구, 평화 이런 말에 두 팔을 걷어붙일 이유가 없었다.

“러시아는 가진 게 땅 밖에 없어 요구해봐야 오지밖에 받을 게 없고, 미국은 아직 급할 게 없어 처리비용을 요구하면 난색을 보일 거야.”

“우리 안전을 위해 무료로 도와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약점을 잡히게 돼. 그렇게 호락호락 도와줄 순 없어.”

“그럼 어쩌려고?”

“놈들을 섬멸하는 게 아니라 혼슈로 돌아가게 해야지.”

“가능하겠어?”

“이투루프 섬으로 날아가 놈들을 요격하면 홋카이도로 다시 돌아가거나 사할린, 혼슈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

날개 달린 써커들은 하늘을 나는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커다란 몸에 어울리지 않게 얇은 모기 날개를 얻으며 체공 시간이 길지 않았다.

모기가 오랜 시간 공중에 떠 있지 못하고 벽과 커튼, 문에 매달리는 것처럼 써커도 공중에 떠 있는 체공 시간이 10~15분에 불과했다.

창조주나 다름없는 요코와 쇼타는 다를지 몰라도 나머지 녀석들은 최대 15분이 한계로 경계를 서던 써커도 나무와 공중을 오르락거렸다.

또한, 날개가 가벼운 탓에 바람의 영향도 아주 심하게 받아 강풍이나 태풍이 불 때는 되도록 비행을 자제했다.

놈들이 시레토코 반도까지 이동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레토코 반도에서 쿠니시리 섬까지 가장 가까운 곳은 25km로 바람이 심한 해협이지만, 이 정도 거리는 충분히 건널 수 있었다.

“사할린으로 넘어가면 어쩌려고?”

“그건 솔피들이 막아줄 거야.”

“초음파?”

“응!”

솔피들의 초음파를 이용하면 써커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날아가는 놈을 공격해 기절시켜 잡을 수도 있었다.

인류는 고래의 초음파를 본떠 소나와 의료기 등을 만들어 활발하고 사용하고 있지만, 엘리트 레드몬이 발사하는 강력한 초음파를 아직 흉내 낼 기술이 없어 레드몬 탐지와 같은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했다.

“나도 데려가 주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방에 가 드러누워 있어.”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건가?”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밥 먹고, 치료받고, 지금 하는 것처럼 빈둥거리며 놀면 돼.”

“하아~”

“그 몸으로 가봐야 도움은 고사하고 짐만 돼. 그리고 지금 네게 가장 필요한 건 치료와 휴식이야. 쓸데없는 일에 끼어드는 게 아니야.”

아내들과 방어구를 입고 현관을 나오자 풀장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타타리가미가 다가왔다.

어디 가냐고 묻자 상아가 요코와 쇼타를 잡으러 간다고 말해주자 눈에 빛을 내며 따라오려 했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녀석이 20일간 꼼짝 않고 침대와 저택만 서성이자 좀이 쑤셔 미치려고 했다.

“자네는 내가 싫은가?”

“너만 싫은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만 싫지 않다? 그게 무슨 뜻인가?”

“나는 남자는 다 싫어. 특히 내 집에 머무는 남자는 더더욱 싫어.”

“왜?”

“너 때문에 아내들 수영복 입은 예쁜 몸을 볼 수 없잖아. 너 때문에 아내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없잖아. 너 때문에 아내들과 마음껏 스킨십을 할 수 없잖아. 웬수야~”

“헉!”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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