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85화 (385/505)

00385  부라쿠민(部落民)  =========================================================================

385.

대대적인 쇼가 끝난 다음 날 융단 폭격과 함께 기계화 부대가 세이칸 터널을 통해 홋카이도로 들어갔다.

이번에 홋카이도로 들어간 부대는 육상자위대와 12월 9일 강제 징집된 병력이 섞인 부대로 훈련 기간이 한 달도 안 됐지만, 선임병들이 대거 투입돼 부라쿠민과 함께 들어간 부대와는 질적으로 틀렸다.

무려 70만의 기계화 부대가 홋카이도에 들어가자 곧바로 삿포로와 도마코마이를 향해 진격했다.

이번에는 지상군만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들을 호위할 공격헬기 830대도 함께 홋카이도로 들어갔다.

미군에 바가지를 옴팡 쓰고 사들인 구형 AH-64 아파치 헬기(Apache Helicopter) 150대와 AH-1S/F 코브라 헬기(Cobra Helicopter) 380대를 비롯해 UH-1 휴이 다목적 헬기 100대, UH-60 블랙호크 헬기 200대가 하늘을 까맣게 수놓았다.

일본의 대규모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레드몬과 써커들이 야마코시 군까지 물러났다.

예상보다 몇 배나 많은 장갑차와 헬기에 최하급과 하급 레드몬이 큰 타격을 입자 전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노예 50만을 굿찬 초와 다테 시에 투입해. 오타루와 무로란 시에도 50만을 투입하고. 나머지 100만은 1만 단위로 쪼개 놈들이 지나갈 길목 요소요소에 배치해. 레드몬들은 30~50마리 단위로 쪼개 게릴라로 활동하게 하고.”

“노예들이 가진 무기는 소총과 수류탄이 전부야. 그것으론 자위대에 큰 피해를 줄 수 없어.”

“괜찮아. 자기들끼리 죽이는 것도 큰 피해니까. 그리고 진짜 피해는 게릴라로 활동하는 레드몬들이 줄 테니까 걱정할 거 없어.”

“이번에 넘어온 부대는 모두 기계화 부대라 게릴라전으로 큰 피해를 주긴 어려울 거야. 공격헬기도 숫자가 많아 날개 천족도 별다른 피해를 주기 힘들고.”

“일반 천족을 병사로 위장해 들여보내. 3~4명만 들어가도 난리가 날 거야.”

“레드몬 킬러에 걸릴 텐데?”

“지향성 레이더로 잡아봐야 몇 명이나 걸리겠어?. 걱정하지 말고 보내. 그리고 날개 천족과 날개 달린 레드몬은 보내지마. 작전이 실패하면 홋카이도를 포기하고 캄차카 반도로 넘어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차질 없이 준비해.”

“알았어.”

요코의 명령에 따라 노예인 홋카이도 주민들은 달랑 소총 한 자루와 탄알 20발, 수류탄 1개를 지급 받은 채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져 자위대의 진격로 주변 도로와 부서진 마을에 버려졌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하급 레드몬이 돌아다니며 감시해 그럴 수도 없었다.

“쾅쾅~ 탕탕탕탕탕~~~”

장갑차와 전차, 헬기가 다가오자 써커들이 자위대를 향해 소총과 수류탄을 발사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자위대 장갑차와 전차에서 포탄과 미사일이 노예들을 향해 날아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살려달라고 노예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자 레드몬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자 겁에 질린 사람들이 소총을 들어 자위대를 향해 마구 난사했다.

탄알이 날아드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가만히 받아줄 자위대도 아니었다.

받은 것은 수백 배를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전차와 장갑차가 불을 뿜었고, 헬기가 다가와 대구경 탄환을 비처럼 쏟아냈다.

부서진 돌담과 구덩이에 숨어 소총을 발사하던 노예들은 20발의 탄환을 모두 쏴보지도 못하고 태반이 죽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노예도 손에 들린 수류탄을 본 자위대원이 총을 난사해 벌집을 만들어 놨다.

기습을 가한 적을 모두 죽인 다음에야 이들이 쇼타와 요코에 사로잡힌 홋카이도 주민이란 것을 알게 됐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병사들의 동요를 걱정한 장교와 지휘부가 죽은 홋카이도 주민을 쇼타와 요코에 협력한 반역자로 몰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다.

장교들이 일본도를 들고 길길이 날뛰자 병사들도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것 따위는 잊은 채 보이는 족족 사살했다.

그러나 나이 어린 병사들은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다. 특히 홋카이도가 고향이거나 친척이 있는 병사들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젊은 장교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상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그런 일이 계속되자 명령을 거부하는 일부터,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소대를 책임진 장교들이 흔들리자 병사들의 동요가 더욱 심해져 어떤 부대는 진격 명령을 거부한 채 주저앉은 부대로 있었다.

요코의 예상대로 자위대가 흔들리자 그 틈을 레드몬과 천족이 파고들었다. 레드몬은 부대가 이동할 때, 야영할 때, 휴식할 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치고 빠지며 괴롭혔다.

천족들은 병사와 장교로 옷을 갈아입고 자위대로 위장해 소대, 중대, 대대, 연대, 사단 할 것 없이 종횡무진 침투해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병사들의 동요와 레드몬의 밤낮 없는 게릴라, 써커들의 잠입까지 파상에 공세에 몰리자 4일 만에 200km를 바람처럼 달려온 홋카이도 토벌대는 기름이 다한 자동차처럼 힘을 잃고 멈춰 섰다.

1996년 1월 9일 삿포로 시 외곽 홋카이도 토벌대 진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쇼타는 살아남은 레드몬 1,100마리와 천족 1,080명을 총동원해 토벌대를 기습했다.

“크아악~~~”

중급 레드몬 멧돼지가 괴성을 토해내며 기관차처럼 달려들자 놀란 경비병이 비상벨을 울리며 악을 질러댔다.

“애애애앵~~~ 애애애앵~~~”

“총원 전투 배치! 총원 전투 배치! 레드몬이 밀려온다. 총원 전투 배치!”

74식 자주 고사기관포, M2A2-R 브래들리 장갑차, 74식 전차, 중기관총, 유탄발사기, 클레이모어 등으로 방어진을 구성한 토벌대를 향해 멧돼지 30마리가 몸으로 포탄을 튕겨내며 길을 뚫자 덩치가 작은 하급 레드몬과 최하급 레드몬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으으으으~”

“빠가야로! 방어선이 뚫리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야. 레드몬에게 죽고 싶나?”

“아닙니다.”

“살아서 가족과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나?”

“네에~”

“그럼 총을 들어라. 그래야 가족과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다~”

방어선이 뚫리면 다시는 가족과 여자 친구를 볼 수 없다는 장교의 악에 받친 고함에 겁에 질린 병사들이 이를 악물고 포탄과 미사일을 날렸다.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미안함도, 죄책감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적을 죽이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남지 않은 병사들이 미친 듯이 포탄과 총알을 퍼붓자 방어선을 향해 벌떼 같이 몰려들던 레드몬들도 사지가 찢어져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공격지점을 두 군데로 좁힌 레드몬의 집요한 공격에 방어선이 뚫리자 홍수에 둑이 무너지듯 방어선이 무너졌다.

진지로 난입한 레드몬들이 고사기관포와 장갑차, 전차들을 부수고, 기관총과 유탄을 발사하던 자위대원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기자 겁에 질린 병사들이 달아나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격!”

기회를 잡은 쇼타가 토벌대를 끝장내기 위해 숨어 있던 천족들을 출동시켰다. 만약을 대비해 넓게 산개한 천족들이 진지를 향해 접근한 순간 굉음과 함께 떨어진 에이태킴스 30발이 진지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쾅쾅쾅~~~”

탄착지점을 미리 입력해 놓았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28,500개의 M74 APAM 자탄이 진지 주변을 빈틈없이 메우자 절반이 넘는 써커가 산산이 부서져 날아갔다.

살아남은 써커도 태반이 심각한 부상을 입어 팔다리가 떨어져 나갔고,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다행히 더 쏘아댈 에이태킴스가 없었는지 추가 공격이 없었고, 진지로 난입한 레드몬들이 피를 뒤집어쓰고 미쳐 날뛰며 날아오는 포탄과 총알도 얼마 없어 300여 마리가 간신히 살아남았다.

만약 칠흑 같은 어둠이 없었다면 공격 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겠지만, 야간 공격이라 토벌대도 헬기를 띄울 처지가 아니었다.

다친 써커들이 진지로 들어가 분풀이를 하듯 잔혹하게 자위대원의 심장에 칼을 쑤셔 박으며 마지막 남은 토벌대의 숨통을 끊어 놨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며 쇼타의 승리로 마무리되려는 순간 진지로 뛰어드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욱일기를 형상화한 방호복을 걸친 사람들은 그동안 홋카이도에 투입됐다, 그렇지 않다 말만 무성하던 사무라이들이었다.

3,000명이 일시에 나타나 상처 입은 써커들을 공격하자 순식간에 팔다리가 잘려 목숨을 잃었다.

전투력은 써커들이 하급 사무라이들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멀쩡한 놈이 거의 없어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

더군다나 선두에 선 사무라이 1,000명은 731 생체병기 연구소 이시이 마사키 소장이 만든 변종 모기 레드몬을 주입한 사무라이들로 전투력이 써커보다 앞섰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비실대는 써커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써커들을 관리하는 마에다 요코는 능동적이지 못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오니들을 3명씩 묶어 공격과 방어를 나눠서 담당하게 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써커들이 모두 죽자 남은 건 300여 마리도 남지 않은 레드몬 뿐이었다. 중급 레드몬 90여 마리와 하급 레드몬 190여 마리로 알토란같은 놈들이 마지막까지 남았지만, 방어선을 뚫으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체력 소모도 심해 오니들과 사무라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니들이 레드몬들을 잡고 늘어지면, 사무라이들이 결정타를 날려 한 마리씩 처리하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피바다에 잠겼다.

“미안해. 내가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내가 분명히 게릴라 작전만 쓰라고 했지?”

“놈들이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할 때 쓸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일왕이 사무라이 3,000명을 파견한다고 분명히 말했어. 일왕이 발표를 하면 무조건 온다고 봐야 해. 호소카와가 하는 말과 일왕이 하는 말은 무게가 달라. 그런데 5일 가까이 녀석들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어. 그건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려 뒤를 치겠다는 뜻이었어.”

“미안해!”

“아베 마사히코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그새 잊어버린 거야? 놈은 자위대와 일본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놈이 아끼는 건 사무라이뿐이야. 놈들이 기다리듯 우리도 기다려야 했어. 시간은 우리 편이었어. 시간에 좇기는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때 일거에 쓸어버리려고 날개 천족과 엘리트 레드몬, 날개 달린 레드몬을 출정시키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둔 것이었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책임지라면 그렇게 할게.”

“어떻게 책임질 건데?”

“목숨을 내놓을게.”

“으득~ 고작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잖아.”

“그렇게 죽고 싶어? 나를 버리고 떠나고 싶어? 내가 그렇게 미워?”

“.......”

“내가 왕국을 건설하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내가 여왕이 되려고 그런다고 생각했지? 그렇지?”

“흐음...”

“이 바보야!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주위를 둘러봐. 너와 나를 빼면 제정신 가진 놈이 있기나 해? 한 명도 없어. 우리에겐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어. 오직 너와 나 둘밖에 남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매일 다른 여자와 놀아나느라 정신이 팔려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나는 네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 부하로 생각하고, 알을 낳는 도구로 이용한다고 생각했어.”

“왜?”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으니까.”

“그건 네가 다른 여자들과 노느라 나를 내팽개쳤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어릴 적 너의 소꿉친구이자, 애인, 아내로 영원히 살았을 거야.”

“후유~”

쇼타가 고개를 푹 숙이며 회한의 깊은 한숨을 내쉬자 요코가 다가와 손을 잡았다.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쇼타가 고개를 들어 요코의 눈을 바라봤다.

“그건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네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우리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왠지 알아? 내게 남자는 오직 너 하나밖에 없으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아~ 미안해!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나랑 영원히 함께할 거지?”

“응!”

“됐어. 그거면 돼!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돼. 그럼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고마워!”

“고마운 거 알면 나가서 짐 싸.”

“뭐라고?”

“빨리 나가서 일해. 그래야 도망가지. 엉덩이 붙이고 있다가 실험실의 박제로 남을래?”

“컥!”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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