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83화 (383/505)

00383  부라쿠민(部落民)  =========================================================================

383.

“홋카이도에 들어간 순간 부라쿠민과 자위대의 목숨은 모두 버려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본 정부가 버린 만큼 지뢰에 죽지 않아도 레드몬과 써커들에게 살아나긴 어려울 겁니다.”

“홋카이도를 탈환해도 지뢰로 인해 차후 수많은 인명이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 이사국이 정한 시일은 1월 20일입니다. 그 안에 홋카이도를 탈환하지 못하면 영토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차후 일을 걱정할 여념이 없을 겁니다.”

“마음이 급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시민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행위가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우경화가 극심한 일본에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개인이 희생된 지 이미 20년이 넘었습니다. 하층민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레드문과 함께 레드몬과 능력자가 나타난 이후 인간의 존엄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일부 국가에선 중세 봉건국가로 회귀한 것처럼 국민을 노예로 부렸고, 일부 지역은 능력자들에게 점령당해 절대왕권 국가로 변했다.

대다수 남미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정치체제와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후진국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선진국에서도 우경화가 심한 나라는 이 같은 현상이 종종 나타났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으로 재난을 극복하고 부강한 나라를 재건한다는 이름으로 개인의 권리가 제한됐고, 능력자와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의 권한은 대폭 향상됐다.

또한, 생명의 가치가 크게 훼손돼 레드몬으로 인한 피해와 죽음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말로 국민의 희생을 강요했다.

“벙커와 건물 곳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소문입니다. 레드몬이 방어막을 뚫고 들어오면 부라쿠민과 함께 폭파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부라쿠민이 일본의 적입니까? 왜 그들을 못 죽여서 난리입니까?”

“일본 정부과 국민은 부라쿠민을 치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든 건 일본 정부와 국민이지 부라쿠민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죽여서 덮을 생각을 하다니... 천민을 조상으로 둔 게 죄란 말입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와 국민이 보는 부라쿠민은 사람이 아닙니다. 매년 유엔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이 물고 늘어지는 골칫거리일 뿐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레드몬도 잡고, 요코와 쇼타도 처리하고, 치부도 없애버리겠다는 계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제가 36년간 대한민국을 수탈하고, 우리 국민을 죽인 것을 숨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군요.”

“미국과 유럽은 일본 사람을 친절하고 사과를 잘하는 민족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힘을 가진 백인에게만 통용되는 사항으로 자신들이 짓밟을 수 있는 민족에겐 절대 머리를 숙이지 않습니다. 오직 탄압과 은폐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덮을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게 일본입니다.”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 새벽, 280만 명을 투입한 홋카이도 탈환작전은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5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첫날 어선 5,000척과 5만 명을 미끼로 내준 후 어렵사리 하코다테와 도마코마이, 무로란, 다테 시에 상륙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동남쪽 해안에 몰려든 어선과 부라쿠민을 모두 죽인 레드몬과 써커들이 물밀 듯이 밀려와 도마코마이 시를 덮쳤다.

고바야시 국가방위 정보국 국장은 어선엔 나이 많은 여성을 태워 보냈고, 도마코마이와 무로란 , 다테 시엔 나이 많은 남성 노역병을 주로 배치했다.

이들이 콘크리트 벙커와 자폭 폭탄, 지뢰로 레드몬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하코다테와 호쿠토 시에 병력을 집중해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잔혹한 고바야시 국장의 계획이었다.

또한, 홋카이도와 혼슈를 잇는 세이칸 터널(Seikan Tunnel)을 다시 개통해 육상자위대 기계화 부대를 투입해 홋카이도를 탈환한다는 계획이었다.

요코와 쇼타의 준동과 동시에 세이칸 터널은 양방향 모두 두꺼운 콘크리트로 막혔다.

대외적으론 터널 중간을 폭파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보도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입구만 무너뜨리고 콘크리트로 막아 놓았다.

홋카이도 탈환을 위해 74식 자주 고사기관포와 미국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레드몬 타격용 M2A2-R 브래들리(Bradley) 장갑차, MGM-140 에이태킴스(ATACMS) 등이 아오모리 시로 집결했다.

1981년 실전 배치된 M2/M3 브래들리 장갑차는 걸프전에서는 러시아제 T-55, T-62, T-72 전차를 차례로 격파하며 최강의 장갑차란 수식어를 얻었다.

미군은 중량 22.6ton, 속도 66km/h, 항속 거리 480km, M242 25mm 기관포, TOW 대전차미사일로 무장한 브래들리 장갑차에 50mm 대구경 속사기관포 4문을 장착하고 방어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레드몬 타격용으로 개조했다.

그러나 레드몬 탐지 레이더가 없어 육안으로 확인 후 목표물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명중률이 매우 낮아 소련제 전차를 상대할 때처럼 큰 명성을 얻진 못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육군 전술용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는 950개의 M74 APAM(대인 & 경장갑 차량)자탄을 탑재한 미사일로 축구장 3배 크기를 단번에 초토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최하급 레드몬을 상대론 브래들리 장갑차보다 타격력이 훨씬 뛰어났지만, 레드몬은 인간보다 수십 배나 뛰어난 청각과 빠른 발을 가져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4번째 결의안에 따라 핵무기를 뺀 재래식 무기를 일본에 대량으로 판매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특히 미국은 일본이 수입한 무기의 70%가 넘는 양을 팔아먹으며, 방사선 피해 보상금과 함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인권을 짓밟고 전제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일본과 호소카와 정권을 보호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초일류 강대국 미국에 반기를 들 수 있는 나라가 없어 일부 언론의 비난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클린턴 대통령의 손에 무얼 쥐여줬기에 일본이 미군의 B-52 스트래트포트리스 전략 폭격기를 동원할 수 있었을까?”

“글쎄?”

“땅을 주기로 했나?”

“규슈는 방사능에 오염됐고, 시코쿠는 완전히 폐허가 됐고, 남은 건 혼슈밖에 없는데 줄 땅이 어디 있어?”

“일본이 미국에 사놓은 땅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하와이만 해도 상당수가 일본인 소유야. 뉴욕과 대도시도 일본인 부동산 재벌이 차지한 땅이 어마어마하고.”

“그건 모두 개인소유 재산이잖아.”

“부라쿠민 230만 명과 강제 동원한 자위대원 50만 명을 총알받이로 내세웠어. 독재국가 뺨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데, 개인재산을 따지겠어?”

“하긴 일본이 제국주의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개인 재산을 자기들 주머닛돈처럼 쓴다고 이상할 것도 없지.”

“이게 모두 미국이 묵인한 탓이야. 미국이 묵인하지 않았다면 일본이 이렇게 막 나가지는 못했을 거야.”

“레드몬 때문에 미국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일본의 우경화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어. 어제오늘 일이 아니야. 그걸 미국이 내버려둬서 이 지경이 된 거야. 돈과 땅 등 천문학적인 대가를 받고 입을 닿은 거라고. 남의 나라 국민이야 죽든 말든 돈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금까지 미국이 한 짓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잖아?”

“그렇지.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자르고, 앞잡이를 대통령에 내세우고, 친일 청산을 막고, 고물 무기를 팔아먹고, 시도 때도 없이 내정에 간섭하는 등 미국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으니 욕할 것도 없지. 힘없이 당하는 나라가 바보지.”

“언제나 그런 꼴을 면할지 모르겠다.”

“그 꼴 보기 싫으면 빨리 가서 써커나 잡아와. 시간 없어.”

“알았어.”

은비의 닦달에 슬쩍 째려본 다음 500m 상공에서 얼쩡거리는 써커를 향해 화풀이하듯 가시창을 연달아 던졌다.

1km 떨어진 숲에서 갑자기 날아든 창에 놀란 써커가 재빨리 위로 날아올라 가시창 두 자루를 피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나타난 구미호가 황금색 레이저를 기관총처럼 쏘아 한쪽 날개가 박살냈다.

“으아악~~~”

한쪽 날개를 잃은 써커가 비명과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땅으로 떨어지자 백호가 새처럼 뛰어올라 입에 덥석 물고 받아냈다.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본이 하코다테와 후쿠토, 세이칸 터널을 지켜내는 동안 우리는 홋카이도 북부 왓카나이로 몰래 잠입해 써커를 잡았다.

우리가 가진 모기 레드몬과 요코·쇼타가 생산한 변종 모기 레드몬은 차이가 매우 심해 기존 데이터만 가지고 써커를 상대하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써커의 능력과 변종 모기 레드몬의 상태를 알기 위해 써커를 잡으러 홋카이도까지 날아왔다.

써커 : 힘-128 민첩-178 체력-89 총합-395 멘탈포스-3

사로잡은 써커는 날개 탓인지 민첩 수치가 높았고, 체력 수치도 지리산에서 잡은 암살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대신 힘은 낮았고, 멘탈포스는 더욱 낮아 지리산 모기 레드몬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몇 마리 더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한 마리론 정확한 데이터를 뽑을 수 없잖아요. 적어도 서너 마리는 잡아야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긴 전투지역이 아니야. 감시병 하나 없어진 것만 해도 놈들의 의심을 살 수 있어.”

“의심을 사면 어때요? 누가 잡아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쇼타와 요코가 나진시로 우리를 찾아오겠어요? 오면 그곳이 무덤인 걸 아는데.”

“하긴 그러네.”

마샤의 말이 맞았다. 놈들이 우리 짓인지 알 수도 없지만, 의심이 든다고 따지러 찾아올 수도 없었다.

일본이 망하기를 바라 놈들을 살려둔 것이었지 대단한 존재라서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하루 열두 번도 더 요코와 쇼타를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대의(?)를 위해 참았다.

놈들이 연해주, 사할린,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넘어가면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놈들의 부하가 된 레드몬이 날뛰면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되고, 사람들 속에 숨어들면 찾기도 쉽지 않아 자칫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내버려둔 건 일본을 끝장낼 천재일우의 기회를 걷어찰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불안 불안한 마음을 참기 힘들어 놈들을 잡으러 가고 싶은 욕망이 끊이질 않았다.

3시간쯤 기다리자 이번에 3마리가 날아왔다. 남성 써커 2마리에 여성 써커 1마리로 잡아놓은 녀석보다 날개가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보아 상급자 같았다.

1시간마다 무전기로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3시간 동안 연락이 없자 사고를 직감하고 상급자 3마리가 날아온 것이다.

‘써커가 몇 마리나 되는 거야?’

일본과 홋카이도를 놓고 치열한 결전을 벌이는 써커들은 파악된 숫자만 대략 100여 마리였다.

삿포로 시를 점령할 때 20마리가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숫자가 5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왓카나이에 감시병으로 배치한 건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전투가 치열한 상황에서 여러 마리를 빼놓을 수 있다는 건 드러난 전력보다 더 많은 수가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변종 기생 레드몬 모기

전투력 : 150

지  능 : 58

상  태 : 극심한 공포와 경련으로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함,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90% 하락

에너지 : 150

스  킬 : 알 수 없음

애초 계획보다 시간을 오래 낭비했고, 이미 몸놀림을 본 상태라 살기를 투사해 세 마리를 가볍게 포획했다.

써커 여성1 : 힘-155 민첩-213 체력-101 총합-469 멘탈포스-8

써커 남성1 : 힘-152 민첩-208 체력-95  총합-455 멘탈포스-5

써커 남성2 : 힘-149 민첩-206 체력-88  총합-443 멘탈포스-5

예상대로 처음 잡은 감시병보다 능력치가 크게 앞섰고, 민첩 수치도 날개의 영향으로 상급 능력자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