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1 외팔이 =========================================================================
381.
“내 아내는 지금 네가 받는 고통보다 수십 배 더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아내뿐만 아니라 네가 죽인 무고한 사람 모두 지금 네가 받는 고통보다 훨씬 더 심한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 죽었다. 너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겠지?”
“으아악~~~살려줘! 제발 살려줘! 살려주면 내가 한 짓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게.”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사과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하는 것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는 건 놀리고, 기만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너처럼 진심이 없는 놈이 하는 사과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짓이야.”
“으아악~~~ 그럼 나보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나도 약탈자들에게 죽으란 말이야? 나도 살기 위해서 그런 것이야.”
타타리가미는 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얼굴만 빼놓고 목부터 발끝까지 불을 붙였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빼빼 마른 놈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댔지만, 타타리가미가 밟은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자 겉만 타들어 가고 내부는 멀쩡했다.
장기와 함께 머리와 뇌를 보호하자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며 고통이 몇 배로 커졌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은 능지처사만큼 고통스럽고 잔혹한 형벌이었다.
산 채로 살을 회 뜨는 형벌인 능지처사(凌遲處死), 능지처참(凌遲處斬)은 고대 중국에서 청대까지 걸쳐 시행됐던 사형 방법의 하나로, 반역 등 중죄인에게 시행한 가장 무거운 형벌이었다.
능지처참은 손가락 발가락부터 조금씩 잘라내는 것으로 상처가 아문 후에 다시 조금씩 잘라내 사지를 잘라낸다.
말 그대로 회를 뜨듯 얇은 살점으로 잘라내 수형자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형벌로 중국 명나라 때 가장 유행했다.
황제 자리를 찬탈하려다 붙잡힌 환관 유근은 3일에 걸쳐 하루 평균 2,000회의 칼질로 총 6,000번의 칼질을 당해 몸통과 머리의 뼈만 남았다.
타타리가미는 아내를 욕보인 것도 모자라 처참하게 태워 죽인 빼빼 마른 놈과 일당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일 것을 나진시에 도착하기 전부터 수천 번도 넘게 다짐했다.
놈과 대화한 건 범인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와 아내의 처참한 죽음을 가슴 깊이 각인하려는 생각에서였다.
타타리가미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우습고 만만하게 본 인간의 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으로 B급 상급 레드몬의 육체를 세포까지 파괴했다.
신이 있다고 해도 고칠 수 없을 만큼 부서진 육체를 신에 필적할 강대한 힘과 복수라는 일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삶의 미련조차 남지 않은 타타리가미의 마지막 바람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미치코가 당한 고통의 천만 배를 놈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지난 일을 반성하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겠다. 죽어 지옥의 유황불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 받기를 바라지도 않겠다. 그러니 너도 억울하다는 개 같은 말은 하지 마라. 너는 얼마든지 그곳을 벗어날 힘이 있었다.”
“나도 힘없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야. 내가 어딜 봐서 너 같은 힘을 가졌다는 거야?”
“너 같은 인간, 나 같은 레드몬은 절대 나약한 존재가 될 수 없어. 우리는 언제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악한 심성의 소유자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살인마일 뿐이야.”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에 생긴 일이야. 네가 없었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착한 시민으로 살았을 거야. 네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도 이렇게 변한 거야. 네가 모든 걸 이렇게 만들었어. 넌 악마야~”
살아날 길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길도 보이지 않자 빼빼 마른 놈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책임을 타타리가미에게 전가했다.
“맞아. 모든 잘못의 원인은 나야.”
“네가 시코쿠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네 마누라가 죽지 않았을 것이고, 나도 아내와 아이를 잃지 않았을 거야.”
“네 아내와 아이는 네가 버린 거야. 나처럼. 그래서 죽은 거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너 때문에 죽었어. 네가 나타나는 바람에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놈이 나타나 죽인 거야.”
“그렇지 않을걸. 내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언젠간 네 손에 죽었을 거야. 그렇지?”
“아니야! 아니야~~~”
타타리가미가 아난 시를 공격하며 시코쿠가 혼란에 빠진 날 빼빼 마른 놈은 가장 먼저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죽였다.
잠들어 있던 마성을 끄집어내는 제물처럼 아내와 아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놈의 얼굴엔 광기 대신 짜릿한 쾌감과 기쁨이 가득했다.
나머지 네 명도 빼빼 마른 놈처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고통을 안겨준 후 지하 취조실을 빠져나왔다.
핼쑥하다 못해 파랗게 질린 녀석을 상아와 마샤가 양옆에서 부축해 집으로 데려왔다.
심문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는지 이마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러내렸다. 이 상태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어 내일 맑은 정신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별관으로 올려보냈다.
“우당탕탕~”
“이사무님! 이사무님!”
“.......”
별관으로 올라가던 타타리가미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녀석을 품에 안고 마당으로 나왔다.
타타리가미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욱 위중했다. 주요 장기의 세포마저 파괴돼 제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며 숨 쉬는 것조차 불가사의한 상태였다.
녀석은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기가 몸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어하며 멀쩡한 척 행동했다.
락산으로 달려가 첫 번째 한 일은 타타리가미의 상태를 기감한 것이었다. 은밀하게 상대의 몸을 파고든 기는 상대의 상태를 하나도 빠짐없이 상쇄하게 알려줬다.
그러나 이번엔 녀석의 보호막에 막혀 파고들지 못하고 번번이 튕겨 나왔다. 은밀한 기가 접근하자 이를 감지한 녀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보호막을 펼쳐 기의 침입을 방어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상처와 느낌만으로 녀석의 상태를 파악하며, 이토록 심한지 알아채지 못했다.
“아영아! 정화 스킬.”
“네!“
“마샤와 아리도 도와줘.”
“알았어요.”
“응!”
마샤와 아리, 아영이 손을 맞잡고 수호의 토템, 지킴이, 4단계 정화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자 지하여장군을 닮은 높이 15m의 느티나무가 나타났다.
푸른빛에 휩싸인 느티나무가 나타나자 반경 300m가 온통 푸르게 빛나며 생명력이 평소보다 수십 배나 강해져 식물들이 빠르게 자라났다.
나무가 생긴 반경 10m는 지킴이의 영향으로 보호막에 둘러싸였고, 그 안은 생명력이 100배나 높아져 다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또한, 떨어진 체력도 빠르게 차오르고, 지치고 병든 세포도 원래의 활기 넘치던 상태로 되돌아갔다.
업그레이드된 생명의 나무는 수호의 토템에 3단계 정화 스킬을 사용한 이전 생명의 나무보다 치료와 정화 효과가 세 배나 뛰어났다.
그러나 생명의 나무로도 타타리가미의 몸을 단번에 치료할 순 없었다. 녀석의 몸은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심하게 망가져 기사회생의 명약으로도 한 번에 나을 순 없었다.
정화수와 힐링 스킬로 하루 3차례씩 꾸준히 치료받아도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완치될 만큼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원기도 크게 손상돼 보약으로 몸을 추스르며, 피폐해진 정신까지 추스르려면 적어도 6개월은 꼼짝 않고 정양해야 회복할 만큼 엉망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했다. 타타리가미는 삶의 의욕을 잃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였다. 기사회생의 명약도 죽어버린 마음은 살릴 수 없었다.
“이대로 죽고 싶은 건가?”
“더 살아봐야 얻을 것도 없잖아.”
“죽으려면 일본에서 죽으면 되지 왜 남의 집에 기어들어와 죽으려는 건가?”
“미치코의 원수를 갚아야 하니까.”
“죽는 마당에 원수는 왜 갚아? 죽으면 그만인데.”
“그래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으니까.”
“아~ 미치코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온 것이군?”
“그런 건 아니다.”
“그런 게 아닌 놈이 편히 눈을 감고 죽으려고 해?”
“죽으려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은 모두 죽어가는 거야. 지구도 죽어가고, 우주도 죽어가. 세상에 죽지 않는 건 없어. 네 말대로 하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바로 죽든지. 안 그래?”
“그건 지나친 비약이야.”
“뭐가 지나쳐? 죽어가고 있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그래서 나도 세상 만물이 모두 죽어가고 있다고 진실을 알려준 거야.”
“생명이 아니라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한 거야.”
“나도 죽어가고 있어. 그리고 너처럼 얼마 못살고 죽을 수도 있고. 지금부터 굶으면 내가 너보다 더 빨리 죽을 수도 있을걸?”
“나는 자살하려는 게 아니야. 방사선에 피폭돼 살아날 방법이 없을 뿐이지.”
“살 방법이 있으면 살 생각이었어?”
“.......”
“그것 봐. 없었잖아.”
“미치코도 죽고, 가족도 모두 죽었어. 너라면 살 수 있겠어?”
“당연히 못 살지. 나도 너처럼 죽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그러나 원수는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인 다음 죽을 거야. 그래야 죽어도 여한이 없지. 너도 마찬가지잖아. 미치코의 원수만 갚고 죽으면, 가족들이 뭐라고 하겠어? 좋아할까?”
“하아~”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미치코를 죽인 놈들을 죽여도 네가 원수를 갚았다고 할 순 없어. 내가 잡아준 걸 죽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건 원수를 갚은 게 아니라 살해한 거야. 안 그래?”
“엄밀히 따지면 미치코가 죽은 건 나 때문이야. 내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미치코는 죽지 않았을 거야. 내가 죽는 게 진정한 미치코의 원한을 갚는 일이 될 거야.”
“과연 그랬을까?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몰라. 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미치코가 죽을 운명이었다면, 네가 일을 나간 사이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어. 그리고 네가 인간을 공격한 건 가족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야. 일본의 숨결 공대가 네 가족을 죽이지 않았다면 네가 인간을 공격할 일도 없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미치코가 죽게 된 원인도 네가 아니라 일본의 숨결 공대지.”
“흐음...”
“그러나 일본의 숨결은 자신들이 맡은 일에 충실한 것뿐이었어. 나와 아내들이 레드몬을 사냥하는 것처럼 놈들도 가족과 나라를 위해 맡은 일을 한 것뿐이야. 그럼 누가 미치코를 죽게 한 원흉일까? 레드문? 동물을 잡아먹는 인간? 그것도 아니면 태어난다는 것? 너는 뭐라고 생각해?”
“하아~ 모르겠다.”
“당연히 모르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사람들도 모르고, 레드몬도 모르고, 신도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살아가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아. 미물의 특징이 뭔지 알아? 살기 위해 끝까지 발버둥 치는 것. 왜 그래야 하냐고? 살아야 하니까. 무엇을 위해서? 네 가족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서. 죽은 미치코와 가족들을 대신해 그들의 생명만큼 더 오래 살기 위해서. 그게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이야.”
“정말 내가 사는 게 미치코와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솔직하게 말해줘? 아니면 듣기 좋게 말해줘?”
“솔직하게.”
“나도 몰라.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산 사람을 위해서 하는 짓이잖아.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해도 결국 산 사람을 위해 하는 짓이야. 죽은 사람과 대화할 능력이 없는데 그들이 원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어찌 알겠어?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은 일단 살라는 거야. 그리고 원수를 모조리 죽여. 한 명도 남김없이. 그런 다음 계속 살아도 될지 아니면 죽는 게 나을지 그때 다시 물어봐. 비겁하게 죽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책무를 다한 다음 결정해. 그게 너와 미치코, 가족을 위한 길이야.”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