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0 외팔이 =========================================================================
380.
[오빠! 이사무님 살려주세요.]
[살려주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도 있어.]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녀석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사무님은 사람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하고, 거짓이 없어요. 절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세상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아내들밖에 없어.]
[최정준 박사님, 김일섭 박사님, 조진호 박사님, 서정재 변호사님, 변병석 대표님, 고광재 펜클럽 회장님, 김관웅 전무이사님, 김도형 대장님, 강승원 국장님 등 믿는 분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그들은 나와 한배를 탄 사람들이고, 내게 신뢰를 보여준 사람들이야. 그러나 타타리가미는 그런 적이 없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그럼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분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요.]
[흐음~]
타타리가미를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은 상아보다 내가 더 간절했다. 그러나 아내들과 30만이 넘는 나진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수장으로서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타타리가미를 쉽게 받아들일 순 없었다.
최정준 박사, 조진호 박사를 믿는 것과 타타리가미를 믿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최정준 박사와 조진호 박사의 값어치가 타타리가미보다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두 박사가 타타리가미처럼 사람들을 태워 죽이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박사들이 나를 배신해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화염 폭풍으로 나진시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일은 없었다.
[미치코를 죽인 놈들을 처리한 다음 어떤 생각인지 물어보자.]
[네!]
타타리가미는 수소폭탄이 터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둘러친 보호막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4기가 동시에 터지며 생긴 엄청난 충격파에 보호막이 반쯤 부서지며 왼팔이 날아갔고, 1억 도가 넘는 온도에 온몸이 익어 문드러졌다.
또한,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가 수십km를 날아가 떨어지며 성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상급 레드몬의 강대한 육체로 간신히 버텼지만, 막대한 방사선 피폭에 세포가 파괴되며 육체가 빠르게 붕괴 중이었다.
죽기 전에 미치코를 죽인 범인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어 규슈 남쪽 다네가 섬을 통해 오키나와로 이동한 후 대만, 상해를 거쳐 부산·속초·청진까지 화물선에 숨어들어 나진시까지 오게 됐다.
“여기 증거자료들이 있어요. 훑어보신 다음 만나보세요. 단, 화가 난다고 건물을 날려버리면 안 돼요.”
“그렇게 걱정되면 옆에 있어 주면 되잖아.”
“제가 옆에 있어도 괜찮아요?”
“그럼. 옆에 있으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아.”
“오빠도 같이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네가 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괜찮아.”
“알았어요.”
타타리가미의 요청에 따라 나와 상아, 소연, 아리, 아영, 마샤가 취조실에 함께 들어갔다.
우리는 타타리가미가 범인과 대화하는 동안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해 서 있었다.
“이 여자를 본 적이 있나?”
“죽인 여자가 한둘이어야 기억하지. 너무 많고 비슷비슷해서 모르겠는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눈이 더욱 예쁜 여자야. 목소리도 종달새처럼 상냥하고, 하얀색을 좋아해 항상 흰 블라우스를 입었지.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흔들릴 때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군. 고치 시의 아담한 2층집에서 침대 밑에 숨은 여자를 끌어내 강간했지. 얼굴도 반반하고, 흰 블라우스에 검은 머리도 참 잘 어울렸어. 남편이 있다고 살려달라고 빌던 목소리도 꾀꼬리가 짖어대는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어.”
“나에겐 참으로 과분한 여자였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사람으로 이끌어줬으니까. 그런 여자는 이 세상에 다시없을 거야.”
“과분한 여자인 건 확실한 것 같군. 얼굴이 문드러지고 팔 한 짝 없는 병신을 좋아한 것 보면 얼굴만큼 마음도 착한 것 같군. 그러나 실망할 거 없어. 우리가 한 시간 넘게 재미 본 계집은 그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죽어서도 잊지 못할 만큼 구멍이란 구멍을 퉁퉁 부을 때까지 뚫어 줬어. 다섯이 모두 마음에 들어 한 년은 그년이 유일했으니까. 으하하하하~~~”
강도단의 리더인 빼빼 마른 놈은 나진시에 잡혀 온 순간 죽음을 직감했는지, 묻지도 않은 일부터 강승원 국장이 파악하지 못한 일까지 자랑하듯 살인 행각을 늘어났다.
보통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 오면 극심한 두려움에 살려달라고 싹싹 빌며 묻는 말에 답하는 게 정석이었지만, 놈은 인생의 막장까지 다녀온 것처럼 의연하다 못해 태연하게 자기가 한 짓을 떠벌렸다.
놈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강간하고 죽인 여자만 100명이 넘었고, 재미로 죽인 사람까지 더하면 1,000명이 넘었다.
놈은 인생을 정리하듯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자신과 패거리가 죽인 사람들의 모습과 범행을 서사시를 읊어대듯 아주 자세하게 풀어냈다.
놈의 유들유들한 말을 듣고 있으면 타타리가미가 나타나기 전부터 화려한 범죄 경력이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놈은 교통법규도 한번 어기지 않은 착한 모범 시민이었다.
세상이 조용할 땐 소시민으로 살다가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꼭꼭 숨겨뒀던 살인마를 끄집어내 피의 향연을 벌인 것으로 놈은 사이코패스처럼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었다.
놈에게 강도와 살인은 혼란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당한 행동으로, 안정된 사회에서 살아갈 때 모범 시민으로 살던 모습과 같은 맥락이었다.
“남편이 보고 싶다고 엉엉 울기에 나도 집에 남겨둔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입에 내 자랑스러운 심벌을 넣어주었지. 어찌나 맛있게 빨던지. 많은 년을 강간하고 죽였지만, 그년처럼 맛있는 년은 없었어. 데리고 다니자는 녀석도 있었으니까 네 마누라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알겠지. 으하하하하~~~”
“그녀가 너희에게 무슨 잘못을 했지?”
“도망치지 않은 것. 우리 같은 약탈자가 설치는 걸 알면서도 멍청하게 집에 남아 있었던 것. 그게 잘못이지.”
“집 나간 남편을 기다린 거야.”
“그럼 남편 잘못이군. 아름다운 아내를 약탈자의 손에 떨어지게 남겨두었으니. 안 그래?”
“후유~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내가 잘못한 거였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을 이젠 알겠군. 우리는 잘못한 게 없을뿐더러, 그녀의 외로움까지 덜어줬어. 남편이 없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아?”
“자네 덕분에 내 잘못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고마워! 그녀를 죽이지만 않았다면 나도 자네들을 미워하진 않았을 텐데.”
“살려두면 경찰에 신고할 텐데, 너 같으면 살려두겠어? 당연히 증거를 지워야지.”
“경찰에 신고하는 게 두렵다면 그런 짓을 안 하면 되잖아?”
“타타리가미가 아난 시를 지운 날은 30년 넘게 참아온 내 안의 또 다른 존재가 세상의 빛을 본 날이야. 그 긴 시간을 억눌렸던 놈이 세상을 마음껏 활보할 기회가 왔는데, 다시 들어가라고? 그건 아니지. 모름지기 사람은 기회를 잘 잡아야 해.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 나는 시대에 맞게 사는 사람으로 세상에 순응하며 기회를 잡은 것뿐이야. 그런 기회를 준 타타리가미가 너무너무 고마워.”
빼빼 마른 놈은 자기 앞에 있는 기형적인 사람이 타타리가미인지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놈은 타타리가미가 누군지도 모른 채 격분시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타타리가미로 인해 본성이 깨어난 걸 진정으로 감사했다.
놈에게 시코쿠 섬의 혼란은 오랜 기간 숨겨왔던 본성을 마음껏 표출한 시간으로, 30년 넘게 살아온 시간보다 한 달간 약탈자로 산 시간이 더욱 값지다고 생각했다.
[이사무님! 사람은 선한 존재가 아니에요. 앞에 있는 사람처럼 악한 존재에요.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미치코님처럼 착한 사람도 많아요.]
[알고 있어. 내 아내처럼, 상아처럼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거.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앞에 있는 사람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정신이상자예요. 범인을 확인했으니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고.]
[네.]
“타타리가미가 자네한테는 은인이겠군?”
“그렇지. 내 꿈을 실현하게 해준 고마운 은인이자, 세상의 참맛을 알게 해준 생명 같은 은인이지.”
“그런 은인의 손에 죽는다면 세상에 미련 따윈 없겠군?”
“그거야 말로 내가 원하는 일이지. 세상을 알게 해준 은인의 손에 세상을 끝내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미련 없이 죽으면 너의 더러운 원한도 세상에 남지 않겠지?”
“타타리가미를 불러만 줘. 그럼 웃는 얼굴로 죽어줄 테니까. 크크크크~”
“알겠네. 자네 소원을 들어주지.”
[상아야! 사람들 데리고 나가 있어.]
[네!]
우리가 취조실을 빠져나가 문을 닫자 타타리가미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문드러진 몸을 덮은 옷을 천천히 하나씩 벗자 바짝 마른 몸이 드러났다.
오랜 기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몸은 뼈다귀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강한 열에 빨갛게 익어 문드러져 있었다.
타타리가미가 무슨 짓을 하는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던 빼빼 마른 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사무의 모습에서 멧돼지로 변해가는 타타리가미의 모습에 놀란 놈이 입을 쩍 벌렸다.
멧돼지로 변한 모습도 강한 열에 털이 한 올도 남지 않고 몽땅 타버려 빨갛게 문드러진 살이 드러났다.
커다란 살덩어리로 보여 멧돼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흉측한 모습으로, 앞다리도 왼쪽이 없어 걷는 것도 불편했다.
“우당탕~”
타타리가미가 천천히 다가가자 걸쭉하게 입을 풀던 빼빼 마른 놈이 겁에 질려 벌러덩 뒤로 쓰러졌다.
“저리가~ 저리가~ 다가오지 마!”
꿈에서나 볼 것 같은 흉측한 괴물이 느릿느릿 다가오자 겁에 질린 놈이 비명을 질러대며 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으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기어서 도망가던 두목의 등을 타타리가미를 발로 내리누르자 겁에 질린 놈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타타리가미에게 죽으면 소원이 없다고 했잖아.”
“너는 타타리가미가 아니야. 그냥 괴물이야.”
“수소폭탄에 살이 익어서 그렇지, 타타리가미가 맞아.”
“타타리가미는 멧돼지 상급 레드몬이지 인간으로 변할 수도 없어.”
“그건 무능한 일본이 몰라서 그런 거야. 난 오래전부터 고치 시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았어.”
“거짓말하지 마.”
“네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한 말은 모두 진실이니까. 그리고 조금 전 약속도 그대로 지켜질 것이고.”
“죽기 싫어~ 살려줘! 살려줘!”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했잖아.”
“멋있는 척 한 것뿐이야. 살려줘! 살려줘!”
“그럼 끝까지 해.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어.”
“으악~~~”
몸이 화염에 휩싸이자 빼빼 마른 놈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타타리가미가 등을 밟고 있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비명만 질러댔다.
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일 생각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태우자 말초신경까지 고통이 전달되며 놈이 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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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