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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79화 (379/505)

00379  외팔이  =========================================================================

379. 외팔이

“애애애앵~ 애애애앵~”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무슨 일인가?”

“써커들이 또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어느 쪽인가?”

“왓카나이입니다.”

“놈들이 점점 노골적으로 사할린을 노리는군.”

“오늘만 왓카나이에서 다섯 번이나 써커들이 날아왔습니다. 사령관님!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2주일간 타란튤급 미사일 고속정 다섯 척과 그리샤급 초계함 두 척이 침몰했고, 우달로이급 구축함 한 척이 반파됐습니다. 죽은 병사가 300명이 넘고, 다친 병사까지 하면 1,000명에 육박합니다. 선제공격을 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3일 전 미래 레드몬에서 레드몬 탐지 레이더가 들어온 다음부턴 피해가 확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나?”

“맞습니다. 그러나 30대로 라페루즈 해협과 사할린의 기다란 해안선을 방어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선제공격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네. 나도 심정은 자네와 마찬가지야. 그러나 아직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어. 군인은 명령에 죽는 사는 존재야. 그걸 잊으면 안 되네.”

“홋카이도는 이미 일본 땅이 아닙니다. 써커들이 차지한 레드몬 땅입니다. 공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에서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했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

“후유~ 알겠습니다.”

12월 6일 최후의 보루인 삿포로가 써커들에게 함락당하며 홋카이도 전체가 쇼타와 요코의 손에 넘어갔다.

이는 사실상 홋카이도가 일본의 손을 영영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자기 땅이라고 생각했다.

시베리아의 냉대림과 아프리카의 정글, 남미의 밀림 등 레드몬이 지배하는 땅이 지구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곳을 각국의 영토가 아닌 레드몬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도 홋카이도가 잠시 레드몬에게 점령당한 것으로 생각했지 쇼타와 요코의 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일본만의 생각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 유엔에 가입한 대다수 나라는 쇼타와 요코에 점령당한 순간 일본과는 별개의 땅으로 인식했다.

시베리아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의 정글은 원래 주인인 토종 레드몬들이 사는 곳이었고, 홋카이도는 요코와 쇼타가 모기 레드몬을 이용해 레드몬과 능력자를 수족으로 부리며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곳이었다.

달리 말해 쇼타와 요코의 왕국이자, 인류를 위협하는 변종 레드몬 소굴로 받듯이 사라져야 할 악의 소굴로 생각했다.

12월 11일 규슈 오마라 시에 3F 수소폭탄 4기가 떨어진 지 정확히 열흘 만인 1995년 12월 20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 이사국의 일본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 핵무기 사용금지

2. 낙진 피해 보상

3. 1월 20일까지 써커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홋카이도에 다국적군 투입. 쇼타와 요코 처리 후 홋카이도 안보리 신탁통치, 일본에서 영구히 격리

4. 인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뺀 재래식 무기 판매

4가지 이외에도 강제 징집된 자위대원 100만 명 해산과 비상계엄령 중단 등 요구사항이 많았지만, 홋카이도 정벌과 규슈, 시코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안에서 빠졌다.

핵무기 반입을 승인한 아베 마사히코 회장과 호소카와 총리를 전범으로 국제 사법재판소에 기소하는 의견도 무시됐다.

사태를 키운 무능력한 원흉들에게 권력을 그대로 맡겨 두는 건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 안 된다고 비상임이사국들이 강하게 비판했지만, 빠른 사태 해결과 일본 국민의 절대적 지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각됐다.

대신 인도적 차원이라는 이름으로 안보리 상임 이사국에서 엄청난 물량의 무기를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권력을 지켜준 대가로 천문학적인 무기와 함께 커미션까지 따로 챙겨줬고, 낙진 피해 보상도 이웃한 대한민국보다 멀리 떨어진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훨씬 많은 금액을 챙겨갔다.

이번에도 역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고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이 챙겼다.

[낙진 피해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한데, 먼지 한 톨 떨어지지 않은 프랑스가 다섯 배나 많은 보상을 받는 이유가 뭡니까?]

[안 그래도 그 문제로 내가 강하게 따졌네. 하지만 중국이 프랑스 편을 드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네. 미안하네.]

[형님이 왜 미안합니까? 형님 잘못도 아닌데. 나라가 힘이 없어 더러운 꼴을 본 것이니, 다 못난 내 나라 탓이죠.]

[도움이 못 돼 정말 미안하네.]

[아닙니다. 저도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이니 상관없습니다.]

[기분 상한 건 알겠지만, 조건이 나쁘지 않으니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나? 클린턴과 내가 이번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네.]

[내키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받기로 한 땅의 절반과 미스트 존까지 확보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네. 늙은 형을 봐서라도 한 번만 참아주게. 부탁하네.]

[후우~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본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다음 날 옐친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왔다. 일본이 다음 달 30일까지 쇼타와 요코를 처리하지 못하면 내가 나서서 홋카이도 사태를 수습해 달라는 것이었다.

안보리 결의안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홋카이도를 한 달 안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규슈가 지옥으로 변하며 치안이 극도로 나빠지자 민심이 바닥을 쳤다. 곳곳에서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았고, 국외와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 시코쿠로 달아나는 사람들이 늘며 혼란이 극에 달했다.

타타리가미가 확실히 죽었다고 해도 홋카이도에 전력을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일본은 엉망진창이었다.

떳떳하지 못한 위정자의 첫 번째 특징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공권력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베 마사히코가 대표적인 인물로 국가가 혼란에 빠지자 1,000명이 넘는 사무라이로 주변을 감싸고, 그것도 모자라 자위대와 경찰 10만 명을 동원해 9중 10중으로 바깥을 감쌌다.

남의 목숨은 파리만도 못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목숨은 국가보다 더욱 값어치 있게 생각하는 아베 회장은 쇼타와 요코를 무찌르고, 무너진 민심을 수습해야 할 인력을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용하며 일본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이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일본이 홋카이도 탈환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게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처리 대가는 아사히카와 시를 기점으로 홋카이도 북쪽을 영구히 할양하는 것이었다.

지도만 놓고 보면 제주도의 몇 배나 되는 아주 큰 땅이지만, 미스트 존에 포함된 지역을 빼면 땅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상임이사국은 홋카이도 땅 일부를 내게 떼어주고 쇼타와 요쿄, 써커들, 레드몬 수천 마리를 처리한 후 나머지 땅을 나눠 갖겠다는 뜻이었다.

상임이사국들은 써커와 원수가 되길 원하지도 않았고, 금쪽같은 능력자도 희생할 생각이 없었다.

재래식 무기를 퍼부어봐야 깊은 산 속에 숨은 써커들을 잡기란 요원한 일로, 라페루스 해협을 막느라 피해가 막심한 러시아처럼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땅만 꿀꺽 삼키겠다는 놀부 심보로 애초 계획은 레븐 섬과 이시리 섬을 주고 홋카이도를 나눠 갖겠다는 생각이었다.

옐친 대통령은 그 조건으론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땅 욕심도 없을뿐더러, 일본이 망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사할린에 써커들이 넘어갈 수 있었다. 사할린을 써커들이 차지하면 레드몬의 수가 몇 배로 불어나 연해주와 캄차카반도, 시베리아까지 위험해졌다.

그다음은 알래스카라는 말로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나를 달래려 했다.

러시아가 차지하기로 한 삿포로 시 북쪽 땅을 내게 넘기고, 미스트 존까지 영구 할양해 내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급할 것이 없어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김도형입니다. 락산 남문으로 급히 오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럽니까?]

[이사무란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타타리가미가 찾아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아내들을 모두 불러 모아 락산으로 달려갔다. 락산은 나진항과 미래 공항에서 남쪽으로 15km 떨어진 작은 도시로 얼마 전 방어벽과 방어탑이 들어서며 개발이 한창이었다.

아내들을 모두 데려간 건 타타리가미와 싸울 수도 있긴 때문이었다. 혼자서 싸우는 게 마음도 편하고 승산도 높았지만, 질 경우를 대비해 아내들을 모두 데려갔다.

내가 죽고 아내들만 남겨지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엔 다 같이 싸우다 죽는 게 나았다.

그게 아내들이 원하는 것이었고,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이라 생각해 모두 함께 타타리가미를 만나러 갔다.

“많이 다치셨어요?”

“아니! 왼팔만 이렇게 됐어.”

“이런...”

“자만심의 대가치곤 아주 약소하지.”

“다른 곳은 괜찮으세요?”

“크게 나쁘진 않지만, 좋은 것 같지도 않아.”

“오빠가 도와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왜 무서워해야 하죠?”

“내가 죽인 사람만 수십만 명이 넘고, 나 때문에 죽은 사람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이 넘어. 그런데 무섭지 않아?”

“절 죽이러 오셨어요?”

“아니!”

“그럼 나진시를 부수러 오셨어요?”

“아니!”

“둘 다 아닌데 제가 왜 이사무님을 무서워해야 하죠?”

“하하하하~ 역시 상아를 찾아오길 잘했어. 상아와 이야기하면 가슴 속에 뻥 뚫리는 것 같아.”

“제가 마음에 든다고 여자로 보시면 안 돼요. 저 임자 있는 몸이에요. 아시죠?”

“나도 그래. 미치코가 이제 곁에 없지만, 내 마음속엔 사랑하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곁에 없어도 영원히 함께할 거야. 그러니 상아가 마음에 들어도 넘볼 수가 없지. 미치코가 옆에 있는데. 안 그래?”

“죄송해요. 저는 재미있으라고 한 말인데, 그만...”

“괜찮아. 나쁜 뜻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유머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어.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대해줘. 그래야 마음이 편해.”

“알았어요.”

온다는 말도 없이 나타난 타타리가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거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초라한 모습이었다.

왼팔은 팔뚝에서부터 잘렸고, 머리카락은 1억 도가 넘는 온도에 탔는지 한 올도 남지 않았다.

머리와 얼굴은 심한 화상으로 문드러져 상아가 말을 걸기 전까진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B급 상급 레드몬도 옆에서 터진 수소폭탄 4기는 어쩔 수 없었는지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고, 방사선 피폭으로 세포까지 파괴돼 내버려두면 길어야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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