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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77화 (377/505)

00377  네쌍둥이 버섯구름  =========================================================================

377. 네쌍둥이 버섯구름

“일본도 핵 확산 금지 조약 가입국이니 이를 문제 삼아 러시아와 영국, 중국, 프랑스에서 개입하는 방안은 없겠습니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경제제재 이외엔 이렇다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타타리가미로 인해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라 누가 말해도 강행할 것입니다. 핵무기를 들여오기 전이라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사용을 결정한 순간 더는 눈치를 보지 않을 겁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 돌릴 방법이 없었다. 화살을 다른 화살과 총알로 맞출 수도 있고, 화살보다 앞서가 잡을 수도 있지만, 떠나기 전 상태로 돌릴 순 없었다.

타타리가미가 시코쿠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일본도 핵폭탄을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타타리가미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보았지만, 방사성 물질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 핵무기를 들여오긴 했지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규슈에 넘어온 순간 막다른 곳에 몰린 쥐처럼 이판사판으로 미국도 두렵지 않았다.

“수송기에 실린 핵폭탄이 어떤 종류인지 알아냈습니까?”

“타타리가미의 방어력을 생각하면 수소폭탄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자국 영토에 사용하는 것이라 비교적 방사성 물질 피해가 작은 깨끗한 수소폭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깨끗한 수폭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불안한 게 느낌이 좋지 않군요.”

호소카와 총리가 방을 나서는 순간 나하 공군기지에 숨겨놓은 수소폭탄이 C-130H 허큘리스 수송기를 실렸다.

카자흐스탄에서 들여온 수소폭탄은 구하기가 비교적 쉬운 투하식으로 폭격기가 없는 일본 항공자위대는 C-130H 허큘리스 수송기에 실어 목표지점 근처에서 수동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었다.

수송기에 실린 수소폭탄은 폭심 반경 6km를 쓸어버리는 위력으로 타타리가미를 가운데 두고 폭발시키면 신이 아닌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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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의 모습에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던 타타리가미가 정신을 차린 건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이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도시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타타리가미는 지독한 회한(悔恨)에 빠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아내 미치코를 생각해 인간을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타타리가미가 인간을 깊이 동경했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행동과 생활양식, 사상 중에는 수십 년간 멧돼지로 산 타타리가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무수히 많았다.

개중에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까지 열 중 서너 가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내 미치코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이해하려 노력했고, 동화하려 애썼다.

‘쓸모없는 놈. 이미 예상하고 있으면서... 술을 담가 먹든, 뼈를 갈아서 마시든 이미 죽었는데 무슨 상관이야.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커다란 오무라 만을 바라보며 타타리가미는 자신이 죽인 원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치코에게 사과했다. 또한, 자신을 책망하며 망부석이 된 것처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무라 시로 일장기가 선명한 C-130H 허큘리스(Hercules) 수송기 네 대가 나타났다.

6,000m 상공에서 오무라 시로 접근하던 허큘리스 수송기들은 대형을 갖추듯 산개한 채 화물칸을 개방했다.

아난 시를 공격하며 헬기와 전투기를 수시로 봐온 타타리가미는 허큘리스 수송기의 출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 달 넘게 폭탄과 미사일 수천 발을 맞았지만, 긁힌 상처 하나 없자 인간이 만든 화약 무기를 우습게 생각했다.

상급 레드몬으로 성장한 후 적수를 찾을 수 없었던 타타리가미는 일말의 두려움을 가졌던 인간의 무기를 경험한 후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시코쿠에서 상대한 사무라이들도 걸어 다니는 종이인형에 불과하자 능력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유일한 적수로 평가하는 미래 레드몬 공대도 사무라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상급 레드몬 매머드를 사냥했지만, 일본에선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급 레드몬으로 속였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 타타리가미도 자신보다 한참 아래로 생각했다.

C-130H 허큘리스 수송기가 타타리가미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 수소폭탄 4기가 떨어졌다.

6,0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친 수소폭탄이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떨어지자 타타리가미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폭탄이 떨어지는 모습은 수도 없이 봤지만, 낙하산에 달려 떨어지는 폭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낙하산이 달린 폭탄도 처음이지만, 크기가 일반 폭탄보다 수십 배나 커 폭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호기심이 많은 타타리가미는 신기한 물건에 정신이 뺏겨 미치코에게 사과하는 것도 잊고 뚫어지게 폭탄만 바라봤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폭탄 크기가 점점 커지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무기를 깔본 타타리가미는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폭탄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쿠앙~~ 쿠앙~~ 쿠앙~~~ 쿠앙~~~”

타타리가미를 가운데 두고 수소폭탄 4기가 한꺼번에 폭발하자 굉음과 함께 1억 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했다.

고열과 함께 초음속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폭심으로부터 40km의 이내의 건물과 나무, 바위 등 모든 것이 날아갔다.

그리곤 엄청난 기압차이로 주변 공기가 진공청소기처럼 강하게 빨려 들어가 버섯구름 4개가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4기가 동시에 터지자 반경 20km 이내에 있는 물체는 모두 증발했고, 40km 밖에서도 강한 열에 화상을 입었다.

100km 밖에서 광원을 바라본 사람은 눈이 멀었고, 방사능이 150km까지 퍼져나가 동식물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규슈 전체가 지진을 일어난 것처럼 떨렸고, 250km 떨어진 바다 건너 거제도에서도 버섯구름과 백색광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공청소기처럼 먼지를 빨아들인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방사성 물질을 규슈와 주변 바다에 떨어뜨렸다.

죽음의 재 낙진이 까만 비처럼 쏟아지며 규슈와 주변 해역을 죽음의 땅으로 바꿔놓았다.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고 투하한 수소폭탄 덕분에 사세보와 다케오, 우레시노, 가시마 시는 충격파에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고, 강한 열에 화재가 발생했다.

광원을 바라본 주민 수만 명이 눈이 멀며 고통에 몸부림쳤고, 방사선 피폭에 아우성을 치며 쓰러졌다.

80km 떨어진 후쿠오카 시와 70km 떨어진 구마모토 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130km 떨어진 기타큐슈도 죽음의 재가 떨어지며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규수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했고, 혼슈 서쪽까지 낙진과 방사선 피폭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웃이란 이유로 대한민국도 사이렌이 울리며 황급히 집과 건물로 들어가 방사성 물질을 피해야 했다.

다행히 겨울이라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양쯔 강 기단의 영향도 더해져 죽음의 재는 규슈 남쪽과 혼슈로 날아갔다.

그러나 미세한 방사성 물질이 대류권에 남아 있다가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었다.

낙진에 의해 오염된 공기, 음식, 음료수를 통해 몸속으로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면 각종 질병과 암에 걸릴 수 있었고,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를 생산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방사능에 피폭된 규슈 주민에 비하면 낙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규슈 남부 미야자키 현과 가고시마 현을 뺀 규슈 전체가 강력한 방사능에 피폭됐다.

방사능이 몸을 관통하면 생명의 요람인 DNA가 완전히 망가진다. DNA가 망가지면 세포의 재생, 복원 능력이 완전히 사라져 죽은 세포가 허물처럼 벗겨지며 녹아내린다.

세포가 괴사하며 내장기관의 기능도 상실하고 면역 체계마저 무너져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치료를 잘 받았다고 해도 DNA의 구조변화로 암이나 백혈병의 발병확률이 무척 높아 평생 시름시름 앓게 됐다.

“방사선양을 측정한 결과 예상과 달리 우라늄-238로 감싼 초우라늄 폭탄인 3F 폭탄이었어.”

“타타리가미를 잡겠다고 자기 땅에 더러운 수폭을 쏴? 녀석을 잡아도 규슈 전체가 수십 년간 방사능에 오염돼 못 쓰게 되고, 최소 1,000만 명이 피폭돼 고통받게 되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일본 정부 대변인은 순융합폭탄에 가까운 깨끗한 수폭이라고 우기고 있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데 무슨 개소리야?”

“누군가 폭탄을 바꿔치기한 것 같아. 호소카와 총리가 미치지 않았다면 자기 땅에 3F 폭탄을 사용하진 않을 거야.”

“달랑 4기가 전부인데, 바꿔치기를 어떻게 해?”

“러시아의 연방보안국 마카로프 국장이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카자흐스탄에서 반입한 수소폭탄 4기가 처음엔 깨끗한 수소폭탄을 원했다가 갑자기 더러운 수소폭탄으로 바뀌었다고 했어. 일본 정부가 요구한 게 아니라 무기를 인수하기 위해 온 담당자가 바꾼 것 같아.”

“담당자가 누군데?”

“기타노 신이치 내각정보조사실 국제부 부장.”

“그놈 무카이 실장 직속 부하 아니야?”

“맞아.”

“그럼 무카이 실장이 시킨 거네?”

“말단이나 다름없는 기타노를 무카이 실장이 끌어올렸으니 무카이 실장이 시켰다고 봐야지.”

“호소카와 총리도 무카이가 스파이라는 걸 이젠 알겠네?”

“알겠지.”

“무카이 실장은 잡혔어?”

“아니. 허큘리스 수송기 출격 명령을 내린 후 타타리가미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규슈로 간다고 사무실을 나선 후 사라졌어. 고바야시 국내부 부장과 기타노 국제부 부장 등 부하 직원 50명도 때를 같이해 업무를 핑계로 모두 잠적했어.”

“하하하하~ 난리 났네.”

“50명이 넘는 요원이 사라지며 정보조직이 거의 와해됐어. 남은 내각정보조사실 직원들도 믿을 수 없어 당분간 눈과 귀가 막혔다고 할 수 있어.”

“타타리가미까지 살아있는 걸 알면 미치고 환장하겠군.”

핵폭발이 일어나자 재빨리 마샤를 불렀다. 4기가 동시에 터지며 시너지 작용으로 폭심 반경 40km가 증발하듯 사라지자 타타리가미가 죽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루가 지나도록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죽은 게 확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보도였지만, 녀석을 가운데 두고 4기가 동시에 터졌고, 3일이 지나도록 녀석도 나타나지 않아 점점 믿는 사람이 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기대와는 달리 타타리가미는 살아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순 없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녀석이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건 마샤의 예언 스킬 덕분이었다. 예언 스킬은 살아있는 상대, 실체가 있는 대상에게 사용하면 밝은 빛을 내며 나타나 움직이지만, 죽거나 없는 대상의 사진에 예언 스킬을 사용하면 형체도 나타나지 않았다.

타타리가미가 나타났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부상 정도는 알 수 없어 사경을 헤맬 수도 있었다.

녀석이 다쳤을 수도 있다는 말에 상아와 아내들이 크게 걱정했지만, 나는 관심도 없었다.

내게 타타리가미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존재였다. 녀석이 산다고 우리 편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 죽는다고 아까워할 이유가 없었다.

녀석이 내 편이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녀석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면 없는 게 나았다.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은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었다. 그것도 가장 치명적인 내부의 적으로 통제가 안 된다고 느끼면 가차 없이 죽여야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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