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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76화 (376/505)

00376  흔들리는 일본  =========================================================================

376.

“카자흐스탄에서 들여온 수소폭탄은 핵폭탄보다 방사성 물질 발생량이 현저히 적은 깨끗한 수폭입니다. 사용해도 방사성 물질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건 핵폭탄보다 상대적으로 방사능이 적다는 뜻이지 없다는 것이 아니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도 핵폭탄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그보다도 방사성 물질이 적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미군은 세계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히로시마 시의 중심부에 투하했다.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한 방에 7만 명 이상이 이틀 만에 사망했고, 1945년 말까지 방사성 물질 피해로 최대 14만 명이 사망했다.

“지금은 작은 것에 연연할 때가 아닙니다. 타타리가미를 잡지 못하면 위대한 일본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네. 세상의 지배자가 되어야 할 위대한 야마토 민족이 그런 일을 당할 수는 없네.”

“맞습니다. 천족의 후손인 우리 일본이 한낱 멧돼지 따위에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놈을 잡고 야마토 민족의 위대함을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우습게 아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다시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았네. 아베 회장님의 허락을 맡아 올 테니 수소폭탄을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총리실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호소카와 총리의 바라보는 무카이 실장의 눈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바보 같은 늙은이! 수소폭탄으로 타타리가미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수송기에서 떨어뜨리는 폭탄을 놈이 맞을 것 같아? 설령 맞는다고 해도 보호막이 있어 다칠 가능성도 없고, 폭발과 함께 바람을 타고 벗어나면 털끝도 건들지 못한 채 분노만 사게 될 거야.’

폭탄을 비 오듯 퍼부었지만, 붉은 방어막에 막혀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일반 폭탄과는 파괴력이 질적으로 다른 수소폭탄이지만, 방어막을 뚫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폭발과 함께 생긴 충격파와 바람을 타고 뒤로 빠지면 아까운 수소폭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깨끗한 수폭? 웃기고 있네. 타타리가미도 잡지 못하고 규슈도 지독한 방사능에 오염돼 수십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될 거다. 그리고 타타리가미의 분노에 일본은 잿더미로 변하겠지. 으하하하하~’

일본 정부가 깨끗한 수폭이라고 알고 있는 수소폭탄 4기는 3F라 불리는 더러운 수폭으로 수소폭탄의 주위를 우라늄-238로 감싼 초우라늄 폭탄이었다.

3F 폭탄은 비분열성 우라늄-238로 분열반응을 일으켜 큰 폭발력과 함께 다량의 방사능을 발생하는 '더러운 수폭'으로 오염이 극심해 러시아도 사용을 꺼리는 핵폭탄이었다.

수소폭탄을 들여오는 일은 매우 위험한 도박으로 핵 확산 금지 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가입한 일본은 핵폭탄을 몰래 들여오다 걸리면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쇼타와 요코로 인해 수출과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인권탄압과 비상계엄령 선포로 국가 이미지까지 바닥을 쳤다.

튼튼한 자본 수지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관광 산업은 문을 닫다시피 했고, 외국계 회사가 모두 떠나며 신용등급까지 하락해 경제규모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상태가 장기화하면 경제 대국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국가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핵무기까지 몰래 반입하다 걸리면 테러국가로 낙인 찍혀 영원히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만 품격이 있는 게 아니다. 국가도 품격이 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을 발판삼아 경제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한 일본은 침략국가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만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만화를 미국과 유럽에 살포해 친절한 일본, 착한 일본, 정의로운 일본이란 생각을 아이들의 마음에 심었고, 그 영향으로 백인들은 일본을 착하고 예의 바른 나라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일본이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람을 고용할 때 선입견이 작용하듯 입찰도 같은 조건이면 정의로운(?) 국가 일본을 선택하게 했다.

이 때문에 수소폭탄을 몰래 들여오는 일은 내각정보조사실 국제부에서 아주 은밀하게 진행했고, 책임자와 담당자, 핵무기 전문가까지 모두 무카이 실장의 수족들로 꾸려졌다.

타타리가미로 무카이 실장의 신뢰에 금이 갔지만, 아직 후임을 정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책을 계속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베 마사히코와 호소카와 총리는 무카이 실장이 판단 착오로 타타리가미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지, 중국에서 보내 스파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카이 오사무는 골수 우익가문 출신으로 아베 가문과 100년 이상 동고동락을 함께한 가신 가문 출신이었다.

무카이 오사무의 아버지와 집안 어른들, 형제, 사촌, 친척들이 아베 마사히코를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고 있어 배반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베 회장과 호소카와 총리의 생각은 매우 정확한 것으로 무카이 실장은 일본과 우익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무카이 오사무가 아닌 왕욱이 30년간 조국 중국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으로 12살 수학여행 때 바꿔치기 됐다.

무카이를 따르는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도 모두 비슷한 형태로 영특한 아이들을 골라 철저한 세뇌 교육 후 어린 나이에 유력 가문의 아이와 바꿔치기해 가족은 물론 일본 정부까지 완벽히 속였다.

얼굴과 신장이 비슷한 아이 10명을 선발해 2~3년간 식습관, 말투, 행동, 버릇까지 똑같이 교육해 바꿔치기하자 부모도 몰라봤다.

이런 식으로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일본에 침투시킨 스파이가 500명에 달했고, 이들은 정·재계, 정보조직, 군인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조국을 위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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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나가사키와 오무라, 이사하라, 운젠, 시마바라 시가 사라지며,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샌님이 제대로 뿔이 났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인정사정없이 화염 폭풍을 사용해 건물과 사람을 남김없이 불태웠습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오무라 시에 있습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듯 타타리가미도 쉽게 변하지 않는지 분노가 잦아들자 다시 예전처럼 쪼그리고 앉아 오무라 만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연구소에서 뭘 봤는데 새색시처럼 얌전한 녀석이 미쳐 날뛴 겁니까? 인내심이 하늘에 닿은 녀석이 화를 낼 정도면 평범한 것은 아닐 텐데?”

“미쓰비시 회장이 엘리트 레드몬으로 담근 술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면 술에 담긴 가족의 모습을 봤을 수도 있습니다.”

“뱀도 아니고 멧돼지를 술로 담가 먹습니까?”

“소문만 있을 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은 없을 것 같고, 소문이 사실이면 녀석이 미쳐 날뛸 만도 하겠군요. 유리병에 담긴 가족의 모습을 보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죽은 것도 억울한데, 술에 담겨 있는 모습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구쳤을 겁니다.”

레드몬의 지적 수준을 생각하면 잡아먹는 것이 옳은 일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였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레드몬을 우리는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식탁에 올렸다.

이건 피부색이 다르다고 부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과 다를 것이 없는 행동이었다.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었다. 스스로 사고(思考)할 수 있는 생물은 사람과 동등한 존재였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는 인간이라 칭해도 하등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우주에는 지구처럼 지성을 지닌 존재가 무수히 많았다. 도달할 수 없는 먼 거리로 인해 왕래가 없어 서로의 존재를 모를 뿐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수천수만 개에 달했다.

이들의 모습이 우리와 같다고 생각하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불과 1억 4,500만 년 전까지 지구는 인류의 것이 아닌 공룡의 것이었다.

인류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자 태초부터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맹수에 쫓기는 가녀린 존재였다. 활과 창, 총을 만들기 전까진 울타리 밖을 나올 수도 없는 겁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보다 더욱 뛰어난 과학문명을 소유했을 외계인들은 기린을 닮았을 수도 있고,  문어·오징어·파충류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살아갔다.

그 모습이 우리와 같지 않다고 열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도 우리를 동물로 취급해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온 파충류 외계인이 사람들을 잡아 깨끗이 씻은 후 내장과 살을 분리해 포장육처럼 비닐에 담아 두고두고 먹을 수도 있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레드몬이 우리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죽이고 잡아먹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인간형 레드몬이 아니면 동물로 생각해 마구 잡아먹었다.

먹은 양으로 따지면 독보적인 1등으로 삼시세끼 레드몬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다.

‘타타리가미와 나쁘게 엮이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지. 따지고 보면 일본이나 나나 다를 게 없잖아. 후유~’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타타리가미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오키나와 현 나하 공군기지에서 C-130H 수송기 네 대가 이륙했습니다.”

“수송기요?”

“네.”

“수송기를 왜 보냅니까?”

“폭탄을 투하할 목적인 것 같습니다.”

“전투기, 전술기가 아닌 수송기에서 폭탄을 떨어뜨린다? 핵폭탄이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타타리가미 같은 상급 레드몬이 나타나 나라가 존폐의 위기로 처하면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무기 핵폭탄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로 앉아서 죽느니 최후의 발악으로 핵폭탄을 생각하게 된다.

핵보유국이 아니라도 궁지에 몰리면 누구나 생각하는 방법으로 에오히푸스가 나타났을 때 미국도 수소폭탄을 준비했다.

미국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시코쿠와 홋카이도를 잃은 일본이 핵무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수송기가 네 대면 핵폭탄이 최소 네 기라는 말인데...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오겠군요?”

오무라 시에서 거제도까진 불과 2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면 한반도 전체가 오염된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방산선 물질이 비를 만나 토양에 흡수되면 수십 년간 사라지지 않고 농작물에 영향을 끼쳐 각종 질병을 유발했다.

바다 오염도 심각해 남해, 서해, 동해, 동중국해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는 먹을 수조차 없었다.

“평생 도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안 되는 놈들이군요. 미군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미군도 수송기가 이륙한 순간에야 겨우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타국이 아닌 자국 영토에 투하하는 것이라 비행기를 돌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핵폭탄이 터지며 괌과 사이판, 일본 내에 있는 미군도 피해를 보게 될 것 아닙니까?”

“피해보상을 요구하면 미국은 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 상관없다는 뜻이군요?”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생각하겠죠.”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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