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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75화 (375/505)

00375  흔들리는 일본  =========================================================================

375.

“타타리가미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구레 항을 통해 혼슈로 넘어간 후 도쿄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의 숨결 공대원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자 나가사키로 이동했습니다.”

“나가사키는 왜 갔습니까?”

“시코쿠에서 죽은 가족을 미쓰비시 그룹 산하 나가사키 연구소에서 모두 구매했습니다. 가족들의 사체를 찾으러 간 것 같습니다.”

“남은 게 없을 텐데...”

레드몬 연구소에서 필요한 건 본스틸과 가죽, 장기, 뇌 등으로 살은 연구재료로 극히 일부만 있으면 돼 이미 먹어치워 남은 게 없을 것이었다.

일본도 대한민국처럼 레드몬 고기를 환장하게 좋아서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에서 많은 양을 수입했다.

특히, 엘리트 레드몬은 웃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만큼 몸에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 나가사키 연구소에 도착 즉시 해체돼 미쓰비시 회장과 가족들의 뱃속으로 사라졌을 게 분명했다.

“참 답답한 놈이네. 거기 가봐야 없는 걸 뻔히 알면서 미련을 못 버리고... 하아~ 정말 답답한 놈이네.”

강승원 국장의 말을 듣자 짜증이 솟구쳤다. 정이 많고 마음이 착해도 정도가 있지, 우유부단함이 도를 넘었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럴 거예요.”

“미안하면 잔인하게 복수해 넋을 달래야지, 뱃속으로 사라진 사체는 왜 찾으러 가는데?”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듯 레드몬도 성향이 다르잖아요. 화내지 말고 이해하려 노력해 주세요.”

“상아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너는 이해가 돼?”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해가 안 돼요. 저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일본인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였을 거예요.”

“하.하.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

“네, 분노에 세상을 원망하며 보이는 사람은 모조리 죽이고, 저도 따라 죽었을 거예요.”

“헉!”

“측은지심을 갖고 온정을 베풀라고 했지만,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절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할 거예요. 저는 이사무님처럼 넓은 마음이 없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 수 없어요.”

과격하다 못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섬뜩한 상아의 말에 뜨악했지만, 나 역시 상아가 말한 것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원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은 잔인하게 모조리 죽이고, 그들의 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와 상아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잃은 상태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강대한 힘을 갖고도 복수하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세상을 원망하며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씹어 먹으려 달려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러나 타타리가미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지 살심을 최대한 억누른 채 기차와 버스를 타고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가족의 뼈라도 땅에 묻어 편안한 휴식을 주겠다는 일념에 나가사키 레드몬 연구소에 잠입한 타타리가미는 거대한 유리병에 담긴 두 아들의 모습에 떨리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연구소에 잠입해 연구실을 몽땅 뒤진 끝에 찾아낸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머리와 심장, 쓸개, 성기, 고환이 각각 투명한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유리병에 든 액체는 맑은 술로 타타리가미도 술을 좋아서 인간들이 뱀술 등 동물의 사체를 이용해 술을 담그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멧돼지 머리로 술을 담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앙상한 뼈만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두 아들이 머리만 잘려 술에 담겨 있자 황당함에 한동안 우두커니 바라만 봤다.

가죽이 벗겨져 빨갛게 드러난 살, 붉게 충혈된 눈, 길게 늘어난 혀, 이빨과 엄니까지 모두 뽑혀 더욱 처참한 모습에 타타리가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가사키에 온 건 가족의 살을 먹은 인간들을 벌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뼈라도 모아 땅에 묻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온 것이었지, 다른 뜻은 없었다.

인간보다 더욱 이성적인 타타리가미는 레드몬과 인간이 서로 죽고, 죽이고, 잡아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두려워하고, 적으로 생각하는 한 바뀔 수 없는 동물의 법칙이라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술에 담긴 두 아들의 머리를 보자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었던 사고가 산산이 부서지며 참았던 분노가 일시에 폭발했다.

변신이 풀리며 멧돼지로 돌아간 타타리가미의 몸이 불게 달아오르자 지옥의 화염이 퍼져나갔다.

화염에 닿은 두 아들의 머리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아내들과 아이들 뼈도 재가 되어 흩날리며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

700명의 연구원과 500명이 넘는 직원, 경비원이 바쁘게 돌아가던 연구소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러나 지옥의 화염은 그것만으론 분노를 달래기에 모자랐는지 나가사키 시 전체를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잿더미로 만들었다.

에도 시대 일본에서 유일하게 외국 문물을 받아들인 항구 도시이자, 1945년 8월 9일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 공격을 당한 나가사키가 타타리가미의 분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코쿠 섬이 폐허가 될 때까지 죽인 사람이 3만 명이 안 될 만큼 살심을 억제하던 타타리가미가 이성의 끈을 놓자 1시간 만에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던 가족도, 술 한 잔을 걸치며 정부를 욕하던 젊은 청년들도, 피곤함에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가장들도,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오던 소방차와 구급차도 순식간에 불어 닥친 화염 폭풍에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타타리가미가 규슈에 나타났습니다.”

“시코쿠에 있어야 할 타타리가미가 규슈에 나타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나가사키가 놈의 공격으로 잿더미로 변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고치 시 때보다 더욱 난폭해져 사람들이 달아날 기회도 주지 않고 화염 폭풍으로 모두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총리실로 뛰어든 내각정보조사실 무카이 실장의 말에 호소카와 총리의 얼굴이 붉다 못해 검게 변했다.

전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에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심정으로 무력을 사용했다.

비상계엄령과 강제 징집을 선포해 나라를 좀먹는 불순분자들을 잡아들이고, 멈춰 섰던 공장을 다시 돌려 일본을 늪에서 건져냈다.

그렇게 휘청대던 일본을 위기에서 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또다시 터지자 커다란 둔기로 뒤통수를 오지게 맞은 것처럼 멍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규슈는 혼슈 다음으로 경제력이 집중된 섬으로 시코쿠, 홋카이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각종 산업시설과 군수시설이 들어찼고, 인구도 1,300만 명에 달해 이곳을 잃으면 경제력이 반으로 줄어들어 선진국에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진다.

요코와 쇼타, 타타리가미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추락하며 경제력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규슈까지 사라지면 일본은 회생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된다.

“지금 즉시 나가사키 현과 사가 현에 대피령을 발령해 주민들을 소개해야 합니다.”

“그걸로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나?”

“네?”

“타타리가미가 나가사키 현과 사가 현만 부수고 끝내겠냐는 말이네. 규슈도 시코쿠처럼 폐허가 되겠지. 그다음은 혼슈가 될 테고.”

“혼슈까지 그렇게 되진 않을 겁니다.”

“바다 건너 규슈까지 아무도 모르게 건너갔는데, 규슈와 붙은 것과 다름없는 혼슈야 언제든 넘어올 수 있겠지.”

기타큐슈와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간몬교는 길이가 1,026m지만, 간몬 해협 중 가장 가까운 곳은 500m 정도로 타타리가미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뛰어넘을 수 있었다.

“비관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놈이 시코쿠에서 규슈로 넘어간 것도 몰랐는데, 비관하기 아직 이르다?”

“그렇습니다.”

“그럼 놈을 죽일 방법이 있다는 건가?”

“있습니다.”

“방법이란 게 박지홍과 미래 레드몬 공대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네. 우리가 망해 없어지기를 바라는 박지홍은 일본을 통째로 바치지 않는 한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네.”

“박지홍이 아닙니다.”

“설마 수소 폭탄을 사용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내 나라, 내 땅에, 내 손으로 핵폭탄을 사용하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박지홍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퇴짜를 맞자 아베 마사히코 회장은 호소카와 총리에게 수소폭탄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미래 레드몬 사냥팀의 도움 없이 상급 레드몬 타타리가미를 잡을 방법은 핵폭탄이 유일하다는 판단에 따라 카자흐스탄에서 20메가톤 수소폭탄 4기를 은밀히 들여왔다.

20메가톤 핵폭탄의 위력은 폭심으로부터 반경 6km를 초토화하는 위력으로 규슈 최대의 도시 후쿠오카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소련 붕괴와 함께 수십 발이 넘는 핵폭탄이 사라졌다. 러시아는 이를 일체 부인했지만,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최소 100발에서 최대 300발이 넘는 핵무기가 국제 암시장에 흘러나왔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련이 보유한 핵폭탄은 10,000개가 넘었고, 이중 상당수는 매우 허술하게 관리돼 기지 사령관이 언제든 빼돌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러시아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미군 역시 핵무기를 허술하게 관리한 사례가 수백 건에 달했다.

1950~60년대 핵무기는 대부분 폭격기에 실려 공중 투하하는 방식이었다. 냉전이 극에 달하던 시점으로 핵무기 폭격 훈련이 일상처럼 반복됐다.

1956년 B47 폭격기가 핵무기 2개 분량의 코어(원자로 노심)를 싣고 가다 지중해 해상에서 실종돼 기체는 물론 핵물질조차 찾지 못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1961년 1월 24일 캘리포니아 북부를 지나던 B52 폭격기에 화재가 발생해, 수소폭탄 두 개를 가까스로 사출시켰다.

한 기는 나무에 걸려 찾았지만, 한기는 깊이 50m 늪지대로 사라져 아직도 회수하지 못했다.

더 황당한 사실은 나무에 걸린 수소폭탄의 안전장치 여섯 개 중 다섯 개가 고장 나 있어 캘리포니아가 불바다가 될 뻔했다.

1965년 항공모함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가던 전투기가 핵탄두와 함께 태평양 바다에 빠졌고, 5,000m 해저로 침몰했다.

1966년 1월 17일엔 스페인 상공에서 미군 공중급유기와 B52 폭격기가 문제를 일으켜 핵탄두를 실은 폭격기가 추락했다.

조종사는 비행기와 함께 폭발하는 것보다 바다에 떨어뜨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 폭탄 투하 버튼을 눌렸다.

떨어진 수소폭탄 4기 중 2기는 지상에 충돌하며 폭발하진 않았지만, 비핵신관이 터져 화학적 폭발을 일으켰고, 20kg의 플루토늄이 누출돼 300,000㎡를 오염시켰다.

미국이 거둬간 방사능 오염 토양은 1%도 안 됐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었다.

1기는 지중해에 떨어졌고, 깊은 바닷속에 누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미국의 허술한 관리로 늪과 강, 바닷속에서 잠들어 있는 핵폭탄이 무려 50개였다. 밝혀지지 않은 사고까지 더하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약속과 협약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미군이 한반도에도 수시로 핵폭탄을 싣고 다닐 수도 있어 한강에도 있을 수 있었다.

지구를 수십 번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핵폭탄을 만들어 놓고 관리는 동네 구멍가게 수준으로 하면서 자신들 이외에 핵폭탄을 만들면 난리가 날 것처럼 행동하는 핵보유국의 행태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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