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73화 (373/505)

00373  흔들리는 일본  =========================================================================

373. 흔들리는 일본

침대엔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고추를 드러낸 채 코를 고는 30대 남자와 제법 반반한 얼굴의 20대 여성이 뒤엉켜 있었다.

30대 남성은 아주 순해 보이는 인상으로 법 없이도 살 것 같았다. 그러나 범죄자와 인상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TV와 영화에서 험상궂은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놔서 그렇지 희대의 살인마, 폭군,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의 얼굴은 인자한 모습으로 험상궂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옆에 누운 아가씨는 얼굴은 반반했지만, 오랜 기간 술집을 전전했는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슴은 축 처졌고, 아랫배도 불룩하고 축 처졌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로 옷 입은 모습은 모델 뺨치게 예뻐도, 벗겨놓으면 가슴은 배꼽까지 내려오고, 엉덩이는 애 셋은 낳은 것처럼 펑퍼짐하고, 살결은 거북이 등껍질만큼 거친 여자도 많았다.

심지어 나이가 20살도 안 된 새파란 계집이 사단 병력보다 많은 남자가 거쳐 간 경우도 있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생각에 짜증이 확 밀려와 술에 곯아떨어진 놈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질질 끌고 나왔다.

‘젠장! 이대로 데리고 나갈 수도 없잖아. 아오~ 열 받아.’

사랑하는 아내들에게 다른 남자의 고추를 보여줄 순 없었다. 평생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고, 나 이외의 남자는 절대 모르고 살길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남녀의 사랑은 남에게 양보할 수도, 빌려줄 수도 없는 소유와 독점이었다.

방에 들어가 다시 한 번 얼굴만 20대인 여성의 몸에 눈을 버리고 냄새나는 팬티와 바지를 가지고 나와 입혔다.

여자가 아닌 남자 옷을 입혀주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하다 하다 별걸 다 하네. 니미럴~’

시랑이 2층에서 끌고 온 두 놈도 옷을 입혀 내보내라고 한 다음 건넛방에서 2:2 그룹 섹스를 즐긴 두 놈의 옷도 내 손으로 입혀 펜션 밖으로 끌고 나왔다.

CCTV가 없는 한적한 펜션을 임대한 덕분에 일이 아주 수월했다.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놈들인 줄 알았다면 안전보장국 요원들에게 맡겼을 것이다.

바닷속을 17시간이나 달려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남자 팬티와 바지를 입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잠수정 드라이브하러 나온 거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걸 말이라고 해?”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오고 안 오고의 문제가 아니야. 왜 이런 일 생기면 오빠가 다하려고 해? 안전보장국 요원들도 있고, 미래 2공대 대원들도 있잖아. 언제까지 이럴 거야?”

“다음부턴 신중하게 처리할게.”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했어. 오빠는 미래 레드몬 그룹의 회장이야. 오빠가 움직이면 많은 사람이 움직여야 해. 행동 대장처럼 굴지 마. 알았어?”

“응!”

‘오지랖 넓으면 사서 고생이라더니... 젠장! 내가 그 꼴이네.’

팔목과 발목에 쇠고랑을 채운 후 재갈을 물리고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겨우 이런 놈들을 잡자고 아내들을 몽땅 끌고 왔으니, 은비 잔소리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미치코님을 살해한 범인은 총 다섯 명이에요. 모두 잡아 나진시로 데려다 놓았어요.]

[고맙다.]

[저희랑 같이 돌아가실래요?]

[아니! 생각해봤는데, 미치코의 원수만 갚으면 죽은 자식들과 마누라들이 많이 섭섭해 할 것 같아. 죽은 다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만나게 되면 미안해 얼굴을 못 들 것 같아, 가족의 원수도 처단하기로 했어.]

[혼슈로 가시게요?]

[응.]

[어떻게 가시려고요? 방법이 있으세요?]

[미치코가 사랑했던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넘어가면 돼.]

[항구도 다 폐쇄됐고, 다리도 모두 끊겼잖아요.]

[찾아보면 작은 배는 구할 수 있을 거야. 없으면 뗏목을 만들어 타고 가면 돼.]

[해상자위대와 해경에게 들킬 거예요.]

[내가 바라는 바야. 사람의 형상이니 혼슈까지 데려다 주겠지.]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줄곧 멧돼지로 있던 타타리가미가 마음을 바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혼슈로 넘어가려 했다.

길이 막혔지만, 간혹 쪽배와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오는 시코쿠 주민들이 있어 타타리가미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면 커다란 대야를 타고 나가도 의심받을 염려는 없었다.

[언제 오실 거예요?]

[가족들의 원한이 풀리면 그때 찾아갈게.]

[휴우~ 일본인 전체를 미워하진 마세요. 이사무님이 사랑했던 미치코님을 생각해 인정을 베풀어주세요.]

[고마워!]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상아의 인정을 베풀라는 말에 타타리가미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일본인 아내와 5년간 함께 산 타타리가미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대충이나마 알았다.

일본 정부의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일본인 아내와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일본 편을 들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이 점점 굳어지자 일본은 선한 나라, 한국은 악한 나라란 생각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미치코의 죽음과 상아의 고운 마음에 그동안 편파적인 눈으로 대한민국과 미래 레드몬 사냥팀을 봐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 선, 절대 악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타타리가미는 우리를 태운 헬기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가 다녀간 지 이틀 후 타타리가미가 홀연히 사라졌다. 24시간 타타리가미를 감시하던 해상자위대와 내각정보조사실에 비상이 걸렸고, 주일 미군도 사라진 타타리가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연기처럼 모습을 감춘 타타리가미는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의심받지 않게 이틀을 더 구루시마 해협 대교에서 시간을 보낸 타타리가미는 바로 아래 마쓰야마로 이동해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었다.

혼자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면 의심 받을 수도 있어 피난민들 잡아다가 왕 노릇을 하던 군인들을 몰래 해치운 후 우연을 가장해 사람들을 구출하고 함께 바다로 나갔다.

30명이 뗏목 세 대에 나눠 타고 바다로 나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고고 섬을 지나 나카지마 섬 근처까지 가자 그제야 멀리서 지켜보던 일본 해경 순시선이 다가왔다.

겁을 집어먹은 해경이 뗏목을 발견하고도 자기들 근처까지 다가올 때까지 방치한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직무유기로 난리를 쳤겠지만, 탈영병의 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주민들은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잡힌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그나마 남자들은 폭력과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게 전부였지만, 여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몹쓸 짓을 당했다.

탈영병들은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치마만 두르면 시도 때도 없이 강간했고, 사회에선 할 수 없는 변태적 욕구를 마음껏 해소하며 여자들을 괴롭혔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 여자들은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순시선에 발을 디디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신분증이 없는 타타리가미는 구레 항에 내리자 화장실을 다녀오는 척하며, 군항을 빠져나와 히로시마 시내로 들어갔다.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생긴 변신 스킬은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꿀 수 없었다.

간절한 바람으로 생긴 페널티인지, 미치코의 남편 이사무의 모습으로만 변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신분증을 만들 수 없어 고치 시에 살 때도 항상 경찰과 공무원의 눈을 피해 다녔다.

그래도 신분증을 요구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 훔친 돈으로 열차를 타고 도쿄로 이동했다.

일본 3대 우익단체 중 하나인 일본회의의 본부는 도쿄 메구로 구 아오바다이(?葉台)에 있었다.

그러나 회장과 주요 임원은 타타리가미가 나타나자 겁에 질려 업무를 핑계로 프랑스로 날아가 한 달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

일본의 숨결 공대원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찾을 수가 없었다.

상아의 말처럼 측은지심을 갖고 최대한 조용히 원수를 갚으려던 타타리가미의 바람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홋카이도에 있는 레드몬도 모두 부하로 만들었고, 천족(숙주가 된 사무라이)도 500명을 넘겼으니, 이제 삿포로를 접수해야지?”

“삿포로의 인간 병력도 만만치 않아. 무작정 달려들면 피해가 클 수도 있어.”

“설마 인간 따위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니지만, 피해가 크면 제국 건설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고, 대규모 토벌군이 상륙하면 위험할 수도 있어.”

“토벌대가 어떻게 넘어와? 잠수함과 어선으로 대규모 토벌대가 꾸려져?”

“그건 아니지만...”

“일하기 싫어? 온종일 계집들과 놀고 싶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요코의 눈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오자 겁에 질린 쇼타가 손을 흔들어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내일 새벽까지 끝내. 그러지 못하면 너와 살을 섞은 계집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다 잡아 먹어버릴 거야. 알았어?”

“아.아아.알았어.”

“나가. 꼴도 보기 싫어.”

요코의 축객령(逐客令)에 어깨가 축 쳐진 쇼타가 급히 방을 빠져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아사히카와를 점령하며 얻은 해외 능력자가 400명에 달하며, 천족의 수도 어느덧 500명을 넘겼다.

천족이 늘어나며 지하기지와 산업시설 건설에 탄력이 생기자 요코의 야망도 덩달아 커졌다.

홋카이도에 왕국을 세운다는 계획에서 홋카이도를 기반으로 일본과 연해주를 먹고 한반도와 중국까지 모두 차지해 대제국을 건설할 생각이었다.

요코의 야망이 허황된 것 같지만, 삿포로를 점령하며 천족의 수가 최대 2,000명으로 늘어나고, 혼슈의 레드몬도 모두 복속하면 한반도와 중국을 차지하는 게 꿈은 아니었다.

요코가 원하면 레드몬은 얼마든지 숙주로 삼을 수 있었다. 레드몬과 노예들을 관리할 천족만 충분하면 세계정복도 가능했다.

제국 건설을 위해 요코가 광분할 때 반대로 쇼타의 입지는 나날이 줄어들었다. 모두 어미인 요코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쇼타는 행동대장과 씨내리 역할로 전락했다.

또한, 처음 숙주로 삼은 홋카이도 소속 천족 중 20명의 등에 날개가 생기며 쇼타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며칠 전 안 사실로 요코의 생산 능력이 3일에 알 30개에서 50개로 늘었고, 날개 달린 천족도 요코가 원하면 언제든 생산할 수 있었다.

이러자 자신 대신 다른 천족을 이용해 알을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쇼타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쇼타의 이용가치는 지금보다 더욱 떨어져 입지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요코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