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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71화 (371/505)

00371  상처받은 영혼  =========================================================================

371.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 타타리가미를 따라 시호크가 재빨리 따라붙었다. 상아가 대화 내용을 텔레파시로 전달해줘 타타리가미가 남쪽을 향해 달리는 순간 고치 시에 미치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연아! 에번스 중장에게 연락해서 고치 시로 오라고 해.”

“알았어.”

세토 대교에서 90km 떨어진 고치 시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그러나 20분이 20년처럼 느껴지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주 소박한 삶을 산 타타리가미와 미치코는 고치 시 외곽의 작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

미치코는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모습만 바뀌었을 뿐 속은 멧돼지인 타타리가미의 아이를 가질 순 없었다.

그래도 둘은 정말 행복했다. 타타리가미가 특별한 기술이 없어 막노동으로 돈을 벌었지만, 힘이 천하장사라 둘이 먹고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많이 수다스럽다는 것만 빼면 여느 일본 남자와 달리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이라 미치코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갑자기 사라졌다.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안아주던 남편이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일하는 곳에 찾아가 물어봤지만, TV를 보다가 급히 나갔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가볼 만한 곳을 찾아 온종일 돌아다녔지만, 남편을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신분증이 없어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찾게 되면 고초를 겪을 수도 있었다.

이틀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미치코는 애타는 마음에 물조차 삼킬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타타리가미가 나타나 미치코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래도 동쪽 도쿠시마 현에서 일어난 일이라 남편 이사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애써 외면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3일 전 세토 대교가 끊기고 사카이데와 마루카메 등 주변 도시가 폐허가 되자 시코쿠 섬을 모두 떠나라는 대피령이 발령됐다.

그러나 미치코는 떠날 수 없었다. 남편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 안아줄 것 같아 이웃들이 떠날 때도 묵묵히 집을 지켰다.

이틀 만에 마을이 텅텅 비며 인적이 끊기자 복면을 뒤집어쓴 괴한들이 나타나 빈집을 털었다.

두려움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미치코는 침대 밑에 숨어 괴한들이 떠나기만을 간절히 기원했다.

“여자다.”

“아주 반반한데.”

“흐흐흐흐~ 땡잡았다.”

“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집이란 집은 빼놓지 않고 털던 놈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귀중품이 있는 곳을 찾다 미치코를 발견했다.

침대 다리를 붙잡고 악을 쓰며 버텼지만, 십 초도 버티지 못하고 끌려 나와 침대 위에 던져졌다.

“누가 죽인다고 했어? 왜 난리야?”

“살려주세요. 물건을 다 가져가도 돼요. 살려만 주세요.”

“물건은 당연히 우리 거고, 너도 이제 우리 거야. 흐흐흐흐~”

“저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나도 집에 가면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어. 찌익~”

“아악~ 사람 살려~”

“더 크게 소리쳐. 아무리 소리쳐도 달려올 사람은 없으니까. 흐흐흐흐~”

미색에 반한 괴한들이 달려들어 옷을 찢자 미치코가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빼빼 마른 놈이 미치코의 얼굴과 배를 주먹으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고통에 겨워 미치코가 쓰러지자 괴한 둘이 달라붙어 옷을 모조리 찢고 다리와 팔을 붙잡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팔다리를 붙잡힌 미치코가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얼굴과 복부에 큰 충격을 받아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아아악~”

메마른 미치코의 꽃잎에 성기를 쑤셔 넣은 놈이 허리를 튕기자, 팔다리를 붙잡은 놈들도 유방과 유두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시간 없는데 같이하자.”

“알았어.”

미치코를 잔인하게 짓밟던 놈이 미치코를 끌어안고 몸을 뒤집자 같이하자는 놈이 급히 바지를 벗고 등에 올라탔다.

“아아악~”

미치코의 마른 항문에 침을 발라 성기를 억지로 쑤셔 넣은 놈이 짜릿한 쾌감에 허리를 흔들었다.

“이년 조이는 맛 죽이네. 낮에 그년들보다 백배는 낫다.”

“데리고 다닐까?”

“헛소리하지 마.”

빈집털이 괴한은 총 다섯으로 한밑천 잡기 위해 경찰과 주민이 달아난 마을을 돌며 값나가는 금품을 챙기고, 덤으로 여자를 강간했다.

경찰과 주민이 모두 떠난 마을은 이들 것이나 다름없어 금품을 털다 날이 저물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잠을 자고, 여자를 잡으면 소리를 지르든 말든 마음껏 욕심을 채웠다.

일이 끝나면 마을에 불을 질러 흔적을 지웠고, 강간한 여자도 집안에 묶어 놓고 불을 질러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렇게 이틀 사이에 이들 손에 죽은 여자가 7명이었고, 남자와 노인도 30명이 넘었다.

다섯 놈에게 번갈아가며 능욕당한 미치코의 눈은 죽은 사람의 눈처럼 암울하게 변해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난 미치코는 10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고등학교 졸업 직전 병으로 돌아가시며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반반한 얼굴 탓에 몹쓸 짓을 수도 없이 당하며 남자를 극도로 미워했던 미치코에게  이사무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함의 결정체인 이사무는 언제나 다정다감하고 미치코에게 헌신적이었다.

지난 5년의 삶은 세상이 불행하다고 느낀 미치코에게 세상이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이사무가 사라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미치코는 이사무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울분을 토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욕심을 채운 놈들은 미치코를 침대에 묶은 다음 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다.

마을 전체에 불을 지르며 미치코의 집은 집안 구석에 불을 질렀다. 충격과 고통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는 미치코는 다행스럽게도 불에 타 죽기 전 연기에 질식해 숨을 거뒀다.

전력을 다해 달려온 타타리가미 앞엔 소중한 보금자리 대신 새까맣게 탄 채 무너진 집이 있었다.

미친 듯이 잔해를 해치자 타다 남은 미치코의 시신이 나왔다. 집에 도착하기 직접 숲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타타리가미는 사랑스러운 아내 미치코가 뛰어나와 품에 안기길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결과였다. 죽은 미치코의 시신을 안은 타타리가미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우아앙~ 우아앙~”

그 모습을 헬기에서 바라본 소연과 아리, 상아의 눈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차가운 눈밭에 어머니를 잃었을 때는 너무 어려 슬픔이 뭔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지난 일을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지금 이 순간 타타리가미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플 것이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조금만 일찍 왔어도 이런 일은 없는 건데. 흑흑흑~~~]

[.......]

[이사무님의 슬픔이 사라지면 그때 다시 찾아올게요. 미안해요!]

[잠시만 기다려줄래? 할 말이 있어.]

[네.]

근처 산에 헬기를 착륙시키고 1시간쯤 기다리자 죽은 미치코를 묻은 타타리가미가 말을 걸어왔다.

[아내를 죽인 놈들을 찾아줘.]

[네.]

[찾으면 어디 있는지 알려줘. 내가 갈 수 없는 곳이라면 다른 놈들에게 넘기지 말고 네가 잡고 있어. 내가 직접 처리할 거니까.]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연락드릴게요.]

[고마워.]

[몸조심하세요.]

[.......]

조지 워싱턴호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을 떨구는 상아를 품에 안고 다독이며, 소연과 아리의 손을 꽉 붙잡아 마음을 달래줬다.

내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타타리가미에게 고통을 준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우리가 떠나고 5일간 종적을 감췄던 타타리가미가 다시 돌아왔다. 죽은 아내 곁에 머물며 원혼을 달랜 타타리가미는 폭풍이 몰아치듯 이틀 만에 고치 현을 지도에서 영원히 지워버렸다.

그리곤 서쪽 해안을 따라 올라가며 에히메 현을 지워나갔다. 놀란 일본 정부가 주일 미군 버웰 벨 사령관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만, 사정을 모르기는 벨 사령관도 마찬가지로 미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새로 개발한 장치를 사용하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며 일본 정부가 따졌지만, 장치를 사용하기도 전에 타타리가미가 남쪽으로 내달렸다며 극구 부인했다.

소연은 상아와 타타리가미가 대화한 내용은 쏙 빼고 조사하려는 순간 녀석이 남쪽으로 내달려 마을로 들어간 것, 녀석의 동태를 살피러 1시간가량 근처 산에 헬기를 착륙시킨 것만 벨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타타리가미가 인간으로 변신했지만, 3km나 떨어졌고, 연기도 자욱해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타타리가미가 미쳐 날뛰자 일본은 마지막 남은 구루시마 해협 대교를 끊었다. 이로써 시코쿠 섬과 혼슈를 잇는 다리는 모두 끊어졌다.

작은 어선까지 주민들을 태우고 혼슈와 규슈로 이동해 시코쿠를 빠져나오려면 뗏목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제 시코쿠에 남은 주민은 고향을 등지기 싫어 고집을 피운 노인들과 실종자들로 대략 30만 명 정도였다.

시코쿠 주민 4,195,106명 중 타타리가미에게 죽은 사람은 1만 명 내외였다. 민간인보다 군인들의 피해가 더 커 1만 6,000여 명이 도쿠시마, 다까마쓰, 사세보 등에서 전사했다.

“아내가 죽어 마음 독하게 먹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또다시 건물만 부수네. 마음이 여려도 너무 심하게 여린 놈이네.”

“그런 것도 있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서 되도록 살생을 피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

“지지리 복도 없지. 두고두고 일본에 도움을 줬을 녀석을 발로 걷어 걷어차다니. 복덩이도 저런 복덩이가 없는데.”

“그렇게 말이야. 일본은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고, 우리에겐 다시없는 좋은 기회야.”

“이삭줍기야?”

“이삭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하지만, 손쉽게 주워담는 건 사실이지.”

소연의 말처럼 일본은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할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고, 우리는 상급 레드몬을 친구로 맞을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타타리가미의 자식들이 죽지 않고 잘 성장했다면, 타타리가미와 미치코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면, 일본은 상급 레드몬을 수호신으로 맞이하는 최고의 행운을 누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일본은 쇼타와 요코를 겁낼 일도 없었고, 미스트 존의 비밀도 파헤쳤을 수도 있었다.

우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일도 없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정복의 야욕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미래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어 생각처럼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치코를 끔찍이 사랑한 녀석의 모습을 보면 가능성은 매우 컸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의 숨결을 탓할 수도 없었다. 레드몬을 사냥하는 건 레드몬 사냥팀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운이 지지리도 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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