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8 상처받은 영혼 =========================================================================
368. 상처받은 영혼
“홋카이도에 있는 사무라이를 빼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혼슈에서 올려보낸 500명은 용병들이 홋카이도에 들어간 날 바로 빼냈고, 홋카이도 소속 사무라이들도 며칠 전 잠수함에 태워 모두 혼슈로 빼냈습니다.”
“병력을 집중해 홋카이도를 정리해도 모자랄 판에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혼슈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사무라이들만 있으면 해외로 나가 살아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저도 도통 이해할 수 없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손에 모래를 움켜쥐고 있어 봐야 결국엔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모른다니, 나이만 많았지 헛살았군요.”
“아베 마사히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그럭저럭 능력을 발휘하지만,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허둥대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칠 그런 부류라고 보시면 됩니다.”
TV와 영화 속에선 부잣집 도련님, 왕의 아들들이 모두 영웅이지만, 현실에선 대다수 부모의 후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로 세상을 바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집안에 돈이 많아 가방끈은 길었지만, 궂은일, 힘든 일을 해보지 않은 여린 도시 남자들로 황량한 벌판, 무인도에 데려다 놓으면 삼일도 버티지 못했다.
체육관에서 단련한 근육과 수영, 승마, 보이 스카우트 경험 등을 내세워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떠들겠지만, 보여주기 위해 배운 것들은 오지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도 살기 힘든 오지에서 에어컨이 빵빵한 헬스장과 출렁임조차 없는 수영장, 캠핑 도구가 다 갖춰진 야영에서 배운 것들은 죽은 지식에 불과했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는 깨끗하고 예쁘고 튼튼해 보여 관상용으론 최고였지만, 온실을 벗어나면 숨겨진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일본이 위기에 처하자 친일 정치인들과 친일 언론, 친일 기업가들이 손을 잡고 일본 살리기에 앞장섰다.
친일 사학자와 친일 단체들은 일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이 만큼 발전할 수 없었다는 망언을 쏟아내며, 일본을 돕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한 짓이라고 떠들며 핏대를 세웠다.
또한, 친일 기업과 언론은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과 일본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도 같이 무너져 모두 굶어 죽는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며 거짓 여론몰이에 나섰다.
더불어 모금활동을 벌이고, 일본 제품 구매 운동을 펼치는 등 조국(?)을 돕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다.
“오빠가 일본을 돕지 않으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일본이 36년간 우리나라에서 수탈해간 자원과 죽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
“은비 언니! 이 기사 보세요. 한일협정으로 과거의 작은 잘못은 모두 청산했고, 미개한 조선을 근대화시켜 문명국으로 바꿔 놓은 은혜가 하늘과 같다고 쓰여 있네요.”
“아영아!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니? 양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는 놈들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일본이 한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 친일 언론과 친일 사학자들이 한 말이에요. 물론 일본 정부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겠지만요. 생각이 없는 건지, 뇌가 일본 사람 뇌인지 모르겠네요.”
1965년 6월 22일에 체결한 한일협정은 36년간 일제가 수탈한 자원과 물자·인적 피해를 배상받을 기회를 고의적으로 차버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협정이었다.
일본은 개인 배상을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국가에 대한 배상을 일본에 요구했다.
그 대가로 군사 정권은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받으며 국가는 물론 개인청구권도 영구히 사라지게 했다.
당시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끊이지 않았지만, 군사 정권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회담을 지속해 한일협정을 맺는 매국 행위를 저질렀다.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을 근거로 위안부와 강제 노역에 끌려간 사람들의 개인적 피해 배상도 모두 끝났다고 주장했고,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외면하며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렸다.
또한, 문화재 협정도 인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극히 일부만 돌려준 채 몽유도원도와 같은 국보급 문화재는 돌려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런 기사가 날 때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쥐꼬리만큼 생기다가도 싹 사라지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걸까?”
“호소카와 총리가 매달려도 들어주지 않으니 여론을 움직여 오빠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이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나라가 일본인데, 이런 기사를 보고 일본을 도와주라고 한다고? 말도 안 돼.”
“동정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와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겠죠. 그리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과 언론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한다고 봐야죠.”
“여론조작이 범죄 행위라는 건 알고 하는 걸까?”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합리화가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에게 이런 짓은 범죄가 아니라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실천하는 일이겠죠.”
“그만하자. 얘기를 하면 할수록 열이 더 받는다. 시원한 맥주나 마시러 가자.”
“네!”
은비가 아영과 마샤, 서인, 아리, 제니퍼, 소희를 데리고 1층 거실로 내려가자 방에는 나와 상아만 남았다.
소연은 미래 레드몬 일로, 한숙과 은하는 일본 문제로 일요일 오후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오빠 화났나요?”
“아니!”
“그런데 왜 말이 없으세요?”
“생각 좀 했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세요?”
소연과 아영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TV에 나온 타타리가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방송용 헬기가 공중에서 잡은 타타리가미는 주춧돌 하나 남지 않은 다카마쓰 시 시청에 엎드려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았다.
일본 사람들은 그 모습을 치가 떨리게 무서워했고, 일부는 자신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풀이 죽은 개처럼 보였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고뇌하는 모습 같았다.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깊어져 은비와 아영이 친일 언론과 친일 사학자들 때문에 열을 내는 것도 무덤덤하게 들렸다.
“타타리가미가 혼슈로 넘어갈 생각이 있는지 생각했어.”
“제 생각엔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왜?”
“진짜 복수할 마음이 있었다면 시코쿠 주민을 모두 죽이고 벌써 넘어갔겠죠. 지금처럼 시간을 끌지는 않았을 거예요.”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끈다면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저도 그렇게 보여요.”
“너랑 나랑 둘이 몰래 갔다 올까?”
“저도 그 생각은 해봤는데, 마샤 말처럼 너무 위험해요. 타타리가미를 바라보는 눈이 수천 개가 넘잖아요.”
“3km까지 다가가 텔레파시로 말을 걸면 되잖아.”
“타타리가미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까요?”
“아니면 1km까지 다가가 교감 스킬을 사용하든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문제지만, 시코쿠까지 어떻게 가시려고요?”
“지지난달 러시아에서 인수한 잠입용 잠수함 있잖아. 그거 타고 시모노세키까지 간 다음 육로나 배로 들어가면 되지.”
“언니들이 그 말 들으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때려죽인다고 난리 치겠지. 아니면 골방에 감금하든지.”
“그걸 알면서 그런 말이 나오세요? 저부터 무조건 반대에요.”
“솔피들이 엄호하면 시모노세키까지 가는 건 문제없잖아.”
“그다음은요? 시코쿠 섬까지 어떻게 가실 건데요? 혼슈와 규슈로 빠져나가는 사람만 있고, 일반인 출입도 통제됐는데 어떻게 들어가려고요?”
“차가 없으면 걸어서 이동하면 되지.”
“근처까지 가는 거 말고 시코쿠 섬 들어가는 거 말한 거예요.”
“배를 한 척 빌리면 되겠네. 아니면 빼앗든.”
“해상자위대와 일본 해경이 쫙 깔렸는데 그걸 뚫고 들어가요? 배는 운전할 줄 아세요?”
“아니면 잠수정으로 가야지.”
“세토 내해에 레드몬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하시는 얘기죠? 그리고 세토 내해는 오안네스도 들어갈 수 없어요. 잠수정에 문스톤이 장착됐다고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예요. 먹이가 풍부한 곳이라 A급 엘리트 레드몬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 도와주는 척하고 놈을 만나러 갈까?”
“의도는 좋지만, 국민 여론을 생각하셔야죠. 오빠가 돕는다는 말만 나와도 우리나라 사람 80%는 오빠를 욕할 거예요. 시청 광장에 수백만 명 모이는 거 보고 싶으세요?”
“하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타타리가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러나 녀석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다. 내가 말한 방법은 형편없는 계획으로 생각대로 100% 맞아 떨어져도 성공하기 힘든 유치함의 극치였다.
더군다나 그곳은 나와 아내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지로 혼자라면 얼마든지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지만, 아내들을 주렁주렁 달고 가면 안전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만나고 싶으세요?”
“응!”
“그럼 이 방법은 어떨까요?”
“좋은 방법 있어?”
“미국을 이용하는 거예요.”
“미국을? 어떻게?”
“미국도 일본을 포기하고 싶진 않을 거예요. 자기 돈을 들이진 않았지만, 일본 내에 꽤 많은 자산을 확보했으니까요.”
“그렇지. 돈으로 따지면 엄청나겠지.”
요코타 공군 기지에 본부를 둔 주일 미군은 육군 2,541명, 해군 3,740명, 공군 12,398명, 해병 17,009명으로 총 35,688명의 병력과 미국 국방성에서 고용한 미국 민간인 5,500명이 일본에 거주 중이었다.
육군은 캠프 자마 & 캐스트너 육군 비행장과 포트 버크너에 주둔 중이었고, 해군은 야마토 시 해군 비행장과 사세보 해군 기지,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이용했다.
공군은 가데나 공군 기지, 미사와 공군 기지, 요코타 공군 기지를 사용했고, 해병대는 오키나와 현에 10개가 넘는 부대가 넓은 땅을 차지한 채 자기 땅처럼 사용했다.
넓이도 넓이지만 시설도 만만치 않았고, 하루가 다르게 커 나가는 중국을 견제해야 해 버리기엔 아까운 곳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잠시 필리핀과 괌, 평택, 오산 등으로 부대로 옮겼지만, 시설물과 기지를 지킬 일부 병력은 남아있어 미국이 일본을 떠날 마음이 없음을 보여줬다.
“타타리가미를 조사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조사만 한다?”
“그렇죠. 절대 사냥한다는 말을 해선 안 돼요. 미국도 일본을 놓치긴 아까운 실정이라 오빠가 타타리가미를 조사한다고 하면 일말의 기대를 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단,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만 알아야 해요. 일본이 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아주 괜찮은 생각인데.”
“마음에 드세요?”
“응! 아주 좋아.”
“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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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