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7 실마리 =========================================================================
367.
A급 히어로 레드몬 북극곰을 잡고 +2756짜리 각성의 씨앗 한 개, 51,850몬짜리 검은 레드스톤 한 개, 지름 3cm의 수면 주얼 하나를 얻었다.
“일단 쓰고 있어. 조만간 소환 주얼도 구해줄 테니까.”
“저는 소환 주얼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드는데요.”
“왜?”
“모두 잠재우고 오빠 괴롭히게요. 호호호호~”
“헉!”
A급 히어로 레드몬 북극곰
1. 이름 : 수면 주얼
2. 등급 : A급 히어로
3. 크기 : 3cm
4. 사냥일자 : 1995년 11월 7일
5. 장소 : 그린란드 미스트 존 밖
6. 모양 : 배부른 북극곰이 설원에서 늘어지게 자는 모습
7. 스킬 : 광역 수면, 반경 300m
8. 수면시간 :
① 레드몬 : 최하급 30분, 하급 20분, 중급 10분, C급 엘리트 1분, B급 엘리트 20초
② 사람 : 일반인 2시간, 최하급 30분, 하급 20분, 중급 피지컬리스트 10분, 중급 멘탈리스트 5분
9. 사용자 : 제니퍼
제니퍼의 바람과 달리 수면 주얼은 상급 피지컬리스트와 상급 멘탈리스트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중급 능력자까진 잠깐이라도 재울 수 있어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레드몬을 상대로도 효과가 매우 뛰어나 C급 엘리트 레드몬은 1분, B급은 무려 20초를 재웠다.
1초 만에 승부가 갈리는 전투에서 20초는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놈이 잠든 사이에 숨통을 열 번도 넘게 끊어놓을 수 있었다.
홀드, 마비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일부 방어가 가능했지만, 수면은 자객이 잠든 표적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는 것처럼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한 상태에서 죽일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스킬이었다.
또한, 수면 스킬에 걸리면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 깨어나지 않았다. 강한 충격을 줘야 깨어나 턱밑까지 다가가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문제는 두꺼운 가죽과 단단한 본스틸을 뚫을 능력이 되냐는 거지.”
“저는 그럴만한 타격력이 없어요. 오빠가 쓰는 게 맞아요.”
“나도 B급 레드몬을 상대로 수면 주얼을 쓸 이유가 없잖아.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데.”
“오빠가 안 쓰면 줄 사람도 없고 큰일이네요.”
수면 주얼은 나와 제니퍼만 반응해 다른 사람은 쓸 수 없었다. 시랑이 사용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레드주얼은 복불복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빨리 상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해 강력한 스킬을 얻어야지.”
“저도 그러고 싶죠. 하지만 상급 멘탈리스트가 자판기 커피처럼 누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생각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2년이면 충분해.”
“정말요? 그게 가능해요?”
“걱정하지 마.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 테니까.”
제니퍼의 멘탈포스 수치는 725로 기감력을 터득하지 못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2년 안에 상급 멘탈리스트가 되는 건 문제없었다.
제니퍼가 놀란 건 연리지주얼과 정화수, 은행 열매 등의 효과를 잘 몰라서 그런 것으로, 보약을 잘 먹고 죽도록(?) 힘든 훈련만 소화하면 상급 멘탈리스트까진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었다.
“오빠!”
“응?”
“저만 발전하는 건 옳지 못한 것 같아요. 아만다와 캐서린도 도와주세요. 둘 다 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나는 내 여자가 아니면 도와주지 않아. 너도 알잖아.”
“아만다와 캐서린이 오빠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달라.”
“모네론 섬까지 데리고 갔으면서 왜 그래요? 둘이 어떤 마음인지 오빠도 알잖아요. 절대 오빠 떠나지 않아요. 그러니 도와주세요.”
“으음... 일단 훈련에 동참시켜보고 하는 거 봐서 기감력을 전수할지 결정할게.”
“정화수와 보약은 챙겨주실 거죠?”
“응.”
“포스 샤워는요?”
“그것까지 해줘야 해?”
“싫으세요?”
“아니! 좋지. 착한 몸을 구석구석 더듬는 걸 싫어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흐흐흐흐~”
“엉큼하기는.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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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풍과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던 그린란드에서 돌아온 건 A급 히어로 레드몬을 사냥하고 정확히 열흘 후였다.
각성의 씨앗을 더 구해 은하를 능력자로 각성시키려는 욕심에 5km 단위로 이동하며 외곽을 샅샅이 훑었다.
그렇게 열흘간 고생했지만, 눈밭을 뛰어다니는 레드몬만 몇 마리 봤을 뿐 결계를 만든 매개물을 찾을 순 없었다.
버드나무 결계는 미스트 존 다섯 곳을 돌며 처음 발견한 성과로 미스트 존을 빠져나올 방법과 보스가 어떤 레드몬인지 실마리를 제공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작은 가지와 잎만 보고 나무를 추측하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이건 단순하게 어느 나무인지 밝혀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너무 쉽게 접근하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전혀 엉뚱한 것을 실체로 오인해 위험을 자초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자료를 모으고, 더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때까지 섣부른 판단과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아직 시간은 우리 편으로 최대한 길게 잡고 갈 생각이었다. 은하에겐 미안했지만, 은하만 내 아내는 아니었다.
한 명이 괴로워한다고 나머지 아내들을 위험하게 할 순 없었다. 순리에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체를 위하는 길이었다.
그린란드를 다녀온 사이 타타리가미는 북쪽 해안을 따라 카가와 현으로 넘어가 사누키 시와 다카마스 시를 박살 내고 천천히 세토 대교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을 느낄 만큼 타타리가미는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며 건물만 파괴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일본은 2~3일마다 도시가 하나씩 사라지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타타리가미를 죽일 방법만 모색했다.
홋카이도는 아사히카와 시가 쇼타와 요코의 수중에 떨어져 삿포로와 주변 도시만 남게 됐다.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리다고 레드몬의 공격을 분산해주던 아사히카와 시가 사라지자 삿포로와 이와미지와, 기타히로시마, 지토세에 대한 공격이 나날이 거세졌다.
“10일 새벽 3시 2,000마리가 넘는 레드몬이 야음을 틈타 아사히카와 시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번 공격에는 중급 레드몬 200마리와 B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도 함께했습니다.”
“쇼타와 요코는 공격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방어병력이 많지 않아서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병력이 얼마나 됐습니까?”
“해외에서 모집한 능력자 2,000명 중 500명과 육상자위대 북부 방면대 5여단이 아사히카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자주 고사기관포와 장갑차는 없었습니까?”
“모두 삿포로에 배치됐습니다.”
“고립되면 모두 죽는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일본 정부의 계획은 삿포로 시를 방어하는 동안 미국에서 B-52 스트래트포트리스를 지원받아 융단 폭격으로 레드몬의 수를 줄이고 토벌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B-52 스트래트포트리스(B-52 Stratofortress)는 1955년부터 미국 공군에서 활동 중인 장거리 아음속 전략 폭격기로 미·소 냉전 시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하 3의 XB-70 발키리, 초음속 폭격기 B-1B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높은 성능과 저렴한 운영비로 현재도 계속 운용 중이었다.
상승고도가 50,000ft(17,000m)로 쇼타와 요코의 공격에도 안전했고, 한 번에 27,200kg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을 쏟아 부을 수 있어 재래식 무기지만 파괴력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미군은 언제 공격에 나서는 겁니까?”
“아직 협상 중입니다.”
“이 기회에 껍질까지 홀라당 벗겨 먹을 심산이군요?”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궁지에 몰린 일본이 협상에 난항을 겪을 정도면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동맹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서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나 역시 미국처럼 기회가 된다면 일본을 벗겨 먹는 일에 앞장설 생각이라 미국을 탓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국이었고, 나는 적으로 서로 대하는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사히카와에 있는 병력을 도마코마이 시로 이동시켜 항구를 확보한 후 병력을 충원해야 할 것 아닙니까?”
“게릴라 전술에 당한 고바야시 카나타 북부 방면대 막료장이 겁을 먹고 허둥거리는 바람에 때를 놓쳤습니다. 참모부가 여러 번 건의했지만, 방어막이 얇아지면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요청을 묵살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러시아 침략을 막는 최정예 부대인 북부 방면대를 맡을 수가 있습니까?”
“아베 회장 사람으로 잠시 경력을 쌓기 위해 북부 방면대를 맡은 사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베 회장도 사람 보는 눈이 없군요.”
“사람보다 가문을 우선시해서 그렇습니다.”
아베 마사히코의 측근은 모두 2차 대전 이전부터 아베 가문을 따르던 충복들로 시대가 바뀌었지만, 사람은 그대였다.
이건 아베 마사히코의 잘못이 아니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같은 부류끼리 어울리다 보면 보이는 사람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베 회장처럼 지킬 것이 많고, 뒤가 구린 사람은 능력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때문에 수첩에 적힌 사람은 몇 명 안 됐고, 그 안에서 사람을 발탁해야 해 좋은 인재를 등용하기는 시작부터 글러 먹었다.
“병력은 올려보내고 있습니까?”
“잠수함과 소형 선박을 이용하고 있지만, 수송 능력이 떨어져 큰 도움은 안 됩니다.”
쇼타와 요코의 비행능력으로 하늘과 바다 모두 수송로가 끊기자, 눈에 잘 띄지 않는 소형 선박과 잠수함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했다.
그러나 수백 척을 동원해도 대형 수송한 한 척만도 못해 판세를 뒤집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10월 29일 삿포로에 2차로 올려보낸 해외 능력자 1,031명이 추락해 모두 죽고, 수송선 20척도 침몰하자 일본 정부도 변종 모기 레드몬에서 진화한 쇼타와 요코가 범인이란 걸 알게 됐다.
일본 정부는 쇼타와 요코의 가족을 동원해 회유하려 했지만, 인간의 모습과 감정, 기억 등은 갖고 있지만, 이미 레드몬으로 변한 쇼타와 요코에게 가족의 사랑 따위는 잊힌 지 오래였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린 호소카와 총리는 돈과 지위, 땅을 이용해 쇼타와 요코를 유혹했다.
일본은 쇼타와 요코를 끌어들여 타타리가미를 상대할 목적으로 홋카이도를 반독립 상태로 인정할 뜻을 비쳤다.
그러나 왕국을 건설하려는 쇼타와 요코에게 일본 정부의 제안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였다.
홋카이도를 기반으로 일본 전체를 노리는 쇼타와 요코에게 반독립이라는 말은 작은 사탕 하나를 쥐여 주고 달래려는 것과 같았다.
이는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깔보는 것으로, 호소카와 총리와 일본 정부는 아직도 쇼타와 요코의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연속으로 악수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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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