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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66화 (36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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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실마리

세계에서 가장 큰 섬 그린란드(Greenland)는 기원전 2,500년 무렵 알래스카 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와 시베리아 극동에 사는 원주민 이누이트 족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북쪽에서 남쪽까지의 길이가 대략 2,670km, 동서 최장 길이는 1,050km 이상으로 면적은 2,166,086㎢, 인구는 4만 명 정도였다.

소란을 피해 날아간 곳은 북위 77도, 경도 40도로 그린란드 정중앙이었다. 오직 눈밖에 없는 이곳을 오기 위해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k)에서 다시 1,500km를 날아와야 했다.

“정글은 가기 힘드니까 편안한 그린란드로 가자고? 지금 장난해? 이게 편한 거야? 정글보다 고생을 몇 배로 하는 줄 알아?”

“미안!”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야? 눈보라에 앞을 볼 수도 없고, 추위에 손은 얼어붙고, 보이는 거라곤 오직 눈밖에 없잖아. 낭만은 고사하고 얼어 죽게 생겼어.”

“나도 이럴 줄은 몰랐어. TV에서 보는 것처럼 멋질 줄 알았단 말이야.”

은비의 잔소리를 묵묵히 이겨내야 할 만큼 그린란드 날씨는 최악이었다. 영하 20도가 넘는 맹추위와 눈보라로 인해 누크에서 미스트 존까지 가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비행기가 뜨질 못해 전용기에서 하루를 소비했고, 미스트 존에 도착해선 강한 눈보라에 가시덩굴 속에서 또 하루를 갇혀 있었다.

사진과 TV에서 보던 그린란드의 눈 덮인 산과 끝없는 빙원은 한 폭의 그림이었지만, 현실은 얼어 죽기 딱 좋은 지옥이었다.

눈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 이곳에 버려진다면 배 터지게 눈 먹고 죽든지, 얼어 죽든지 둘 중의 하나였다.

“살라고 공짜로 줘도 못 살겠네요.”

“지하자원이 많으니까 개발해서 멋진 집 짓고 살면 되지.”

“지하자원 개발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자재 운반해 집 짓다가 늙어 죽을 수도 있어요. 추워서 집 지을 수도 없을 것 같고요. 그리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도 닦으러 오면 모를까 심심해 미칠 거예요.”

“상아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마음이 바뀌었어?”

“오빠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이보다 더한 곳이라도 전 상관없어요. 까르르~”

그린란드는 툰드라 지대로 얼음에 덮이지 않은 일부 지역에 약간의 자작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만 잡목으로 간신히 자랄 뿐 8m 이상 자라 가지를 뻗은 나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북극곰, 사향소, 순록, 북극여우, 북극늑대, 산토끼, 흰담비, 북극쥐 등의 포유동물과 물범, 고래, 연어, 송어 등이 전부로 곤충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20km나 들어갔는데 보이는 게 없어?”

“눈보라가 심하게 쳐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놈도 없어.”

“미스트 존도 바깥처럼 기후 변화가 심해?”

“안에 있는 놈들이 밖에 있는 놈들보다 강하다는 것과 결계가 있다는 것을 빼면 크게 다를 게 없어.”

“뿌연 안개 때문인지 미스트 존엔 영화에서 나오는 흉측한 괴물들이 득실댈 것 같아.”

“아리야! 괴기 영화 좋아해?”

“아니! 무서워서 못 봐. 사탄의 인형에서 나오는 처키만 봐도 기겁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야?”

“귀신과 악령!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쳐.”

“사람들이 미스트 존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안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더욱 두려워하는 것 같아.”

“바로 그거야.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공포!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미스트 존을 두려워해. 하지만 이 안도 바깥과 다를 것이 없어. 사람 사는 곳이 결국에 다 똑같듯이 이 안도 마찬가지야.”

“레드몬이 우글거리는데 똑같아?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봐. 돌 맞아.”

“그런가?”

호러 영화나 전설의 고향을 보다 가장 무서울 때는 귀신과 저승사자가 나타나기 직전이었다.

음산한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공포에 질린 배우들의 얼굴과 보이지 않는 귀신을 찾아 어두운 숲과 골목, 방을 비취면 심장이 오그라들어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처럼 우리가 가장 심한 공포를 느낄 때는 괴물이든, 귀신이든 실체가 나타나기 직전으로 미스트 존도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사람들의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

“잠깐만!”

“왜?”

“모두 조용!!!”

구미호를 불러들여 가시덩굴로 돌아가려는 순간 신장 11.8m, 몸무게 3.2ton짜리 대형 북극곰이 나타났다.

순백의 북극곰은 급한 일이 있는지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구미호가 하늘에서 놈을 쫓아 동쪽으로 3km를 이동하자 하늘로 30m나 솟아오른 커다란 버드나무가 나타났다.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는 눈보라 속에서도 싱그러운 나뭇잎을 바람에 휘날리면 꿋꿋하게 서 있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모습에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원수라도 만난 듯 북극곰이 괴성을 질러대며 커다란 앞발로 나무를 후려쳤다.

“크아악~~~”

“쾅~ 쾅~ 쾅~”

하얀 서리 같은 예기가 3m나 자라난 북극곰의 앞발이 버드나무를 후려칠 때마다 굉음과 함께 나무가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허리가 꺾일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짝 긁히기만 할 뿐 버드나무는 백두산처럼 굳건한 모습으로 북극곰의 공격을 받아냈다.

나무가 부러지지 않자 북극곰이 뒤로 물러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3분 동안 포스를 모으자 5m의 크기의 하얀 공이 생겨났다.

“쿠앙~”

북극곰의 손을 떠난 하얀 공이 버드나무의 허리를 때리자 굉음과 함께 나무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5m가 넘는 하얀 예기를 뿜어낸 북극곰이 달려들어 혼신의 일격을 날리자 버드나무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쾅~ 쾅~ 쾅~”

균열을 향해 북극곰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계속 내려치자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버드나무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건 또 뭐야?”

“뭔데 그래?”

“버드나무가 반으로 쪼개진 자리에 시커먼 동굴 같은 게 생겼어.”

“동굴?”

“응, 어? 동굴에 들어간 북극곰이 사라졌어.”

아리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북극곰이 시커먼 동굴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굴에서 미스트 존의 보스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북극곰이 뛰어들며 사라졌다.

“오빠! 왼쪽 5km 지점에 A급 히어로 레드몬으로 추정되는 북극곰이 갑자기 나타났어요. 아무래도 오빠가 말한 북극곰이 결계를 빠져나온 것 같아요.”

“모두 여기서 기다려.”

상아와 아내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파멸의 창을 뽑아들고 놈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A급 히어로 레드몬 북극곰

전투력 : 9185+2756

지  능 : 134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51,850

스  킬 : 알 수 없음

철갑과 피해 면역을 동시에 쓰고 분신주얼까지 이용해 몸을 두 개로 나눈 후 번개 같은 속도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악~~~”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에 지친 북극곰이 괴성을 지르며 예기가 길게 자란 양발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나 놈의 시선을 잡아 끈 건 정면으로 다가간 허상으로 놈이 허상에 정신이 팔린 사이 뒤로 다가가 파멸의 창을 허리에 꽂아 넣었다.

“우워어어~~~”

고통에 찬 북극곰이 비명을 질러대며 앞발을 허공에 대고 마구 휘둘렀다. 내장이 녹아내린 상태에서도 히어로 레드몬(+가 붙은 엘리트 레드몬을 우리끼리 부르는 용어)이라고 5분 넘게 발광하다 숨이 끊어졌다.

“버드나무가 결계였어요?”

“미스트 존이 그대로인 것으로 봐서 결계를 지탱하는 여러 나무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럼 미스트 존의 주인이 버드나무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러나 단정 지을 순 없어. 마샤와 아리가 소환하는 매개물과 같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매개물이라면 사라져야 하는데, 쪼개졌어. 살아있는 나무처럼. 그렇다면 매개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인데...”

“동굴 열려있으면 구미호에게 잎과 가지를 가져오라고 하면 되잖아요.”

“잠시만.”

파멸의 창으로 틈을 만들고 구미호를 들여보내 쪼개진 나무로 보냈다. 다행히 동굴이 작아지긴 했지만, 구미호가 들어갈 틈은 충분했다.

가지는 끊을 수 없어 잎사귀 몇 개만 잎에 문 구미호가 동굴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버드나무가 맞네.”

“레드몬이에요?”

“아니. 그냥 버드나무야.”

“버드나무가 A급 히어로 레드몬의 공격을 버텨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그거야 결계로 쓰는 나무니까 보스가 단단하게 만들었겠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어떻게 눈밖에 없는 이곳에 버드나무가 살 수 있냐는 거야.”

“오빠! 오파츠라고 아시죠?”

“시대에 맞지 않는 유물?”

“네, 버드나무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이나, 환경에서 생장했을 수 있어요. 아시잖아요. 우리가 아는 지식은 정확하지 않다는 거요.”

오파츠(OOPARTS)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시대에서 만든 유물을 말하는 것으로 대다수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는 오파츠를 사기로 생각해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인 안티키티라 기계, 고대 기술력의 집결체인 인도 아소카왕의 철 기둥, 아틀란티스의 메달, 바그다드 배터리 등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이중 가장 압권은 기원전 5,000년경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살던 농경민족이자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었다.

기원전 3,800년경 마치 누군가가 전해준 건 같은 고도화된 문명을 가지고 나타난 수메르인은 그 지역을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고 문명국가를 건설했다.

바퀴, 달력, 문자 등등 몇 세기를 뛰어넘는 과학기술로 순식간에 엄청난 번영을 누렸다.

이들은 고도의 발달한 법체계와 청동을 만드는 방법, 백내장을 제거하는 의학 등 현대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었다.

특히, 달력은 일식·월식은 물론 행성들의 세세한 움직임도 기록됐고, 25,920년을 주기로 지구 축이 도는 세차운동의 차이마저 알고 있어 놀랍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인간의 문명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었고, 신이라 불렸던 다른 존재가 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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