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5 재앙신 타타리가미 =========================================================================
365.
수색대가 도쿠시마 시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타타리가미는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정말 포탄에 맞아 죽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타타리가미의 화염 폭풍에 황량한 벌판처럼 변해버린 도쿠시마 시는 함포 사격과 폭격에 생긴 구덩이를 빼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남아있지 않았다.
상급 레드몬 치고 타타리가미가 매우 작지만, 허허벌판에서 3m 크기면 헬기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찾을 수 있었다.
타타리가미를 찾지 못하자 일부 성급한 지휘관들이 타타리가미가 죽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휘관들의 환호에 병사들도 살아서 집에 갈 수 있다며 얼싸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항거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나면 군기가 센 군대도 버틸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일로 서부 방면대도 탈영병이 속출하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렇게 타타리가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할 찰나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타타리가미가 나루토 시에 나타났다.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나루토 시에 모습을 드러낸 타타리가미는 울분을 토해내듯 화염 폭풍을 날려 도시를 가루로 만들었다.
“타타리가미가 바보도 아니고 계속 맞아준다고 생각하다니 멍청한 거야? 아니면 단순무식한 거야?”
“이틀 동안 함포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고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다면 아둔해도 정말 아둔한 거죠.”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지휘관이 무능하니까 병사들만 죽어나지.”
“좋은 동료를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지휘관 밑에 있는 건 더 어려운 법이에요.”
“그건 그렇고 타타리가미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 같은데. 상아가 보기엔 어때?”
“저도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좋게만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마샤의 예언 이후 무의식적으로 타타리가미를 좋게 보려 했다. 그러나 그건 매우 위험한 생각으로 상아의 말처럼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
또한, 예언이 틀린 적이 없다고 맹신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킬은 완벽한 게 아니었다.
몸 상태에 따라 스킬이 실패할 때도 있었고, 정신적인 문제로 오류가 생겨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신도 실수할 때가 있는데,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루토 시를 박살 낸 타타리가미는 나루토 대교 앞에서 또다시 하루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넋이 나간 것처럼 부서진 다리 위에 쪼그리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도 도쿠시마에 천문학적인 포탄을 쏟아 부은 다음 타타리가미가 엘리트 레드몬이 아닌 상급 레드몬이란 걸 인정했다.
황당한 건 도쿠시마 시에 포탄을 쏟아 붓기 직전 무카이 실장이 호소카와 총리에게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놓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일본의 존망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정보부 수장인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을 바꿀 순 없었다.
그건 정보 라인을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는 뜻으로 무카이 실장의 실수로 큰 피해를 봤지만, 당장은 대안이 없어 무조건 끌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명을 연장한 무카이 실장은 제대로 된 정보와 알찬 계획을 쏟아내며 호소카와 총리의 마음을 살살 녹여 다시 신임을 얻으려 했다.
“오빠! 저 좀만 더 있으면 안 돼요?”
“힘들어도 몇 달만 참아.”
“하루만 더 있다가 갈게요.”
“그렇게 2주일이나 더 있었어. 더는 안 돼.”
“정말 가기 싫어요. 제발요.”
“2~3년만 참아. 그 안에 여왕과 타협점을 찾을 테니까. 그 다음부턴 나랑 쭉 같이 사는 거야. 그러니 행동 잘해”
“휴우~ 알았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는 로라를 몸을 달래 간신히 영국으로 돌려보냈다.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소연의 말에 어쩔 수가 없었다.
“스텔라, 셀리나, 루나도 돌아가서 일해. 계속 나진시에 있으면 너희가 사랑하는 브라질은 어쩌라는 거야.”
“돌아가도 일이 손에 잡힐지 모르겠어요.”
“너희가 그러면 내가 욕먹어. 내가 욕먹으면 좋겠어?”
“아니요.”
“알면 잘 처신해.”
“하아~ 알았어요.”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던 세쌍둥이도 찐한 밤으로 마음을 달래준 후 전용기에 태워 브라질로 돌려보냈다.
나야 같이 있으면 욕망을 채울 내 여자가 더 많아 나쁠 게 없지만, 여왕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한숙을 괴롭혔고, 브라질 정부도 결혼하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해와 마냥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아내들과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고, 세쌍둥이가 나를 좋아해도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해 사랑이라 느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남 주기는 아까웠다. 남들이 들으면 욕심이 하늘에 닿았다고 욕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내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것이었고, 내 것이 될 것 같은 여자도 무조건 내 것이었다.
“지홍아! 절대 도와주면 안 돼. 이것들 정말 양심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어. 그 짓거리를 해놓고선 어떻게 도움을 청할 수가 있지? 뻔뻔해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지홍씨! 아리 말처럼 절대 도와줘선 안 돼요. 벳푸 조약도 문제지만, 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욕한 놈들이에요. 불구 대천지원수나 다름없어요. 그런 놈들을 도와주면 죽어서 아버님과 어머님, 할아버님과 할머님을 무슨 면목으로 보겠어요. 저는 절대 그 꼴은 못 봐요.”
“나도 서인 언니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야. 만약에 오빠가 섬에 혹해서 놈들 계략에 또다시 넘어가면 다시는 안 볼 거야. 농담 아니니까 잘 새겨들어.”
아리에 이어 서인과 은비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일본을 도와주면 안 된다고 열을 내며 닦달했다.
한숙, 은하, 제니퍼, 아영, 상아, 먀샤, 소희까지 한 마디씩 거들며 내가 일본을 도와주면 모두 보따리를 쌀 것처럼 광분했다.
“내가 언제 도와준다고 그랬어? 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왜들 이래?”
“레분 섬이 탐난다고 했잖아.”
“홋카이도를 염탐하기는 괜찮은 섬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탐난다고 했어?”
“그게 그 말이잖아.”
레분 섬은 홋카이도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 시에서 서쪽 60km 떨어진 동해에 있는 섬으로 면적 81.33㎢의 제법 큰 섬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항구도 있고, 길이도 18km로 산을 깎으면 공항도 만들 수 있어, 섬을 차지하면 홋카이도를 발아래 두고 감시할 수 있었다.
타타리가미가 부서진 나루토 대교 위에 넋을 놓고 앉아 있자 일본 정부가 엠코사의 레드몬 킬러를 보내 에너지양을 측정했다.
타타리가미 레드스톤 에너지 : 222,250몬
C급도 아닌 B급 상급 레드몬으로 밝혀지자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B급 상급 레드몬은 인류가 지금껏 발견한 레드몬 중 가장 강력한 레드몬으로 A급 엘리트 레드몬조차 사냥해본 적이 없는 일본에겐 재앙이었다.
B급 상급 레드몬의 출현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등급만으로도 전율할 일이지만, 크기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달라 과학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타타리가미의 크기는 단순히 커지고 작아진 문제가 아니라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것을 의미했다.
한 마리만 보고 결론지을 순 없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레드몬이 진화한다는 것에 과학자들은 큰 우려를 자아냈다.
불구경하듯 다른 나라에서 호들갑을 떨어댈 때 당사자인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미카제 공대와 오니 공대를 보내는 건 새 발의 피,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현재 취할 방법은 혼슈로 넘어오지 못하게 시코쿠를 완벽히 고립시키는 것과 상급 레드몬을 잡아줄 곳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호소카와 총리는 무카이 실장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바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소카와 총리가 미일상호방위조약(美日相互防衛條約)에 따라 일본을 도와달라고 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일본이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서로 협력해 적군을 물리치는 것이 상호방위조약이지, 레드몬의 침입과는 무관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미국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테니 도와달라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바쁘다는 말을 끝으로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5분 후 버웰 벨(Burwell Baxter Bell) 주일 미군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훈련을 핑계로 내일부터 해군과 공군은 괌과 오키나와 기지로, 지상군은 필리핀과 하와이, 괌, 용산, 평택 기지 등으로 이동한다고 통보했다.
레드몬의 출현과 함께 상호방위조약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였지만, 오랫동안 혈맹이란 이름으로 일본의 피를 빨아먹은 미국은 최소한 도와주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상급 레드몬과 엮이는 게 싫고, 상호방위조약이 레드몬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그동안 받아먹은 것의 단 10%라도 토해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이런 식으로 위기가 올 때마다 혼자서만 살겠다고 꽁지를 빼면 누가 미군에게 기지를 제공하고 방위비를 분담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겠는가?
신뢰는 말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배려와 행동에서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행동은 우방이라는 말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미국이 매몰차게 등을 돌리자 남은 것은 이제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가 아니면 암시장에서 수소폭탄을 구해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타타리카미의 머리에 떨어뜨리기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것 역시 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레드몬 한 마리에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못할 짓이 없었다.
미국마저 등을 돌리자 호소카와 총리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개지랄을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최대한 공손하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여전히 시커매 우리에겐 고작 작은 섬 하나를 제시하고, 미국에는 백지수표를 위임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클린턴 대통령과 단둘이 전화해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딴 짓을 했겠지만, 호소카와 총리와 전화를 끊은 클린턴 대통령은 한숙에게 바로 전화해 고자질하듯 호소카와가 한 말을 모두 알려줬다.
“일본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안 가. 일본 여자를 다 준다고 해도 절대 안 가. 그리고 B급을 내가 잡을 수 있을지 알지도 못하는데 미쳤다고 거기에 가? 내가 돌았어? 머리에 총 맞았어? 아영아! 내가 원하는 게 뭐야?”
“저희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런데 내가 미쳤다고 거기에 가? 멱살 잡고 끌고 가려 해도 절대 안 가.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
“진짜지?”
“은비야! 내가 언제 이런 일로 두말하는 거 봤어?”
“뒤에 가서 딴소리하기 없기야. 그럼 내 손에 죽어.”
작은 손을 꽉 움켜쥐고 흔드는 은비의 모습이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었지만, 잡아먹을 듯 째려봐 안아주지도 못한 채 고개만 열심히 흔들었다.
“이렇게 하자. 집에 있으면 시끄러우니까 미스트 존이나 확인하러 가자.”
“그게 좋겠네. 근데 10일 날 삼각동맹 맺기로 한 건 어쩌려고?”
“다음 달로 미뤄야지. 제니퍼! 장인어른에게 상황 설명 좀 해줘.”
“네.”
“한숙은 옐친 대통령에게 전화 좀 넣고.”
“알았어요.”
“브라질과 콩고민주공화국은 정글이라 들어가기 힘드니까 덴마크령 그린란드로 가자. 만년설도 보고 좋잖아.”
“오~ 만년설! 이글루 만들어줄 거야?”
“커다랗게 저택을 지어 줄께.”
“앗싸~ 빨리 가자.”
“지금?”
“할 일 있어?”
“아니!”
“그럼 짐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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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