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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64화 (364/505)

00364  재앙신 타타리가미  =========================================================================

364.

그렇게 5년간 인간과 함께 산 타타리가미는 인간 사회에 깊이 동화됐다. 그러나 가족을 모른 체할 수 없어 가끔 즈루기 산으로 올라가 가족들을 만났다.

새끼들도 자신처럼 빨리 인간 사회에 살 수 있도록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며 알뜰하게 가족을 챙겼다.

그런 타타리가미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시코쿠 중남부 고치 시에서 예쁜 아내를 얻어 5년째 행복하게 살던 타타리가미가 일본의 숨결 사냥팀이 자신의 가족을 잡으러 갔다는 소식을 들은 건 사냥이 끝난 다음이었다.

허겁지겁 즈루기 산으로 달려갔지만, 남은 건 부서진 토굴과 움푹 파인 구덩이 그리고 붉은 피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는 허황한 희망을 품고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살아있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타타리가미는 고뇌했다.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인간 아내와 인간 사회를 위해 참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진짜 가족을 위해 인간에게 복수할 것인가?

하루 동안 부서진 토굴에 우두커니 앉아 고민한 타타리가미가 토굴을 빠져나왔을 땐 인간의 모습이 아닌 몸길이 3m의 멧돼지였다.

타타리가미는 아주 천천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놀려 일본의 숨결 공대원들이 자신의 가족을 죽여 짐짝처럼 실어간 길을 따라갔다.

타타리가미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레드몬 사냥팀만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으로 가족의 원수를 조용히 갚을 생각이었다면 인간의 모습으로 찾아갔어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죽은 가족에게 미안해 멧돼지 모습으로 그들을 찾아갔고, 지나가는 마을마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를 잡기 위해 총을 쏴댔다.

큰 상처를 받은 타타리가미는 울분을 토해내듯 화염 폭풍을 사용해 마을을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렇게 천천히 아난 시를 거쳐 도쿠시마 시까지 갔지만, 어느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주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자신이 레드몬이란 이유로 인간들은 철저히 동물로 취급했다.

회의와 함께 밀려온 허탈함에 타타리가미는 긴 세월 동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고치 시에 자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릴 아내와 자신이 사랑했던 집, 마을이 눈에 밟혔다.

타타리가미가 이런 마음이 없었다면 시코쿠 섬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동경이 타타리가미의 마음을 약하게 하며, 발걸음을 늦춰 그나마 피해를 덜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타타리가미의 슬픈 마음을 몰라줬다. 인간에게 레드몬은 지능이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 열등한 동물일 뿐이었다.

인간의 먹이가 될 열등한 동물에게 말을 건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자, 치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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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응?”

“오빠가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일이 생겼어요.”

“그게 뭔데?”

“이거요.”

3박 4일간 아침·점심·저녁을 혼자 다 챙기고, 치우고, 술상에 잠자리까지 돌보고 집에 돌아오자 파김치가 됐다.

체력은 세계 최강이라 힘들 것이 없지만, 아내들의 잔소리와 고충을 일일이 들어주는 것은 고문이었다.

특히, 술에 취해 털어놓는 고민은 고민이 아니라 주정이라 사람을 더욱 힘들게 했다.

여행은 쉬러 가는 것이지 나처럼 뒤치다꺼리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노동이지 휴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낼 수도 없었다. 1년 내내 나를 위해 일하는 아내들을 위해 고작 3박 4일도 희생하는 걸 못 참는다면 나는 인간도 아니었다.

여자도 꾸준히 사회생활을 해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아내들을 마구 부려먹으며, 장작 나는 사람 만나는 걸 극도로 싫어해 훈련과 사냥만 했다.

이러고도 3박 4일이 힘들다고 하면 돌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혼자 애쓰는 게 미안한지 둘째 날 저녁부터는 돌아가며 육탄 공세로 살짝 삐지려는 마음을 달래줬다.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어 침대에 너부러져 있는데, 마샤가 사진을 한 장 들고 왔다.

사진 속 인물은 사람이 아닌 요즘 최고의 주가를 구가하는 상급 레드몬 타타리가미였다.

“오안네스와 백호 사진으로 예언 스킬 사용한 거 알죠?”

“응, 다 같이 봤잖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타타리가미의 사진에 예언 스킬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밝게 빛나며 저를 향해 손을 흔들고 크게 웃었어요.”

“멧돼지가 손을 흔들어?”

“멧돼지가 아니라 신장 2m의 남자였어요.”

“뭐라고?”

마샤가 타타리가미 위에 피를 떨어뜨리고 예언 스킬을 사용하자 멧돼지 아닌 건장한 체격의 동양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사진 위로 튀어 올라온 남자는 마샤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지 웃고 떠들며 아주 친근하게 행동했다.

형태도 아주 선명해 마샤와 상성이 잘 맞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친해도 그냥 친한 게 아니라 자주 만나 웃고 떠드는 사이를 뜻했다.

“다른 남자랑 웃고 떠드니까 좋아?”

“네에?”

“이상한 놈이랑 노닥거리고 있잖아.”

“하하하하~”

마샤가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웃자 방안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예뻐 품에 안자 팔을 벌려 가슴을 꼭 끌어안았다.

촉촉한 입술에 찐하게 입을 맞추며 커다란 가슴을 더듬자 울컥하던 마음이 잦아들었다.

“사람이 멧돼지로 모습을 바꾼 걸까요?”

“그런 변신 스킬이 있다고 해도 타타리가미가 보여준 능력을 발휘할 능력자가 멧돼지로 변할 이유가 있을까? 그럴 능력자도 없겠지만.”

“아 맞다. 그럴만한 사람이 없네요.”

“예언이니까 차후 타타리가미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한다는 뜻 아닐까?”

“그것보단 지금도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

“확인하러 가볼까?”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위험하지만, 전 세계가 타타리가미를 주시하고 있어요. 오빠와 상아가 다가가 말을 붙이면 이번 사태를 오빠가 사주한 것으로 몰아갈 거예요. 절대 가면 안 돼요.”

마샤의 말이 맞았다. 레드몬을 길들일 수 있는 능력은 우리뿐이었다. 내가 녀석에게 접근하면 타타리가미를 길들여 일본을 공격하게 했다고 생각할 게 확실했다.

중급 레드몬을 길들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길들일 수 있는 종류도 아직 개밖에 없었고,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새끼가 아니면 그마저도 안됐다.

그러나 일본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나를 범인으로 지목할 게 확실했다. 일본은 타타리가미에게 당한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덮어써 줄 상대가 절실했다.

그게 누구든 주저 없이 물고 늘어질 게 뻔했고, 다른 사람도 아닌 가장 미워하는 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불만과 책임을 밖으로 떠넘기는 건 일본의 오랜 전통으로 아니라고 증거를 내밀어도 우길 게 뻔했다.

“웃기지 않아?”

“뭐가요?”

“우리가 타타리가미를 만나면 일본은 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어. 그렇지?”

“그럴 가능성도 있죠.”

“그런데 이제까지 해온 놈들의 지저분한 행동이 그런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잖아.”

“양치기 소년이 생각나네요.”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네.”

“전 같다고 생각해요. 일본이 평소 바르게 행동하고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면 양치기 소년과 같은 일을 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항상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주변국을 수탈하고 침략한 행동이 늑대 소년이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기만하고, 놀린 것과 다를 것이 없어요. 그런 행동이 모이고 모여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거죠.”

“기회가 있었는지도 모를 테니 아쉽지도 않겠네.”

“안다면 가슴을 칠 텐데 아깝네요. 안타까워 가슴을 쥐어뜯는 꼴을 꼭 보고 싶은데.”

마샤의 예언 스킬은 단 한 번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어 100% 믿을 수 있었다. 다만, 마샤 기준이라 나와 상성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마샤가 내 곁을 떠날 일이 없어 나와의 사이가 나쁠 이유가 없었다. 놈이 마샤에게 치근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말이다.

“언제 만나지?”

“일본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다음에 만나야죠. 그래야 다시는 오빠에게 대들지 못하죠.”

“마샤야?”

“네?”

“언제부터 일본을 미워하게 됐어?”

“으음... 오빠랑 같이 살면서요. 아내는 남편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미국은 남녀 평등사회잖아.”

“저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지금은 엄연히 한국 여자고요. 당연히 한국식으로 살아야죠. 헤헤헤헤~”

“아이고 귀여운 것!”

도쿠시마 현 주민들이 모두 달아나기를 바라는 것인지 타타리가미는 폐허가 된 도쿠시마 시청에서 하루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사이 일본 정부는 나루토 해협 건너 아와지 섬(Awaji Island)으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고베아와지나루토 자동차도로를 잇는 나루토 대교를 눈물을 머금고 끊었다.

그것도 중간을 살짝 끊어놓는 게 아니라 타타리가미가 넘을 수 없게 양쪽 끝을 폭파해 다리를 나루토 해협의 거친 바닷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도쿠시마 시 서쪽에 있는 요시노가와 시, 아와 시, 미마 시 주민들은 세토 대교가 있는 사카이데 시로 대피시켰다.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세토 대교(Great Seto Bridge)는  5개 섬에 6개의 교량과 고가교로 구성된 다리로 총길이 13.1km로 철도·도로 병용교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

이외에도 다카마스 시, 사누키 시, 젠쓰지 시 등 세토 대교에 인접한 도시엔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준비하라는 지령을 카가와 현과 중부방면대에 내려보냈다.

일본 정부는 타타리가미가 무리한 공격으로 상처를 입고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소극적인 대피령을 발령했다.

타타리가미가 마음만 먹으면 시코쿠 섬을 언제든 점령할 수 있어 섬 전체에 대피령을 발령해 주민들을 혼슈와 규슈로 피난시키는 게 맞았다.

일본 정부의 생각이 맞는다고 해도 만약을 대비해 도쿠시마 현 주민들은 에히메 현과 고치 현으로 소개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에 집중하며 안일한 자세를 취했고, 주민들도 정보가 통제돼 엘리트 레드몬의 난동쯤으로 인식했다.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함포 사격과 포격으로 타타리가미가 있는 시청을 맹폭했다.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도록 밤새 폭탄을 때려 부은 다음 날 수색대를 파견해 타타리가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았다.

겁에 질린 수색대가 바들바들 떨며 구덩이로 다가가 타타리가미를 찾았지만, 포탄에 맞아 가루로 변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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