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3 재앙신 타타리가미 =========================================================================
363.
타타리가미 덕분에 온천에서 찐하게 놀려던 계획이 무산되며, 아내들의 관능적인 모습을 눈에 담는 것으로 온천욕을 끝마쳤다.
아쉬움을 달래며 육감적인 엉덩이를 한 번씩 두들겨 준 후 오두막으로 내려와 저녁을 준비했다.
장작을 쪼개 화덕에 불을 지피고 준비해둔 하급 레드몬 고라니를 스테이크로 형태로 구워냈다.
산에서 내려오며 따온 채소와 약초를 곁들이고, 집에서 준비해온 소스와 함께 예쁜 접시에 담아 건네주자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접시에 담기가 무섭게 먹어대는 통에 30분 만에 고라니 한 마리가 뼈만 남기고 사라졌다.
“지홍씨! 정말 맛있어요. 회양에 있을 때 먹던 그 맛이에요.”
“자주 해줄까?”
“네!”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로 인해 한동안 침울했던 서인도 여행을 오자 기운이 풀리는지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을 먹으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다들 정말 좋아하네. 네 말처럼 자주자주 다녀야겠다.”
“너만 좋다면 우리는 한 달에 한 번도 갈 수 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다음엔 어디를 가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보다 사람 없는 이 섬에 오는 게 났지 않을까? 온천도 있고, 낚시도 할 수 있잖아.”
“그럼 돌아가는 즉시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내가 이 섬 내가 갖고 싶어 한다고 말해. 거절하지 못할 테니까.”
“알았어.”
1995년 10월 31일 화요일
인구 20만의 도쿠시마 시는 도쿠시마 현의 현청 소재지로 에도 시대 도쿠시마 번의 성시로 막부 말기 일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번성한 도시였다.
섬이지만 혼슈 간서 지방과 고베아와지나루토 자동차도로가 연결돼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시코쿠 섬에선 가장 규모가 큰 도시로 예전 성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제 도쿠시마 시는 세상 어디에서도 없었다. 타타리가미의 강력한 공격에 건물은 모두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도로마저 강한 열과 충격에 황무지로 변했다.
해상자위대 제4호위대군이 함포와 미사일 공격을 밤새도록 퍼부었지만, 타타리가미는 신경도 쓰지 않고 도시를 파괴했다.
일본의 야심작이자 히든카드인 오니 부대도 타타리가미의 털끝도 건드려보지 못한 채 재가 되어 사라졌다.
마지막 보루인 육상자위대 중부방면대 제14여단이 할 일은 주민들이 고베아와지나루토 자동차도로를 통해 나루토 해협을 건너 이와지 섬으로 넘어갈 수 있게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타리가미의 상식을 벗어난 능력 앞에 14여단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며, 나루토 시마저 내일 중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이제 나루토 대교를 끊는 길밖에 없겠네요?”
“일본의 숨결이 그 도로를 타고 도쿄로 넘어갔으니 그 수밖에 없겠지.”
“다리를 끊어도 해협 넓이가 고작 1,340m밖에 안 돼요. 상급 레드몬이면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날개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네발 달린 짐승이 그 넓이를 한 번에 뛰어넘는 건 불가능해.”
“오빠는 건널 수 있잖아요?”
“바람 스킬을 사용해도 500m가 한계야. 타타리가미도 그 이상은 힘들 거고.”
“헤엄쳐 건널 수도 있잖아요?”
“나루토 해협이 우리말로 하면 우는 해협이야. 밀물과 썰물 때 격한 조류가 발생해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야. 물살이 워낙 거세 헤엄쳐 건너기도 쉽지 않고, 어류형 레드몬이 많아 상급 레드몬이라도 바다에 들어가면 먹이가 될 수도 있어, 바다로 뛰어들진 않을 거야.”
제니퍼의 생각처럼 나루토 해협은 뛰어넘을 수도, 헤엄쳐 건너는 것도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세토 내해에서 기이 수도로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길목으로 좁은 곳에서 갑자기 넓어지는 지형, 얕은 곳에서 갑자기 깊어지는 지형, 물의 흐름도 엇갈리는 지형 등 극악한 조건을 모두 갖춰 세계 3대 해협이란 악명을 가졌다.
또한, 먹이가 풍부해 다양한 어류형 레드몬이 서식해 배들도 오사카만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갈 만큼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방어막을 사용해 어류형 레드몬의 공격을 막고, 열을 동반한 충격파로 레드몬을 물리치며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어막을 치면 헤엄치는데 방해되고, 열은 물과 상극이라 땅에서만큼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멧돼지가 아무리 헤엄을 잘 쳐도 물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수준으로 소용돌이에 휩쓸려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었고, 거센 물살에 떠밀려 기이 수도로 떠내려갈 수도 있었다.
내가 물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처럼 타타리가미도 물에선 둥둥 떠다니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숨겨놓은 날개가 있거나, 비행 스킬이 있지 않은 한 다리를 모두 끊으면 타타리가미가 시코쿠를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아주 잘 됐어. 못된 짓만 골라 하더니 천벌 받는 거야.”
“맞아요.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자기들이 인류를 위해 공헌했다고 호소카와 총리가 떠들 때는 화가 나 미치는 줄 알았어요. 속이 다 후련하네요.”
“나도 그래. 홋카이도에 이어 시코쿠까지 박살 나는 모습에 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것 같아.”
“근데 사람들이 죽는 건 마음 아파요. 일본인이라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잖아요.”
“나도 그게 좀 찜찜해.”
은비와 아영의 말처럼 일본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후련하다가도, 인명피해가 집계될 때는 기분이 우울했다.
타타리가미가 도쿠시마 시에 도착한 반나절 만에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군인으로 무능한 지휘부와 무카이 실장의 간계에 말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몰살당했다.
이들은 타타리가미의 공격에 재가 되어 사라지며 시신조차 남기지 못해 가족의 마음 더욱 아프게 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집에 간다고 달라질 거 없어. 예정대로 놀다가 가면 돼.”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급하면 헬기 타고 가면 돼. 그리고 쇼타와 요코가 한반도로 날아오지 않는 한 급한 일 없어. 타타리가미가 한반도에 올 일은 없으니까. 그러니 안심하고 놀아.”
“알았어.”
걱정하는 소연을 품에 안고 엉덩이를 두드려 달래준 다음 얼큰한 토끼 전골과 토끼 튀김을 만들었다.
토기 전골은 먼저 토끼를 먹기 좋게 적당하게 다른 다음 무와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후춧가루,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소주를 넣어 냄새를 잡았다.
그리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미나리, 파, 냉이, 쑥갓, 팽이버섯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였다.
토끼 튀김은 밑간을 한 다음 기름에 튀켜 집에서 가져온 소스를 찍어먹으면 돼 튀기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만들기는 아주 쉬웠다.
토끼 고기는 고단백 저지방으로 산후 영양식으로 먹어도 좋고, 성인병과 다이어트 음식으로 먹어도 괜찮았다.
아침을 거하게 먹은 후 요트를 타고 타타르 해협(Tatarsky Proliv)을 타고 올라갔다. 사할린 섬 동쪽과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계속 올라가면 오호츠크 해가 나온다.
너비는 좁은 곳은 7km였고, 넓은 곳은 342㎞로 길이가 632㎞에 달했다. 사할린 섬 서쪽의 오호츠크 해로 나가지 않고 타타르 해협으로 올라가는 건 솔피들 때문이었다.
오호츠크 해(Okhotskoye More)는 다른 범고래 무리의 바다로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가면 공격받을 수 있어 동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상아가 오안네스에게 들은 얘기로는 오호츠크 해엔 40마리가 넘는 범고래 무리가 있었고, 동중국해엔 동해 솔피 무리와 비슷한 규모의 범고래가 있었다.
남중국해, 베링 해는 바다의 크기가 큰 만큼 최소 50마리 이상의 무리를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일본·대만·필리핀 너머 깊은 북태평양엔 범고래 무리가 없었다.
이주성 범고래 무리가 있긴 했지만, 태평양·대서양·인도양·남빙양·북빙양의 중심이 아닌 가장 바깥쪽으로 이동할 뿐 심해엔 들어가지 않았다.
북대서양에 있는 비 이주성 범고래 무리도 이와 마찬가지로 대양이 아닌 해와 만, 해협 등 작은 바다를 기반으로 살았다.
깊은 바다는 허먼 멜빌(Melville, H.)의 소설 백경 모비 딕(Moby Dic)의 주인공인 향유고래(Sperm whale)와 혹등고래(humpback whale), 일명 대왕 고래로 불리는 흰긴수염고래(Blue whale) 등이 살았다.
이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향유고래로 수심 3,000m까지 잠수해 15m가 넘는 대왕오징어를 잡아먹었다.
레드몬으로 진화한 향유고래는 가장 작은놈이 60m가 넘고, 무게도 200ton이나 나갔다.
향유고래보다 큰 고래 레드몬은 흰긴수염고래, 긴수염고래, 정어리고래, 북극고래, 참고래 등이 있지만, 모두 수염고래아목(Mysticeti)으로 이빨고래아목(Odontoceti)인 향유고래와 범고래의 적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암수가 따로 놀고 범고래처럼 큰 무리를 짓지 못해 최강의 포식자라 단언할 순 없었다.
“오안네스 말로는 돛새칫과에 속하는 물고기도 무척 위험하대요.”
“창처럼 입이 뾰족한 청새치, 황새치 이런 거 말하는 거야?”
“네, 맞아요. 매우 빠르고 물 밖으로 날아다녀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대요. 크기도 만만치 않게 크고요.”
“동해엔 없잖아?”
“태평양과 인도양 등 큰 바다에 서식해요.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청새치는 길이가 15m가 넘고, 무게는 2ton이나 나가요. 빼쪽한 창에 찔리면 대형 레드몬도 한 방에 목숨을 잃는대요.”
“역시 바다는 위험해. 육지에 발붙이고 살아야 안전해.”
“동해에는 그런 레드몬이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들어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잖아.”
“솔피들이 알아서 잘 막고 있어요.”
“녀석들도 감당할 수 없는 레드몬이 들어올 수 있잖아.”
“그때는 약속대로 우리가 도와줘야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파멸의 창을 사용하면 되잖아요.”
“맞춰야 잡지. 맞추질 못하는데 무슨 재주로 잡아.”
“그게 문제네요.”
단단한 바위도 500m까지 뚫고 들어가는 파멸의 창은 물에서 사용하면 1,000m까지는 무난히 들어갔다.
문제는 액체 상태라 기감거리가 60m밖에 안 됐다. 그 거리론 레드몬을 찾을 수도 없어 파멸의 창을 던져봐야 아까운 포스 낭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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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리가미가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건 5년 전이었다.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타타리가미는 인간만큼 뛰어난 지능을 갖추며 차츰 인간 사회를 동경하게 됐다.
그러나 인간과 레드몬은 적이라 마을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타타리가미는 달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과 억수같이 비가 오는 밤이면 몰래 마을에 접근해 인간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구경했다.
그런 타타리가미의 바람이 진화에 영향을 준 것인지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10m가 넘던 몸이 3m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완벽하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변신 스킬을 얻어 꿈에 그리던 인간 마을에 들어가게 됐다.
돼지우리나 다름없는 토굴에서 살던 타타리가미에게 사람들이 사용하는 푹신한 침대와 틀면 언제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세면대는 혁명이었다.
거품이 나는 비누, 달고 짜고 맵고 매운 각종 음식, TV를 비롯한 신기한 전자제품, 바람처럼 달리는 자동차와 하늘을 나는 비행기 등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인간의 문명에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향긋한 살 내음과 부드러움 살결, 귀여운 신음을 토해내는 인간 여성이었다.
멧돼지 암컷에게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럽고 신비한 감촉은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또한, 품에 안고 사랑을 나누면 멧돼지 때는 느껴보지 못한 환희의 쾌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