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1 기이한 상급 레드몬 =========================================================================
361.
“갑자기 크라켄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오안네스가 반경 100km 이내에 자신들을 위협할 레드몬이 없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물하고 상극이라 그런지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낚시는 잘하시잖아요.”
“잘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알아서 잡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이라곤 미끼를 던지고 기감으로 미끼를 무는지 안 무는지 그것만 확인하고 있다가 잽싸게 낚는 것밖에 없어.”
“그게 잘하는 거죠.”
“그런가?”
“저희는 한 마리 못 잡는데, 오빠는 잠깐 사이에 열 마리나 잡았잖아요.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알았어. 회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백 마리 잡아줄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마샤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이며 물고기를 낚았다.
재빨리 오두막집을 짓고 요트에 올라 포도주와 함께 먹을 물고기를 잡았다. 낚시는 나진시에 들어와서 처음 해봤다.
강릉에 가기 전까진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공원조차 가보지 못한 처지에 언감생심(焉敢生心) 바다 구경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다를 처음 본 건 강릉에 숨어든 지 2년 후였다. 간신히 배를 곪지 않을 만 해지자 그때서야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산에서 내려와 강릉 경포대로 갔다.
보통 바다를 보면 멋있다, 대단하다, 환상적이다 등등 온갖 미사여구를 토해내지만, 내 첫 마디는 ‘무섭다!’였다.
그래서인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올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수영은 죽도록 노력한 끝에 간신히 물에 떴지만, 그것도 풀장에서나 가능했지 바다 수영은 꿈도 못 꿀 수준이었다.
마샤의 칭찬에 눈이 돌아가 50cm가 넘은 물고기 100마리를 잡아 솔피에게 50마리 넘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회를 떴다.
“맛있지?”
“네, 찬물에서 사는 어류라 그런지 살이 쫀득쫀득해 씹는 맛이 일품이에요.”
“많이 먹어.”
“네!”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지영에게 다가갔다. 아내들과 섞이지 못하며 어쩌나 걱정했는데, 친구처럼 어울려 포도주와 함께 회를 먹는 모습에 불안했던 마음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건 소연과 은비, 은하로 서먹서먹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친화력과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으면 모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많이 먹었어?”
“네, 배가 터지도록 먹었어요.”
“나 내 배 터진 여자 싫어한다.”
“농담이에요.”
“나도 농담이야.”
농담 한마디에도 눈 밖에 날까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지영에게 미안했다. 내가 몹쓸 짓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품에 안고 입을 맞춰주자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연희, 민영, 희은, 은미, 선희, 진숙이를 차례로 안아준 다음 매운탕이 잘 끓고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
오두막 밖에 돌을 잘라 화덕을 만들고 커다란 들통에 살을 떼어낸 머리와 뼈를 넣고 얼큰하게 고춧가루와 소금, 마늘, 파 등을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포도주 안주에 매운탕이 맞을지 알 순 없었지만, 한국 사람은 밥을 먹으려면 찌개든 국이든 국물이 필요했다.
모네론 섬에 오며 주방장을 데려오지 않았다. 원산 회양기지에 살 때 내가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줬다는 은비와 아영의 자랑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아내들이 자신들도 먹게 해달라고 성화를 부려 하는 수 없이 재료만 잔뜩 싸들고 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물네 명 요리를 혼자 하라니 너무 한 거 아니야? 보조라도 붙여주든지 해야 음식을 만들지. 재료를 잡는 것도 내가 하고, 손질도 내가 하고, 서빙과 설거지까지 혼자 다하는 건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혼자 뭐라고 구시렁거리는 거야?”
“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다해야 하냐고 불만 가득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았는데?”
“아니야.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 만들고 있었어. 보면 몰라. 기뻐 죽으려고 하는 거.”
“호호호호~ 힘들지? 내가 도와줄까?”
“괜찮아. 가서 재밌게 놀아. 금방 매운탕 끊여서 갈게.”
“정말 안 도와줘도 돼?”
“그럼. 나오면 남자가 다 하는 거야. 여자는 먹고 놀면 돼. 걱정하지 말고 가서 먹어.”
“알았어. 수고해!”
한 번 더 도와준다고 하면 못 이기는 척 설거지를 시키려 했는데... 예쁜 뒷모습만 보이며 돌아가는 아리가 오늘 따라 정말 야속했다.
새벽 3시가 넘도록 포도주를 마신 아내들이 술에 취해 쓰러지자 하나씩 안아 침대에 눕히고, 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모두 끝내자 뿌옇게 동이 터 올랐다.
‘이런 젠장!’
바닷가에 앉아 명상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흡수한 후 백호와 풍산개들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하급 레드몬 고라니 3마리와 산토끼 30마리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발라 오두막으로 가져왔다.
고라니는 내일 구워 먹을 수 있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요트 냉장고에 넣어놓고, 토끼는 잘게 썰어 고깃국을 끓였다.
2단계 정화수 한 병이면 숙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래도 속을 푸는 데는 진한 고깃국물만 한 게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강승원입니다.]
[어디 쪽입니까?]
[양쪽 다입니다.]
[홋카이도와 시코쿠 다 말입니까?]
[네, 어젯밤 아난 시에 도착한 호그질라가 1시간 만에 도시를 지도상에서 지웠습니다. 현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1~2시간 내로 고마쓰시마 시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명 피해가 심각하겠군요?]
[사쿠라바나 공대가 전멸하자 지방 정부가 주민 대피령을 발령해 인명피해는 경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고마쓰시마 시를 지나 도쿠시마 시까지 올라오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민간인은 아닐 테고... 군대를 동원했습니까?]
[네, 가가와 현 젠쓰지 시에 주둔 중인 육상자위대 중부방면대 소속 제14여단이 도쿠시마 시로 이동 중입니다. 호그질라가 매우 천천히 이동하고 있어 오늘 저녁 도쿠시마 시에 도착하기 전 방어선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군대를 파견할 일이 아니라 시코쿠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놈과 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호그질라가 응할지 알 순 없지만, 지능이 높은 만큼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현재로썬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상급 레드몬을 상대로, 그것도 B급으로 추정되는 레드몬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달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시코쿠 섬을 버리고 호그질라가 섬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다리를 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무카이 실장의 농간에 휘말려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홋카이도에만 전력을 집중했다.
[레드몬 사냥팀은 보냈습니까?]
[변종 모기 레드몬 부대를 보낸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731 생체병기 연구소 근처에 잠입해 있던 미래 안전보장국 요원들이 하급 능력자 20명이 연구소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연구소로 들어간 능력자들은 다음 날 가미카제 공대 소속 중급 멘탈리스트 마에다 요코와 함께 도쿠시마 시로 이동했다.
메에다 요코는 마인드컨트롤 계열의 능력자로 이지를 상실한 오니 부대를 통솔해 레드몬을 상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모기 레드몬을 주입하고 하루 만에 투입한 것으로 보아 능력치를 빠르게 향상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 같습니다.]
인체실험은 일본이 세계 최고수준이라 그 정도는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어 전처럼 한국인과 중국인을 잡아다가 인체실험을 할 순 없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물론 국내 회사들도 아르바이트란 이름으로 약효가 검증되지 않은 신약 임상시험을 버젓이 했다.
부작용은 나 몰라라 하며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는 학생들, 등록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학생들을 푼돈에 꼬드겨 임상시험에 동원했다.
[홋카이도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침 5시 2차로 모집한 1,031명을 태운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 두 대가 오카다마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3,000m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쇼타와 요코의 짓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하아~ 3,000m 상공까지 올라간다면 하늘로 접근할 방법이 없군요.]
[바다 역시 위험하긴 하늘과 같습니다. 여객기 두 대가 추락하고 30분 후 오타루 항으로 접근하던 수송선 20여 척이 침몰했습니다. 수송선도 쇼타와 요코가 공중에서 공격해 모두 침몰시킨 것으로 강력한 산성침을 사용해 선체를 순식간에 녹였습니다.]
[하하하! 아주 골치 아픈 놈들이군요.]
[때를 같이해 레드몬 500여 마리가 오타루 항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올 초 수입한 74식 자주 고사기관포 100대와 73식 장갑차 100대,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육상 자위대 1개 사단 그리고 해외 능력자 500명의 방어에 80% 이상이 죽고 소수만이 살아 달아났습니다. 항구 공격에 쇼타와 요코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자주 고사기관포로 항구를 방어하다니 머리 좀 썼군요.]
[중급 레드몬을 상대론 관통력이 부족하지만, 최하급과 하급을 상대론 근거리에선 아주 효율적인 방어 무기입니다.]
미국에서 공여한 40mm 자주 고사기관포 M42와 M15A1 대공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1983년 개발한 74식 자주 고사기관포는 좌우에 스위스 욀리콘(Oerlikon) 사의 35mm 대공 기관포 KDA를 1문씩 장비한 무기로 수평사격이 가능한 매우 뛰어난 장비였다.
그러나 대당 가격이 15억 엔으로 값이 너무 비쌌고, 35mm 기관포의 성능과 위력은 매우 우수했지만, 유효 사거리가 3~4km로 공격헬기와 항공기에 탑재한 미사일, 유도폭탄보다 사거리가 짧아 현대전에서 실용성은 매우 낮았다.
그래도 근거리에서 최하급과 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큰 위력을 발휘해 방어용으로 사용하면 쓸만해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무기를 수입했다.
[쇼타와 요코는 날아다니는 속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시속 300km는 넘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300km면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공중이라는 특수성과 높은 기동성이 함께하면 일반적인 무기론 맞추기가 쉽지 않겠군요.]
시속 300km면 KA-50 호컴 헬기와 같은 속도였다. 그러나 둘을 같은 속도로 볼 수 없었다.
헬기는 무게로 인해 움직임이 재빠르지 못하지만, 쇼타와 요코는 모기처럼 상하좌우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영화에서 보면 뛰어다니는 사람을 쉽게 맞추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사기로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조준점에 상대를 넣기도 어렵지만 넣는다고 해도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상대는 이미 방향을 튼 다음이었다.
또한, 총알은 레이저가 아니라서 상하좌우로 회전하며 날아가 조준점에 맞춰도 거리에 탄착점이 바뀌어 목표물을 맞힐 수 없었다.
영화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려고 백발백중의 쇼를 하는 것이지 5m 앞에 있는 사람을 맞추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1차 해외 원정부대를 막진 못했지만, 이제부턴 홋카이도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타루 항 공격과 때를 같이해 작은 포구까지 레드몬이 공격해 접안 시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삿포로 인근으로 수송선을 보낼 수도 없고, 항공기를 이용할 수도 없다면 소수는 몰라도 대규모 부대를 운영하기는 어렵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하늘과 바다 양쪽이 모두 막힌 상태로 민간인도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완전히 갇힌 거군요?]
[맞습니다. 요코와 쇼타를 잡기 전에는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됐습니다.]
[잡으러갔다가 잡힌 꼴이 됐군요. 하하하하~]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