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5 써커(Sucker) =========================================================================
355.
쇼타가 입을 벌리자 빨대 같은 기다란 침이 번개같이 튀어나와 마츠모토의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빨대에 머리가 뚫린 마츠모토가 반항도 못 해보고 죽어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나 가느다란 빨대는 마츠모토의 무게를 느끼지도 못하는지 공중으로 3m나 들어 올려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댔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 보여주려 쇼타가 일부러 그러는 것으로 시장과 시장의 가족, 고위직 공무원들은 놀라 바닥에 주저앉아 입만 뻥긋댔다.
사람들을 놀린 쇼타가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빨아 먹듯 피와 체액을 빨아먹고, 살까지 몽땅 빨아먹자 가죽과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마저도 산성침으로 모두 녹여 쪽쪽 빨아먹자 옷과 신발, 머리카락만이 바닥에 떨어졌다.
충격적인 모습에 오줌을 싸는 사람,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넋을 잃고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등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가누지 못했다.
“죽어! 이 괴물 새끼야~”
마츠모토의 부하 중 8명이 분노에 휩싸여 방패와 칼, 도끼, 메이스를 치켜들고 쇼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쇼타의 손을 떠난 검은 예기에 사무라이들의 몸이 터지듯 부서졌다.
사무라이 9명이 저항다운 저항도 못 해보고 죽자 나머지 사무라이 41명은 고개를 숙이고 쇼타의 명령에 따라 창고로 이동했다.
본스틸 합금으로 만든 수갑을 뒤로 채우고 바닥에 엎드리게 하자 죽음의 순간이 임박했단 생각에 사무라이들이 벌벌 떨어댔다.
그사이 커다란 상자 하나가 창고로 들어왔다. 쇼타의 고갯짓에 초저온 냉동 상자에서 탁구공 크기의 하얀 알 41개가 꺼내졌다.
요코가 낳은 모기 레드몬 알로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온도를 낮춰 부화 시기를 조절했다.
1분쯤 기다리자 알을 깨고 변종 모기 레드몬이 부화했다. 부화한 놈들은 먹이를 단번에 알아보고 바닥에 엎드린 사무라이의 목에 달라붙었다.
“으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무언가 목에 달라붙자 겁에 질린 사무라이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죽음의 능선을 수없이 넘나들던 사무라이들도 손이 묶인 채 죽음의 순간이 오자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숙주들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대도 모기 레드몬들은 자기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뾰쪽한 침을 목에 꽂았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강력한 마취제가 주사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무라이들이 잠이 들었다.
숙주가 조용해지자 나머지 침 7개도 목에 깊이 찔러 넣어 틈을 만든 후 빨려들 듯 뇌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하코다테는 어떻게 됐어?”
“사무라이 32명을 포함해, 노예 15만 명을 잡았습니다.”
“노예가 왜 그것밖에 안 돼?”
“흥분한 레드몬들이 노예들을 학살했고, 일부는 배를 타고 바다로 달아났습니다.”
“이런... 돌아가면 한 소리 듣겠네.”
요코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자 쇼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날이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이겨내려 노력했지만, 요코의 곁에만 가면 한없이 작아져 기를 펼 수 없었다.
“노예 운반은 차질 없이 하고 있어?”
“트럭과 버스를 징발해 30분 전에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저희도 차량을 최대한 동원해 해안도로를 따라 오비히로 시로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동트기 전까지 모두 끝내.”
“알겠습니다.”
“나는 이년들 데리고 놀고 있을 테니까 마무리되면 말해.”
“예!”
쇼타가 잠든 여성 사무라이 두 명을 옆구리에 끼고 창고 옆에 딸린 방으로 들어가자 나카무라 스스미는 레드몬들을 동원해 잠든 사무라이들을 짐짝처럼 차에 싣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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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삿포로에서 달려온 2사단과 제1전차군이 도마코마이에 도착했을 땐 까맣게 타버린 도시만 남아있을 뿐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구 200만의 삿포로 시는 홋카이도의 도청 소재지이자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일본에서 인구가 다섯 번째로 많은 도시였다.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주민 500만 명 중 80%인 400만 명이 삿포로와 인근 주변 도시에 집중될 만큼 홋카이도에서 삿포로 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삿포로 시를 레드몬에게 점령당하는 건 홋카이도를 전체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2사단, 7사단, 제1특과단, 제1고사특과단, 제1전차군 등 북부방면대 전력의 70%를 삿포로 시에 배치했고, 혼슈에서 파견한 사무라이 500명도 모두 삿포로 시를 지키는데 투입했다.
도마코마이 시와 하코다테 시가 공격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쇼타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고 3분이 지난 01:03분으로 지원군을 요청하는 다급한 무전을 통해 알게 됐다.
거의 20분간 병력을 보내달라는 절규가 이어지다가 01:25분경 무전이 끊긴 후 무전이 연결되지 않았다.
지휘부는 야간에 병력을 움직이는 건 레드몬의 기습을 불러올 수 있다는 핑계와 두 곳에 병력을 보내면 삿포로의 방어가 취약해진다는 억지 그리고 병력을 보내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로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병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음 전투를 위해 정찰대를 보내 상황을 파악했어야 했다.
또한, 부대 사기를 고려해 출동하는 것처럼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으로 애타는 동료의 구원을 외면하면 사기가 바닥을 친다.
그리고 자기들이 고립됐을 때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죽기로 싸울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도착한 도마코마이 시는 검게 그을린 채 살아 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죽은 동물도, 죽은 레드몬도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길만 없다면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조용해 도시로 들어가는 것조차 겁이 날 지경이었다.
“이건 레드몬의 짓이 아니네. 레드몬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레드몬이 아니면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내게 물어보면 어쩌란 말인가? 정보를 담당하는 사람은 자네 아닌가?”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그만...”
호소카와 총리의 질책에 무카이 오사마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이 급히 머리를 숙여 실언을 사과했다.
하지만 고개 숙인 무카이 실장의 얼굴엔 호소카와 총리를 조롱하는 눈빛과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레드몬이 한 짓이다 이건가?”
“레드몬 중에서 아주 특별한 놈이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능도 뛰어나고 다른 레드몬을 복속시킬 만큼 강한 놈이 나왔을 수도 있고, 미스트 존을 만든 레드몬이 이 같은 짓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미스트 존을 만든 레드몬이 그랬다면 왜 다른 미스트 존에선 이 같은 일이 없는 것인가?”
“그건 홋카이도에 생긴 미스트 존과 달리 다른 곳에 생긴 미스트 존은 도시와 아주 먼 곳에 미스트 존이 생겨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추측일 뿐입니다. 제 생각은 첫 번째 말씀드린 지능이 뛰어난 엘리트 레드몬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랬다면 도시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이지 살아남은 사람들을 왜 오비히로 시 방향으로 끌고 간단 말인가?”
“지능이 높은 만큼 주민들을 끌고 가 노예로 부리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노예?”
“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가봉·콩고에 서식하는 중부 침팬지와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에 서식하는 서부 침팬지가 원주민을 잡아다가 노예로 부리고 잡아먹은 사건 기억하십니까?”
“5년 전이었던가?”
“맞습니다. 당시 레드몬의 잔학성을 알려주는 사건이라고 언론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5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급 레드몬과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침팬지들이 도시로 숨어들어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삼고, 잡아먹는 일이 발생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레드몬으로 진화한 일부 침팬지 무리는 10년 전부터 원주민 마을을 공격해 이 같은 일을 수도 없이 저질렀다.
그러나 고립된 원주민들은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일부는 침팬지를 신으로 떠받들며 인신 공양까지 해 수년간 아프리카 내에서만 설왕설래할 뿐 미국과 유럽까진 소식이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밝혀진 바론 5년간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침팬지에게 끌려가 놈들을 위해 집을 짓고, 밭을 일구는 등 노예와 똑같은 삶을 살다 병들고 힘이 빠지면 가차 없이 잡아먹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진 고릴라, 오랑우탄 등 사람과에 속하는 대형 유인원은 지능이 발달해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 웬만해서 공격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능이 높은 레드몬일수록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 레드몬이 해로운 동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일이 있은 후 지능이 높은 레드몬이 인간만큼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레드몬을 더욱 두려워하게 됐다.
“그렇지. 그 일로 인해 레드몬과 인간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게 밝혀지며, 모두 죽여야 한다고 한동안 많이 시끄러웠지.”
“이번 일도 그와 같은 일로 보시면 됩니다. 매우 영리한 놈이 레드몬들을 이용해 도시를 공격하고 주민들을 잡아다가 일을 시키고, 식량으로 삼기 위해 모두 끌고 간 것입니다.”
매우 영리해 도구를 사용하는 침팬지(Chimpanzee)는 사람과 침팬지속에 속하는 유인원으로 500~700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에서 분기해 나누어졌다.
잡식성으로 과일과 견과류 등도 잘 먹지만, 고기를 매우 좋아해 한 마리가 1년에 900kg에 달하는 고기를 먹어치웠다.
원숭이와 포유류, 조류 등 잡아먹을 수 있는 고기는 가리지 않는 놈들로 수시로 잡아먹을 만큼 고기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했다.
심지어는 같은 무리에 있는 새끼 침팬지를 어미로부터 빼앗아 잡아먹기도 했고, 드물지만 인간의 아이를 납치해 잡아먹은 기록도 있었다.
공격성도 매우 강해 다른 무리에 쳐들어가 패싸움을 벌이는 일도 잦았고, 집단으로 싸울 때는 새끼와 암놈을 공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인간만큼 잔인해 포로를 납치해 고문을 가하며 가학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침팬지의 잔인한 행동을 인간의 전쟁 원류로 보는 시각도 간혹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고릴라는 매우 험악한 인상이지만, 웬만해선 상대를 공격하지 않았고, 식성도 채식성으로 위협을 느낄 때가 아니면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침팬지와 200만 년 전 분기한 보노보(bonobo, Pan Paniscus)는 침팬지와 달리 매우 온순한 성격으로 화가 나도 달려드는 상대를 발로 차는 정도로 비교적 방어적 자세를 취했다.
부계사회를 이루는 침팬지와 달리 모계사회를 이루는 보노보는 서로 죽이는 일이 없었고, 먹이와 잠자리, 짝 문제로 서로 다투는 일도 없는 평화적인 동물이었다.
“이 사진을 보십시오. 최소 B급 엘리트 레드몬이 틀림없는 일본원숭이입니다. 놈의 주위로 멧돼지와 사슴, 여우, 고라니, 족제비 등 수많은 레드몬이 서로 싸우지 않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이 사진은 언제 입수한 것인가?”
“삼 일 전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토대로 정말 일본원숭이가 그런 일을 꾸민 것인지 확인하는 와중에 이번 일이 터져 보고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정보를 담당하는 수장이라면 당연히 신중을 기해야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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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