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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53화 (35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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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써커(Sucker)

“그러니까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레드몬 침공이 미스트 존의 영향도 아니고,  강대한 레드몬에 의해 생긴 일도 아니라는 말이군요?”

“변종 모기 레드몬의 숙주였던 키쿠리히메 공대원이 레드몬을 조종해 벌어진 일입니다.”

“누가 그런 겁니까?”

“야마토 쇼타 부공대장과 타베 요코 공대원입니다.”

“단둘이 레드몬 수천 마리를 조종해 그런 일을 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합니까?”

“네.”

지난 6월 아사히카와·오비히로·구시로 등 홋카이도 중동부 도시 20여 곳이 동시에 레드몬의 공격을 받자 이상하단 느낌에 강승원 국장에게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

명령을 내린 지 정확히 4개월 만에 사고 원인이 밝혀졌다. 우리가 모르는 존재가 끼어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모기 레드몬에 감염된 숙주라고는 생각하진 못했다.

미스트 존의 등장에 놀란 레드몬들이 위험지역을 벗어나려 급히 이동하다가 도시로 몰려들었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뒀었다.

“둘 다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숙주가 된 지 1년이 넘도록 살아남았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겠군요?”

“사진에서 보면 날개가 보이실 겁니다. 다음 사진에는 모기의 침과 비슷한 빨대를 사용해 먹이는 먹는 모습도 있습니다.”

“돌연변이군요?”

“최정준 박사님은 모기 레드몬과 숙주가 완벽하게 결합한 것으로 보고 계십니다.”

“으음... ”

지리산에서 모기 레드몬을 발견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일이 숙주와 모기 레드몬이 완벽히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로 거듭나는 일이었다.

사진 속 날개 달린 야마토 쇼타와 타베 요코의 모습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구나 모기는 한 번에 300여 개의 알을 낳는 곤충으로, 놈들이 모기 레드몬과 결합한 이상 엄청난 번식력으로 숙주를 늘릴 경우 일본은 물론 한반도도 안전하지 못했다.

“미국 만화 이름을 빌려 빠는 사람을 뜻하는 써커(Sucker)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써커라... 레드몬은 어떻게 조종한 겁니까?”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강승원 국장이 내민 서류 봉투엔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를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쏘아 올린 정찰위성에서 찍은 사진이 100여 장 들어있었다.

써커라 불리는 쇼타와 요코가 잠자리 날개 같은 얇은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는 모습, 빨대로 커다란 먹이를 순식간에 빨아 먹는 모습, 주위에 중·하급 레드몬을 거느리고 이동하는 사진까지 아주 다양한 모습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힘으로 억압한 것 같진 않고, 말 잘 듣는 부하가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암수가 분리된 모기 특성상 여자인 요코가 알이나 성충형태로 새끼를 낳아 레드몬을 숙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숙주로 삼은 레드몬이 쇼타와 요코에게 종속됐다?”

“네.”

“두 놈이 전부입니까?”

“다음 사진을 보시면 6월 레드몬 침공 당시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홋카이도 출신 능력자 50여 명도 함께 있습니다.”

“죽인 것처럼 위장한 다음 납치해 숙주로 삼았군요?”

“그렇습니다.”

“쇼타와 요코 이외에 날개가 돋아난 놈이 보이지 않는군요?”

“숙주가 된 지 얼마 안 돼 그럴 수도 있고, 쇼타와 요코보다 등급이 낮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놈들처럼 날아다닐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쇼타와 요코처럼 완벽히 모기 레드몬과 결합하면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승원 국장의 예상처럼 놈들이 모기 레드몬과 결합한다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날개가 있다는 것은 산과 바다 등 통행에 제한을 주는 지형지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건 연해주, 한반도는 물론 섬을 따라 미국과 동남아시아로 언제든 진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전 세계가 놈들의 활동 영역이 될 수 있었다.

바다는 인간의 활동영역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질병의 확산을 막고, 적군의 침입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면 전투력도 배가 됐고,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는 능력자는 놈들을 잡을 방법도 없었다.

“종속한 레드몬이 얼마나 됩니까?”

“이 사진도 운 좋게 구한 것으로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까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찰위성에 놈들이 찍힌 건 강승원 국장 말처럼 정말 운이 좋아서였다. 대다수 레드몬은 야행성 동물처럼 밤에 주로 움직였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숲길로 이동해 위성으로 촬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운만 따라준 건 아니었다. 4개월간 집중적으로 홋카이도를 감시한 노력이 있어 운이 따라준 것이었다.

행운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별똥별 같은 것이 아니라, 준비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가도 그게 행운인지 몰라 잡을 수 없었다. 행운을 잡기 위해선 최소한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인내심 정도는 필요했다.

“현재 어디까지 진출했습니까?”

“아사히카와를 기점으로 동쪽은 모두 놈들이 차지했습니다.”

“절반이라... 홋카이도가 놈들 손에 떨어지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동쪽에 있는 레드몬을 모두 부하로 만들었다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놈들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일본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저희가 이 만큼 알 정도면 호소카와 총리도 알아야 하는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정보를 빼돌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무카이 오사마 실장과 고바야시 이사무 국내부 부장 정도입니다.”

“무카이 실장이면 에비스 겐이치 실장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국제부 부장 아닙니까?”

“맞습니다. 작년 5월 가토 작전관이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켜 작전 중이던 부대가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록펠러 회장님의 도움으로 알게 된 사실로 이 사건은 가미카제 공대가 중국에서 모기 레드몬을 빼돌리다 중국에 작전이 노출돼 피해를 본 사건으로 정보를 빼돌린 범인으로 가토 작전관이 지목됐고, 며칠 후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직속상관이었던 에비스 실장이 퇴진하게 됐고, 내사를 담당한 무카이 오사마 부장이 실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얼마 전에 가토 작전관의 죽음과 에비스 실장의 퇴진에 의문점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통장에 돈이 들어온 시점, 통장은 가토 작전관 명의지만, 가토 작전관이 만들지 않았다는 점, 유서가 조작됐다는 증언, 자살 장소, 자살이 아니라 타살됐을 가능성 등 의문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권력투쟁의 희생물이군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세력이 개입했을 수도 있습니다. 무카이 실장이 내각정보조사실을 차지하고 석 달 만에 평직원인 고바야시 이사무를 국내부 부장으로 승진시켰고, 그 외에도 자신의 수족들로 주요 보직을 모두 채웠습니다.”

“정보부서의 특성상 손발이 되어줄 측근들을 요직에 앉혔을 수도 있잖습니까?”

“물갈이라고 하기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마치 총리실 직속 정보조직이 아니라 무카이 오사마 실장 개인 정보 조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은밀히 조사하세요. 강 국장이 의심할 정도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죠.”

“알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처리할 일이 아닙니다.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께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세요. 미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같습니다. 그쪽도 날개 달린 괴물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가만있진 않겠죠.”

“알겠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나진시로 넘어오는 사람이 있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국정원에도 은밀히 정보를 넘겨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써커들이 한반도에 들어오면 재앙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고 놈들을 내버려 두면 우리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홋카이도에 갈 순 없었다. 일본 정부가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조상을 욕한 놈들을 위해 일할 마음도 없었다.

이럴 땐 이제이이(以夷制夷)가 최고였다. 삼각동맹을 맺기로 했지만, 러시아·미국과 맺는 것도 아니었고, 필요하면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의 힘도 끌어다 써야 했다.

삼각동맹을 맺는 이유는 내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남의 것을 지켜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진 게 아니라 그들도 가진 것으로 우리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지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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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응~”

“대낮부터 잘하는 짓이다.”

“헉! 왔어?”

“내가 시킨 일은 하면서 노는 거야?”

“노는 게 아니라 이년들도 알을 낳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 그러는 거야.”

“웃기고 있네.”

쇼타의 밑에 깔려 신음을 토하던 미모의 여성은 고바야시 사츠코로 지난 6월 잡혀 와 모기 레드몬의 숙주가 된 홋카이도 소속 사무라이였다.

요코가 방에 들어오자 놀란 쇼타가 침대에서 내려와 급히 옷을 걸치자 겁에 질린 사츠코는 벌거벗은 상태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바들바들 떨어댔다.

“이년들은 왜 알을 낳지 않는 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알을 낳아야 부하를 더 빨리 늘릴 수 있는데... 걱정이네.”

“그 핑계로 반반한 계집은 모두 품에 안으려는 거지?”

“무슨 소리야? 이런 열등한 것들을 내가 여자로 생각할 것 같아? 나에겐 오직 너밖에 없어. 이것들은 실험 도구에 지나지 않아.”

“헛소리 그만하고 내일 중으로 도마코마이와 하코다테나 접수해. 노예로 부릴 건강한 인간들도 최대한 많이 잡아오고. 반반한 계집들만 잡아오지 말고. 알았어?”

“알았어.”

요코의 명령을 받은 쇼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방을 나가자 사츠코는 더욱 겁에 질려 개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무 말 없이 요코가 가만히 서 있자 벌거벗은 사츠코가 바닥을 기어와 요코의 발에 머리를 비비며 입을 맞추었다.

“네 주인이 누구지?”

“요코님이십니다.”

“그걸 잊으면 어떻게 되지?”

“지옥에 떨어져 영원토록 고통받습니다.”

“절대 잊으면 안 돼.”

“네!”

마음이 흡족해진 요코가 물러가라고 하자 사츠코는 큰 은혜를 입은 것처럼 쉴 새 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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