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2 삼각동맹(三角同盟) =========================================================================
352.
“이상한 소문이 있던데... 실례가 안 되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약탈자들을 말하는 건가?”
“예.”
“자네보기 창피한 일이지만, 소문은 모두 사실이네. 어쩌면 소문이 축소된 것일지도 모르지.”
“피해가 매우 크다고 들었습니다.”
“우랄 산맥 너머로 놈들 수중에 있는 도시가 한둘이 아니네. 더 큰 문제는 그런 도시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지. 휴우~”
“토벌대를 보내 소탕하면 되잖습니까?”
“토벌대를 보내도 그때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걸음이네. 아니지. 시간이 지날수록 약탈자가 늘어나고 있네.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해결책이 없네.”
“어려운 경제사정이 원인입니까?”
“그게 가장 큰 요인이지. 블러디 나이트들이 원하는 건 미국이나 서방세계 수준인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간신히 허기를 달래는 수준이니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그리고 힘에 취해 왕처럼 살고 싶어 약탈자가 되려는 놈도 한둘이 아니라서 제어하는 일이 쉽지 않네.”
미국 다음으로 능력자가 많은 러시아는 올 1월 기준으로 13,784명의 능력자를 보유했다.
모두 러시아 정부 소속으로 어려운 경제사정을 만회하고자 최하급 능력자를 뺀 90% 이상이 레드몬 사냥에 투입돼 돈벌이에 매달렸다.
레드몬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이 없다보니 다른 나라 사냥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사냥에 내밀리자 다치고 죽는 능력자가 유럽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했다.
애국심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어 5년 전부터 사냥팀을 도망쳐 약탈자가 된 블러디 나이트가 생겼고, 해가 갈수록 이탈자가 속출했다.
약탈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랄 산맥 너머 작은 소도시로 스며들어 도시를 지배하고 왕처럼 살았다.
왕이 된 약탈자들은 명령에 따르지 않는 주민들은 잔인하게 죽이고, 여자들을 잡아다가 유린하는 등 중세 봉건시대보다 더한 폭정으로 억눌렸던 욕망을 마음껏 분출했다.
러시아 정부도 토벌대를 파견해 약탈자들을 소탕했지만, 그것도 초창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부패한 중앙 관리를 매수한 약탈자들은 토벌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토벌대가 다가오면 아지트나 이웃 마을로 잠시 몸을 피신했다가 토벌대가 돌아가면 다시 마을로 돌아와 밀고자들을 처형하고 왕 노릇을 했다.
“최근에는 토벌대조차 보낼 수가 없네.”
“왜요?”
“토벌대가 약탈자로 돌변하거나, 약탈자 편에 가담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해 보내지 않는 것이 나을 정도네.”
“차르 공대 중 최강인 다지보그 공대나 스바로기치 공대를 보내면 토벌이 어렵지 않을 텐데요.”
“자네는 반란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나는 언제 반란이 일어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신세라 그들을 보내 처지가 안 되네.”
“하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요.”
다지보그(Dajbog)는 어둠과 추위, 가난의 정복자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태양신이었고, 형제인 스바로기치(Svarogitch)는 불의 신으로 이들은 슬래브 신화의 가장 중요한 신이었다.
다지보그와 스바로기치는 차르 공대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단체로 각각 중급 능력자 50명과 하급 능력자 25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옐친 대통령의 히든카드이자 친위부대로 항상 모스크바에 머물며 반대 세력의 준동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고 있어 약탈자 토벌에 동원할 수 없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사정이 좋고, 치안이 안정된 서방국가들은 사고를 치는 능력자는 많아도 마을과 도시를 점령해 왕처럼 사는 능력자는 없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동유럽에선 능력자가 약탈자로 변하는 일이 아주 흔했다.
이들로 인해 나라가 전복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고, 서로 편을 나누어 싸우며 상대편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끔찍하고 비참한 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소말리아·수단·니제르·앙골라 등은 왕을 자처하는 약탈자가 수천 명에 이르렀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섬에도 주민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부리며 마약 농장을 운영하는 약탈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멕시코는 10대 마약 카르텔 중 두목 8명이 약탈자였고, 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코스타리카 등도 마찬가지였다.
남미는 더욱 심각한 상태로 콜롬비아·베네수엘라·파라과이·브라질은 정부도 손을 댈 수 없는 규모로 작게는 수만 명, 크게는 수십만 명의 주민을 잡아다가 초대형 마약 농장을 운영하며 황제처럼 살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들도 국가와 기업이 하는 것처럼 능력자를 얻기 위해 여자들을 대거 납치해 잠능자 생산에 열을 올렸다.
잠능자를 얻어 세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일이 장기화하면 마을과 도시, 지역이 국가로부터 영구히 떨어져 나가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국가가 전복돼 국민 모두가 능력자의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자신들을 신인류라 칭하며 사람들을 비하하는 능력자가 점점 많아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그런 국가가 많아지면 사태가 악화돼 세계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수준이 아프리카 빈국만도 못한 대한민국이 그나마 살기 좋은 국가라는 소리를 여당인 자유당은 입에 달고 살았다.
대한민국 능력자들이 성인군자라서 약탈자들처럼 행동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살아온 정서가 그들과 달랐고, 돈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원하는 만큼 욕심을 채울 수 있어 범법자가 될 이유가 없을 뿐이었다.
“숫자가 몇이나 됩니까?”
“이탈자만 500명이 넘네. 등록하지 않은 블러디 나이트까지 합치면 700명이 넘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많군요.”
“그나마 30~40명 단위로 쪼개져 우랄 산맥 서쪽과 연해주는 안전하네. 그러나 놈들이 언제 연합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옐친 대통령을 보자 측은지심이 생겨 도와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의 싸움에 함부로 끼어들면 놈들이 앙심을 품고 나진시를 공격할 수도 있어 질끈 눈을 감고 못 본 척 외면했다.
나는 세계 평화와 질서를 수호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었고, 남 일에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오지랖 넓게 설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직 내 여자,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불안에 떨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못난 약자일 뿐이었다.
“다음 달 10일 나진시에 모여 삼각동맹을 결성하겠습니다. 형님께 드릴 좋은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을 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해주십시오.”
“좋은 선물이라... 벌써 기대가 되는군.”
“이건 맛보기로 드리는 겁니다. 남 주지 말고 형님 혼자 몰래 드십시오.”
“오~ 이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록펠러 회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레드몬 은행 열매군. 크기와 향기부터 남다르군.”
“일주일에 한 알이면 충분합니다. 더 드시면 과다 복용으로 몸에 해롭습니다.”
“내 동생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니 걱정하지 말게. 시키는 대로 일주일에 딱 한 알만 먹겠네. 하하하하~”
5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는 러시아 국내 사정부터 유럽의 동향까지 아주 폭넓은 대화로 이어졌다.
옐친 대통령은 몸담았던 프리메이슨에 대한 것과 로스차일드가 유럽에 뿌려놓은 어마어마한 세력까지 빠짐없이 말해줘 상대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또한, 러시아의 현재 경제사정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로 소련을 붕괴시킨 세력이 여전히 러시아를 핍박해, 수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도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러시아는 땅만 넓은 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기초과학 기술과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했고, 석유와 가스, 석탄을 포함한 지하광물자원도 풍부해 잘만 이용하면 노다지가 따로 없었다.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에서 헐값에 자원과 알짜배기 기업을 선점하면 미국에 투자한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문제는 위험성으로 최악엔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투자는 투기와 같은 것으로 쪽박의 위험이 언제나 함께했고, 투자가 실패해도 땅과 인재를 대신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면 큰 손해는 없어 30억 불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레드몬 사냥을 좀 더 확대하기로 하자 옐친 대통령의 입이 귀에 걸려 자신이 소유한 모스크바 외각의 커다란 저택을 선물로 줬다.
“어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무 문제없어요.”
“그거 말고, 네가 생각하기에 어떨 것 같냐고.”
“마카로프 국장의 속을 알 수 없는 게 조금 찜찜하지만, 옐친 대통령은 확실히 믿을 수 있어요. 대화 내내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감추려는 의도도 없었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죠.”
상아와 텔레파시를 주고받으며 옐친 대통령과 연방보안국 국장 블라디미르 마카로프를 수시로 기감해 우리를 속이는지, 기만하는지 세심히 관찰했다.
블라디미르 마카로프는 옐친이 러시아의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인 1976년 스베르들로프스크 주 당서기로 있을 때부터 함께한 측근이었다.
옐친이 러시아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최고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을 맡길 만큼 100%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평소 말이 없는 과묵한 성격으로 옐친 대통령의 명령이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수행하는 심복 중의 심복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란 평가를 받았다.
“속을 알 수 없다? 정보 부서를 책임지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감정 변화가 없어 속마음을 읽기 쉽지 않아요.”
“그런 성격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잖아?”
“그렇죠. 후천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진실의 눈은 상대의 눈을 통해 마음을 읽어내는 스킬로 감정기복이 없는 사람, 거짓과 진실을 마구 섞어 말하는 사람, 거짓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은 상아도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없었다.
첫 번째 부류는 마카로프 같은 정보를 담당하는 사람들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 진실의 눈이 잘 통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닳고 닳은 외교관과 정부관료, 정치인들로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는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놈들로 진실의 눈에 혼동을 줘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했다.
마지막은 종교단체에 속한 사람들로 이들은 철저한 세뇌와 신봉 속에 자기가 믿는 것만 진실이라 믿어 진실의 눈을 감쪽같이 속였다.
이런 사람들은 상아의 진실의 눈보다 소연의 독심술로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정확했다. 그러나 소연의 독심술은 스킬이 아니라서 참고사항일 뿐 100% 신뢰할 순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은 언제나 조심해야 해요. 그건 상대를 속이기 위해 자신부터 속이는 것일 수도 있어요.”
“ 강승원 국장에게 24시간 감시하라고 말해.”
“네.”
“좀 부럽다.”
“뭐가요?”
“나는 무슨 생각만 해도 얼굴에 표시가 다 나잖아. 나도 마카로프처럼 생각을 감출 줄 알아야 하는데.”
“오빠!”
“응?”
“저와 언니들이 오빠를 좋아하는 건 오빠가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라서, 상급 멘탈리스라서, 듀얼리스트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언제나 솔직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서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
“그럼요. 오빠가 만약 마카로프 국장 같은 성격이었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여자들은 음흉하고 속을 모르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성격이 조금 다혈질이라도 언제나 솔직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한 남자를 좋아해요.”
“그럼 내가 마카로프 국장보다 훨씬 나은 거네?”
“훨씬 정도가 아니라 비교할 수조차 없이 위대한 거죠.”
“위대해?”
“그럼요. 오빠는 저에게 위대한 존재에요. 히히히히~”
‘같이 좋아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정신 차리라고 화를 내야하는 거야?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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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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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로스차일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소설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소설은 허구일 뿐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